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장애인 96% 중증… ‘老老돌봄’ 위기 현실로

“일률적 탈시설 강행 시 고령 부모에 돌봄 전가… 다원적 주거 선택권 보장해야”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정책의 현황과 과제: 돌봄 선택권 확대를 중심으로’ 보고서 표지 일부 <사진=국회미래연구원 제공>

장애인 거주시설 입소자의 대다수가 중증 발달장애인인 가운데, 공적 인프라 없이 탈시설 정책이 기계적으로 추진될 경우 고령 부모가 돌봄을 떠안는 이른바 ‘노노돌봄’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전국 등록장애인은 263만여 명이다. 이 중 65세 이상 비율이 55.3%에 달해 장애 인구의 초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전국 1,524개 거주시설에 머물고 있는 약 2만 7천 명 가운데 96.5%가 중증 장애인이고, 지적장애와 뇌병변장애가 전체의 약 90%를 차지한다. 평균 거주 기간은 24.3년이며, 82.0%는 상시 약물 복용이 필요한 고도의 의료 개입 대상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 16일 발간한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정책의 현황과 과제: 돌봄 선택권 확대를 중심으로’는 이러한 현실이 2027년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본사업 전면 시행과 맞물려 심각한 사회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적 대안 인프라 없이 기계적 시설 퇴소가 강행될 경우,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돌봄 부담이 고령 부모에게 그대로 전가된다는 것이다.

이 위기는 탈시설 정책을 둘러싼 갈등과도 맞닿아 있다. 당사자 단체는 전면 탈시설화를 통한 주거 선택권 회복을 촉구하는 반면, 부모 단체는 의료·돌봄 인프라 부재로 인한 생존권 위협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한다. 보고서는 이 갈등의 구조적 원인으로 과거 탈시설 운동을 이끈 주체인 지체장애인 중심의 특성과, 현재 시설 거주인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특성 사이의 불일치를 지목했다.

보고서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의사결정 문제도 함께 짚었다. 보호자나 소수 전문가에 의한 일방적 대리결정을 지양하고, 다층적 평가 기구를 통해 당사자의 비언어적 선호까지 반영하는 ‘지원된 의사결정’ 체계의 전면 도입을 촉구했다. 시설 퇴소 결정 과정에서 당사자의 실질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절차적 기반으로, 현행 대리결정 관행이 오히려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해외 사례는 이 위기를 극복할 실마리를 보여준다. 미국은 1999년 연방대법원의 옴스테드 판결을 기점으로 탈시설화를 본격 추진하면서, 공공재정인 메디케이드가 장애인의 지역사회 이동 경로를 직접 따라가는 MFP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동시에 독립 거주가 위험한 최중증 지적·발달장애인을 위한 집중 요양시설 ICF/IID는 공적 재정으로 유지해 무리한 전면 폐쇄의 부작용을 완화했다. 지역사회 전환과 시설 존치를 병행한 이 이중 구조는 국내 부모 단체가 제기하는 생존권 우려에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는 현실 가능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재정 구조의 불균형도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혔다. 현행 5:5 국고보조 매칭 방식은 지자체 재정자립도에 따른 인프라 격차를 구조적으로 벌려놓는다. 서울의 재정자립도는 79.1%에 달하지만 전남은 27.1%, 경북은 31.0%에 불과하다. 재정 여건이 취약한 지자체일수록 매칭 부담이 복지 인프라 확충의 발목을 잡는 구조다. 사회복지 분야 국고보조금은 이미 전체 보조금의 64.2%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7년 대비 31조 9천억 원 이상 증가한 상태다. 탈시설 정책이 일률적으로 적용될 경우 지역에 따라 장애인이 누릴 수 있는 돌봄 서비스의 질이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대안을 제시했다. 공공재정이 거주인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는 한국형 MFP 프로그램 도입과 개인예산제를 결합한 3단계 재정 전환 로드맵, 주거 계약과 돌봄 서비스 계약의 엄격한 분리 법제화, 17개 광역지자체의 현장 밀착형 실행계획 수립 의무화가 그것이다. 탈시설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시설의 기계적 폐쇄가 아니라, 장애 정도에 맞춘 다원적 주거 선택권 보장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다.

연구를 맡은 이채정 부연구위원은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정책의 목표는 시설의 기계적 폐쇄가 아니라 실질적 삶의 질 향상과 다원적 주거 선택권 보장에 있다”며 “중앙정부의 포괄적 재정 책임과 지자체의 집행 자율성이 결합된 실효성 있는 대안이 속히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카드뉴스] 2026년 온라인 장애인 공직 설명회




직업훈련에서 기술자격까지… 장애인의 내일을 여는 통로

식음료·돌봄·현장기술 직종 중심 참여 확대, 자격 취득이 취업 성과로 연결

장애인 참여율 상위 3개 분야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정책 가운데 직업훈련과 기술자격 취득은 가장 현실적인 진입 통로로 꼽힌다. 단순한 교육 참여를 넘어 취업으로 이어지는 결과가 실제 수치로 확인되면서, 직업훈련 체계가 장애인의 고용 기반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직업훈련 및 국가기술자격 현황을 종합해 보면, 장애인의 직업 준비 과정은 특정 분야를 중심으로 비교적 뚜렷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업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직무 중심 훈련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25년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한 장애인 직업훈련 참여 현황에 따르면 전체 참여자 3,596명 가운데 음식서비스와 식품가공 등 식음료 관련 직종이 약 2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음식조리, 제과·제빵, 식음료 서비스 등은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고 지역 단위 사업장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에서 장애인들이 선호하는 분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돌봄 분야 역시 주요 선택지로 확인됐다. 요양보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보건·의료 직종과 아이돌봄·노인돌봄 등 사회복지 직종 참여 비중은 약 20%에 달했다. 이는 장애인이 단순히 지원을 받는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돌봄 서비스 제공자로 역할을 확장하려는 흐름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현장 기술 분야로의 진입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건설·전기·기계·재료 분야 등 현장 기술 직종 참여 비중은 약 17%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직종은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 숙련도를 확보할 경우 취업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분야로 평가받고 있어, 기술 기반 직무에 대한 관심이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직업훈련과 함께 국가기술자격 취득 노력도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3년간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한 국가기술자격 가운데 장애인이 가장 많이 응시한 종목은 지게차운전기능사, 제빵기능사, 전기기능사 순으로 집계됐다. 취득 종목 역시 지게차운전기능사와 굴착기운전기능사, 전기기능사 순으로 나타나 직업훈련 참여 분야와 자격 취득 분야 간 연계성이 뚜렷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기술자격 취득 미취업 장애인 취업률/ 장애인 취업 연계성이 높은 주요 자격 Top 5

이러한 흐름은 취업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한 미취업 장애인 가운데 약 51.1%가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시기 등록장애인 전체 취업률보다 높은 수준으로, 자격 취득이 실제 취업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제과기능사와 전기기능사, 한식조리기능사, 지게차운전기능사 등은 취업 연계성이 높은 자격으로 분석됐다. 해당 자격은 비교적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취업 기회의 폭을 넓히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직업훈련 현장에서는 기술 습득 과정이 단순한 교육을 넘어 노동시장 진입 준비 단계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훈련기관 관계자들은 반복적인 실습과 자격 취득 과정을 통해 실제 업무에 필요한 숙련도를 확보하는 것이 취업 이후 직무 적응 속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정부는 이러한 흐름을 기반으로 직업훈련과 자격 취득, 취업을 연계하는 체계 구축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훈련 참여수당과 장려금 지급을 통해 안정적인 훈련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며, 국가기간·전략산업과 정보기술 등 신산업 분야 통합훈련과 장애 유형별 특성을 반영한 특화훈련도 확대하고 있다.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 취득 훈련과 기업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훈련 역시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기업 연계형 맞춤훈련은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며 직업훈련의 실효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취업 이후에도 재직근로자 향상훈련을 제공하는 등 고용 유지 단계까지 지원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임영미 고용정책실장은 “장애인의 도전이 일시적인 배움에 그치지 않고 실제 지속 가능한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장애인 개인의 자립을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길”이라고 언급하면서, “장애인이 다양한 일자리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실용적이고 포용적인 직업훈련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직업훈련의 방향이 특정 직종 중심 구조를 넘어 보다 다양한 산업 영역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보기술과 신산업 분야로의 참여 확대 여부가 향후 장애인 고용 환경의 질적 변화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직업훈련과 자격 취득이 취업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점차 구조화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다만 산업 환경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장애인의 직업 준비 역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 체계의 지속적인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장애인의 날 앞두고 한화 금융계열사, 장애인 의무고용 전 계열사 초과 달성

319명 전원 직접 고용…맞춤형 직무 설계로 ‘지속가능 고용 모델’ 구축

<사진=한화생명 제공>

오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한화 금융계열사의 장애인 고용 행보가 금융권 내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한화생명,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한화저축은행 등 금융 6개 계열사는 2026년 4월 기준 장애인 의무고용 인원 294명을 초과한 319명을 고용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고용된 319명 전원은 직접 고용 형태다.

계열사별 고용 인원은 한화손해보험 113명, 한화생명 101명, 한화생명금융서비스 49명, 한화투자증권 40명, 한화자산운용 12명, 한화저축은행 4명으로 모두 의무 기준을 충족하거나 초과했다.

이 중 성과가 두드러지는 곳은 한화생명이다. 2023년 보험업계 최초로 장애인 의무고용률 3.1%를 달성한 데 이어 2024년 3.3%, 2025년 3.5%로 꾸준히 상승해 올해 4월 현재 3.6%까지 끌어올렸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한화생명과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각각 고용노동부 ‘트루컴퍼니’ 장관상을 수상하며 공식적으로 장애인 고용 우수기업으로 인정받았다.

한화 금융계열사의 장애인 고용 모델은 단순 수치 달성보다 직무 설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끈다. 한화생명 사내 카페에서는 장애인 바리스타 16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한화생명금융서비스와 한화손해보험은 네일관리사 직무를 신설해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장애인 디자이너를 위한 재택근무 환경도 지원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어학강사 보조 직무를 통해 임직원 교육을 지원하는 역할을 장애인 직원에게 맡기고 있다. 이 밖에 사서 보조, 헬스키퍼 등 복지 연계형 전문 직무도 확대 추세다.

이러한 접근은 금융권 전반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한국장애인고용공단·금융협회 4개 기관이 금융권 장애인 고용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이달 초에는 20개 은행 인사 부서장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고 장애인 고용확대 협의체를 본격 가동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집계한 2025년 기준 300인 이상 기업 평균 장애인 고용률이 2.65%에 그치는 상황에서 한화 금융계열사들의 성과는 법정 기준을 웃도는 수준이다.

고용 환경 개선을 위한 내부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원팀 플러스 데이’를 통해 문화 체험 행사와 인정휴가를 제공하며 조직 내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도 기념행사와 경험 공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김정수 한화생명 HR전략실장은 “장애인 고용은 단순한 사회 공헌을 넘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요소”라며 “포용적 고용 모델을 지속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경제 5단체 회원사 대상 장애인 고용 활성화 간담회 개최

회원사에 맞춤형 컨설팅 연계 방침…의무고용 명단공표 제도도 안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지난 15일 경제단체 회원사 대상 장애인 고용 간담회를 개최해 사업 안내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지난 15일 경제 5단체 소속 회원사를 대상으로 ‘장애인 고용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 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현장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는 삼성물산을 포함한 10여 개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ESG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흐름 속에서 장애인 고용에 대한 기업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적합 직무 부족, 채용 및 고용관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장애인 고용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여전히 적지 않다. 공단이 경제단체 회원사를 대상으로 소통의 장을 마련한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날 공단은 장애인 고용 지원 제도 전반을 안내했다.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공표 제도까지 폭넓게 다뤘으며,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도 함께 실시해 기업 내 고용 문화 확산을 독려했다. 참석 기업 관계자들이 현장 의견을 직접 전달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번 간담회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공단의 ‘장애인 고용컨설팅’ 사업이다. 이 사업은 기업의 고용 여건을 진단·분석해 부진 요인을 찾아내고, 적합직무 발굴부터 인력 양성, 편의시설 지원까지 기업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이 비용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장애인 채용을 희망하는 모든 사업주가 신청 가능하다.

실제 성과도 확인됐다. 한 대학교 법인은 공단과 협업해 IoT 기술을 활용한 신규 장애인 적합직무 8개를 발굴했고, 2022년 대비 2024년 장애인 고용률이 2배 증가했다. 장애인 근로자 82명을 신규 채용하며 관련 업계의 우수사례로 꼽히고 있다. 반도체·LCD용 재료를 생산하는 한 제조기업은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하고, 베이커리 직무훈련·멘토링 제도 등을 통해 장애인 20명을 채용한 뒤 의무고용률 100% 초과 달성과 동시에 퇴사율 0%, 생산성 60% 향상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참석 기업의 애로사항을 반영한 맞춤형 컨설팅으로 연계할 방침”이라며 “아울러 경제단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네트워크를 넓혀 장애인 고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직무개발 넘어 ‘근속 설계’로…장애인 고용, 양에서 질로 이동한다

채용률 중심에서 직무·근속 중심으로 전환
이랜드 등 기업들 ‘지속 가능한 고용 구조’ 구축 시도

<사진=이랜드이츠 제공>

최근 기업들의 장애인 고용 방식이 단순 채용률 달성 중심에서 벗어나 직무 설계와 근속 안정성 확보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법정 의무고용률 충족 여부가 주요 평가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장애인이 실제로 현장에서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몇 년 사이 장애인 고용 정책과 기업 현장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나타난 흐름으로 해석된다. 특히 장애인 채용 이후 이직률이 높거나 직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단순 채용 확대만으로는 안정적인 고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장애인의 특성과 업무 환경을 함께 고려한 직무 개발에 점차 관심을 기울여 왔다.

실제로 직무 중심 고용은 최근 기업 장애인 고용 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기존에는 사무 보조나 단순 지원 업무 중심의 배치가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산업 특성과 업무 흐름을 반영한 맞춤형 직무를 개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장애인을 조직의 주변 업무에 배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 운영 과정 속에서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직무 중심 접근은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 ‘고용 지속성’이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장애인을 채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근무할 수 있도록 업무 난이도와 교육 체계를 설계하는 시도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장애인 고용의 성과를 단순 숫자가 아닌 근속 기간과 직무 안정성으로 평가하려는 움직임과도 맞닿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이랜드그룹의 장애인 고용 모델이 주목된다. 이 기업은 최근 장애인 채용 과정에 ‘일자리 설계’ 개념을 도입해 직무 세분화와 교육 과정을 연계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외식 부문에서는 업무를 단계별로 나누어 반복 학습이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패션 부문에서는 실제 매장 환경과 동일한 교육장을 운영해 현장 적응력을 높이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채용 이후 직무 적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을 사전에 줄이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특히 사업부별 특성을 반영한 직무 설계는 고용 지속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주목된다. 외식업과 유통업처럼 현장 중심 산업에서는 업무 숙련도가 근속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반복 수행이 가능한 업무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장애인의 업무 이해도를 높이고 직무 수행에 대한 자신감을 형성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특정 기업에 국한된 현상만은 아니다. 포스코는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통해 교육과 현장 업무를 연계한 고용 모델을 구축해 장기 근속 기반을 마련해 왔으며, SK그룹 역시 계열사 단위로 장애인 직무를 확대하고 근무 환경 개선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장애인 고용이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기업 운영 전략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고용의 질적 변화가 기업의 경쟁력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직무 적합도가 높은 인력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을 경우 조직의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반복 채용과 교육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장애인 고용이 비용 부담이라는 기존 인식을 넘어, 기업 운영의 안정성을 높이는 요소로 전환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부 선도 기업을 중심으로 직무 개발과 근속 설계가 이뤄지고 있지만, 상당수 기업에서는 여전히 단기 고용이나 제한적인 직무 배치가 반복되는 사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장애인 고용 정책이 양적 확대에서 질적 안정으로 전환되는 과도기적 단계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무 개발에서 고용 지속성 확보로 이어지는 최근의 흐름은 장애인 일자리 정책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변화로 평가된다. 채용 숫자를 늘리는 것을 넘어 장애인이 조직 안에서 안정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시도가 확산될 경우, 장애인 고용은 단순한 의무 이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 참여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카드뉴스] 장애인은 우리 사회의 평등한 주체입니다




중증장애인 고용, 직무 개발 중심으로 전환…지속 가능한 일자리로 이어질지 주목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신규 고용모델 7종 개발 착수…현장 정착과 장기 고용 유지가 관건

<사진=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신규 직무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단순 채용 확대를 넘어 직무 자체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정책 방향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애인 일자리 정책의 변화로 평가된다.

공단은 최근 보조공학센터에서 ‘2026년 중증장애인 고용모델 개발·확산사업’ 수행기관 7개소와 사업운영 약정을 체결하고 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난 3월 수행기관 선정에 이어 이번 약정 체결을 계기로 각 기관은 사업 수행에 돌입하게 된다.

이번 사업은 중증장애인의 취업과 산업현장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신규 고용모델을 발굴하는 데 목적이 있다. 수행기관은 장애 특성에 적합하면서 산업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직무를 연구·개발하고, 교육훈련과 기업 취업 연계를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개발 예정 직무는 총 7종으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안내원과 청취보조시스템 모니터링 전문가, 지역사회 무장애 환경 코디네이터 등이 포함됐다. 특히 정신장애와 뇌병변장애 등 고용률이 낮은 장애 유형을 대상으로 한 ‘고용저조유형’ 부문이 신설된 점은 주목되는 변화다.

이종성 이사장은 “공단은 이번 고용모델 개발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수행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공단은 신규 직무 개발뿐 아니라 취업 연계와 현장 정착 지원까지 사업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장애인 일자리 정책이 직무 개발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중증장애인의 고용 유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된다. 기존 직무에 단순 배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장애 특성과 산업 환경을 함께 고려한 직무 설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직무 개발 성과가 실제 일자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취업 이후 고용 유지 단계까지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 취업 실적보다 일정 기간 이상 고용이 유지되는지를 평가하는 장기 지표 중심의 관리 체계가 요구되고 있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 마련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국내 장애인 고용은 장애인 의무고용제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신규 직무가 실제 업무 효율 향상으로 이어질 때 장기적인 고용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한 개발 직무의 시장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사전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장기적으로 유지 가능한 직무를 선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개발되는 신규 직무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정착하고 확산될 수 있을지 여부는 향후 장애인 고용 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직무 개발 중심 정책이 단순한 시범사업을 넘어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애인 고용, ‘채용’에서 ‘직무 설계’로…금융권까지 확산되는 새 일자리 모델

삼성화재 직무 인큐베이팅 도입, 산업 연계형 고용이 지속가능성 높인다

<사진=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국내 기업들의 장애인 고용 방식이 단순 채용 중심에서 직무와 사업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업의 본업과 연계된 직무를 개발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모델이 확산되면서 장애인 일자리의 안정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삼성화재해상보험이 공동 추진하는 ‘직무 인큐베이팅 모델’이 금융권의 새로운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양 기관은 4월 9일 서울 서초구 삼성화재 본사에서 장애인 고용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보험업과 연계한 직무 기반 일자리 모델 구축에 나섰다.

이번 모델은 공단의 맞춤형 직무훈련과 기업의 현장 실습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것이 핵심이다. 입사 전 기초 역량 교육부터 입사 후 실무 적응까지 전 과정을 단계적으로 지원해 연내 다수의 장애인을 실제 채용으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금융업의 전문 직무와 직접 연계된 고용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금융권 장애인 고용이 단순 행정 보조 업무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과 달리,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직무 설계형 모델이 도입됐다는 점에서 한 단계 발전된 시도로 평가된다.

이종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은 협약식에서 “삼성화재가 보험업 본업과 연계된 고용모델을 직접 설계하고 실천에 나선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장애인 노동자가 금융권에서 필요한 역량을 쌓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맞춤훈련부터 실무 적응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이러한 변화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에서 이미 시작된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일부 기업들은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통해 제과 생산이나 카페 운영 등 자체 수익 구조를 갖춘 사업형 일자리를 운영하며 장애인 고용을 기업의 사업 영역 속에 편입시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사업 연계형 고용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일자리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본업과 연결된 직무는 일시적인 지원사업에 의존하지 않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 장애인 근로자의 장기적인 고용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직무의 질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산업 특성과 연계된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이 축적되며, 이는 장애인 근로자가 단순 업무 수행자를 넘어 직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이번 협약은 앞서 금융당국과 관련 기관이 참여해 체결한 금융권 장애인 고용 확대 협약이 실제 현장에서 구체적인 일자리 모델로 구현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제도적 논의를 넘어 실질적인 채용으로 이어지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다른 금융기관으로의 확산 가능성도 주목된다.

장애인 고용이 단순한 채용 숫자 확대를 넘어 산업과 직무를 설계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은 노동시장 전반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기업이 직접 직무를 만들고 그 안에서 장애인이 핵심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구조가 자리 잡는다면 장애인 고용은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제주 밭작물로 친환경 비누 만든 장애인기업…‘현장CEO열전2’ 통해 창업 여정 공개

1인기업 ‘삼십육점오일도’, 창업 경진대회 수상 성과 조명…유튜브 댓글 이벤트도 진행

<사진=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재)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가 장애인기업의 경영 현장을 소개하는 영상 콘텐츠 ‘현장CEO열전’ 시즌2 4화를 공개하고 제주산 농산물을 활용한 친환경 세정제 사업을 운영하는 1인 장애인기업의 창업 과정을 조명했다.

센터에 따르면 이번 4화에서는 제주 지역에서 친환경 비누와 세제를 생산·판매하는 1인기업 삼십육점오일도의 운영 사례가 소개됐다. 해당 기업은 당근과 양배추 등 제주산 밭작물을 원료로 활용해 고체 비누와 세정제를 제조하고 있으며, 천연 재료를 기반으로 한 제품 개발과 함께 디자인 및 브랜딩을 강화해 판로 확대에 나서고 있다.

영상에서는 대표가 제품 제조부터 마케팅 기획, 오프라인 매장 관리에 이르기까지 사업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는 일상이 담겼다. 특히 사업 초기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제품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과정과 함께, ‘제19회 장애인 창업아이템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며 성과를 거둔 사례가 주요 내용으로 소개됐다.

이번 콘텐츠는 장애인기업이 지역 자원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센터는 다양한 업종의 장애인기업을 소개함으로써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에게 실질적인 참고 사례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센터는 시즌2 공개를 기념해 공식 유튜브 채널 ‘뎁씨네’를 통해 시청자 참여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영상에 응원 댓글을 남긴 시청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일부에게 기업 대표 상품인 설거지용 고체 세제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장CEO열전’ 시즌2는 총 6회로 구성된 영상 시리즈로, 지난 3월부터 매주 월요일 오전 공개되고 있으며 다양한 장애인기업의 경영 현장을 순차적으로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