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의 임차보증금 지원사업, 장애인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이 되려면…

장애인 창업의 가장 큰 부담 덜어
지속 가능한 장애인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되길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재)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최대 1억3천만 원의 창업점포 임차보증금을 최장 5년간 지원하는 ‘장애인 창업점포 지원사업’ 참여자를 모집한다고 2일 밝혔다.

지원 대상은 센터가 운영하는 온라인 창업교육과정을 이수한 예비창업자와 재창업자, 창업 3년 미만의 초기 창업자다. 선정되면 센터 명의로 사업장을 임차하는 방식으로 보증금이 지원되고, 창업 준비 단계부터 전문가의 1대1 맞춤 상담과 창업 이후 점포 운영 관리 프로그램도 제공된다. 중증·저소득·여성·청년 장애인에게는 가점이 부여된다.

이 사업은 장애인 창업의 가장 큰 장애물로 지적돼 온 임차보증금 부담을 덜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지난해 이 제도를 통해 수도권에서 카페를 창업한 한 중증 지적장애인은 창업 3개월 만에 월매출 3,800만 원을 달성하고 직원을 추가 채용하는 성과를 냈다. 2011년 이후 현재까지 411건의 창업을 지원해 온 이 사업은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여와 고용 확대에 일정한 역할을 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보증금 지원이 곧바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창업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은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이후 매출 안정과 고용 유지까지 연결되지 않으면 일시적 지원에 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판로 지원과 마케팅 연계가 필수적이다. 장애인 창업 기업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 우선구매, 지역 기업과의 협력, 온라인 판매 채널 확대 등이 함께 추진돼야 고용도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경영 경험이 부족한 창업자를 위해 회계·노무·세무 관리 등 실무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과 지속적인 컨설팅 체계도 요구된다.

고용 유지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책도 중요하다. 창업 초기 단계에서 인건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고용장려금이나 사회보험료 지원을 연계한다면 장애인 창업 기업이 추가 채용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또한 단순 소매업 위주의 창업이 아니라 지역 수요와 장애 특성을 고려한 특화 업종 발굴, 사회서비스 분야와 연계된 사업 모델 개발 등 전략적인 업종 유도가 필요하다.

박마루 이사장은 “임차보증금 부담을 완화해 장애인 창업가들이 안정적인 여건에서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장애인이 고용의 대상에서 고용의 주체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정책 수단이다. 여기에 판로와 고용 지원, 사후관리 체계가 더해져 지속가능한 장애인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시각장애인도 앞을 볼 수 있다’…일론 머스크의 약속이 실현 되기를

첨단기술과 거대자본이 관심을 보이면
장애 당사자들에겐 새로운 희망이…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첨단 기술은 오랫동안 장애인의 삶을 바꾸는 가능성으로 언급돼 왔지만,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더디게 진행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기술 기업가들이 장애인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사업과 연구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움직임은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완전히 시력을 잃은 장애인도 앞을 볼 수 있는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8일 밝혔다.

머스크는 규제 승인 절차를 거쳐 저해상도에서 시작해 점차 고해상도로 시각 정보를 제공하는 이른바 ‘맹시 증강’ 기술을 선보이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이미 그는 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를 설립하고 뇌에 칩을 이식해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게 하는 ‘텔레파시’ 기술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물론 머스크의 발언과 사업 구상은 언제나 기대와 논란을 동시에 불러왔다. 스페이스X는 원래 화성 착륙용 우주선 프로그램으로 추진 됐으나 2017년 취소되었다. 하지만 스타십 개발에 집중한 후 최근엔 민간 우주항공 분야 최고의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초고속 지하열차(하이퍼루프)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했으나 시카고 시 정부 정책 변화 등으로 더 이상 추진되지 못했다. 2018년 완전자율주행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는 수년째 달성되지 않고 있고, 당초 예고한 25,000달러 전기차 역시 출시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완전자율주행 기술에 있어 테슬라가 가장 앞선 기술을 자랑하고 있고 전기차의 가격도 점점 낮추는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약속은 한때 돈 많은 괴짜 기업가의 과장된 허풍으로 평가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현실로 실현 되는 모습들을 보며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희망을 담아 바라보는 시선들이 생겨났다.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중증 장애인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만한 대안은 많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자본과 기술력이 장애인의 감각 회복과 자립 지원을 목표로 투입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하나의 희망이 된다.

이미 인공지능과 센서 기술, 보조기기는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과 이동, 일상생활을 부분적으로 개선해 왔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 환경을 인식해 안내하는 시스템은 ‘보조’의 수준을 넘어 삶의 선택지를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뉴럴링크의 시각 증강 기술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기존 보조기기를 넘어 인간의 감각 자체를 확장하는 새로운 단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첨단 기술이 모든 문제의 해답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누군가의 삶을 조금이라도 덜 불편하게 만들겠다는 문제의식과 도전이 쌓일 때 변화는 시작된다. 일론 머스크의 이번 발언과 뉴럴링크의 연구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자본력과 첨단 기술에서 세계 최고수준으로 평가받는 사람이 관심을 가진 것 만으로도 장애 당사자들이 희망을 갖기에 충분하다. 이 도전이 공허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에 도달하기를 기대한다.




[오피니언] 보이지 않는 바다를 건넌 항해, 일상의 항해에서도 기적을…

시각장애인 항해사의 태평양 횡단
‘기적’에 묻힌 현실의 장애인들도 고려해야

<사진=유튜브 뉴스영상 갈무리>

완전한 시각장애를 가진 일본인 항해사 이와모토 미쓰히로가 태평양을 건넜다는 소식은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9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항까지 약 1만4천 킬로미터를 중단 없이 항해한 그의 도전은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감동적인 이야기로 소개됐다. 언론은 앞다퉈 그를 ‘장애를 극복한 인간 승리의 상징’으로 호명했다.

그러나 이 항해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극복 서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장면들이 보인다. 이와모토는 혼자 항해하지 않았다. 항해 내내 동행한 항해사가 바람의 방향과 장애물, 항로 상황을 음성으로 전달했고, 정교한 항해 장비와 위성 통신 시스템이 뒷받침됐다. 한 차례 실패 끝에 다시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구조 체계와 국제적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와모토의 성공은 개인의 의지와 용기 뿐만아니라, 여러가지 조건이 갖춰졌을 때 장애가 더 이상 불가능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많은 보도는 이 항해를 ‘기적’으로 포장한다. 문제는 이 표현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조건을 갖추지 못한 수많은 시각장애인에게 이 이야기는 ‘당신도 저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나’는 질문으로 되돌아올 위험을 안고 있다.

현실에서 대부분의 장애인은 태평양을 건널 기회는커녕, 일터로 이동할 교통수단과 안정적인 소득, 접근 가능한 정보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들의 삶은 기사화되지 않는다. 언론이 주목하는 것은 언제나 예외적인 성공이고, 그 예외는 종종 다수의 현실을 가리는 장막이 된다.

이와모토의 항해가 진정한 사회적 메시지를 갖기 위해서는 질문의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 ‘어떻게 장애를 극복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이 있었기에 가능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개인이 아닌 사회를 향한다. 장애인의 가능성은 개인의 각오가 아니라, 사회가 제공하는 선택지의 폭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이 항해는 분명히 보여준다.

이와모토 미쓰히로가 2027년에 태평양 단독 무기항 횡단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도전정신과 장애의 벽을 허물고자 하는 의지에 대해 무한한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아울러 태평양 만큼이나 넓고 험한 ‘일상’이라는 바다에서 삶을 살아내기 위한 항해를 이어나가는 나머지 모든 장애인들에게도 같은 양의 응원과 박수를 잊지 말아야 한다.




장애인일자리신문 창간 1주년, 장애인 복지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여정

장애인의 사회 참여와 존엄을 위하여
사람의 이야기로 풀어내는데 주력해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장애인일자리신문이 창간 1주년을 맞았다. 장애인에게 가장 실질적인 복지는 일자리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지난 1년간 장애인 고용 현장을 기록하며 제도와 현실의 간극을 꾸준히 짚어왔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사회 구성원으로 바라본다. 장애인에게 일자리는 사회 참여와 존엄의 기반이라는 인식 아래, 장애인 고용을 수치나 통계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데 주력해 왔다.

지난 1년간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정책 문서에 머무르던 장애인 일자리 논의를 현장의 언어로 전환하는 데 집중했다. 2024년 장애인고용공단 직무개발 우수사례집에 소개된 사례들을 분석해 실제 현장에서 어떤 직무가 작동하고 있는지, 제도적 지원이 어디까지 미치고 있는지를 기획 기사로 다뤘다. 이를 통해 우수사례로 분류된 일자리의 지속 가능성과 확산 가능성, 여전히 남아 있는 구조적 한계도 함께 점검했다.

장애인 당사자와 단체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주요 장애인 단체의 입장을 취재해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요구와 현장의 문제를 독자들에게 전달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진행한 특집 보도에서는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의 삶을 조명했다. 돌봄과 생계, 교육과 고용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가족들의 현실을 기록하며, 장애인 일자리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가족과 공동체의 문제임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부모들이 겪는 제도적 공백과 심리적 부담도 함께 다뤘다.

전국 각지에서 열린 장애인 채용박람회 취재를 통해서는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공공기관과 기업의 노력을 소개했다. 이를 통해 실제 채용으로 이어진 사례와 그렇지 못한 이유를 분석하며, 채용박람회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갔다.

정치와 정책 영역에서도 장애인 고용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장애인 관련 공약을 분석해 공약의 방향과 차별성을 비교하고, 실현 가능성을 점검했다.

학술논문을 기반으로 한 기획 보도도 이어졌다. 장애인의 삶과 고용을 다룬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제도의 효과와 한계를 분석하고, 정책 논의에 참고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 이는 현장 취재와 함께 장애인 고용 문제를 구조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

또한 새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정책을 토대로 ‘2026년 미리보는 장애인 고용제도’ 기획을 통해 제도 변화의 방향성을 점검했다. 단기적인 정책 나열이 아닌 중장기적 흐름 속에서 장애인 고용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지난 1년간 장애인의 일상에서 일자리가 차지하는 의미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왔다. 창간 1주년을 맞은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앞으로도 현장을 누비고 데이터를 읽으며, 장애인 고용을 둘러싼 현실을 꾸준히 기록해 나갈 계획이다. 오늘의 기록이 내일의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장애인일자리신문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취재에 매진할 예정이다.




장애인의 권리는 ‘비용·효율’의 대상이 아니다

상급 병원 응급실의 침대가 비어 있다고 해서 줄이지 않는 것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낭비로 보는 시각 여전해

<사진=장애인일자리 신문>

경남 창원시에서 불거진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축소 조례안 논란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행정편의주의와 경제성 중심 개발 논리가 장애인의 삶을 어떻게 뒷전으로 밀어내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해당 조례안을 발의했다가 철회한 김영록 창원시의원을 두고 지역 장애인단체가 공식 사과를 요구한 배경에는 장애인 권리를 바라보는 행정의 인식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깔려 있다.

창원장애인권리확보단은 기자회견에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일반 주차구역으로 전환해도 만성적인 주차난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주차 문제는 도시계획과 교통정책 전반의 문제이지,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축소해 몇 면의 주차 공간을 늘린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특히 비어 있는 장애인 주차면은 자원의 낭비가 아니라 언제든 이용이 가능하도록 확보돼 있어야 하는 공공 인프라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국 각지에서 장애인 편의시설과 서비스는 여전히 ‘이용률’과 ‘비용 대비 효과’라는 기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나 편의시설이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된다는 이유로 위치를 외곽으로 옮기거나 최소 기준만 유지하려는 시도가 반복돼 왔다. 이러한 판단은 장애인의 이동 특성과 일상적 제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수치와 효율만을 앞세운 결과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대중교통 정책에서도 유사한 양상은 이어지고 있다. 저상버스 도입과 지하철 역사 내 엘리베이터 설치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핵심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역에서 재정 부담과 경제성을 이유로 도입이 지연되거나 제한적으로 시행돼 왔다.

도시 재개발과 재건축 과정에서도 장애인의 처지는 후순위로 밀리기 쉽다. 미관 개선과 사업성 확보가 우선되면서 경사로, 점자블록, 접근 가능한 보행 동선이 형식적으로 설치되거나 오히려 이전보다 이용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개발의 성과는 수치로 평가되지만, 그 과정에서 배제된 장애인의 불편과 권리 침해는 통계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창원시는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 가운데 장애인 인구 비율이 높고, 고령 인구 비율도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도시다. 장애인과 이동 약자의 비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용 주차구역 축소 논의가 제기됐다는 점은 복지 행정의 방향성을 다시 묻게 한다.

이번 논란은 장애인 정책이 여전히 ‘비용’과 ‘효율’의 언어로 설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장애인 편의시설과 제도는 즉각적인 활용도보다 필요할 때 접근 가능해야 한다는 공공성에 본질이 있다. 응급 상황을 대비해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하는 응급실 병상처럼, 장애인 권리 역시 평상시에는 드러나지 않더라도 항상 보장돼야 할 기본 조건이다.

창원 사례는 행정편의주의와 경제성 위주의 개발 논리가 지속될 경우, 장애인의 처우 개선이 얼마나 쉽게 후순위로 밀려나는지를 다시 한번 환기시킨다. 지방자치와 개발 정책이 진정한 포용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비용과 효율의 계산을 넘어,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정책 판단의 출발점에 두는 인식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세종시의회, 장애예술인 일자리를 정책 의제로 끌어올리다

발달장애인 예술단체 간담회 통해 ‘예술 활동의 직업화’ 가능성 공론화

<사진=세종특별자치시의회 제공>

최근 세종특별자치시의회가 장애예술인의 일자리 문제를 정책적인 논의의 장에 올렸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복지나 문화 지원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장애예술인의 예술 활동을 고용과 자립의 문제로 바라보려는 시도가 지방의회 차원에서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특별자치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는 지난 21일 의회 의정실에서 ‘발달장애인 예술단체 지원 확대 및 활성화 방안 모색 간담회’를 열고, 장애예술인의 지속 가능한 활동과 일자리 연계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행정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국회의원실 관계자, 발달장애인 예술단체 관계자와 학부모, 세종시 및 산하기관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예술단체 관계자들은 성인기에 접어들면서 급격히 약화되는 사회적 연결망과 단발성 공모사업 중심의 불안정한 운영 구조를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꼽았다. 특히 장애인 일자리 사업과 예술 활동이 제도적으로 분리돼 있어, 예술 활동이 생계와 고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이들은 예술 활동이 여가나 재활이 아닌 직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의 취업 여건은 전반적으로 비장애인에 비해 열악한 수준이다. 공식 통계에서도 장애인의 고용률은 전체 인구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체육인이나 예술인처럼 특수한 직업군에 속한 장애인의 취업 실태를 보여주는 세부 통계는 사실상 없다. 이로 인해 장애예술인의 일자리는 정책 논의에서 구조적으로 다루어 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날 행정복지위원회 의원들은 이러한 현장의 문제 인식에 공감하며 제도적 보완 가능성을 논의했다. 안정적인 연습 공간 확보,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마련, 직업 예술인 고용 모델 도입 등이 주요 과제로 언급됐다. 이미 관련 조례 등 제도적 근거는 마련돼 있는 만큼, 실질적인 실행이 중요하다는 점도 함께 강조됐다.

국회의원실 관계자 역시 장애예술인의 재능이 일자리로 연결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종시와 산하기관 관계자들은 발달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등을 검토하며, 장애예술인의 권익 증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장애예술인의 일자리는 문화정책과 복지정책, 고용정책이 맞물린 복합적인 과제다. 지원을 넘어 노동으로 인정받는 구조를 만드는 일은 지자체의 정책 의지와 실행력에 달려 있다. 세종시의회 사례는 장애예술인의 일자리를 더 이상 주변부 문제가 아닌 공적 논의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 논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다른 지자체로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획]2026년 미리보는 장애인 고용 제도(5) 경계선지능청년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 신설

2026년 200명 대상 직업역량 강화
취업지원 제도 연계도 추진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고용노동부가 2026년,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장애인 고용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중증장애인 고용을 늘린 중소 사업주에 대한 장려금 지급을 비롯해 구직 단계의 소득 지원 강화, 장애인 표준사업장 판로 지원, 고용의무 불이행 사업장 명단공표 제도 개선, 경계선 지능청년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 신설까지 장애인 고용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이 담겼다. 장애인일자리신문에서는 장애인의 고용 진입부터 취업 유지, 기업의 고용 책임 이행에 이르기까지 구조적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정부는 인지와 적응 능력의 한계로 취업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어온 경계선지능청년을 대상으로 직업역량 강화와 구직 연계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경계선지능청년은 지능지수(IQ) 71~84 수준으로 지적장애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학습과 사회적 적응에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집단이다. 전체 인구의 약 13.6%로 추정되지만, 그동안 제도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기존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경계선지능청년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시범사업과 개별 프로그램이 일부 운영돼 왔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청년재단, 지방자치단체 등이 협력해 진로상담, 기초 직무교육, 직장예절 교육, 현장 직무체험 등을 결합한 취업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시행했으며, 일부 사업에서는 기업 인턴십이나 현장 실습을 통해 실제 업무 경험을 제공하기도 했다. 다만 대부분 한정된 인원을 대상으로 한 단기·시범사업 형태로 추진됐다.

이번에 신설되는 사업은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며, 만 20세부터 39세까지의 경계선지능청년 200명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사업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기초소양 교육과 구직기술 습득 프로그램을 제공받게 된다. 이를 위해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선정해 대상자 발굴과 상담, 프로그램 운영을 맡길 계획이다.

프로그램 참여자에게는 참여수당으로 1인당 20만 원이 지급된다. 또한 프로그램 이수 후 취업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국민취업지원제도와 청년 일경험 지원사업 등 기존 고용지원 정책과 연계해 단계적인 노동시장 진입을 지원한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경계선지능청년의 직업능력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단기 교육에 그치지 않고 실제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원 구조를 마련한다는 목표다. 사업 시행 시점은 2026년 3월로 잠정 계획돼 있으며, 향후 운영 성과에 따라 확대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




인천 색동원과 안성 장애인 시설 사건이 드러낸 ‘가면 뒤의 복지’

반복되는 장애인시설 성폭력, 처벌 뒤에 남은 구조적 공백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인천 강화군의 중증발달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이 드러나며, 장애인시설 내부 성폭력의 실태가 다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중앙일보가 공개한 ‘색동원 입소자 심층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시설에 입소했거나 과거 거주했던 여성 중증장애인 19명이 원장 A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정황이 확인됐다. 당시 입소자 17명과 퇴소자 2명이 조사에 참여했으며, 피해자 대부분은 가족이나 보호자가 없는 무연고자였다. 이들은 최소 5년에서 최대 16년까지 시설에 거주하며 가해자에게 장기간 노출돼 있었다.

피해자들은 방과 소파, 시설 내 카페 등 구체적인 범행 장소를 지목했고, 다른 장애인이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묘사하거나 신체 동작으로 당시 상황을 재연한 사례도 포함됐다. 일부 피해자는 시설 원장을 ‘아빠’라고 부를 정도로 정서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보호자의 가면을 쓰고 저지르는 범죄가 얼마나 큰 배신감을 주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3월 수사에 착수했으나 장애인단체와 성폭력상담소 등으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의 요구로 강화군이 대학 연구팀에 조사를 의뢰한 후 그 결과가 담긴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작성됐다. 그러나 군이 이를 전면 비공개하기로 결정하면서 피해 규모와 실태는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반면 경기도 안성의 장애인시설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1심 판단이 내려졌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해당 시설 종사자가 입소 장애인을 성폭행한 혐의에 대해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함께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에 대한 7년간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가해자는 시설 운영과 관리를 담당하며 피해자를 보호·감독해야 할 지위에 있었음에도, 정신적 장애로 항거가 어려운 상태를 이용해 2022년 6월 수차례 성폭행을 저질렀다. 범행 장소는 시설 내부 화장실과 차량 등 일상적인 공간이었으며, 이는 관리·감독 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특히 안성 사건은 성폭력 범죄가 발생하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해당 시설이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인 A등급을 유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키웠다. 이는 현행 시설 평가 제도가 거주인의 안전과 인권 보호보다는 서류 중심의 행정 평가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 색동원 사건과 안성 판결은 장애인시설 성폭력이 특정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폐쇄적인 운영 구조와 형식적인 관리·감독 속에서 반복돼 온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내부 종사자 본인이 내부를 감시하는 체계, 외부 감시의 부재, 피해자의 의사 표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신고·조사 시스템은 범죄를 장기간 은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전문가들과 장애인 인권 단체들은 성폭력이나 중대 학대가 발생한 시설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최우수 등급 박탈과 시설 폐쇄까지 포함하는 강력한 행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변호사와 인권 전문가 등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실질적인 민관 합동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기획]’2025 취업사례집 일-원’을 통해 본 장애인 고용 사례와 취업 당사자들의 모습(7) 서울재활병원, 재활 이후의 삶까지 잇다

의료사회복지사와 일자리 지원기관 협력으로 중도장애인 사회복귀 길 열어

서울재활병원 윤민영 의료사회복지사
<사진=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제공>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과 사회 참여를 위한 노력은 시대를 관통하는 숙제이다. 본지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25 취업사례집 일-원’에 소개된 사례를 바탕으로,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는 장애인 취업자들의 이야기를 기획 시리즈로 전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넘어 실제로 일하며 성장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 고용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조직,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서울재활병원이 재활 치료 이후의 삶까지 포괄하는 지원 모델을 통해 중도장애인의 사회복귀와 자립을 돕고 있다.

서울재활병원 윤민영 의료사회복지사는 뇌졸중과 척수손상 등으로 중도장애를 입은 환자들과 장애등록 이전 단계부터 함께하며 재활 이후의 삶을 설계해 왔다. 그는 치료 과정에서 환자들에게 발병 이전의 직업과 퇴원 이후의 삶에 대해 묻고, 재활의 목표를 일상 회복에 그치지 않고 사회 참여로 확장하고 있다.

문제는 발병 이후 약 6개월간 이어지는 재활의 골든타임이 장애등록 이전 단계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현행 제도상 장애인 고용서비스는 장애등록 이후에만 제공돼, 이 시기는 사회복귀 관점에서 지원의 공백이 발생하기 쉽다. 윤 의료사회복지사는 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퇴원 이후 낮병동 통원치료 단계까지 환자를 추적 관리하며, 장애등록이 완료되는 즉시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와 연계해 취업 상담이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협력의 결과로 지난해 10월, 공공기관 장애인 인턴 취업 사례가 나왔다. 발병 전 편의점을 운영하던 30대 남성 A씨는 재활치료를 마친 뒤에도 기능 회복을 이어가며 “다시 내 힘으로 일하고 싶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장애등록 직후 센터와의 상담이 진행됐고, 직업 상담과 취업 알선을 거쳐 공공기관 사무직 인턴으로 채용됐다. 병원과 일자리 지원기관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였다.

센터는 이러한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재활병원 1층과 5층 엘리베이터 옆에 홍보용 LED 광고를 게시했다. 치료 중인 환자와 보호자가 자연스럽게 취업 정보를 접하고, 회복 이후의 삶을 미리 그려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윤민영 의료사회복지사는 “병원은 중도장애인에게 사회로 나아가기 전 마지막 관문”이라며 “병원에서 조금만 더 정보 제공과 연계가 이뤄진다면 퇴원 이후에도 다음 단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재활의 목표는 집으로 돌아가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자리 잡고 자신의 역할을 이어가는 데 있다.

윤종민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취업지원팀 대리는 “올해 처음으로 서울재활병원과 협력해 재활 치료 중이거나 치료를 마친 장애인을 대상으로 취업 연계를 진행했다”며 “앞으로도 맞춤형 상담과 다양한 취업 정보 제공을 통해 중도장애인의 자립적인 삶이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병원에서 사회로 이어지는 회복의 여정 한가운데에는, 치료 이후의 삶까지 책임지려는 의료사회복지사의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제도와 현장을 잇는 작은 실천이 중도장애인의 내일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기획]2026년 미리보는 장애인 고용 제도(4)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공표 제도 개편…실효성 강화

제외 요건 단순화·서류 부담 완화, 고용 노력 미흡 기업은 구분 공표

<사진=AI Chat gpt 생성 이미지>

고용노동부가 2026년,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장애인 고용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중증장애인 고용을 늘린 중소 사업주에 대한 장려금 지급을 비롯해 구직 단계의 소득 지원 강화, 장애인 표준사업장 판로 지원, 고용의무 불이행 사업장 명단공표 제도 개선, 경계선 지능청년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 신설까지 장애인 고용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이 담겼다. 장애인일자리신문에서는 장애인의 고용 진입부터 취업 유지, 기업의 고용 책임 이행에 이르기까지 구조적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장애인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에 대한 명단공표 제도가 올해부터 개편된다. 복잡했던 공표 제외 요건과 과도한 행정 절차를 정비하는 동시에, 반복적으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장애인 고용 자체가 없는 기업에 대해서는 공표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공표 제도’ 개편안이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이번 개편은 그동안 현장에서 제기돼 온 불필요한 서류 제출과 형식적 절차를 줄이고, 명단공표가 실제로 장애인 고용 확대에 기여하도록 제도의 목적을 분명히 하기 위해 추진됐다.

개편의 핵심은 명단공표 제외 요건의 정비다. 앞으로 명단공표 기준 인원을 달성한 기업은 별도의 추가 요건 없이 자동으로 공표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동안 요구되던 불이행 해소계획서 제출, 최고경영자의 인사간담회 참석 등 현장 부담이 컸던 절차는 폐지된다. 이에 따라 기업의 행정적 부담은 줄어드는 반면, 실제 고용 여부가 공표 기준의 중심이 된다.

공표 체계도 보다 엄격해진다. 장애인 고용 인원이 0명인 기업이나 3회 이상 연속으로 명단공표 대상이 된 기업은 명단 공개 시 별도로 구분해 공표된다. 또한 신규 채용을 조건으로 일시적으로 공표에서 제외된 기업이 정해진 기한 내 채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다음 연도 명단공표 대상에 포함돼 공개된다. 형식적인 개선 약속만으로 공표를 피하는 사례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공표가 제재 수단이 아닌 기업의 실질적인 고용 책임을 강화하는 장치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고용 노력이 현저히 부족한 기업을 명확히 드러냄으로써 사회적 책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