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모바일 장애인등록증’ 발급 시작

행정복지센터 방문해 무료 신청…금융거래 본인확인도 가능

모바일 장애인등록증 이미지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가 오는 1월 22일부터 모바일 장애인등록증 발급을 시작한다. 스마트폰에 저장해 필요할 때 제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장애인의 신분 확인과 각종 서비스 이용 편의가 높아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월 22일부터 모바일 장애인등록증을 발급한다고 밝혔다. 모바일 장애인등록증은 스마트폰 앱에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 실행해 장애인임을 확인받는 신분증이다.

모바일 장애인등록증은 플라스틱 재질의 실물 장애인등록증을 발급받은 장애인이 추가로 신청할 수 있으며 발급 비용은 없다.

발급을 원하는 장애인은 신분증과 본인 명의의 스마트폰을 지참해 가까운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면 된다. 발급 방식은 두 가지다. 지자체 담당자가 출력한 QR코드를 촬영해 신청 당일 발급받는 방식과 IC칩이 내장된 장애인등록증을 새로 신청한 뒤 수령 후 스마트폰에 접촉해 발급받는 방식이다.

모바일 장애인등록증을 발급받으면 스마트폰만으로 장애인등록증 제시가 가능하며 온라인 서비스 이용 시에도 장애인 자격 확인과 신원 확인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다만 스마트폰을 타인에게 맡겨 관리하는 경우 명의 도용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14세 미만 장애인은 신청이 제한되며 14세 이상 미성년자 또는 지적 자폐성 정신 장애인이 신청할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이나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모바일 장애인등록증 발급 시스템은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모바일 신분증 플랫폼을 기반으로 구축됐다. 보건복지부는 행정안전부 한국조폐공사 한국사회보장정보원 한국장애인개발원과 협력해 사용 편의성과 보안을 강화했다.

금융위원회는 모바일 장애인등록증을 금융거래 실명확인증표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금융결제원은 오는 2월부터 일부 금융기관에서 본인확인 신분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올해 말까지 모든 금융기관으로 확대를 지원할 계획이다.

모바일 장애인등록증 발급 관련 문의는 행정복지센터나 모바일 신분증 콜센터를 통해 가능하다.

차전경 장애인정책국장은 “모바일 장애인등록증을 통해 활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보다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장애인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시스템 관리를 철저히 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시정 권고는 요식행위였나”… 스타벅스 장애인 차별 5년째 ‘방치’

인권위, 스타벅스 ‘반쪽 이행계획’ 덜컥 승인… 2년 넘도록 현장 이행 전무
장추련 “인권위 무책임에 차별 고착화… 공식 사과와 시정조치 요구”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차별 시정 엉터리 이행계획 승인, 국가인권위원회 규탄 기자회견 <사진=유튜브 채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갈무리>

장애인 인권단체들이 스타벅스의 드라이브스루(DT) 장애인 차별 문제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의 무책임한 행정을 비판하며 강력한 항의에 나섰다. 차별 시정 재결이 내려진 지 2년이 지났음에도 스타벅스의 이행은 전무하며, 감독 기관인 인권위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에 따르면, 이들은 스타벅스 DT 서비스의 청각·언어장애인 접근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부터 5년째 법적 다툼과 단체 행동을 이어오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2021년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급증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타벅스 DT 시스템은 직원과 화상상담을 통해 말로 주문하는 방식 위주로 운영되어, 청각·언어장애인들은 사실상 서비스 이용에서 배제됐다. 이에 장추련은 2021년 4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당초 인권위는 스타벅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인권위는 “주차 후 매장 이용이나 스마트폰 앱 사전 주문 등의 대체 수단이 있다”며 그해 8월 진정을 기각했다. 하지만 장추련은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2023년 9월 행정심판위원회는 인권위의 기각 결정을 취소하는 재결을 내렸다.

당시 행정심판위는 “스마트폰 앱 주문 등은 DT 본래의 취지와 거리가 멀어 대체 수단으로 볼 수 없다”며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의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매출 1위 기업인 스타벅스가 화상 수어 서비스나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것이 경영상 과도한 부담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명시했다.

문제는 재결 이후의 과정에서 발생했다. 행심위 결정에 따라 스타벅스는 2024년 1월 이행계획서를 제출했으나, 장추련 확인 결과 해당 계획에는 언어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 설치 등이 빠진 채 청각장애인용 화상 수어 서비스만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이 같은 ‘반쪽짜리’ 계획을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승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후 관리 부실에 대한 지적도 거세다. 이행계획 승인 후 2년이 경과한 2026년 1월 현재까지도 스타벅스 현장에서는 시정 권고 사항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추련 측은 “인권위가 권고 이행 과정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는 예규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며 “진정인에게 이행 계획에 대한 안내조차 하지 않는 등 철저히 장애인을 소외시켰다”고 주장했다.

장추련을 비롯한 장애인 권리옹호 단체들은 조만간 인권위를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이들은 인권위에 엉터리 이행계획 승인에 대한 공식 사과와 실질적인 시정조치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할 방침이다.

장추련 관계자는 “연 매출 수조 원을 기록하는 거대 기업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차일피일 미루고, 차별시정기구인 인권위가 이를 묵인하는 사이 장애인들의 기본권은 5년째 침해받고 있다”며 “국가 기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강화 장애인시설 성폭력 파문… 장애인단체, “즉각 폐쇄” 촉구

여성 장애인 19명 수년간 성학대 의혹 “행정 방치가 키운 구조적 참사”

색동원 전경 <사진=색동원 홈페이지>

인천 강화군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시설장이 입소 장애인들을 수년에 걸쳐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장애인단체들이 시설 즉각 폐쇄와 행정처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강화군 색동원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 실태를 규탄하며 인천시와 강화군의 결단을 촉구했다.

중앙일보 보도와 대책위에 따르면 강화군 길상면에 위치한 색동원 시설장 A씨는 입소 여성 장애인 19명을 상대로 수년간 성폭행과 강제추행 등 성적 학대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30대에서 60대 사이의 중증 발달장애인으로, 이 가운데 13명은 연고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연구팀의 심층조사 보고서에는 A씨가 흉기를 동원해 피해자들을 협박하고 방과 소파 등 시설 곳곳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증언이 담겼다. 피해자들은 의사 표현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비언어적 표현으로 당시 상황을 재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는 이번 사건을 시설이라는 폐쇄적 구조 속에서 저항하기 어려운 장애인을 상대로 한 권력형 범죄이자 관리 감독이 작동하지 않은 제도적 학대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시설 직원들이 장기간 범죄를 묵인하고 방조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행정 당국의 대응을 두고도 비판이 이어졌다. 대책위는 강화군이 심층조사 보고서를 통해 사태를 파악하고도 즉각적인 행정처분을 미루고, 인천시와 보건복지부에 보고를 누락하는 등 사건 은폐에 가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처분을 늦추는 데 대해 대책위는 사법 판단과 행정 책임은 별개라고 강조했다. 이미 인권 침해 실태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만큼 시설 즉각 폐쇄와 법인 설립 허가 취소가 최소한의 책임 있는 조치라는 설명이다.

대책위는 인천시와 강화군에 색동원 시설 폐쇄, 사회복지법인 설립 허가 취소, 남성 거주인 추가 심층조사, 거주인 전원에 대한 자립 지원과 피해 회복 조치 시행 등 네 가지를 요구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행정이 방치한 구조적 인권 참사”라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이 이뤄질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와 비장애 경계’ 느린 학습자 일자리 물꼬 튼다…고용부, 전용 지원사업 첫 가동

IQ 71~84 “지원은 필요하지만 제도 밖” 지적 반영…
4주 이상 직무기초 프로그램 뒤 국민취업지원제도 등으로 연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2일 주요 국책 연구기관 전문가와 함께 내년도 일자리 전망과 청년층 고용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일자리 정책 방향을 보완하기 위해 ‘고용동향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지능지수(IQ) 71~84 범위의 ‘경계선지능인’, 일명 느린 학습자 청년을 위한 전용 취업지원 사업이 올해 처음 신설된다. IQ 70 이하인 지적장애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평균 대비 낮은 지적 기능으로 인지·학습·사회적 적응 능력이 제한될 수 있어 지원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집단을, 기존 고용서비스 체계 안으로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경계선지능청년취업지원 사업’에 참여할 광역자치단체를 오는 30일까지 공모한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최근 경계선지능인 관련 지원 조례가 80개 이상으로 확대되고 관련 법안 논의도 이어지는 등 사회적 관심은 커졌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지원이 미비하다는 점을 이번 사업 추진 배경으로 들었다.

그동안 경계선지능인 지원은 일부 지자체 조례에 근거한 사업이나 관계부처의 진단·상담 등 복지적 접근에 무게가 실리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번 사업은 경계선지능청년의 학습 속도, 정서 지원 등 특성과 욕구를 고려해 취업 준비의 출발점을 제공하고, 이후 노동시장 진입과 자립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지원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장애 기준에는 미달해 제도 밖에 머무는’ 사각지대를, 고용정책 영역에서 메우겠다는 의미다.

지원 대상은 18~39살 경계선 지능 청년이며, 주요 지원 내용은 참여자 참여수당과 지자체 사업비 지급이다. 사업은 공모를 통한 지자체 선정, 운영기관 선정 및 사업비 교부, 참여자 발굴·모집, 상담 및 지역·참여자 특성을 반영한 기초소양·구직기술 습득 프로그램 운영, 평가·정산 순으로 진행된다. 예산 흐름은 고용노동부가 지자체에 교부하고, 지자체가 운영기관에 사업비를 내려 운영기관이 참여자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구조다.

핵심은 ‘단기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도록 한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프로그램 종료 뒤 국민취업지원제도, 청년 일경험 지원사업 등 기존 고용서비스로 연계해 지속적인 취업 지원이 이어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경계선지능청년이 별도 트랙에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주류 고용정책 체계 안으로 자연스럽게 편입되도록 연결고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번 사업은 고용노동부가 2026년 취약계층 고용 안전망을 강화하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장애인고용개선장려금’을 신설하는 등 기업의 장애인 고용을 촉진하는 장치를 마련했고, 저소득층 장애인 등을 포함한 구직자의 취업 준비 기간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민취업지원제도의 구직촉진수당 인상 등 제도 보완도 추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경계선 지능청년이 기존 고용 정책 체계 안으로 자연스럽게 편입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밝히며 “아울러 사업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정책 확대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라고설명했다.




‘버스정류장 장애인 차별’ 구제소송 1심 오늘 선고…

장애계 “적극적 조치 판결해야” 시·청각·지체장애인 등 공동 제소…서울·경기·광주 등 지자체 상대

버스정류소 이용에서의 장애인차별구제소송 1심 선고 및 기자회견 <사진=유튜브 채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갈무리>

버스정류장 이용 시 장애인이 겪는 차별을 해소해달라며 장애인들이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소송의 1심 결과가 15일 나온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9시 50분 서울중앙지법 동관 558호 법정에서 열리는 선고 재판 직후, 법원 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에 대한 입장과 향후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23년 4월 시각·청각·지체장애인들이 버스정류소 접근과 이용 과정에서 겪는 구조적인 차별을 시정하고자 시작됐다. 원고 측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유도블록 및 음성안내 장치 미비, 청각장애인을 위한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 문자 서비스 부재,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진출입로 및 회전 공간 부족 등을 핵심 쟁점으로 꼽았다.

피고로는 서울특별시와 종로구·중구, 경기도와 김포시, 광주광역시와 북구 등 각급 지방자치단체가 포함됐다. 원고 측은 재판 과정에서 국가가 장애인 이용을 고려한 버스정류장 표준설계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각 지자체는 관련 법령의 취지를 외면한 채 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의무를 축소하려 한다고 비판해 왔다.

단체들은 장애인 이동권이 교육, 고용, 여가 등 모든 사회참여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임을 강조했다. 특히 2023년 기준 전국 저상버스 보급률이 38.9%에 불과하고 지하철 등 대체 수단이 없는 지역에서는 차별이 더욱 심각하다며, 이동의 시작점인 버스정류소부터 차별이 고착화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장추련 관계자는 “비장애인이 다양한 교통수단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처럼 장애인에게도 이동 수단을 선택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며 “법원이 장애인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반영해 적극적인 구제 조치를 담은 판결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소송대리인단인 재단법인 동천의 김진영 변호사를 비롯해 원고 측 당사자들과 장애인 인권 활동가들이 참석해 법원의 선언적 판결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번 소송은 (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재단법인 동천, 공익법단체 두루 등이 공동 주최했다.




‘장벽’ 된 키오스크, ‘꼼수’ 부린 시행령에… 장애인 단체, 헌법재판소로

음성안내·접근공간 의무를 ‘호출벨’로 대체… “동등한 이용권 박탈”
기술적 개선 대신 ‘인력 지원’ 택일 구조… 정부의 행정 책임 회피 지적

무인정보단말기(테이블오더형)를 통해 주문을 하려는 시각장애인. 음성이 전혀 제공되지 않아 기기 위치나 주문시 메뉴 선택을 위한 터치를 할 수 없다. <사진=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제공>

디지털 전환의 상징인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가 장애인에게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되고 있다. 장애인 단체와 당사자들이 접근성을 후퇴시킨 정부의 시행령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6개 단체는 지난 13일, 무인정보단말기의 장애인 접근성 보장 기준을 대폭 축소·완화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과 ‘지능정보화기본법 시행령’에 대해 위헌 확인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2021년 법 개정으로 강화됐던 장애인 접근성 의무가 하위 법령인 시행령에 의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판단에서다.

단체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5년 이후 개장한 50㎡(약 15평) 이상의 매장에서도 장애인들은 여전히 일상적인 주문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단말기 위치를 알 수 있는 유도 장치가 없고 주문 과정에서 음성 안내가 전혀 제공되지 않아 메뉴 선택을 위한 터치조차 할 수 없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 역시 ‘높은 벽’에 가로막혀 있다. 세워져 있는 단말기의 조작 위치가 120cm 이상의 높이에 있어 손이 닿지 않거나, 단말기 하단부에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이 없어 기기에 밀착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테이블 오더’ 방식의 기기 또한 한곳에 고정된 형태가 많아 휠체어 이용자가 조작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이번 헌법소원의 핵심 쟁점은 시행령이 접근성 보장 의무를 ‘택일 구조(or)’로 변질시켰다는 점이다. 2025년 3월 개정된 지능정보화기본법 시행령은 업체 규모와 무관하게 ‘보조인력 배치’나 ‘음성안내’ 중 하나만 선택하면 접근성 기준을 준수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2025년 12월 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은 휠체어 접근 공간 확보, 점자블록 설치 등 필수적인 환경적 조치 조항을 대거 삭제했다. 대신 소상공인과 테이블 오더형 단말기에 대해서는 호출벨 설치나 보조인력 배치만으로도 접근성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예외 조항을 신설했다.

이에 대해 장추련은 “물리적·기술적 접근성과 인적 지원은 상호 보완적이어야 함에도 정부가 이를 선택 사항으로 만들어 버렸다”며 “특히 무인점포의 비상주 인력이나 호출벨 방식은 비장애인과 동등한 이용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이러한 시행령 후퇴가 정부의 행정적 태만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을 시행령 개정의 이유로 들고 있지만, 정작 법 개정 이후 장애인 접근성이 보장된 단말기의 개발과 보급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소상공인이 기존 단말기를 접근성 보장 기기로 교체하는 데 필요한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지 않은 채, 기준 자체를 낮추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소송대리인단은 “정부의 조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명시한 ‘동등한 접근과 이용을 위한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무력화하는 위헌적 입법”이라며 “법률유보·과잉금지·최소보장 원칙을 위반한 정책을 즉각 재검토하고 기술적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예산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시대의 ‘편의’가 누군가에게는 ‘배제’가 되지 않도록, 기술과 법령이 장애인의 권리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정치, 소외된 이 없이 읽혀야” 김예지, ‘이해하기 쉬운’ 의정보고서 발간

“어떻게 보여줄까 대신 어떻게 이해시킬까 고민” … “정보 포기하는 사회는 미완성”
발달장애인 위한 ‘쉬운 말’, 점자·수어·음성 QR까지 총망라 직접 목소리 입힌 낭독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025년 의정활동을 담은 ‘이해하기 쉬운 20205년 의정활동 보고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김예지 의원실 제공>

“누군가에게는 글자가, 누군가에게는 영상이, 누군가에게는 소리가, 또 누군가에게는 점자가 더 편할 수 있습니다. 그 차이 때문에 정보를 포기해야 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로서 장애인 인권과 정보 접근성 향상에 앞장서 온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2025년 의정활동을 담은 ‘배리어프리(Barrier-free·장벽 없는) 의정보고서’를 발간했다. 단순히 성과를 나열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발달장애인부터 고령층까지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고 의정 활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의정보고서의 핵심은 ‘이지리드(Easy Read)’ 형식의 도입이다. 이지리드란 발달장애인이나 학습 장애인, 고령자 등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어려운 전문 용어를 쉬운 단어로 풀고 그림이나 사진 설명을 곁들인 형태를 말한다.

김 의원은 보고서에서 ‘의정 활동’, ‘비례대표’, ‘개정안’ 등 정치를 접하며 마주하는 생소한 단어들을 일일이 정의했다. 예컨대 ‘발의’는 “국회의원이 의견을 내는 일”, ‘예산’은 “나라가 1년 동안 돈을 어디에 쓸지 세운 계획”으로 풀이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보여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분이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의 결과다.

이번 보고서는 ‘정보 접근성’의 교본에 가깝다. 일반 묵자(활자)본 외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출력본을 제작했으며, 보고서 곳곳에 QR코드를 배치했다. 이를 스캔하면 수어 통역 영상과 음성 낭독 서비스로 연결된다.

특히 음성 낭독은 김 의원이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타인의 목소리가 아닌, 책임지고 일한 정치인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겠다는 의지다. 김 의원은 “누군가에게는 글자가, 누군가에게는 소리나 점자가 더 편할 수 있다”며 “그 차이 때문에 정보를 포기해야 하는 사회는 완성되지 않은 사회”라고 강조했다.

보고서에는 지난 1년간의 굵직한 의정 성과도 담겼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른바 ‘조이법(안내견 거부 방지법)’의 시행이다. 2025년 4월부터 시행된 이 법은 의료시설 등 특정 장소를 제외하고는 안내견의 출입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김 의원은 22대 국회에서 총 101건의 법안을 발의해 18건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법, 화장품법 개정안(점자·음성코드 표기) 등이 대표적이다. 예산 확보 측면에서도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서비스 등 약자를 위한 예산 총 6450억 원을 끌어냈다.

김 의원은 보고서 말미에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길을 누군가는 조금 다른 방법과 속도로, 그러나 같은 방향으로 걸을 수 있도록 그 길을 함께 만드는 정치를 하고 싶다”며 “이 의정보고서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로 가는 작은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애인 고용 확대 외치면서 지원은 삭감?…영국 정부 정책에 권리단체 반발

英 장애인 권리 옹호 단체, “직장 접근성 지원 축소 등으로 고용 목표와 충돌…교육지원 제한도 갈등 키울 것”

<사진=Unsplash>

영국 장애인 권리 옹호 단체 디서빌리티 라이츠 UK(Disability Rights UK·DRUK)가 정부의 장애 정책이 장애인 고용 확대라는 공언과 달리 실제로는 지원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단체는 특히 정부가 더 많은 장애인의 노동시장 참여를 핵심 과제로 내세우면서도 장애인 직원을 위한 직장 내 접근성 지원을 줄이는 등 정책 간 모순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DRUK는 8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정부가 장애인의 장기적 미래에 투자하기보다 예산을 삭감하고 추가 지원을 철회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며 이 같은 접근이 결국 사회적 비용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글은 DRUK 정책 책임자인 파질렛 하디(Fazilet Hadi)의 명의로 게시됐다.

단체의 문제 제기는 ‘고용’에 방점이 찍혔다. DRUK는 정부가 “경제 성장을 우선해야 빈곤과 불평등, 열악한 공공 서비스 문제에 관심을 돌릴 수 있다”는 취지로 정책 기조를 설명하는 것과 관련해, 이런 ‘성장 우선’ 처방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되물었다. 그 연장선에서 “더 많은 장애인을 취업시키는 것이 가장 큰 야망 중 하나라면, 왜 장애인 직원의 취업 지원을 중단(축소)하느냐”는 식으로 정부 논리의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을 짚었다.

DRUK는 2025년 한 해 동안 정부가 2026년 4월 이후 신규 장애인을 위한 보편적 신용(Universal Credit)을 삭감하고, 장애인 직원의 직장 접근성 지원을 대폭 줄였으며, 사회 복지 투자 확대에는 소극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접근성 기준을 개선한 신축 주택 비율을 ‘최소 40%’로 제안한 점도 거론하며, 고용 확대의 전제 조건인 이동·주거 여건 개선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단체가 제시한 프레임은 “일하려는 사람을 늘리려면, 일할 수 있게 만드는 조건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DRUK는 젊은 층을 포함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하기를 원한다면 사회복지와 건강 관리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고용 문제를 개인의 의지나 노동시장 ‘공급’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건강·복지·이동·근무환경 등 사회적 장벽을 제거하는 쪽으로 정책 초점을 이동해야 한다는 취지다.

교육 정책을 둘러싼 긴장도 고용과 맞물린 쟁점으로 제기됐다. DRUK는 2026년 정부와 장애인 사이에 또 다른 충돌이 예상된다며, 교육 백서 제안이 장애 학생에 대한 추가 지원 권리를 제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다고 언급했다. 단체는 장애 아동·청소년 시기의 교육 지원 축소가 장기적으로 고용 역량과 사회 참여를 약화시켜 결과적으로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DRUK는 해결책으로 ‘삭감’이 아니라 시스템 개편을 제안했다. 학교의 리더십과 문화, 교육을 장애 학생에게 포괄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근본적 재개발이 필요하며, 모든 장애 학생에게 제공되는 추가 지원에 대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장애 정책을 ‘별도의 박스’로 떼어내 예산 범위 안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라 교육·고용·교통·환경·사회복지·건강·주거 등 전 정책 분야에서 장애인과 협력해 포용적 사회를 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DRUK는 “교육은 장애 아동을 포함한 모든 아동에게 보편적 권리”라며, 자금과 권리를 줄이는 접근은 “미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결국 사회에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만 5천 명으로 커진 장애인 일자리… 민간 취업은 뒷전, 공공 일자리만 비대화

내년 예산 투입 일자리 역대 최대… ‘자립’ 대신 ‘회전문 참여’ 고착화 우려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2026년 장애인 일자리 사업 안내에 따르면 내년도 장애인 일자리 규모는 총 3만 5846명으로, 올해보다 2300명 늘어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공공 예산이 투입되는 장애인 일자리가 해마다 확대되고 있지만, 장애인의 민간 취업과 자립을 이끄는 본래의 고용 기능은 뒷전으로 밀린 채 선심성 복지 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행정 업무를 보조하는 일반형, 복지시설 환경 정비 등을 맡는 복지 일자리, 안마사나 요양보호 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특화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반형 전일제 근로자의 내년 임금은 월 215만 6880원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1인당 월 24만 원이 넘는 운영비도 별도로 지원된다.

문제는 이 같은 공공 일자리가 장애인의 직무 역량을 키워 민간 기업으로 옮겨갈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사업 참여 기간이 끝난 뒤 다시 다른 공공 일자리를 찾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부 예산으로 생계를 보전하는 소득 보조 성격에 머물면서 ‘회전문 참여’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26년 지침을 통해 선발 과정과 복무 관리 강화를 예고했다. 선발위원회 구성 요건을 강화해 외부위원 참여를 의무화했고, 65세 이상 고령 참여자가 3년 연속 참여할 경우 감점을 적용하는 규정도 새로 도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공정성 강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비대해진 사업을 관리하기 위한 행정 절차만 늘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부위원 수당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데 비해 실질적인 구조 개선 효과는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고령자 반복 참여에 대한 감점 역시 실효성 논란이 크다. 장애인 일자리가 일부 인원에게 장기간 고착돼 왔다는 문제의식은 드러났지만, 5% 수준의 감점으로는 구조적인 독점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복무 규정 완화도 도마에 올랐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기존 10일에서 20일로 늘었고, 병가 증빙 기준도 완화됐다.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연속 5일 초과 시에만 증빙을 요구하면서, 사실상 일주일 가까이 유급 병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일자리가 민간 기업보다 더 후한 근로 조건을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간 취업 연계를 강화하겠다는 조항도 포함됐지만 평가가 엇갈린다. 정부는 공공 일자리 참여 기간 중 취업 상담이나 면접에 참여한 시간을 근로 시간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취업 성공률을 높이기보다는 형식적인 지표 관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공 일자리와 구직 활동을 동시에 인정해주는 구조가 오히려 공공 부문 체류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고용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1년짜리 공공 일자리가 아니라 민간 산업 현장에서 통할 수 있는 기술 교육과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고용 유인책”이라며 “공공 일자리 숫자만 늘리는 방식이 계속되면 장애인의 정부 의존도를 줄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정신병원 강박 중 폭행 정황… 인권위, 병원장 징계·경찰 수사 권고

담요로 얼굴 덮고 주먹질·발길질까지… “치료 명분 넘어선 가혹행위”

<사진=Unsplash>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신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가해진 강박 과정이 법이 금지한 가혹행위에 해당한다며 병원과 지자체, 경찰에 각각 징계와 관리 감독, 수사를 권고했다. 치료와 보호를 명분으로 한 강박이 폭력으로 변질됐다는 판단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2월 13일 모 병원장에게 환자 강박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간호사에 대한 징계와 전 직원 대상 정기적인 인권교육 실시를 권고했다. 또 해당 구청장에게는 해당 병원에 대한 지도와 감독을 강화하라고 했으며 해당 경찰서장에게는 병원 보호사 3명의 강박 행위에 대해 폭행 혐의로 수사할 것을 요청했다.

이번 권고는 병원 보호사들이 환자의 얼굴에 담요를 덮은 채 강박하고 폭행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진정이 제기되면서 이뤄졌다. 보호사 측은 당시 환자의 저항이 심해 불가피한 조치였으며 과도한 강박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보호사들이 환자를 주먹으로 때리고 목을 잡아 보호실로 이동시킨 뒤 얼굴을 무릎으로 누르며 강박하고 발길질을 하거나 베개로 얼굴을 덮은 행위는 정신건강복지법이 금지한 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치료와 보호 목적의 격리 및 강박 지침이 요구하는 최소성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결론이다.

인권위 조사 결과 강박 시간도 병원 기록과 달리 24분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4포인트 강박을 지시했음에도 현장에서는 5포인트 강박이 시행되는 등 의료 지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에서의 격리와 강박은 의사의 전문적 판단 아래 최소 범위에서 이뤄져야 하며 간호사는 그 지시가 현장에서 엄격히 준수되도록 통제하고 정확히 기록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소홀히 한 간호사에 대해서는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불가피한 상황이 있었다 하더라도 폭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특히 “폐쇄적인 의료 환경에서는 절차 준수와 기록의 정확성, 책임 있는 관리체계가 환자 인권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결정을 계기로 정신의료기관 내 강박이 치료와 보호 목적에 엄격히 한정되고 폭력과 자의적 집행을 막기 위한 관리 감독과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