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장애인의 한 표는 준비돼 있는가…참정권 보장, 교육에서 시작된다

발달장애인 맞춤형 선거교육 확대 필요
투표 참여 넘어 ‘주권자 시민’으로서 권리 행사 지원해야

<사진=한국장애인개발원 제공>

선거철이 다가올 때마다 정치권은 유권자의 한 표를 얻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투표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보 접근의 한계와 제도적 장벽으로 인해 참정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려운 유권자들이 존재한다.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장애인 유권자들이 대표적이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세종특별자치시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가 최근 진행한 발달장애인 대상 맞춤형 선거교육 프로그램은 이러한 현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센터는 주간활동서비스 이용자와 장애인보호작업장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정책선거의 의미와 투표 절차를 설명하고, 모의투표 체험을 통해 실제 선거 과정을 익힐 수 있도록 지원했다.

선거는 단순히 투표소를 방문해 기표하는 행위가 아니다. 후보자와 정책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사를 판단해 선택하는 민주주의의 핵심 과정이다. 하지만 많은 발달장애인들은 복잡한 선거 정보와 어려운 용어 때문에 선거에 대한 이해 자체가 쉽지 않다. 선거공보물이나 후보자 공약 역시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아 정보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다.

문제는 이러한 정보 격차가 결국 투표 참여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장애인 참정권 보장 논의는 오랫동안 투표소 접근성이나 이동권 문제에 집중돼 왔지만, 최근에는 이해하기 쉬운 정보 제공과 선거교육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되고 있다. 투표할 권리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권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반복적인 체험과 쉬운 설명이 병행될 때 선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교육에서 진행된 모의투표 역시 실제 선거 환경을 미리 경험함으로써 낯선 절차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고 자신감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은 특정 집단에 대한 배려 차원을 넘어 민주주의의 완성도와 직결된 문제다. 유권자의 일부가 정보 부족이나 제도적 장벽으로 인해 사실상 선거 과정에서 배제된다면 민주주의 역시 온전하다고 보기 어렵다.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장애인 관련 기관을 중심으로 선거교육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사업 규모는 제한적이다. 선거가 임박해서 일회성으로 실시되는 교육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애인 평생교육 체계 안에서 지속적인 시민교육과 참정권 교육이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지방선거관리위원회는 쉬운 공약 자료와 그림·영상 기반 선거정보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정당과 후보자들 역시 장애인 유권자를 위한 접근 가능한 선거 홍보물 제작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장애인의 한 표는 결코 특별한 표가 아니다. 다른 모든 시민의 한 표와 같은 가치를 지닌 소중한 권리다. 선거 때마다 장애인 유권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참정권 보장의 출발점이다.




“찾아오는 복지” 넘어 “찾아가는 의료”로… 중증장애인 의료 공백 줄이려는 지자체의 역할 커진다

청주 금천동 사례처럼 현장 방문 확대 필요
이동권·돌봄 공백 해소 위한 지역 중심 대응 요구

<사진=청주시 제공>

중증장애인들에게 병원은 단순한 의료기관이 아니다. 이동수단 확보부터 보호자 동행, 긴 대기시간까지 감당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병원 방문 자체가 하나의 ‘장벽’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다양한 보건복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의료 접근성의 한계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장애인의 미충족 의료 경험은 비장애인보다 높게 나타난다. 특히 뇌병변장애인 등 중증장애인의 경우 이동의 어려움과 동행자 부재 등으로 인해 병원 진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히 의료비 부담 문제가 아니라 “병원까지 가는 과정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의 ‘찾아가는 보건복지 상담’은 단순 행정서비스를 넘어 중증장애인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중요한 역할로 주목받고 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은 지난 28일 중증장애인 가구를 직접 방문해 혈압·혈당 측정과 복약지도 등을 포함한 보건복지 상담을 진행했다. 현장에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식이다. 규모가 크거나 화려한 사업은 아니지만, 스스로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에게는 실질적인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이러한 방문형 서비스는 단순 안부 확인을 넘어 건강 악화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작은 건강 이상도 장기 입원이나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정작 이동의 어려움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상당수 지자체의 관련 사업이 여전히 ‘복지 상담’ 중심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전화 상담이나 단순 행정 안내 수준을 넘어 실제 건강관리와 의료 연계까지 이어지는 체계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장 인력 부족과 예산 한계 역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장애인 복지정책이 단순 지원 확대를 넘어 ‘의료 접근권 보장’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방문간호와 복지상담을 통합 운영하고, 장애인 건강주치의와 연계한 지역 중심 건강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동지원 서비스와 활동지원 인력을 의료 이용 과정과 연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중증장애인의 의료 접근성 문제는 개인의 불편을 넘어 지역사회 돌봄 체계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다. 청주시 금천동 사례처럼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작은 실천들이 확대될 때, 비로소 ‘받을 수 있는 권리로서의 의료’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자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장애인 고용에 나선 대기업들… 이제는 ‘확산 가능한 모델’ 고민할 때

현대모비스 ‘모아빛’ 출범 주목
기업 사례 넘어 중소기업 참여 이끌 정책 지원 필요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가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모아빛’을 출범시키며 장애인 고용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을 단순 의무 이행이 아닌 ESG 경영과 지속가능 성장 전략의 일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흐름으로 평가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6일 경기도 의왕연구소에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모아빛’ 개소식을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현대모비스는 지분 100%를 직접 출자해 사업장을 설립했으며, 스팀세차·번역·음악단 운영 등 자동차 산업과 연계된 직무를 중심으로 장애인 고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까지 100명 이상의 장애인 근로자를 직접 채용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특히 이번 사례는 단순히 장애인 고용률을 맞추기 위한 형식적 접근에서 벗어나, 장애인 근로자의 직무 전문성과 근무 환경 개선까지 함께 고민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용 셔틀버스 운영, 재택근무 도입, 정신건강 케어 프로그램 지원 등은 장애인을 ‘배려의 대상’이 아닌 함께 일하는 구성원으로 바라보려는 기업 문화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삼성·SK·LG·포스코·현대차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도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 사무보조나 환경미화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IT 행정지원·디지털 업무·문화예술·번역·서비스 운영 등 직무 영역 역시 다양해지는 추세다.

이 같은 변화는 장애인 고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장애인 채용 자체보다 “어떤 업무를 맡길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더 크다는 이야기가 많다. 대기업들이 새로운 직무를 개발하고 운영 모델을 구축하는 과정 자체가 향후 장애인 고용 시장 확대에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모델이 현실적으로 대기업 중심 구조라는 한계 역시 존재한다. 별도 법인 설립과 운영 인력 확보, 공간 구축, 직무 개발, 복지 지원 체계 마련까지 감안하면 상당한 초기 투자와 유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력과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모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로 많은 중소기업들은 장애인 고용 의지가 없어서라기보다 적합한 직무 발굴과 근무 지원 체계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결국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 고용을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거나, 한 명의 채용조차 조직 운영에 부담이 되는 현실적 문제에 부딪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성공 사례를 적극적으로 확산시키는 동시에, 중소기업도 참여할 수 있는 현실적 지원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공동형 표준사업장 모델이나 업종별 직무 컨설팅, 현장 적응 지원 시스템 등이 대표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특히 최근에는 AI와 디지털 기반 업무 확산으로 재택근무와 원격 협업 환경이 확대되면서 장애인 고용 방식 역시 다양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물리적 이동과 현장 근무 중심의 기존 고용 개념에서 벗어난다면 중증장애인을 포함한 보다 폭넓은 고용 모델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장애인 고용은 이제 일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차원을 넘어 산업 전반이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대기업들의 움직임은 분명 반가운 변화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가 일부 대기업의 ESG 전략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전체의 고용 구조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 규모와 여건에 따라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해법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애인도 유권자입니다”…지방선거 앞두고 커지는 참정권 보장 움직임

투표 접근성 개선·정보 제공 확대 이어져
양천장애인유권자연대, 시민 대상 투표독려 캠페인 진행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과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움직임이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도 지역사회의 동등한 시민이자 유권자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장애계는 투표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해 온 접근성 문제를 지적해 왔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위한 이동 편의 부족,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및 음성 안내 미비,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정보 부족 등은 장애인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벽으로 꼽혀왔다. 실제로 장애인단체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투표권은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참여 환경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지방자치단체, 장애인단체들을 중심으로 장애인 유권자를 위한 다양한 활동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선거정보 제작, 수어 통역 확대, 장애인 접근 가능한 투표소 개선 요구, 이동지원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장애인 당사자들 역시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직접 정치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서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시민들을 만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활동에 나선다. 양천장애인유권자연대는 오는 28일 서울 목동역 오거리 일대에서 시민 대상 ‘투표 독려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캠페인에는 양천지역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와 중증장애인 당사자 등이 참여해 피켓팅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장애인도 유권자입니다”, “우리 모두 함께 투표해요” 등의 문구를 통해 시민들에게 투표의 중요성을 알리고, 장애인의 정치 참여 필요성을 직접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양천장애인유권자연대는 지방선거가 복지·교육·일자리·문화 등 시민들의 삶과 직결된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인 만큼 장애인의 참여 역시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애인 정책은 실제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때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장애인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활동은 장애인 참정권 논의가 단순히 ‘투표 편의 제공’ 수준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장애인 스스로가 유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하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정치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계 안팎에서는 “정치가 삶을 바꾸는 만큼 장애인도 더 이상 정치의 주변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장애인 정책은 지방정부의 역할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장애인 이동권, 활동지원, 평생교육, 문화예술, 체육, 일자리 정책 상당수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과 행정 방향에 따라 결정된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삶과 가장 가까운 선거라는 평가도 나온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지방선거가 장애인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투표율을 높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유권자들이 정책을 요구하고 후보를 검증하며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주체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양천장애인유권자연대 역시 앞으로도 장애인의 권리 보장과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활동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보이지 않아도 플레이할 수 있다”…게임 접근성이 바꾸는 장애인 문화권의 기준

넷마블 사례로 본 ‘즐길 권리’의 확장
장애인 접근성, 복지 아닌 콘텐츠 경쟁력으로 떠올라

<사진=넷마블 제공>

게임 산업에서 장애인 접근성은 오랫동안 ‘부가 기능’ 정도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게임업계 안팎에서는 접근성을 단순한 배려가 아닌 ‘문화 향유권’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시각장애인 이용자의 의견을 실제 게임 시스템 개선으로 연결한 넷마블의 사례는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넷마블은 최근 오픈월드 RPG ‘일곱 개의 대죄: Origin’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용 접근성 기능을 도입했다. 계기는 일본의 한 시각장애인 이용자가 보낸 점자 편지였다. 이용자는 게임의 음향 연출에 높은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방향 탐색과 사물 위치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고, 개발진은 이를 반영해 청각 기반 안내 시스템을 새롭게 적용했다.

이번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한 기업의 ‘미담’ 차원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장애인 접근성 논의는 주로 교통, 교육, 고용, 금융 등 필수 생활영역에 집중돼 왔다. 반면 게임과 문화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사회가 심화될수록 문화 콘텐츠 접근 역시 삶의 질과 직결되는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게임은 단순 오락을 넘어 사회적 관계 형성과 정서적 경험, 온라인 커뮤니티 참여까지 연결되는 현대의 대표적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상당수 장애인 이용자들은 화면 중심 UI, 빠른 조작 요구, 음성 안내 부재 등의 장벽으로 인해 콘텐츠 이용 자체에 제한을 받아왔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경우 “게임은 애초에 즐길 수 없는 콘텐츠”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존재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완성도 높은 사운드 설계와 접근성 기술이 결합될 경우 시각 중심 콘텐츠 역시 충분히 새로운 방식의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주목할 부분은 기업의 대응 방식이다. 넷마블은 단순 문의 응대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시스템 구조를 수정하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몬스터 공격 상황이나 체력 저하를 경고음으로 전달하고, 보물상자 위치를 효과음으로 안내하는 방식은 시각 정보를 청각 정보로 전환한 대표 사례다. 향후 오브젝트 위치를 음성으로 설명하는 기능까지 추가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기술이 결과적으로 전체 이용자 경험 개선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 글로벌 IT·콘텐츠 업계에서는 자막, 음성안내, 진동 피드백 같은 접근성 기능이 비장애인 이용자에게도 활용되며 표준 기능으로 자리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 역시 최근 들어 접근성 논의에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제한적인 시도가 이어지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접근성을 CSR이나 이미지 제고 차원이 아니라, 콘텐츠 산업의 기본 설계 철학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장애인의 문화 접근권은 단순한 ‘서비스 추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 참여의 문제이기도 하다. 게임 속 세계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은 단지 플레이 가능 여부를 넘어, 같은 콘텐츠를 이야기하고 같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란 무엇인가.” 장애인 접근성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상상력과 관점의 문제라는 점에서, 게임업계의 변화는 앞으로 다른 문화산업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선의임에 분명하지만…‘배려’와 ‘동정’ 사이, 장애인식의 불편한 경계

“도와주려 했을 뿐인데”
장애 당사자들은 왜 불편함을 느꼈나

<사진=Pexels>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밥값’ 관련 사연이 적지 않은 공감을 얻고 있다. 식당에서 우연히 본 장애인 남매의 밥값을 대신 내 주려 했다가 식당 사장으로부터 정중한 거절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도움과 호의의 의미였던 행동이 오히려 상대에게는 ‘동정’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회자 되는 사례이다.

이 사례는 장애인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선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좋은 의도였다”고 말하지만, 장애 당사자들은 그 안에서 자신이 동등한 관계의 구성원이 아니라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취급되고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실제로 장애인권 활동가들은 오래전부터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해 왔다. 장애인권운동가 변재원은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무해한 장애인을 원한다”는 표현으로 사회가 장애인을 독립적인 시민보다 배려와 보호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장애를 극복한 개인 서사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순간 불편해하는 사회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는 일상 속에서도 반복된다. 휠체어 이용자에게 허락 없이 손잡이를 잡고 밀어주거나, 장애인을 동반한 자리에서 보호자에게만 말을 거는 행동 등이 대표적이다. 당사자를 돕겠다는 의도였더라도, 상대의 의사와 독립성을 고려하지 않는 순간 ‘배려’는 ‘시혜’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의 삶을 지나치게 ‘감동 서사’로 소비하는 문화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비판받는다. “장애가 있는데도 열심히 산다”, “장애를 극복하고 성공했다”는 표현은 칭찬처럼 들리지만, 장애인의 평범한 삶 자체를 특별한 극복담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장애인식 개선 관련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난다. 나사렛대학교 장영창 교수의 연구에서는 대학생들이 장애인을 무의식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존재’,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확인됐으며, 이는 장애인을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사회적 편견과 연결된다고 분석했다.

결혼한 여성 지체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심층 연구에서는 “좋은 사람 만나서 다행이다”, “배우자가 희생한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으며 관계 자체가 동등한 사랑이 아니라 봉사나 헌신처럼 해석되는 경험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장애인을 향한 동정의 시선이 인간관계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결국 핵심은 ‘관점’이라고 말한다. 상대를 동등한 시민으로 바라보며 불편함을 줄이는 행동은 배려가 될 수 있지만, 장애인을 부족하거나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전제하는 순간 같은 행동도 동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장애계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표현 역시 “먼저 물어봐 달라”는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지, 어떤 방식이 필요한지를 당사자에게 직접 묻고 선택권을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장애인식 개선 활동이 단순히 차별적 표현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기본적인 시선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상대를 동등한 존재로 인식하는 감각이 함께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TM부터 키오스크까지”…서울시, 발달장애인·노년층 위한 생활경제교육 확대

취약·소외계층 포함 3592명 대상 215회 운영
금융사기 예방·디지털 금융 활용 교육 강화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발달장애인과 노년층 등 경제교육 접근성이 낮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생활밀착형 경제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정보격차를 줄이고, 시민들의 경제 이해력과 금융 역량을 높이기 위한 취지다.

서울시는 ‘서울지역 경제교육센터 지원사업’을 통해 지난해 취약·소외계층을 포함한 시민 3592명을 대상으로 총 215회의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교육 대상은 발달장애인과 한부모가정 등 취약계층뿐 아니라 어린이·청소년, 청년·중장년·노년층 등 전 생애주기를 아우른다.

특히 취약·소외계층 대상 교육은 당초 계획 인원 1020명을 크게 웃도는 1536명이 참여해 높은 수요를 보였다. 서울시는 최근 모바일 금융과 간편결제, 키오스크 사용 확대 등 디지털 금융환경 변화로 인해 경제·금융 정보 접근 격차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영등포장애인복지관에서 진행된 발달장애인 대상 경제교육은 ‘화폐 세상이야기’를 주제로 운영됐다. 참여자들은 금융기관의 종류와 역할, 돈의 흐름과 소비·교환 개념 등을 PPT와 영상자료를 통해 배우며 경제 개념을 익혔다. 강사는 은행과 보험회사, 카드사, 우체국 등의 역할을 실제 생활 사례와 연결해 설명하며 이해를 도왔다.

교육 현장에서는 반복 학습과 질문 참여 방식이 활용됐다.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카드 사용, 화폐 계산, 금융기관 이용 등 실생활과 직결된 내용을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됐다.

서울시는 앞으로 ATM 사용법과 시장에서 물건 구매하기, 키오스크 주문 체험 등 실습형 프로그램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단순한 이론 교육을 넘어 실제 생활 속 소비 활동과 금융 이용 능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교육을 진행한 김영수 전문강사는 “발달장애인 경제교육은 단순히 돈을 아끼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이라며 “시장 보기와 ATM 사용, 키오스크 주문 같은 반복형 체험 교육이 금융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카드 사용이나 ATM 이용을 어려워하던 참여자가 직접 은행 업무와 키오스크 주문을 해내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경제교육은 취약·소외계층의 자립역량과 사회참여를 높이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에 참여한 한 발달장애인 시민은 “화폐와 환율, 소비와 교환 같은 내용을 배웠다”며 “앞으로는 ATM과 키오스크도 혼자 이용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도 대상별 맞춤형 경제교육을 이어간다. 어린이·청소년에게는 용돈관리와 진로탐색 교육을, 청년·중장년층에는 재무설계와 창업활동 교육을, 노년층에는 금융사기 예방과 은퇴설계 교육을 제공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지역경제교육센터 국비사업과 연계해 AI 활용 경제교육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수연 서울시 경제실장은 “경제교육은 단순한 금융지식 전달을 넘어 시민들의 자립과 일상을 지원하는 생활밀착형 교육”이라며 “취약·소외계층을 포함한 시민 누구나 실생활에 필요한 경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학교 밖 경제교육 기회를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애인이 주식투자를 해?”…디지털 금융의 문턱에 막힌 장애인들

금융 접근성 부족으로 투자·연금·자산관리 참여 제한
“복지 아닌 경제적 시민권의 문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주관한 ‘2026년 제1회 장애인 아고라’에 참여한 패널들의 모습<사진=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제공>

코스피 7000 시대를 맞아 주식 투자와 자산관리가 일상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장애인들에게 금융시장은 여전히 높은 장벽으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단순한 이용 불편을 넘어 장애인의 자산 형성과 경제적 자립 기회 자체가 구조적으로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최근 발간한 ‘장애인정책리포트 제467호’는 장애인의 금융 접근성 문제를 집중 조명하며 “장애인을 보호 대상이 아닌 주체적인 금융 소비자로 바라보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금융 접근성의 문제는 과거처럼 점자 ATM이나 경사로 부족 같은 물리적 장벽에 머물지 않는다.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본인 인증 절차, 디지털 금융 앱 구조 등 금융 서비스 전반이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장애인의 시장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경우 금융투자에 대한 욕구가 충분함에도 실제 서비스 접근이 어려운 현실이 문제로 꼽힌다. 리포트는 경제활동 장애가구 상당수가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과 자산을 가진 유효 금융 수요자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금융 접근성 부족으로 투자와 자산관리 참여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장의 목소리는 더욱 구체적이다. 시각장애인 투자자들은 증권사 앱에서 스크린리더가 종목명이나 가격 정보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버튼”이라는 음성만 반복하는 상황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 증권사는 로그인조차 어려워 민원 접수도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는 비판도 나왔다.

문제는 단순한 불편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앱 접근이 어려운 장애인들은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비싼 ARS나 영업점 거래를 이용할 수밖에 없고, 주문 지연으로 실제 투자 손실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발달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이 겪는 어려움도 심각하다. 금융 상품 설명이 지나치게 복잡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고, 수어 통역이나 실시간 문자 상담 체계가 미비해 긴급 상황 대응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리포트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인식의 문제를 짚는다. 뇌병변장애인 패널은 “장애인이 주식 투자를 해?”라는 반응이 먼저 돌아오는 현실을 언급하며, 장애인을 여전히 투자와 자산관리의 주체로 바라보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비판했다.

이는 단순한 편견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제도와 서비스 설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이 장애인을 적극적인 투자자나 고객으로 상정하지 않다 보니 접근성 개선 역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장애인을 거대한 금융 소비시장으로 인식하는 흐름이 자리잡고 있다. 영국 금융권은 장애인 소비시장 규모를 뜻하는 ‘퍼플 파운드(Purple Pound)’ 개념을 바탕으로 접근성 개선에 적극 투자하고 있으며, 미국은 금융 앱 접근성 미비 자체를 차별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금융권은 아직 선언적 수준의 대응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리포트는 장애인 금융 접근성을 복지 차원이 아닌 경제적 시민권과 자산형성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앱 기획 단계부터 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하는 공동설계(Co-design) 체계 구축, 쉬운 금융 콘텐츠 확대, 대체 인증수단 법제화, AI 기반 시각통역 서비스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금융은 평등해야 하며 장애가 부의 축적과 경제적 자립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장애인을 시혜적 대상이 아닌 능동적인 금융 소비자로 인정하는 사회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애인 문화예술인 고용의 새로운 가능성…김해시 G-CAP, 민관협력 혁신모델로 주목

기업 고용부담금을 지역 장애인 일자리로 환원
예술·체육·미술 아우르는 ‘김해형 사회공헌 플랫폼’ 확장

<사진=김해시 제공>

경남 김해시가 추진 중인 장애인 문화예술단 G-CAP(Gimhae Culture Art People)이 전국 단위 정책 평가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되면서 장애인 문화예술 고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해시는 최근 (사)한국공공정책평가협회가 주관한 ‘2026년 우수행정 및 정책사례 선발대회’에서 ‘장애인 문화예술단 G-CAP 운영’ 정책으로 우수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정책을 대상으로 창의성, 효율성, 지속가능성 등을 종합 심사해 선정됐다.

G-CAP은 기업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중증장애인을 고용해 문화예술 활동과 공연을 운영하는 형태다. 기존 장애인 고용이 단순 반복 업무나 장애인 운동선수 채용 중심으로 운영돼 왔던 것과 달리 문화예술 분야를 본격적인 직업 영역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특히 장애인 문화예술 분야는 장애인 체육계와 비교해 참여 인원이 훨씬 다양하고 잠재 인력층도 넓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기업 채용이 활발하지 않았던 영역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상당수 장애예술인은 프로젝트 단위 활동이나 단기 계약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장애인 운동선수는 ‘기간제 근로자 사용 제한의 예외’ 적용이 가능하지만, 장애 문화예술인은 해당 규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장애예술인을 장기적으로 채용·운영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현실적인 부담이 존재해 왔다. 장애인 문화예술 고용시장이 성장 가능성에 비해 제도적 기반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이어져 온 배경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해시와 참여 기업들이 장애인 문화예술인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고용모델 구축에 나섰다는 점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G-CAP은 디케이락, 동원테크 등 지역 기업들의 참여로 시작해 현재는 하나은행 등 금융권까지 참여 범위를 확대하며 민관 협력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운영 방식 역시 기존 공공 지원사업과 차이를 보인다. G-CAP은 기업 지원금과 공연 수익금 등을 기반으로 운영돼 지방재정 의존도를 낮춘 구조다. 김해시는 동일 규모의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운영에 연간 수억 원의 지방비가 투입되는 것과 비교할 때 상당한 재정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부분은 기업의 장애인 고용부담금이 단순 납부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장애인 일자리 창출로 환원된다는 점이다. 기업은 장애인 고용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고, 지자체는 안정적인 일자리 기반을 마련하며, 장애인은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경제적 자립과 사회참여 기회를 확보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G-CAP에는 중증장애인 13명을 포함한 총 20명이 근무 중이며, 김해시는 올해 안에 6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는 2029년까지는 중증장애인 100명을 포함한 총 200명 규모로 확대하고, 음악예술단뿐 아니라 미술사업단과 파크골프 중심 체육사업단까지 추가로 운영해 종합 문화복지 플랫폼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장애인 고용 현장에서는 이번 사례가 단순한 지역 우수사업을 넘어 장애인 문화예술 고용의 제도적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장애인 운동선수 채용 중심으로 형성된 기존 장애인 의무고용 구조를 넘어 문화예술 영역까지 기업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G-CAP은 단순 공연단체가 아니라 장애인이 예술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사업”이라며 “지역사회와 기업이 함께 만드는 전국적 모범사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148억 부담금보다 어려운 채용인가”…서울대병원 논란이 던진 공공의료의 과제

강원대병원·경북대치과병원은 의무고용률 달성
“직무 발굴과 조직 의지가 해법” 지적

<사진=서울대학교병원 전경>

국내 최고 공공의료기관으로 꼽히는 서울대학교병원이 장애인 의무고용률 미달 문제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에도 법정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하면서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납부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의원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의 지난해 장애인 고용률은 2.85%로, 공공기관 의무고용률인 3.8%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병원이 납부해야 하는 부담금은 21억4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서울대병원은 2020년 이후 6년 연속 공공기관 부담금 납부액 1위를 기록했고, 누적 부담금은 148억원을 넘어섰다.

서울대병원 측은 의료기관 특성상 의사·간호사·의료기사 등 면허 기반 전문직 비중이 높아 장애인 의무고용률 달성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상급종합병원은 응급·중증 진료 비중이 높고 교대근무 체계가 강해 일반 공공기관과 동일한 기준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같은 국립대병원 체계 안에서도 상반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의료기관 특수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강원대학교병원은 장애인 고용률 4.2%를 기록하며 의무고용률을 초과 달성했다. 강릉원주대학교치과병원은 4.03%, 경북대학교치과병원 역시 3.96%를 기록하며 기준을 충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 병원의 공통점은 장애인 채용을 단순한 ‘복지 영역’이 아니라 병원 운영 체계 안의 인력 전략으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원무·행정·자료관리·고객안내·전산지원·시설관리 등 비의료 직무를 세분화하고 장애 특성에 맞는 직무 재설계를 병행한 사례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강원대병원은 지역 장애인체육회와 협력해 장애인 선수 고용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선수들이 병원 소속 직원으로 활동하면서 훈련과 대회 참가, 장애인 인식개선 활동 등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최근 공공기관들이 ESG 경영과 연계해 확대하고 있는 대표적인 고용 사례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의무고용 문제를 단순히 ‘채용 숫자’로만 접근해서는 해결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병원 내 적합 직무를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직무지원인·보조공학기기·근무환경 개선 등을 연계하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장애계에서는 장애인 고용부담금 제도 역시 현실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부담금이 실제 신규 채용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낮아 일부 기관들이 고용보다 부담금 납부를 선택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사례는 결국 공공기관 장애인 고용의 핵심 과제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의료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현실적 지원은 필요하지만, 동시에 ‘채용이 어려운 기관’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더 이상 사회적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지고 있다. 반면 다른 국립대병원들의 사례는 직무 발굴과 조직의 의지가 결합될 경우 공공의료기관에서도 충분히 장애인 고용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