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디자인, 장애를 넘어 모두의 삶을 편리하게 하는 공공의 기준으로 확산

경기도 누림센터 모델 구축 계기로 본 국내 유니버설 디자인의 현주소

캐나다 밴쿠버 롭슨 광장의 계단<사진=robsonsquare.ubc.ca>

유니버설디자인은 장애 유무, 성별, 연령을 불문하고 누구나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지향하는 설계 개념으로, 최근 국내 공공시설 개선 정책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건축가 로널드 매이스가 1990년대에 주창한 이후 국제적 설계 철학으로 확립된 이 개념은 이용자의 차이를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별도 조정 없이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1997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연구진이 제시한 일곱 가지 원칙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공공시설 설계 지침의 표준으로 널리 인용되고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의 확산에는 장애인의 접근권을 시민권 차원에서 보장한 미국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 법은 공공건축물뿐 아니라 도로, 대중교통, 통신 등 일상적 공간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접근성 기준을 강화하며, 커브컷과 같은 구조적 변화가 모든 시민에게 이익을 주는 사례를 만들어 냈다.

유럽 주요 도시들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교통체계와 공공건축물 개선을 확대해 왔으며, 영국 런던은 저상버스 도입과 지하철 승하차 간극 최소화를 통해 다양한 이용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도시 모델을 구축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접근성 보장을 국제 기준으로 명문화하며 각국의 제도 개선을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도 공공건축물, 교통시설, 도시 공간 등 여러 분야에서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공공건축물 설계 단계에서부터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으며, 우수 사례를 발굴·확산하기 위한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다양한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사업을 추진하며 지역별 모델 개발을 강화하는 추세다.

최근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가 추진 중인 유니버설디자인 모델화 사업은 이러한 국내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센터는 주출입구, 장애인 주차장, 장애인 화장실, 경보·피난 설비, 유도·안내 설비 등 다섯 가지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실제 공공시설에 적용 가능한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센터는 지난해 조달청 공모를 통해 시공업체를 선정했으며, 오는 2026년 1월까지 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운영을 중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안전관리에 각별히 주력하고 있으며, 완성된 모델은 도내 시군과 공공기관에 공유해 공공시설 접근성을 높이는 표준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은 특정 집단만을 위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모두가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도시 환경의 기준이라는 점에서 그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국내 여러 지자체가 정책과 설계 과정에 이 개념을 적극 반영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특성에 맞는 현장 중심의 모델 구축이 확산된다면 공공시설의 접근성과 안전성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피니언]”장벽 허물고 마음 잇다”… 지구촌이 함께한 ‘세계 장애인의 날’

미국·중국·일본·유럽 등 각국 기념행사 통해 인권 가치 재확인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매년 12월 3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International Day of Persons with Disabilities)’이다. 올해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신체적, 정신적 장벽을 넘어 모두가 동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각국의 장애인 정책 현주소를 확인하고 미래의 포용 사회를 그리는 현장을 짚어본다.

‘세계 장애인의 날’은 1982년 12월 3일 제37회 UN 총회에서 ‘장애인에 관한 세계 행동 계획’이 채택된 것을 기념하여, 1992년 공식 선포되었다.

이 날의 핵심은 장애 문제를 ‘자선’의 관점이 아닌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데 있다.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와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이들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인류 보편의 가치임을 재확인하는 날이다. 2025년 올해의 화두 역시 ‘사회 발전의 중심에 장애 포용을 두는 것’으로, 장애인이 수혜자가 아닌 변화를 이끄는 당사자임을 강조했다.

미국 뉴욕 UN 본부에서는 3일 당일, 전 세계 장애인 인권 운동가들이 모인 가운데 공식 기념식이 거행되었다. 이날 회의의 핵심 주제는 ‘장애인 리더십의 확산’이었다. 미네소타 등지에서는 유명 리얼리티 쇼 출연자들이 참여한 ‘회복탄력성과 포용’ 웨비나가 열려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이는 장애를 극복의 대상이 아닌, 인간의 다양한 정체성 중 하나로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럽연합(EU)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유럽 장애인의 날 컨퍼런스(EDPD)’를 개최 중이다.이곳에서는 실질적인 정책 논의가 주를 이룬다. 특히 가장 주목받는 순서는 ‘2026 접근성 도시상(Access City Award)’ 시상식이다. 장애인이 살기 편리한 도시 환경을 조성한 지자체를 선정하는 이 상은, 유럽 전역의 도시들이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인프라를 경쟁적으로 구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중국은 실용적인 ‘고용 모델’ 홍보에 집중했다. 중국 국영 언론들은 장쑤성 타이창에 위치한 ‘인클루전 팩토리(Inclusion Factory)’를 집중 조명했다. 지적 장애인들이 자동차 부품 생산의 주축으로 활약하는 이곳의 사례를 통해, 장애인 고용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 실질적인 생산성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서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는 문화 접근성 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일본은 12월 3일부터 9일까지를 아예 ‘장애인 주간’으로 지정해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도쿄에서 열린 ‘데플림픽(청각장애인 올림픽)’의 열기를 이어받아 스포츠와 예술을 결합한 행사가 눈에 띈다.오는 6일 도쿄 미나토구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대규모 마켓과 시각장애 체험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JAL 등 주요 기업들도 이 기간을 ‘마음의 배리어 프리 주간’으로 정하고 대고객 캠페인을 펼치며 사회적 인식 개선에 동참하고 있다.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전세계 각국이 전하는 메시지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모두 같은 날을 기념하는 의미는 하나이다. 다 함께 차별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짐의 날 ‘이다.




[기획] 학술논문을통해살펴본장애인삶의모습 (8)시각장애인의 여가제약 요인과 여가활동 만족도 변화에 관한 종단연구

여가활동이 시각장애인 삶의 만족에 미치는 영향 분석
고유 감각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도 함께 논의

<사진=AI Gamma 생성 이미지>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최고의 복지 혜택은 ‘일자리’라는 신념으로 시작됐다.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장애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필요를 느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2018년부터 장애인삶 패널조사를 통해 장애발생 이후의 변화를 장기간추적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데이터를 개방하여 180여편이 넘는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장애인의삶 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대한 학술적 의미의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시각장애인의 여가활동 만족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제시됐다. 여가활동을 제약하는 구조적·환경적 요인이 초기 만족도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관련 장벽을 완화하기 위한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승희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조교수 연구팀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장애인삶 패널조사 1차(2018)부터 4차(2021)까지의 자료를 활용해 성인 시각장애인 368명을 대상으로 여가활동 만족도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잠재성장모형을 적용해 시계열적인 변화와 그 원인을 종합적으로 파악했다.

연구 결과, 시각장애인의 여가활동 만족도는 조사 기간 전반에 걸쳐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중증 시각장애인의 초기 만족도 수준은 경증 시각장애인보다 낮았으며, 경제적 어려움, 거주지역의 접근성 부족, 장애인서비스 이용의 불편 등이 초기 만족도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집단은 시간이 흐르면서 만족도 증가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성별과 학력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남성이 여성보다 초기 만족도가 높았고, 학력이 높을수록 여가활동 만족도 증가율이 크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개인의 사회적 자원과 환경적 조건이 여가활동의 선택과 경험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여가활동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 편의성 확대, 지역 기반 여가시설 접근성 개선, 장애인서비스 이용 절차의 간소화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일상 여가 경험이 지속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차원의 참여 기회 확대와 정보 접근성 강화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참여한 문영민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이 연구는 시각장애인이 경험하는 여가활동 제약을 개인적 차원에서만 해석하기 보다 물리적 제약과 사회·문화적 제약까지 함께 조명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며”제도적 차원의 정보 접근성 확보를 넘어 시각장애인이 고유한 감각을 바탕으로 여가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 사회형평 채용 확대, 장애인 신규인원 늘여

공공기관 장애인 고용 여전히 미흡
부담금만 250억 원 넘어

<사진=근로복지공단 제공>

2024년 공공기관들이 장애인 의무고용 기준을 준수하지 않아 납부한 부담금이 25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부담금 규모가 줄고는 있지만, 여전히 수백 개 기관이 법이 정한 최소 고용률마저 지키지 못한 채 공공의 책무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장애인 정책을 총괄하거나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까지 규정을 위반한 사실은 정부의 고용 정책이 현장에서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체 779개 공공기관 가운데 276곳이 장애인 의무고용률 3.8%를 달성하지 못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관이 납부한 부담금은 총 253억8,800만 원에 달했으며, 서울대병원이 20억5,4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방과학연구소 14억6,500만 원, 한국전력공사 11억6,500만 원 등 주요 기관들이 대규모 부담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서 의원은 특히 장애인 정책을 직접 다루는 부처 산하 기관들에서도 위반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 산하 9개 기관이 부담금을 납부한 가운데 국립중앙의료원은 2억9,000만 원, 국립암센터는 1억1,000만 원을 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 역시 7,800만 원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저작권보호원(44.4%), 대한장애인체육회(17.3%), 한국도로공사서비스(16.9%) 등 일부 기관은 높은 고용률로 대조를 보였다. 서 의원은 이러한 격차가 공공기관 간 장애인 고용 정책 이행 의지의 차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며, 제도적 관리·감독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와중에 근로복지공단이 장애인 19명을 신규채용해 눈길을 끌었다.

공단은 2025년 제2차 행정직 공개채용의 최종합격자 247명을 25일 발표했다. 올해 채용한 신규 인원은  총 620명으로 지난해 460명 대비 35% 증가해 최근 3년내 최대 규모이다.

공단은 사회형평 채용을 적극 확대해 장애인 19명, 취업지원대상자 21명, 고졸 30명 등 총 70명을 선발하며 사회적 책임 이행에도 힘을 실었다. 특히 필기시험 기출문제와 해설 콘텐츠 배포, 전 응시자 대상 피드백 보고서 제공 등 ‘소통채용’ 프로그램을 도입해 구직자들의 준비 부담을 완화하고 실질적 취업역량 강화를 지원했다.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이번 채용은 단순 인력 충원이 아니라 새 정부 국정과제 조기 이행을 위한 전략적 조치”라며, “앞으로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한 채용 문화 정착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2026년 지자체별 장애인 일자리 확대…직무 다양화 속 지속성·질적 과제 남아

돌봄을 넘어 노동과 자립으로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 직무 개발 있어야

지난 5월 인천에서 열린 장애인 채용박람회의 모습<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전국 지자체가 2026년을 앞두고 장애인을 위한 공공·복지·특화형 일자리 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여러 지자체의 계획을 종합하면 내년 장애인 일자리 모집 규모는 지난해보다 증가할 전망이며, 직무 또한 단순 업무에 머물렀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점차 다양화하는 모습이다.

전주시는 2026년 장애인 일자리 참여자를 425명 모집하겠다고 밝히며 일반형, 복지형, 특화형을 모두 포함하는 확대 계획을 24일 내놓았다.

광주 남구는 2026년에 장애인 대상 242개의 일자리를 제공하며 행정보조·환경정비·문화예술 지원 등 다양한 직무를 운영한다. 특화형에는 발달장애인 요양보조와 특수교육 연계형 업무가 포함된다.

용인시는 2026년 장애인 일자리로 총 264명을 모집하며 일반형 108명, 복지형 156명으로 구성된다. 복지형에는 환경정비, 식사지원, 도서관 보조 등 장애 유형에 맞춘 직무가 다양하게 포함된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장애인일자리 지원사업을 2025년 대비 확대 편성해 총 35,846명을 지원하고, 복지형을 중심으로 심한(중증) 장애인 일자리를 약 1,600개 추가한다고 밝혔다. 재원은 중앙정부 예산(복지부 예산안)과 지자체 부담금·수행기관 운영비가 결합된 형태로 편성되며, 2026년에는 전년 대비 약 201억 원 증가한 예산을 배정했다.

이는 취약계층 장애인의 사회참여 확대와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 마련을 위한 정부 정책 기조가 이어진 결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자리의 실질적 질과 지속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복지형 일자리 상당수는 단시간 근로 중심으로 구성돼 경력 형성에 한계가 있으며, 1년 단위 재계약 형태가 많아 장기 고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예산과 행정 여건에 따라 지자체 간 사업 품질의 편차가 크게 발생하는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김기룡 중부대학교 특수교육학과 교수는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에는 고용이라는 성과 외에도 사회 안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하는 경험과 사회적 관계망 확대 및 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6년 장애인 일자리 확대는 분명 의미 있는 전진이지만, 숫자 증가만으로는 실질적 변화에 도달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각 지자체가 직무 설계와 사후 관리, 민간 취업 연계 등을 강화해야 장애인 일자리 사업이 사회통합 정책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기획] 학술논문을통해살펴본장애인삶의모습 (7) 청년장애인의 SNS 이용이 취업성과에 미치는영향

SNS활용에 대한 자신감이 높을수록 취업 가능성 높아
디지털 기반 구직 지원 프로그램 강화 필요

<사진=AI Gamma 생성 이미지>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최고의 복지 혜택은 ‘일자리’라는 신념으로 시작됐다.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장애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필요를 느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2018년부터 장애인삶 패널조사를 통해 장애발생 이후의 변화를 장기간추적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데이터를 개방하여 180여편이 넘는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장애인의삶 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대한 학술적 의미의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장애인의 SNS 활용 역량이 구직 행동과 취업 성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전보영 명지전문대학 보건의료정보과 조교수 팀은 장애인삶 패널(2022~2023) 자료를 활용한 논문에서 SNS 자기효능감과 인지된 유용성이 구직활동과 취업 여부에 어떤 경로로 작용하는지를 규명했다.

연구팀은 2022년 기준 만 20~49세 미취업자 587명을 대상으로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했다. 성별, 연령, 지역, 교육수준, 장애정도, 건강상태 등 주요 요인을 통제한 뒤 SNS 자기효능감과 인지된 유용성이 2022년 구직활동과 2023년 취업 여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전체 응답자 중 SNS 이용자는 23.3%에 해당하는 137명이었다. SNS 자기효능감이 높은 경우 구직활동 가능성 뿐 아니라 다음 해 취업 가능성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긍정적 영향이 나타났다. 특히 SNS 자기효능감이 취업에 미치는 영향은 구직활동을 매개로 하는 간접효과도 존재해, SNS 활용에 대한 자신감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때 취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짐을 보여줬다.

SNS 인지된 유용성 역시 SNS 미이용자 대비 취업 가능성을 높였으나, 구직활동을 통한 매개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SNS를 유용한 도구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취업 성과에 직·간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조선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통계센터 부연구위원은 “SNS 이용에 따른 고유한 효과가 확인될 경우 기존 취업지원 서비스와 차별화된 SNS 활용 확대에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며 “SNS 이용을 구직활동으로 연결하기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등 역량 강화 지원이 적절한 정책 대안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과 디지털 활용 능력이 노동시장 진입 과정에서 갖는 중요성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또한 장애인의 SNS 활용 역량 강화와 디지털 기반 구직 지원 프로그램이 향후 고용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했다.




2025 도쿄 데플림픽, 한국 선수단 메달 행진 이어가

다양한 장애인 국제 스포츠 대회 열려
종목과 장애 유형에 따라 독립적 운영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2025 도쿄 데플림픽 8일차인 22일, 대한민국 선수단이 6개 종목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추가하며 선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태권도·사격·볼링에서 고른 성과가 이어지면서 선수단의 종합 경쟁력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데플림픽은 세계 청각장애인을 위한 국제 종합 스포츠대회로, 1924년 프랑스 파리에서 첫 대회가 열린 이후 100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데플림픽이 장애인 국제 스포츠 중 가장 빠르게 국제 대회 체계를 갖춘 사례로 평가한다. 청각장애 특성에 맞춘 시각 신호 기반 경기 규정을 도입하며 독자적인 스포츠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2001년 ‘데플림픽’이라는 공식 명칭이 채택되면서 국제적 위상도 한층 강화됐다.

장애인 국제 스포츠 무대는 데플림픽 외에도 패럴림픽, 스페셜올림픽, 시각장애인 스포츠 국제연맹 경기(IBSA), 지적장애·발달장애 국제스포츠연맹(INAS) 대회, 휠체어농구·휠체어테니스 세계선수권 등 다양한 종목별 세계대회로 폭넓게 구성되어 있다. 장애의 유형과 특성에 맞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독립된 국제연맹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도쿄 나카노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태권도 품새 경기에서는 정혜근이 여자 개인전에 출전해 금메달을, 이수빈이 남자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두 선수는 혼성 페어에서도 은메달을 따내며 첫 출전에서 모두 메달을 기록했다.

사격 종목에서는 정다인이 여자 50m 소총 3자세에서 은메달을 추가하며 대회 두 번째 메달을 챙겼다. 볼링 여자 2인조 경기에서는 이찬미-허선실 조가 결승에서 말레이시아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같은 종목에 나선 안형숙-박선옥 조는 준결승 문턱에서 탈락하며 동메달을 기록했다. 육상에서는 지난 대회 은메달리스트 공혁준이 남자 200m 결승행을 확정지었다.

경기를 마친 뒤 정혜근은 “첫 데플림픽인데 이렇게 금메달 딸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쁘다”면서 “항상 응원해주신 부모님, 대표팀 감독님과 코치님 그리고 저희 도장 관장님, 코치님께 너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페어는 저희가 정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생각한다. 저랑 같이 한 이수빈 선수에게 고생 많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 대회는 종반으로 향하고 있으며, 한국 선수단은 여러 종목에서 메달 사냥에 나선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하고 있는 장애인 선수들의 활약에 관심과 응원이 필요할 때다.




ESG경영에 대한 노력은 점차 확산… 장애인 고용 실태는 기업별 편차 여전

기업 평가 체계 강화되며 포용적 고용 논의 확대
현장 중심 개선 필요

<사진=AI Gamma 생성 이미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준이 강화되면서 ESG 경영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제도화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과 이사회 차원의 ESG 위원회 운영이 보편화되는가 하면, 공급망과 협력사까지 ESG 기준을 확장하는 흐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에 비해 장애인 고용분야의 실질적인 성과는 기업 규모와 의지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일부 기업들은 포용적 고용을 ESG 전략의 중심에 두고 구체적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운영을 통해 직무 발굴과 안정적 근로 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으며, 제조·물류·사무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을 시도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ESG 성과 가운데 장애인 고용을 중요한 영역으로 제시하며 직무의 범위를 꾸준히 넓혀왔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통해 제과제빵, 방진복 제작, 세탁 공정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장애인의 직무 지속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 고용률도 법정 기준을 상회하며, 기업 내부 인식 개선 프로그램과 연계된 노력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협력해 장애 친화적 일터 조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규 적합 직무를 발굴하는 동시에 근무 환경을 정비하고, 구성원의 인식 전환을 위한 교육을 병행하면서 장애인 고용의 구조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기업은 여전히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장애인 의무고용을 대신하고 있다. 실제 일자리 창출보다 현실적인 비용 회피를 우선시 하면서 장애인의 직무 선택권과 성장 가능성이 제한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글로벌 수준으로 강화되고 있는 만큼, 장애인 고용을 사회적 기여의 부수적 요소가 아닌 기업 전략의 핵심 축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고용이 ESG 경영의 사회적 요소를 대표하는 영역으로 자리 잡은 만큼, 향후 기업들은 단순 채용 확대를 넘어 직무 재설계, 작업 환경 개선, 내부 문화 변화 등 구조적 접근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SG 공시 의무화가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장애인 고용의 질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짜 장애인기업 제재 강화, 진정한 기업 보호 나선 중기부

중소벤처기업부, 재신청 제한 3년으로 확대
제도 신뢰성 확보와 공정 경쟁 기반 마련

<사진=AI Gamma 생성 이미지>

중소벤처기업부는 거짓이나 명의 대여 등 부정한 방식으로 장애인기업 확인이 취소된 경우, 재신청 제한 기간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는 ‘장애인기업활동 촉진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오는 11월 28일부터 시행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가짜 장애인기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진정한 장애인기업이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중기부 관계자는 “제도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장애인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장애인기업은 공공조달 우대, 창업교육, 컨설팅, 전시회 참여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2022년 기준 장애인기업 수는 약 16만 4,660개사이며, 이들이 창출한 매출은 약 75조 원에 이른다. 이러한 제도적 지원은 장애인기업이 지역 경제와 산업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이 허위 방법으로 장애인기업 확인을 취득하거나 명의를 대여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적발되면서, 제도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허위 의심 장애인기업 65곳이 공공기관에 1,310건, 약 575억 원 규모의 납품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행령 개정이 제도 악용을 막는 중요한 조치이지만, 단순 제재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체계적 사후 관리와 투명성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기부는 이대건 소상공인정책관은 “이번 시행령 개정은 장애인기업 확인제도의 신뢰성을 높이는 중요한 조치”라며, “장애인기업이 공정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우리 경제의 또다른 축, 장애 경제인들의 도전과 혁신

장애인기업은 양적으로 성장중
지속적 성장에는 어려움이 많아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우리나라 장애경제인들이 기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겪는 구조적 어려움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기업은 지난 20년간 양적으로 큰 성장을 이루고 있으나, 금융 접근성의 한계와 낮은 시장 경쟁력, 산업 구조의 취약성 등으로 경영 안정성 확보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초기 자본 조달의 어려움, 공공구매 제도의 기관별 편차, 디지털 전환 대응 역량 부족 등은 장애경제인의 지속 성장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장애인기업이 소규모 사업체로 운영되면서 전문 인력 확보가 어렵고, 판로 개척에서도 브랜드 인지도 부족으로 시장 진입 장벽이 크다는 점도 지속적인 부담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와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는 지난 13일 서울 코엑스마곡에서 제20회 전국장애경제인대회를 개최했다. 올해 행사는 대회 20주년을 맞아 11월 10일부터 14일까지를 장애인기업 주간으로 지정하고 수출 상담회, 창업캠프, 온라인 판매전, 정책토론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장애경제인의 활동을 알리는 시간을 가졌다.

시상식에서는 모범 장애경제인과 장애인기업 육성 유공자, 공공구매 유공기관, 창업아이템 경진대회 수상자 등에게 표창이 수여됐다.

이대건 소상공인정책관은 “장애경제인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지난 20년간 우리 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해 왔다”며, “중기부는 앞으로도 장애인기업이 공정한 경쟁 속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장애경제인의 성장이 우리 경제의 또 다른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제도적 보완과 정책 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 접근성 강화, 판로 확보 지원 확대, 디지털 역량 강화, 공공구매 체계 개선 등은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지적된다. 또한 장애인기업의 업종 다변화와 기술 기반 산업 진입을 위한 중장기 전략 마련, 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 등도 향후 정책적 대안으로 제시된다. 장애경제인의 도전과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할 수 있는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원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