장애인 고용의무 10년 연속 ‘블랙리스트’ 51개 기업, 제재는 ‘이름 공개’ 뿐

장애인 0명 고용한 채 10년 버틴 기업도… 2026년부터 공표 제외 요건 넓어져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19일에 공개한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사업체 명단 <사진=고용노동부>

10년 동안 단 한 해도 장애인 고용의무를 지키지 않은 기업이 51곳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19일 발표한 ‘2025년도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공표’에는 ‘2016~2025년 10년 연속 공표 기업’ 명단이 별도 붙어 있다.

명단에는 언론사, 금융사, 제조업체, 학교법인까지 51개 사업체가 이름을 올렸다. 상시근로자 369명 규모의 한 출판사는 장애인 근로자가 단 1명도 없었다. 고용률 0%로 10년을 버텼다. 1368명을 고용 중인 한 명품 수입사는 장애인 근로자가 2명에 그쳐 고용률 0.15%였다. 공표 기업들의 장애인 고용률은 대부분 법정 의무고용률(3.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름이 공개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제재다. 과태료나 영업 제한은 없다.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면 법적 의무는 이행된 것으로 간주된다. 51개 기업은 10년간 해마다 명단에 이름이 올랐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정부는 이 시점에 제도를 손봤다. 지난해 11월 7일 시행된 고용노동부 훈령 제566호다. 핵심은 공표 제외 요건의 개편이다. 기존에는 기업이 공표를 면하려면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해소계획서’를 제출하고,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경우 최고경영자나 인사담당자가 간담회에 참석해야 했다. 새 훈령에서 이 두 가지 요건이 모두 삭제됐다.

대신 실질적 고용 노력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기준인원에 미달하더라도 고용역량 진단 참여, 장애인 고용 컨설팅, 구인신청, 지원고용·맞춤훈련,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 협약, 연계고용 실시 등 6개 항목 중 2가지 이상을 이행하면 공표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미 기준인원을 달성한 기업은 별도 신청 없이 자동 제외된다.

고용부는 훈령 제정 과정에서 장애인고용촉진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27일 기재부 등 관계부처, 노·사 대표, 장애계, 전문가가 참석한 자리에서 명단공표 제도 실효성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 행정예고는 같은 해 6월 30일에 이뤄졌다.

제도 개편에는 제재 강화 측면도 담겼다. 3회 이상 연속으로 공표된 기업, 또는 장애인을 1명도 고용하지 않은 기업은 일반 공표 기업과 별도로 구분해 공표하도록 했다. 조건부로 공표를 면제받은 후 기한 내 이행하지 않은 기업은 다음 연도 공표 대상에 곧바로 포함된다.

그러나 현장의 시선은 다르다. 10년간 이름만 공개되어도 고용 행태가 바뀌지 않았다면, 서류 요건 폐지가 기업의 실질적 고용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장애인 고용 의무를 실제로 이행하지 않으면서도 ‘노력’을 입증해 공표를 피할 수 있는 경로가 넓어졌다는 우려도 있다. 매년 최종 공표 기업 수는 2020년 459개에서 2024년 328개로 줄었지만, 그것이 고용 개선의 결과인지 제외 요건 활용의 결과인지는 불분명하다.

한 전문가는 “고용부담금을 내면 의무를 다한 것으로 간주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며 “10년째 이름만 공개되고도 고용률이 그대로인 기업이 51곳이나 되는데, 서류 요건을 없애준다고 해서 이 기업들이 갑자기 장애인을 채용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명단공표가 유일한 제재라면, 그 제재의 무게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지금 개편은 오히려 빠져나갈 구멍을 늘려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