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3D 프린터부터 AI 앱까지… 장애인 생활 바꾸는 기술들 선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21회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 개최… 60여 개 업체·200여 점 전시

29일 서울 aT센터 1층 제1전시장에서 열린 ‘제21회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체험 부스를 방문해 관람하고 있다.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장애인의 편리한 생활을 위한 최신 보조공학기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지난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간 서울 aT센터 1층 제1전시장에서 ‘제21회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를 열었다. 장애인의 생활을 돕는 기술과 제품의 최신 동향을 소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작업용 보조공학기기 행사로, 올해에는 60여 개 업체가 참가해 200여 점의 기기와 신기술을 선보였다.

올해 박람회는 인공지능(AI)·로봇·웨어러블 등 첨단 기술이 장애인 고용과 직업생활에 가져올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주목할 만한 전시품으로는 주변 장애물과 주행로를 스스로 인식해 자율주행하는 자동주차로봇 ‘Parkie’, 경사로나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도 좌석 각도를 실시간으로 수평 조절하는 전동휠체어 ‘XSTO M4’, 안내견을 대신해 보행을 돕는 시각장애인 안내 로봇, 구글 AI 제미나이(Gemini)를 온디바이스 방식으로 탑재한 점자정보단말기 ‘한소네7’ 등이 있다.

전시장 한쪽에는 3D 프린터로 제작된 맞춤형 보조기기들이 눈길을 끌었다. 화려한 첨단 기기와는 다른 결이었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 장애인이 겪는 불편을 세심하게 짚어낸 것들이었다.

시각장애인용 키가드는 키보드 버튼을 잘못 누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버튼 하나하나를 구별해 누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를 위한 빵 커팅 틀도 눈에 띄었다. 크로아상 같은 빵을 일정한 깊이와 크기로 자르기 어려운 경우를 위해, 빵을 틀에 넣고 균일하게 자를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병에 라벨을 붙이는 작업을 돕는 틀도 있었다. 병이 굴러가지 않도록 잡아주는 구조로, 야외에서도 간편하게 라벨 부착 작업을 할 수 있다.

근육장애인을 위한 분리형 키보드도 전시됐다. 장시간 손을 사용할 때의 근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좌우로 나눠 쓸 수 있도록 제작됐다. 휠체어 조작 버튼은 기존 제품보다 크기를 키우고 기능별 구분을 직관적으로 바꿨다. 카메라 작업 시 기기가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주는 고정 틀도 함께 전시됐다. 전시 담당자는 “모두 실제 근무 환경에서 필요한 부분을 반영해 3D 프린터로 제작한 맞춤형 기기”라고 설명했다.

장애인의 편리한 생활을 위한 다양한 보조공학기기들을 살펴보는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폰 앱 ‘설리번 플러스’ 부스에는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2018년 출시 후 2019년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전 세계 50만 명 이상, 국내 5만 명이 사용 중인 앱이다.

글씨 인식, 색상 확인, 주변 상황 안내 등 다양한 기능을 담았다. 특히 한 번만 촬영하면 글씨·사람 얼굴·주변 상황 등 세 가지 정보를 자동으로 안내하는 ‘자동 이미지 묘사’ 기능이 주목을 받았다. 스마트폰 조작이 익숙하지 않은 시각장애인도 버튼 하나로 계속 주변 정보를 받아볼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PDF 파일 읽기 기능도 포함돼 있어 업무 현장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무료 버전과 유료 버전으로 나뉘며, 무료 사용자가 자신의 남은 사용량을 다른 시각장애인에게 기부할 수 있는 ‘기부 기능’도 눈길을 끌었다. 전 세계 사용자 간 사용량을 나눠 쓰는 구조다.

설리번 플러스 개발사 투아트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의뢰로 직업을 가진 시각장애인의 업무를 돕는 문서 인식 앱도 별도 개발했다. 명함·영수증·문서 등을 카메라로 촬영하면 음성으로 읽어주는 OCR 기반 앱으로,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책과 삼단 리플렛 인식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투아트 관계자는 “코이카(KOICA)와 협약을 맺고 인도 뱅갈루루 지역 시각장애인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 능력 개선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개발 단계의 AI 스마트 글래스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평소에는 일반 헤드폰처럼 착용하다가 필요할 때 렌즈를 앞으로 내리면 약 100인치 대화면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미러링할 수 있는 제품이다. 전면 카메라 2개를 탑재해 주변 상황을 촬영하고 음성으로 안내하는 기능과 함께, AI 프로그램을 연동한 수화 인식·통역 서비스도 탑재할 예정이다. 올해 말 출시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박람회장에서는 장애인 당사자 단체들도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양재동에 위치한 아이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들은 이날도 전시장 곳곳을 꼼꼼히 둘러봤다.

센터 관계자는 “매년 보조기기 박람회를 통해 센터 이용자와 회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며 “시각장애인에게 맞는 제품 정보를 알려드리거나, 실제로 제품과 연계해 드린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박람회에서 수집한 정보는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꼭 필요한 분들에게는 직접 연락해 연결까지 이어간다는 설명이다.

둘째 날인 29일에는 ‘AI·로봇 기술 발전과 장애인 일자리 전망’을 주제로 강연회가 열렸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웨어러블 로봇 ‘X-ble MEX’ 개발 과정과 실제 활용 사례, 한림대병원의 로봇 관제사 사례 등을 통해 첨단 기술 발전과 장애인 일자리 전망을 폭넓게 다뤘다.

이종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은 “보조공학기기가 장애 보완을 넘어 장애인의 직무 수행 가능성을 넓히고 새로운 고용 기회를 창출하는 핵심 동력”이라며 “AI와 로봇 기술의 발전이 장애인 직무 재설계와 고용 확대의 기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 서비스 어떻게 달라지나…정부, 사회보장 수정계획 발표

‘모두의 복지’ 비전 아래 장애인 돌봄·자립 지원 강화 포함

제3차 사회보장기본계획 수정계획 기대효과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정부가 제3차 사회보장기본계획 수정계획을 확정하고 장애인 맞춤형 서비스 확대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장애인 일자리에 특화된 내용은 사실상 빠져 있어 아쉬움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제3차 사회보장기본계획 수정계획(안)’을 보고했다. 앞서 12일 사회보장위원회 심의를 거쳤다. 계획 기간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다.

이번 수정계획은 2024년 수립된 제3차 기본계획을 전면 보완한 것이다. 기존 계획의 비전이 ‘약자부터 촘촘하게,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였다면 수정계획의 비전은 ‘모두의 복지, 함께 잘 사는 사회’로 바뀌었다. 목표도 ‘국민 삶의 질 향상, 사회통합 증진’에서 ‘넓게 보장하고 생애 전 과정을 함께 하는 모두의 복지 실현’으로 전환됐다.

정책 방향도 달라졌다. 기존 계획이 취약계층·사회적 약자 중심의 선별적 정책을 기반으로 했다면, 수정계획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성을 강화하고 기존 제도와 차별된 대안적 대책을 추구한다. 사회서비스 분야에서도 민간 주도·시장 중심 방식에서 국가 주도 지역기반 보편 서비스 확대로 방향이 바뀌었다. 사회보장체계 혁신 전략에서는 재정 지속가능성 중심의 중앙 관리 체계에서 AI·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중앙-지방 협력 방식으로 전환됐다.

세부과제 수는 기존 27개에서 26개로 한 개 줄었다. 3대 전략 9대 중점과제 체계는 유지됐다.

핵심 변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기존 계획이 ‘약자를 먼저 챙기는 선별복지’에 방점을 뒀다면 수정계획은 ‘모든 국민이 기본적 삶을 누리는 보편복지’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장애인 관련 내용은 ‘국가와 지역사회가 책임지는 돌봄서비스 지원’ 과제에 포함됐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맞춤형 돌봄을 확대하고,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을 넓혀간다.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도 추진해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일상을 보호하는 서비스 체계를 갖추겠다는 방침이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올해 3월 전국 시행에 들어간 만큼, 대상자와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노쇠 예방부터 재가임종까지 전 주기 지원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다.

그러나 장애인 고용과 일자리에 특화된 내용은 이번 수정계획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일자리 관련 전략은 청년 노동시장 진입 지원, 중소기업 중심 AI 직업훈련, 노인 일자리 확대에 집중됐다. 장애인 구직자를 위한 별도의 고용 진입 지원 방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5년 단위 국가 사회보장 로드맵에서 장애인 고용이 특화 과제로 다뤄지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장애인 맞춤형 직업훈련, 장애인 표준사업장 지원 강화, 중증장애인 지원고용 확대 등은 일반적인 고용 지원 체계만으로는 채우기 어려운 영역이다. ‘모든 국민을 위한 보편복지’를 강조할수록 구조적으로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 장애인은 정책의 틈새에 놓일 수 있다는 점에서, 보편복지와 장애인 특화 고용 정책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과제가 이번 계획에서도 해소되지 않았다.

이는 사회보장기본계획이 보건복지부 소관인 반면, 장애인 고용은 고용노동부 소관의 장애인고용촉진법 체계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주된 역할을 맡고 있는 구조적 분리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 고용과 복지는 분리되지 않는다. 두 부처 간 정책 연계가 강화되지 않는 한, 이 공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찾아가는 복지지원체계 구축’ 과제에서는 AI를 활용한 복지 접근성 강화를 담았다. 복지상담부터 신청까지 한 번에 연계되는 서비스를 구축하고, 별도 신청 없이 자동 지급하는 보편급여 체계로 단계적으로 전환한다. 제도를 몰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한 선제적 발굴 시스템도 고도화한다.

일자리 관련 과제에는 여성·중장년·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직업훈련과 재취업 서비스 제공이 포함됐다. 노인 일자리는 지속 확대하고, 지역 여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역고용활성화법」 제정도 추진한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선정기준의 단계적 완화, 의료급여 부양비 폐지도 계획에 담겼다.

수정계획의 3대 전략은 국민의 삶을 지키는 소득 보장,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기본서비스 강화, 미래를 대비하는 사회보장기반 혁신이다.

9대 중점과제로는 소득보장 강화, 일자리 창출·지원을 통한 소득 안정, 새로운 소득 및 지역협력 모델 추진, 국가와 지역사회가 책임지는 돌봄서비스 지원, 국민중심 의료·건강서비스 확립, 지역기반 생활밀착서비스 확대, 찾아가는 복지지원체계 구축, 지방분권시대 균형발전, 사회보장 지속가능성 확보가 포함됐다.

정은경 장관은 “AI 대전환과 인구구조 변화 등 새로운 시대적 전환 속에서 국민 삶의 불안을 줄이고, 누구나 기본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소득·돌봄·의료 등 삶의 핵심 영역에서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사회보장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연차별 시행계획을 마련해 과제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전략별 핵심 성과지표를 선정·관리할 방침이다.




AI 품은 재활로봇, 장애인 재활치료의 미래 바꾼다

국립재활원 ‘AI와 재활로봇 워크숍’ 개최
재활·로봇·표준 전문가들 한자리에

<사진=국립재활원 제공>

인공지능(AI) 기술이 의료와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가운데, 재활로봇 분야에서도 AI를 접목한 새로운 재활치료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장애인의 재활치료는 물론, 질병과 사고 등으로 장애가 예상되는 이들의 기능 회복과 사회 복귀까지 지원할 수 있는 기술적 전환점이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다.

국립재활원은 26일 서울 강북구 국립재활원 나래관에서 ‘AI와 재활로봇 워크숍’을 개최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재활로봇 발전 방향과 현장 적용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국립재활원 재활로봇중개연구사업단 주관으로 열렸으며,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을 재활로봇 연구와 접목하기 위한 산학연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특히 단순 보조기기를 넘어 사용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반응하는 ‘지능형 재활로봇’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행사는 ‘AI와 재활’, ‘로봇과 표준’ 등 두 개 세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포항공과대학교 박상현 교수가 멀티모달 생체신호 데이터를 활용한 최신 AI 기술 동향을 소개했고, 서울대학교 유영재 교수는 인간의 움직임과 상황을 이해하는 ‘물리적 상식 추론(Physical Commonsense Reasoning)’ 기술을 설명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전종홍 책임연구원이 AI 기반 의료기기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국제표준 ‘IEC 63521’을 소개하며 재활로봇 분야 적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한국AI·로봇산업협회 고경철 부회장은 Physical AI 기반 로봇 기술 발전 흐름과 산업 현황을 발표했다.

재활 분야에서 AI 기반 로봇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치료 효율 향상을 넘어 장애 발생 이후의 삶의 질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움직임과 신체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맞춤형 재활을 제공할 수 있고, 보행 회복과 일상생활 적응, 지역사회 조기 복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차전경 장애인정책국장은 “AI 기술이 의료·로봇 분야 전반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만큼 재활로봇 연구에서도 혁신적인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워크숍이 AI 기반 재활로봇 연구를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동아 국립재활원장도 “국립재활원은 그동안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재활로봇 연구와 보행치료 확산에 힘써왔다”며 “앞으로도 AI 기술을 활용한 연구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장애인 건강권 보장과 재활로봇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재활로봇에 AI 기술이 접목되기 시작하면서 장애인 재활치료 역시 단순한 기능 회복을 넘어 예측과 맞춤형 지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AI와 재활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개인별 장애 특성과 회복 속도에 맞춘 정밀 재활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애아동 통합지원 거점센터, 울산 이어 대전도 문 열어

전국 두 번째 개소…발달지연 영유아부터 가족까지 원스톱 지원

지난 21일 한국장애인개발원 대전장애아동지원센터 개소기념 직원 단체사진 <사진=한국장애인개발원 제공>

장애아동과 그 가족을 위한 지역 통합지원 거점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대전광역시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지난 21일 대전 서구 센터 내에서 ‘대전광역시장애아동지원센터’ 개소식을 열고 본격 운영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울산에 이어 두 번째 개소다.

앞서 울산시는 지난 12일 남구 중앙로 소재 건물 내 420㎡ 규모로 ‘울산광역시 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개소식을 개최했다. 울산 센터는 기존에 분산돼 있던 장애아동 지원 사업과 발달장애인 지원 업무를 통합해 당사자와 가족 중심의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목적을 뒀다. 특히 장애아동의 발달 단계에 맞춘 골든타임 확보와 연속성 있는 지원에 역량을 집중해 기존에 파편화돼 있던 아동 지원 서비스를 체계화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번에 개소한 대전센터는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8조에 근거해 설립됐으며, 발달지연이 의심되는 영유아를 포함해 장애아동과 그 가족을 지원하는 지역 거점 기관으로 운영된다.

올해 3월 기준 대전지역 18세 이하 등록 장애아동은 3,001명이며, 이 중 발달장애아동은 2,321명으로 전체의 77.34%를 차지한다. 장애아동 4명 가운데 3명 이상이 발달장애인 셈이다.

센터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은 개인별지원계획 수립, 영유아 조기개입 서비스,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 보호자 교육 및 상담, 유아기에서 학령기로 이어지는 전환기 지원 등이다.

센터는 지역 내 보육·교육기관, 의료기관, 복지기관 등과 연계해 발달지연 의심 아동을 조기에 발견하고, 전문 상담과 종합평가를 통해 적절한 복지서비스로 이어지도록 돕는다. 보호자와 전문가가 함께하는 조기개입, 가정 중심 부모양육 코칭 등을 병행해 장애아동의 발달을 촉진하고 가족의 양육 역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지원 제도가 있어도 필요한 가족이 정보를 제때 얻기 어렵고 안내 창구가 분산돼 있어 진입 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달장애 아동 가족은 신체·정서·경제적 어려움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통합적 지원 체계 없이는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번 센터 개소는 이 같은 공백을 줄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전 개소식에는 한국장애인개발원, 보건복지부, 대전광역시, 지역 복지기관 관계자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이경혜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은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는 중앙과 지역을 잇는 핵심 거점으로, 장애아동과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통합지원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현장 중심의 지원과 전문성 강화를 통해 체계적인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대전센터를 위탁 운영하며, 기존 지역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연계한 통합형 운영 체계를 구축해 장애아동과 가족을 지원한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17개 시·도에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 설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울산·대전에 이어 경남·충북 등 나머지 지역에도 순차 개소한다는 방침이다.

서비스 이용 신청은 연중 상시 가능하며, 거주지 관할 주민센터 또는 지역 장애아동지원센터를 통해 상담 및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 장애인 돌봄·자립·의료·이동권 4대 공약 발표

“장애인 살기 좋은 도시가 모두에게 좋은 도시”…권리 기반 장애인 정책 전환 약속

지난 17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서울지역 간담회 현장 <사진=서미화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정원오가 19일 장애인의 돌봄·자립·의료·이동권을 강화하는 4대 장애인 공약을 발표했다.

정원오 후보는 이날 공약 발표에서 “최근 국회를 통과한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인을 보호와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등한 시민이자 권리의 주체로 보자는 사회적 약속”이라며 “서울의 장애인 정책도 시설 중심과 사후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돌봄과 의료, 자립과 이동권까지 시민의 삶 전체를 책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4월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인을 복지 수혜자가 아닌 권리의 주체로 규정하고, 자립생활 보장과 자기결정권·참정권·정책참여권을 명문화한 법률이다.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현장 활동가들이 오랜 기간 입법을 촉구해 온 결과다.

돌봄 분야에서 정 후보는 AI를 활용한 복지자격 판정 및 서비스 연계 자동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이 직접 신청하지 않아도 서울시가 먼저 필요한 지원을 찾아 연결하는 선제적 복지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체계 강화와 방문의료·재활 등 찾아가는 돌봄 서비스 확대도 함께 제시했다.

자립 지원과 관련해서는 경증 장애인을 위한 초기 창업자금 지원과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확대를 공약했다. 자치구별 수요를 반영해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를 추가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의료 분야에서는 장애 친화적 의료 인프라와 동행서비스를 확대해 건강검진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재택의료센터와 방문진료 확대, 발달지연 아동 조기 발견 및 치료비 지원도 새로 추진한다.

이동권 강화를 위해서는 장애인콜택시 대기시간 단축, 저상버스 도입 확대,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 확대를 약속했다. 횡단보도 음향신호기 확대와 함께 ‘서울형 유니버설디자인 인증제’ 도입도 공약에 담았다.

정 후보는 “누구나 아플 수 있고, 누구나 돌봄이 필요할 수 있으며, 누구나 이동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장애인이 살기 좋은 도시는 아이도, 어르신도, 임산부도, 일시적으로 몸이 불편한 시민도 함께 살기 좋은 도시”라고 강조했다.

이어 “돌봄은 촘촘히, 자립은 폭넓게, 이동은 자유롭게”를 목표로 “필요한 순간 시민 곁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행정으로 장애인의 일상을 하나씩 바꾸겠다”고 덧붙였다.




청각장애인 상담 요청 거부한 재단… 인권위 “차별행위”

해외선 수어통역·문자통역 공공서비스 기본으로 제공

<사진=Unsplash>

국가인권위원회는 공직유관단체인 A 재단이 청각장애인 민원인의 신청 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장애 특성을 고려한 상담이나 안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2026년 5월 6일 전 직원 대상 사례 전파 및 직무교육 실시를 권고했다.

해당 민원인은 재단에 장애인 대상 정책성 지원을 신청하면서 청각장애 사실이 기재된 장애인등록증을 포함한 관련 서류 일체를 제출했다. 그러나 담당 직원은 이를 확인했음에도 반복적으로 전화 연락을 시도했다. 민원인의 가족이 전화를 대신 받아 청각장애 사실을 재차 알리고 대면 상담, 서면 안내 또는 보조적 의사소통 방식 제공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직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원인은 2026년 1월 이 같은 행위가 장애인차별에 해당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담당 직원은 유선 상담만 가능하다고 안내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민원인이 재단과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을 제기하자 부지점장이 직접 방문해 대면 상담을 하려 했으나 민원인의 가족이 이를 거절했다고 답변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담당 직원의 행위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3호 및 제26조 제4항을 위반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판단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담당 직원은 민원인 가족으로부터 청각장애 사실을 고지받고 전화 외 별도 상담 방식을 요청받았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은 채 신청 건을 종결했다. 둘째, 민원 제기 이후 대면 상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민원인과의 협의 없이 상담 방법을 일방적으로 정한 뒤, 다시 전화로 이를 통보했다. 인권위는 이 같은 처리 방식이 재단 내부 고객 응대 매뉴얼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담당 직원은 업무 여건상 고객 특성에 맞춘 상담 제공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인권위는 “그 자체가 오히려 장애인 맞춤 상담 체계가 충분히 이행되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하며, 현행 운영 방식이 유지될 경우 유사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재단 측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본 사례를 공유하고, 장애인 응대 및 정당한 편의 제공에 관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해외 공공기관들은 이미 청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상담·안내 방식을 제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장애인법에 따라 공공기관이 청각장애인에게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연방정부 브리핑과 의회 청문회에서는 미국수어 통역사를 화면에 동시 배치하고, 실시간 속기 자막을 병행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청·법원·복지기관 등에서는 사전 신청 시 공인 수어통역사나 화상원격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담 예약 단계부터 “수어통역·자막·보조기기 중 어떤 방식이 필요하냐”고 묻는 절차를 기본으로 두어, 장애인이 먼저 불편을 호소해야만 편의를 받을 수 있는 구조적 부담을 줄이고 있다.

영국은 2010년 평등법에 따라 공공기관이 합리적 조정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며, 2022년에는 영국수어를 공식 언어로 법제화해 청각장애인의 언어권을 한층 강화했다. 정부 브리핑에서는 영국수어 통역사를 화면에 배치하고 폐쇄자막을 함께 제공하며, 지방정부와 복지기관은 전화가 어려운 민원인을 위해 이메일·문자 중계 서비스를 기본 안내 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일본은 2022년 시행한 청각장애인 전화이용 원활화 관련 법률을 토대로, 수어통역 중계 서비스를 공공기관 전반에 확대하는 것을 국가 과제로 추진 중이다. 지자체 민원 창구에서는 필기 대응이나 태블릿을 활용한 문자 소통을 병행하고, 공영방송은 주요 뉴스 전 구간에 자막을 제공한다.

세 나라의 공통점은 전화 중심 상담을 기본값으로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원인이 먼저 불편을 알려야 편의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접수 단계부터 다양한 의사소통 선택지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이번 인권위 결정이 국내 공직유관단체 전반의 장애인 응대 체계 재점검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말 대신 눈빛으로”… 서울시, 의사소통 어려움 있는 장애인 위해 서포터 양성

사건·사고부터 일상까지, 적극적으로 듣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

<사진=서울시 제공>

중증 장애인들은 오랫동안 ‘의사 표현이 어려운 사람’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장애계와 현장 전문가들은 문제의 본질이 장애인의 표현 능력 부족이 아니라, 비장애인 중심 사회가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데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사건·사고 조사 과정이나 의료·복지 서비스 현장에서 의사소통의 한계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권리 침해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 발달장애인이나 중증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말로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기 어렵더라도 표정, 몸짓, 반복 행동, 시선 회피, 특정 그림이나 물건 선택 등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존 사회 시스템은 대부분 언어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이들의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

최근 장애인 거주시설과 복지시설 내 학대·성폭력 사건 조사 과정에서도 이러한 한계는 드러났다. 일부 피해자들은 언어 진술 대신 특정 신체 부위를 가리키거나 행동을 재연하는 방식으로 피해 사실을 표현했지만, 초기 조사 단계에서는 이를 충분히 해석하지 못해 피해 확인이 늦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애계에서는 “말할 수 있는 사람만 보호받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서울시가 추진 중인 ‘장애인 의사소통 서포터 양성교육’은 의미 있는 변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시는 장애인의 의사소통 권리 보장과 자기결정권 확대를 위해 장애 특성에 맞춘 의사소통 지원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 의사소통 서포터’는 말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보완대체의사소통(AAC) 도구를 활용해 의사 전달을 돕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의사소통 앱으로 먹고 싶은 메뉴를 선택하게 하거나, 통증카드를 활용해 병원 진료 과정에서 몸 상태를 설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시청각중복장애인의 경우 손바닥에 글자를 써 의사를 확인하는 방법도 활용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0년부터 현재까지 총 466명의 서포터가 양성됐다. 사회복지사와 언어재활사, 활동지원사, 특수교사, 가족 등이 참여해 장애인들의 일상 의사소통을 지원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실제 변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그룹홈에서 7년째 근무 중인 한 사회복지사는 교육 이후 장애인의 표현 방식을 이해하게 되면서 이전과 다른 소통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식당에서 늘 고개만 숙이고 있던 장애인이 직접 손으로 메뉴를 가리키며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서로 소통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라며 “서포터 교육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복지 프로그램을 넘어 장애인의 권리 보장과도 연결된다고 설명한다.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의료·교육·수사·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의사를 설명할 수 있고, 학대나 범죄 피해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보호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장애인의 진술 과정에서 그림카드와 사진, 행동 관찰 등을 활용한 비언어적 조사 방식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질문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공포 상황에서 침묵과 반복 행동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적인 조사 방식만으로는 진술 신빙성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올해 ‘제6기 장애인 의사소통 서포터 양성교육’을 통해 장애 유형별 의사소통 특성과 AAC 도구 활용법 등을 교육할 계획이다. 교육은 6월 2일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기초과정 수료자를 대상으로 실습 중심의 심화교육도 이어질 예정이다.

서울시 장애인복지과는 “의사소통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과정”이라며 “누구나 자신의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장애계에서는 이제 필요한 것은 장애인이 비장애인의 방식에 맞추는 사회가 아니라, 사회가 장애인의 표현 방식을 이해하려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의사소통 지원은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커지고 있다.




AI와 로봇이 바꾸는 장애인 고용의 미래…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 개막

자율주행 로봇부터 AI 점자단말기까지 첨단 기술 총집결
장애인 직무 확대와 새로운 일자리 가능성 주목

<사진=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보조공학기기를 한자리에서 선보이며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오는 5월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간 서울 aT센터 제1전시장에서 ‘제21회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박람회는 장애인의 직업생활을 지원하는 최신 보조공학기기와 기술 동향을 소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작업용 보조공학 전문 행사다.

올해 박람회에는 60여 개 기업이 참여해 약 200점의 보조공학기기와 첨단 기술을 공개한다. 특히 AI와 로봇, 웨어러블 기술을 중심으로 전시 규모를 확대해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과 장애인 고용 현장의 접점을 보여줄 예정이다.

대표 전시 제품으로는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식해 이동하는 자율주행 ‘자동 주차 로봇(Parkie)’이 소개된다. 이 로봇은 장애물과 빈 공간, 주행 경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경사로나 울퉁불퉁한 도로에서도 좌석의 수평을 자동으로 유지하는 전동휠체어 ‘XSTO M4’도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 전망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술도 눈길을 끈다. 안내견 역할을 수행하는 ‘시각장애인 안내 로봇’과 함께, 구글 AI ‘제미나이(Gemini)’를 온디바이스 형태로 적용한 AI 기반 점자정보단말기 ‘한소네7’이 전시된다. 장애인의 이동과 정보 접근을 지원하는 기술들이 실제 직업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현장에서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AI 드로잉 로봇이 그려주는 초상화 체험을 비롯해 아이스크림 제조 로봇 시연, 안내 로봇 체험, VR 음주운전 시뮬레이션, 돌봄로봇 체험 등이 진행된다. 이 밖에도 ‘느린우체통’과 포토 스티커 체험 등 일반 관람객들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기술 전시와 문화 체험을 결합했다.

행사 둘째 날에는 ‘AI·로봇 기술 발전과 장애인 일자리 전망’을 주제로 강연회가 열린다. 강연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웨어러블 로봇 ‘X-ble MEX’ 개발 사례와 실제 산업 현장 적용 사례가 소개된다. 또한 한림대병원의 ‘로봇 관제사’ 사례를 통해 첨단 기술이 장애인 직무 재설계와 신규 일자리 창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논의할 예정이다.

최근 장애인 고용 정책이 단순 의무고용을 넘어 직무 다양화와 디지털 기반 직업환경 구축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이번 박람회는 기술 혁신이 장애인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AI와 로봇 기술이 단순 보조수단을 넘어 장애인의 업무 수행 범위를 넓히고 새로운 직군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은 “AI·로봇 융합 기술을 활용한 미래형 보조공학기기를 통해 장애인의 직무 수행 가능성과 고용 기회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기술 발전이 장애인 직무 재설계와 고용 확대의 기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확산 추진되는 ‘발달장애인 거점병원’…의료 사각지대 해소 전환점 될까

복지부, 광주·울산·세종·충남·전남 추가 공모 실시
행동치료·전문진료·가족지원까지 통합체계 확대

발달장애인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세브란스 병원<사진=병원전경>

보건복지부가 전국 단위의 ‘발달장애인 거점병원·행동발달증진센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의료 접근의 어려움과 행동 문제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려웠던 발달장애인을 위한 전문 의료체계를 전국적으로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복지부는 오는 18일부터 광주광역시, 울산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충청남도, 전라남도 등 현재 미지정 상태인 5개 시·도를 대상으로 ‘발달장애인 거점병원·행동발달증진센터’ 추가 지정 공모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정 대상은 해당 지역 소재 종합병원이며, 지정 기간은 3년이다. 올해 사업 예산은 인건비와 사업비 등을 포함해 기관당 3억8800만원 규모다.

발달장애인 거점병원 제도는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의료 환경을 고려한 전문 진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도입됐다. 일반 병원 이용 과정에서 의사소통의 어려움, 낯선 환경에 대한 불안, 감각 과민 등으로 진료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다.

특히 자해·공격 행동 등 중증 행동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 일반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대응이 어려워 보호자들이 큰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는 점에서 전문 치료기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을 ‘발달장애인 거점병원’으로 지정하고, 병원 내 ‘행동발달증진센터’를 함께 운영하는 방식으로 지원체계를 구축해왔다. 거점병원은 발달장애인의 질환 치료와 장애 특성을 고려한 진료를 담당하며, 행동발달증진센터는 행동치료와 보호자·종사자 교육 등을 수행한다.

현재 서울, 경기, 부산, 강원, 충북, 전북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거점병원이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권역은 전문 의료기관 공백 상태가 이어져 왔다. 이번 추가 공모는 이러한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복지부는 올해부터 지정 기준도 일부 완화했다. 기존에는 소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반드시 확보해야 했지만, 올해부터는 불가피한 경우 일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도 운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전문 인력 부족 문제를 고려한 조치다.

신청 기관은 발달장애인 진료 전문의 3명 이상과 발달장애 치료인력 5명 이상을 확보해야 하며, 문제행동 치료를 위한 입원 병상과 연평균 100명 이상의 진료 실적도 갖춰야 한다. 행동발달증진센터 역시 전문 인력과 안전시설, 관찰시설 등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확대 정책을 단순한 의료기관 지정에 그치지 않고 ‘장애친화 의료체계’ 구축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제1차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2026~2030년)’에는 장애친화 산부인과, 장애인 건강검진기관, 발달장애인 거점병원을 시·도별 1개소 이상 확충하고, 장기적으로는 이를 통합한 ‘장애친화병원(가칭)’ 체계로 확대하는 방안도 담겼다.

다만 전문가들은 양적 확대와 함께 실질적인 운영 역량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발달장애 진료는 일반 진료보다 긴 시간과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관련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성인 발달장애인의 정신건강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의료진 확보는 전국적으로도 쉽지 않은 과제로 꼽힌다.

또한 일부에서는 현재 제도가 자해·공격 행동 중심의 위기 대응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한다. 예방적 건강관리와 치과·내과·응급의료 등 전반적인 장애친화 진료 확대까지 이어져야 실질적인 의료 접근권 보장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추가 공모는 발달장애인의 의료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국가 차원의 의료지원 체계가 본격적으로 전국 단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연장의 문턱 낮추는 변화… 장애인 문화예술 접근성, 산업의 과제로 떠오르다

수어통역·음성해설 넘어 접근성 전문인력 양성까지
따뜻한동행·YG 협업에 쏠리는 관심

<사진=따뜻한동행 제공>

장애인들은 공연장을 찾는 과정에서 다양한 장벽을 경험해왔다. 휠체어 이동이 어려운 공연장 구조와 제한적인 장애인 좌석, 시야 문제뿐 아니라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수어통역 부족,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 미비 등 정보 접근성 문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강한 조명과 음향, 긴 대기 동선 등 공연 환경 자체가 관람 부담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공연예술계에서는 장애 유형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배리어프리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연극과 뮤지컬에서는 수어통역과 실시간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과 터치투어 프로그램도 확대되는 추세다. 공연 시작 전 무대와 소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 터치투어는 시각장애인의 공연 이해도를 높이는 대표적인 접근성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발달장애인과 감각장애인을 고려한 ‘릴랙스 퍼포먼스(Relaxed Performance)’ 도입 사례도 늘고 있다. 객석 조명을 완전히 끄지 않거나 자유로운 입·퇴장을 허용하고, 감각 자극을 줄인 음향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장애인의 특성을 공연 운영에 반영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다만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실제 공연 현장에서 장애인 접근성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중음악 콘서트와 대형 공연 분야는 국공립 예술기관에 비해 접근성 체계 구축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치열한 온라인 예매 경쟁과 장시간 대기 문화, 복잡한 이동 동선 등이 장애인 관객에게는 또 다른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사회복지법인 따뜻한동행과 YG엔터테인먼트가 추진하는 ‘유니버설 스테이지(Universal Stage)’ 사업은 공연 접근성을 산업 차원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양측은 최근 장애인 관객 지원 인력 양성 프로그램인 ‘유니버설 스테이지 크루’ 발대식을 열고 공연 접근성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섰다. 선발된 참여자들은 공연 접근성 개념과 장애 유형별 지원 방법, 현장 대응 역량 등을 교육받은 뒤 실제 공연 현장에서 이동 지원과 관람 보조기기 운영, 장애인 관객 응대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공연 운영 시스템 자체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기존에는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이 일회성 초청 행사나 후원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번 사례는 공연 현장의 접근성 체계를 구축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성장한 K-팝 산업에서 접근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해외 공연 시장에서는 이미 수어통역 전용 구역과 실시간 자막 서비스, 감각안정 공간 운영 등 다양한 접근성 시스템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공연업계 역시 장애인의 문화 향유권을 단순 복지 영역이 아닌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접근성이 특정 계층만을 위한 편의 제공이 아니라 고령자와 임산부, 일시적 이동약자 등 모두를 위한 공연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연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이 결국 더 많은 관객이 공연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의미다.

따뜻한동행과 YG엔터테인먼트의 이번 협업이 단발성 사업에 그치지 않고 공연 산업 전반의 접근성 기준을 바꾸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