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3D 프린터부터 AI 앱까지… 장애인 생활 바꾸는 기술들 선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21회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 개최… 60여 개 업체·200여 점 전시

장애인의 편리한 생활을 위한 최신 보조공학기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지난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간 서울 aT센터 1층 제1전시장에서 ‘제21회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를 열었다. 장애인의 생활을 돕는 기술과 제품의 최신 동향을 소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작업용 보조공학기기 행사로, 올해에는 60여 개 업체가 참가해 200여 점의 기기와 신기술을 선보였다.
올해 박람회는 인공지능(AI)·로봇·웨어러블 등 첨단 기술이 장애인 고용과 직업생활에 가져올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주목할 만한 전시품으로는 주변 장애물과 주행로를 스스로 인식해 자율주행하는 자동주차로봇 ‘Parkie’, 경사로나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도 좌석 각도를 실시간으로 수평 조절하는 전동휠체어 ‘XSTO M4’, 안내견을 대신해 보행을 돕는 시각장애인 안내 로봇, 구글 AI 제미나이(Gemini)를 온디바이스 방식으로 탑재한 점자정보단말기 ‘한소네7’ 등이 있다.
전시장 한쪽에는 3D 프린터로 제작된 맞춤형 보조기기들이 눈길을 끌었다. 화려한 첨단 기기와는 다른 결이었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 장애인이 겪는 불편을 세심하게 짚어낸 것들이었다.
시각장애인용 키가드는 키보드 버튼을 잘못 누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버튼 하나하나를 구별해 누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를 위한 빵 커팅 틀도 눈에 띄었다. 크로아상 같은 빵을 일정한 깊이와 크기로 자르기 어려운 경우를 위해, 빵을 틀에 넣고 균일하게 자를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병에 라벨을 붙이는 작업을 돕는 틀도 있었다. 병이 굴러가지 않도록 잡아주는 구조로, 야외에서도 간편하게 라벨 부착 작업을 할 수 있다.
근육장애인을 위한 분리형 키보드도 전시됐다. 장시간 손을 사용할 때의 근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좌우로 나눠 쓸 수 있도록 제작됐다. 휠체어 조작 버튼은 기존 제품보다 크기를 키우고 기능별 구분을 직관적으로 바꿨다. 카메라 작업 시 기기가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주는 고정 틀도 함께 전시됐다. 전시 담당자는 “모두 실제 근무 환경에서 필요한 부분을 반영해 3D 프린터로 제작한 맞춤형 기기”라고 설명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폰 앱 ‘설리번 플러스’ 부스에는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2018년 출시 후 2019년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전 세계 50만 명 이상, 국내 5만 명이 사용 중인 앱이다.
글씨 인식, 색상 확인, 주변 상황 안내 등 다양한 기능을 담았다. 특히 한 번만 촬영하면 글씨·사람 얼굴·주변 상황 등 세 가지 정보를 자동으로 안내하는 ‘자동 이미지 묘사’ 기능이 주목을 받았다. 스마트폰 조작이 익숙하지 않은 시각장애인도 버튼 하나로 계속 주변 정보를 받아볼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PDF 파일 읽기 기능도 포함돼 있어 업무 현장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무료 버전과 유료 버전으로 나뉘며, 무료 사용자가 자신의 남은 사용량을 다른 시각장애인에게 기부할 수 있는 ‘기부 기능’도 눈길을 끌었다. 전 세계 사용자 간 사용량을 나눠 쓰는 구조다.
설리번 플러스 개발사 투아트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의뢰로 직업을 가진 시각장애인의 업무를 돕는 문서 인식 앱도 별도 개발했다. 명함·영수증·문서 등을 카메라로 촬영하면 음성으로 읽어주는 OCR 기반 앱으로,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책과 삼단 리플렛 인식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투아트 관계자는 “코이카(KOICA)와 협약을 맺고 인도 뱅갈루루 지역 시각장애인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 능력 개선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개발 단계의 AI 스마트 글래스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평소에는 일반 헤드폰처럼 착용하다가 필요할 때 렌즈를 앞으로 내리면 약 100인치 대화면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미러링할 수 있는 제품이다. 전면 카메라 2개를 탑재해 주변 상황을 촬영하고 음성으로 안내하는 기능과 함께, AI 프로그램을 연동한 수화 인식·통역 서비스도 탑재할 예정이다. 올해 말 출시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박람회장에서는 장애인 당사자 단체들도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양재동에 위치한 아이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들은 이날도 전시장 곳곳을 꼼꼼히 둘러봤다.
센터 관계자는 “매년 보조기기 박람회를 통해 센터 이용자와 회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며 “시각장애인에게 맞는 제품 정보를 알려드리거나, 실제로 제품과 연계해 드린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박람회에서 수집한 정보는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꼭 필요한 분들에게는 직접 연락해 연결까지 이어간다는 설명이다.
둘째 날인 29일에는 ‘AI·로봇 기술 발전과 장애인 일자리 전망’을 주제로 강연회가 열렸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웨어러블 로봇 ‘X-ble MEX’ 개발 과정과 실제 활용 사례, 한림대병원의 로봇 관제사 사례 등을 통해 첨단 기술 발전과 장애인 일자리 전망을 폭넓게 다뤘다.
이종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은 “보조공학기기가 장애 보완을 넘어 장애인의 직무 수행 가능성을 넓히고 새로운 고용 기회를 창출하는 핵심 동력”이라며 “AI와 로봇 기술의 발전이 장애인 직무 재설계와 고용 확대의 기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