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제 손이 이렇게 지저분하다구요?

경기도,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대상 식품안전교육 실시
보건환경연구원 협업으로 체험형 교육 진행

<사진=경기도 장애인일자리팀 제공>

경기도는 9월 15일 부터 10월 15일까지 도내 4개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이용 장애인과 종사자등 약 200명을 대상으로 식품안전교육을 실시했다. 교육에 참가한 한 종사자가 자신의 손을 점검한 사진을 들여다 보는 모습. 이날 참가한 참가자들 모두 식품안전에 대한 새로운 내용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손끝으로 보는 지도 ‘촉각지도’를 아시나요?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을 상징하는 ‘흰 지팡이의 날’
정보 접근성 향상에도 관심이 필요

국립서울맹학교에 설치된 ‘서울 지하철노선 촉각지도'<사진=실로암시각장애인학습지원센터 제공>

10월 15일은 시각장애인의 이동권, 자립성, 사회참여를 홍보하고 장애 인식 개선을 촉진하기 위해 지정된 ‘흰지팡이의 날’이다.

‘흰지팡이’는 시각장애인이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보조도구이자 자립의 상징이다. 또한 사회가 시각장애인에게 제공해야할 물리적 환경, 제도적 보장, 배려와 인식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계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 사회 곳곳에는 시각장애인이 길을 찾아가기 어려운 현실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안내 표지판은 글자 중심으로만 구성돼 있고, 복잡한 건물 구조로 인해 방향 감각을 잡기 어렵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는 대안으로 ‘촉각지도’가 주목받고 있다.

위치 인텔리전스 분야의 글로벌 리더인 에스리(Esri)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지도 제작 지침서 ‘촉각 지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지도 제작(Tactile Mapping: Cartography for People with Visual Impairments)’을 출판했다.

이 책은 시각장애인의 공간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지도 제작 방법을 담고 있으며, 전문가들이 집필한 이론적 해설과 실제 사례 연구, 사용자 경험이 함께 수록돼 있다.

최근에는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정밀 족각지도 제작이 확대되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등은 주요 관광지와 교육시설을 중심으로 점자 촉각지도를 보급하고 있으며,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청사 내 안내판을 촉각형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저시력인을 위한 고대비 색상 인쇄본과 디지털 촉각지도 연구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동권 보장은 접근권 보장과 맞닿아 있다”며 “손끝으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흰 지팡이의 날’을 기념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흰 지팡이의 날’ 하루만을 기념하고 그칠 것이 아니라 누구나 경계 없이 이동하고 손끝으로도 세상을 읽을 수 있는 사회를 위해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여전히 절실하다.




[기획] 학술논문을 통해 살펴본 장애인삶의 모습 (2) 장애인 자녀를 둔 아빠는 일을 열심히, 엄마는 운동을 신나게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주평균 운동일수가 우울에 미치는 영향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

<사진=AI로 생성한 이미지>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최고의 복지 혜택은 ‘일자리’라는 신념으로 시작됐다.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장애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필요를 느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2018년부터 장애인삶 패널조사를 통해 장애발생 이후의 변화를 장기간추적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데이터를 개방하여 180여편이 넘는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장애인의삶 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대한 학술적 의미의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 부양 부담으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 어려움이 발생한다. 또한 장애를 발견하는 시기가 빨라질수록 장애 자녀를 돌봐야 하는 부모의 어려움이 오랫동안 지속된다. 이러한 부모의 우울을 개선할 수 있는 건강관련 사회심리적 보호요인을 발굴하고 정책적 지원을 모색하는 연구가 있다.

삼육대학교 보건학과 김지연 박사팀은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5회 장애인삶 패널조사 학술대회에서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주평균 운동일수가 우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주평균 운동일수가 우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부모의 성별 차이에 따른 지원 방향을 탐색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장애인삶 패널조사 ‘6차수 데이터’를 기반으로 총 1,849명(아버지 686명, 어머니 1,163명)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주평균 운동일수는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우울 완화에 전체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성별로 구분했을 때 여성은 운동 빈도가 우울에 직접,간접적으로 모두 유의한 영향을 보였던 반면 남성은 간접효과만 유의하게 나타났다. 남성에게는 운동보다는 직업의 유무가 운동에 비해 더 의미있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발표를 맡은 김지연 박사는 “연구에서 나타난 성별 격차는 국가의 가족정책 유형과 건강 간의 구조적 관련성을 시사한다. 이는 장애인 자녀의 돌봄 부담의 분배, 직업, 소득 등의 격차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토론을 진행한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김지영 교수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여성 부모는 돌봄 부담으로 인한 참여 제약을 고려해 단기 돌봄, 지역사회 소그룹 운동 프로그램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남성 부모는 일,가정 양립 지원과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기획] 학술논문을 통해 살펴본 장애인삶의 모습 (1)회복탄력성과 정서적 도움 및 지지가 장애인의 우울에 미치는 영향

정서적 지지와 회복탄력성으 우울을 완화하는 핵심요인
장애발생 시기와 상관없이 우울을 감소시키는 개입 필요

<사진=AI 이미지 Gamma>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최고의 복지 혜택은 ‘일자리’라는 신념으로 시작됐다.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장애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필요를 느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2018년부터 장애인삶 패널조사를 통해 장애발생 이후의 변화를 장기간추적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데이터를 개방하여 180여편이 넘는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장애인의삶 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대한 학술적 의미의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신체적·인지적 제약으로 인해 우울 등 정신건강 문제에 더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다. 이에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고용서비스정책학과 금창민 교수 연구팀은 장애인의 정서적 지지, 회복탄력성, 우울 간의 관계를 분석해 장애발생 시기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연구질문으로 ‘장애인의 우울과 회복탄력성의 관계에서 정서적 도움 및 지지의 매개효과가 유의한가?’ ‘정서적 지지와 회복 탄력성의 관계에서 장애발생시기의 조절효과가 유의한가?’’우울과 회복탄력성의 관계에서 정서적 도움 및 지지를 통한 장애발생시기의 조절된 매개효과가 유의한가?’등을 살펴 보았다

연구팀은 ‘장애인의 삶 패널조사’ 제6차 자료를 바탕으로, 만 19세 이상 장애인 응답자 3,474명의 사례를 분석했다.

그결과 정서적 지지와 회복탄력성이 장애인의 우울을 완화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확인됐다. 즉, 주변 사람들의 정서적 도움과 사회적 지지가 충분할수록 장애인은 스트레스를 더 잘 이겨내고, 우울감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회복탄력성은 정서적 지지가 우울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장애가 언제 발생했는지와는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창민 교수는 “장애가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관계없이, 장애인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꾸준한 정서적·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며 “장애인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정서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장애인의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의 특성보다 사회적 지원의 문제로 바라볼 필요성을 제시하며, 보다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원정책의 방향을 시사하고 있다.

이날 토론을 진행한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 김원호 교수는 “이 연구는 선행연구에서 제시된 제한점을 보완하고자 장애 발생 시기라는 시간적 변수를 투입하여 탐색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다만 장애 발생시기와 장애수용의 상관관계, 장애 정도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연구가 학문적, 실천적으로 장애인 복지 현장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라며 평했다.




[포토]장애인의 삶에 대한 연구…우리에게 맡기세요

제5회 장애인삶 패널조사 학술대회에서 우수논문상을 수상한 대학원생들의 모습<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제5회 장애인삶 패널조사 학술대회에서 우수논문상을 수상한 대학원생들이 발표하는 모습.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지만 내용 만큼은 어느 중견 연구자 못지 않게 알차게 준비했다. 장애 당사자이기도 한 발표자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열정적이고 내실 있게 장애인의 삶에 대해 연구하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나라 장애계의 미래가 더욱 밝아진다.




[포토]행복해지는데 필요한것…장소와 음악뿐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지난 9월 20일 광주시 장애인 한마음 체육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 놀라운 것은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는데 예정되지 않은 시간에 음악에 맞춰 땀을 뻘뻘 흘리며 스스로 즐기고 있다는 것. 장소와 음악만 있으면 언제라도 행복할 준비가 돼 있는 모습이다.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장애인 체육대회가 일회성 행사라 비판받더라도 계속 진행해야하는 이유다.




문학속에 담긴 장애인의 이야기-일상 속의 장애인을 주제로한 공모전 열려

제11회 스토리텔링 공모전 시상식 개최

<사진=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밀알복지재단이 공동 주최한 ‘제11회 스토리텔링 공모전’ 시상식이 성황리에 열렸다. ‘일상 속의 장애인’을 주제로 열린 이번 공모전은 일상, 고용, 아동·청소년 세 부문에서 600편이 넘는 작품이 접수될 만큼 큰 관심을 모았다. 고용 부문 대상작으로는 박항승 씨의 ‘장애가 있는, 그래서 더 가까운 특수교사입니다.’가 선정되었는데, 장애 당사자이자 교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전한 점이 돋보였다.

이처럼 문학적 형식으로 풀어낸 장애인의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의 체험담을 넘어 우리 사회가 어떤 시선으로 장애를 바라보고 있는지, 또 어떤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장애를 소재로 한 창작 활동은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목소리를 내는 통로이자, 비장애인이 장애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특히 이번 공모전은 신설된 아동·청소년 부문을 통해 새로운 세대가 장애를 어떻게 인식하고 표현하는지 보여주었다. 이는 향후 우리 사회가 더욱 포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문화적 자산이 될 것이다. 또한 수상작들을 작품집과 오디오북으로 제작·배포하기로 한 결정은 장애인문학이 특정 행사에 그치지 않고 널리 공유될 수 있도록 하는 의미 있는 시도다.

장애는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이 함께 겪고 살아가는 현실이다. 문학과 스토리텔링을 통해 드러난 장애인의 삶은 때로는 아픔과 차별을 말하고, 또 때로는 도전과 희망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이 목소리들이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흔히 장애인을 체육 경기나 직업 영역에서만 조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문화와 예술, 문학의 영역에서도 장애인들은 활발히 창작하고 있으며, 그 작품들은 사회적 공감을 넓히는 힘을 갖고 있다. 현실에서 접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은 고단하고 힘든 일상에 찌들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문학의 언어로 다시 비춰지는 장애인들의 삶과 이야기들은 또다른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바쁜 일상속에 흘려보내거나 무관심하기 쉬운 이들의 이야기를 문학의 형태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기획]UN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 이후 국내 현실

UN장애인권리협약으로 살펴본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인권 현주소(3)
여전히 남아있는 장애인 권리 실현의 과제

우리나라는 2008년 UN 장애인권리협약이 발효된 뒤 2022년 선택의정서가 비준될 때까지 14년동안 관련된 제도적, 정치적 논의와 사회적 인식의 차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선택의정서는 협약 당사국 내에서 권리 침해를 당한 장애인이 국내 구제절차를 모두 거치고 난 후에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을경우 UN인권위원회에 직접 진정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만큼 협약 인준국가의 장애인 인권 수호 의지를 전 세계에 천명하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그동안 우리나라에 여러가지 권고를 내놓았는데 그 핵심사안은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지역사회 통합 부족 △특수학교 중심 교육 체제와 통합교육의 미흡 △장애인 고용률 저조와 노동시장 차별 △정신장애인에 대한 강제 입원과 치료 관행 △여성·아동 장애인의 이중 차별 △접근권(교통·정보·시설)의 미비 등이었다. 특히 ‘시설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은 반복적으로 강조됐다.

2022년 9월 제2·3차 병합 심의에서 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일부 제도적 진전을 이뤘음을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구조적 차별이 남아 있음을 지적했다. 위원회는 장애인 탈시설을 위한 구체적 계획 수립, 노동시장 내 실질적 기회 보장,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지원 주거 확대, 정보 접근성 강화 등을 권고했다.

정부는 2022년 이후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논의를 본격화했고, 2025년부터 단계적 탈시설 로드맵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논의, 공공기관 의무고용률 점검 강화, 장애인 접근권 개선 사업 확대 등 구체적 정책들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오랜시간 성장중심의 정책을 우선시 하던 사회적 분위기등을 이유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엔 시간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있다.

탈시설 정책은 예산과 지역사회 기반 부족으로 속도가 더디고, 장애인 고용률은 여전히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통합교육 또한 법적 근거는 마련되었으나 현장 교사 지원과 인식 개선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피지와 라오스의 장애 관련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 11명을 대상으로 ‘2025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하UNCRPD) 역량강화 연수’를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일원에서 개최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장애계에서 고민하고 연구했던 여러가지 정책과 실천 방안들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 장애 전문가들과 공유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경제적 문화적으로 선도적인 위치에 있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볼 때 장애인들의 인권 신장을 위한 실질적인 결과물 또한 이제는 주목 받아야 할 때다.




[기획]UN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까지 14년, 한국 사회의 숙제

UN장애인권리협약으로 살펴본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인권 현주소(2)
장애인의 권리 구제의 문을 여는 데 걸린 시간

22년 12월 9일 국회 본청 앞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비준을 축하하며 케이크를 커팅하는 모습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우리나라는 2008년 12월 UN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했지만, 동시에 채택된 선택의정서의 비준은 오랜 기간 미뤄졌다. 2009년 1월 국내에서 협약이 발효된 이후 선택의정서가 비준된 것은 2022년 12월 8일로, 무려 14년 만의 일이다. 그 배경에는 여러 제도적·정치적 논의와 사회적 인식의 차이가 얽혀 있었다.

선택의정서는 협약 당사국 내에서 권리 침해를 당한 장애인이 국내 구제 절차를 모두 거친 뒤에도 문제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직접 진정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마련한다. 또한 위원회가 특정 국가의 체계적이고 중대한 권리 침해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선택의정서 비준은 국내 제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국제적으로 다룰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에서는 선택의정서가 ‘국가의 사법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위원회 권고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고 국가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이유로 신중론이 강했다. 아울러 국내 법·제도가 협약의 기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했다.

장애인단체들은 줄곧 비준을 촉구해왔다. 협약의 이행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감시와 권리 구제 절차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과 아시아의 여러 OECD 회원국들은 협약과 함께 선택의정서도 신속히 비준해 국제적 기준을 충족시켰다. 반면 한국은 국제인권규범의 ‘절반만 수용한 상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022년 들어 상황은 변화했다. 정부가 국제 인권규범 준수를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장애인 인권 보장 강화를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비준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결국 같은 해 12월 국회가 선택의정서를 의결해 한국은 협약·선택의정서 모두를 공식적으로 수용한 100번째 비준국이 됐다.

비준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선택의정서 체제 안에서 한국은 이제 국제사회의 감시와 평가를 정기적으로 받게 된다. 이는 국내 장애인 권리 보장의 미비점을 국제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지만, 동시에 제도를 개선하고 권리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기획]장애인 인권의 이정표, UN 장애인권리협약이란

UN장애인권리협약으로 살펴본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인권 현주소(1)
국제사회의 합의로 탄생한 보편적 권리장전

장애인의 권리는 더 이상 시혜나 보호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라는 인식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어 왔다. 이러한 흐름을 제도적으로 집약한 것이 바로 ‘UN 장애인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CRPD)’이다.

협약은 2006년 12월 13일 제61차 유엔총회에서 채택됐으며, 2008년 5월 3일 발효됐다. 장애인을 특정 집단이 아닌 인류 공동체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규정하고, 교육·노동·정치·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며 실질적 권리를 보장하도록 명문화했다. 이는 국제인권 규약 가운데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각국의 서명과 비준을 이끌어낸 협약으로, 현재 190개국 이상이 가입했다.

이 협약의 탄생 배경에는 여러 흐름이 있었다. 1981년 ‘세계 장애인의 해’를 선포하며 장애 문제를 국제사회 의제로 본격화한 이후, 유엔은 「장애인 행동계획」과 「기회균등화 표준규칙」 등을 통해 권리 보장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권고 수준에 머문 한계는 분명했고, 장애인의 실질적 인권 보장을 위한 구속력 있는 국제 규범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장애인 당사자 운동이 확대되면서 “복지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멕시코의 제안으로 2001년 유엔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었고, 각국 정부와 국제 NGO, 장애인 단체가 참여한 논의를 거쳐 협약이 마련되었다. 협약은 △개인의 존엄성과 자율성 존중 △차별금지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참여 △다양성 존중 △형평성과 기회균등 등을 기본 원칙으로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각국 정부에 법과 제도를 개혁할 구속력을 가진 국제 인권 기준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2008년 12월 협약을 비준해 2009년 1월 국내에서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는 장애인 정책을 국제 인권 규범과 접목시키는 출발점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만 협약과 함께 제정된 ‘선택의정서’의 비준은 이후 14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선택의정서는 장애인이 자국에서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을 경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직접 진정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로, 실질적 권리 구제 수단으로 평가된다.

본지는 이번 기획을 통해 UN 장애인권리협약의 제정 배경과 의미, 선택의정서 비준까지의 과정, 그리고 우리나라가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권고 사항과 이행 상황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보고자 한다. 협약의 정신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의 제도와 일상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남은 과제와 실천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이번 연재의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