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박람회의 설렘이 채용의 문으로…그랜드 워커힐 서울

그랜드 워커힐 서울, 관광 일자리페스타 참가자 대상 기업탐방 개최

29일 2025 관광 일자리페스타 기업탐방-그랜드 워커힐 서울 회차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29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기업 탐방 프로그램은 ‘채용 현장의 공기’를 직접 체험하는 자리였다.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열린 ‘2025 관광 일자리 페스타’에서는 기업 탐방 프로그램 부스를 통해 신청자를 모집했다. 현장에서 참가 신청을 마친 이들은 이날 그랜드 워커힐 서울을 찾아 실제 채용 설명회와 현직자 멘토 특강, 그리고 객실과 시설을 둘러보는 투어에 참여했다.

행사는 관광 일자리페스타 후속 프로그램의 하나로, 참가자들은 기업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체험했다. 첫 일정은 21일 GKL, 이어 29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 30일 CJ ENM, 11월 13일 제주항공, 24일 에어부산으로 예정돼 있다. 이날 호텔 룸 탐방에 이어 채용 설명회를 약 한시간 가량 진행했으며, 워커힐 HR팀의 이승우 매니저가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전문성, 창의성,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워커힐의 핵심 인재상으로 제시했다. 전문성은 단순히 경력의 길이로 평가되지 않는다며, 직무에 대한 관심과 준비 과정 자체가 역량으로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신입 지원자라면 ‘경험’보다 ‘태도’가 중요하다는 메시지였다.

이 매니저는 또 조직의 관성에 의문을 던질 줄 아는 창의적 시각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런 시선이 오히려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직군의 특성상 개인 맞춤형 서비스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입사 후에는 선배의 현장 교육과 이론 중심의 사내 교육을 병행해 실무와 이론을 균형 있게 익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호텔 직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승우 워커힐 HR팀 매니저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그는 “서비스는 고객이 호텔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며 첫인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모든 직무는 연결돼 있다. 고객을 응대하는 프론트도, 주방에서 일하는 식음료팀도 결국 한 팀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현직자 멘토링에서는 식음료팀 정이슬 사원이 자신의 현장 경험을 공유했다. 특히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과 취업 이후 직무 적응기, 일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보람과 좌절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진상 고객을 응대한 후 멘탈 관리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동료와 선배들로부터 위로와 격려를 받으며 회복한다. 함께 일하는 팀의 응원이 이 일을 계속하게 하는 동력”이라고 답했다.

이날 탐방에서는 워커힐의 장애인 고용 사례도 소개됐다. 회사는 법정 의무고용률을 넘어 장애인 채용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주로 고객과 직접 마주하지 않는 백사이드 업무가 중심이지만, 근속기간이 길고 만족도 또한 높다는 설명이다.

이 매니저는 “우리 조직은 팀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개별 적응보다 팀의 협력과 이해가 더 중요하다”며 “한 달 정도의 집중 적응 기간을 두고 구성원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장애인과 함께 일한지 오래되서 소통의 노하우가 많이 쌓여있다”며 “함께 근무하는 데 어려움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그랜드 워커힐 서울의 복도는 조용했다. 하지만 그 고요함 아래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는 객실을 점검하고, 누군가는 식기를 닦으며, 또 누군가는 고객이 보지 못하는 백사이드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호텔의 불빛은 화려했지만, 그 불빛을 오래 남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손길이었다.




[2025 국감] “장애인체전 필수 인력 예산 전액 삭감”…국회, 장애인체육 홀대 질타

이기헌·김교흥 의원 “훈련·안전교육 부실, 인력 부족 심각”…정진완 회장 “예산 추가 요청할 수밖에 없어”

지난 27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교홍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사진 왼쪽)이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지난 27일 열린 대한체육회 등 대상 국정감사에서 장애인체육 지원 예산 축소와 훈련 안전 대책 부재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장애인선수촌의 안전훈련 미비와 내년 제주도에서 열릴 전국장애인체육대회의 운영 예산 삭감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이기헌 의원은 질의에서 “이천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훈련이 진행되고 있지만 장애 유형별 대피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현재 대피 훈련은 직원 중심으로 이뤄지고 선수는 참여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장애 정도에 따라 대피 방식이 다른 만큼 실제 선수 중심의 맞춤형 재난 대피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장애 유형별 재난대응 훈련과 안전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질의에 나선 김교흥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내년 9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44회 전국장애인체전 예산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그는 “심판·운영요원·수어통역사 등 필수 인력의 항공료 예산 7억 원이 정부안에서 전액 삭감됐다”며 “이분들이 없으면 대회가 제대로 열릴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정 회장은 “대회 운영에 필수적인 인력이지만 예산이 깎인 상황이라 추가 예산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비장애인 체육단체보다 장애인체육회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직원 수는 일반 체육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이로 인해 퇴사율이 지난해보다 뚜렷하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구조적 인력난을 방치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예산을 편성하지 말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이에 대해 최성희 문화체육관광부 체육협력관은 “기재부의 지출 구조조정 과정에서 삭감이 불가피했다”며 “우리도 우려하고 있으며 국회 증액 심의 과정에서 의원들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美 장애인 교육법 50주년 앞두고 장애인 고용·교육 기반 ‘붕괴 위기’

트럼프 행정부 연방 감축안에 교육부·보건부 등 직격… 美 매체 “수십 년간의 진전이 무너질 수 있다”

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Unsplash>

미국이 장애인 교육법(IDEA) 제정 50주년을 맞은 가운데, 장애 학생과 장애인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핵심 연방 기관들이 대규모 인력 감축 위기에 처했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구조조정이 수십 년간 이어온 장애인 교육·고용의 기반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교육부, 보건복지부, 주택도시개발부 등 여러 기관에서 수천 명의 연방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특히 교육부 산하 특수교육프로그램국(OSEP), 재활서비스국(RSA), 시민권청(OCR) 등 장애인 관련 부서가 집중적인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장애인협회(AAPD)의 마리아 타운 회장은 포브스 인터뷰에서 “교육부에 대한 공격은 곧 장애 학생과 장애인 노동자에 대한 공격”이라며 “이 부서들은 장애인이 교육과 경제에서 동등한 기회를 보장받도록 하는 핵심 축”이라고 비판했다.

감축은 단순한 일시적 휴직이 아닌 ‘직무의 폐지’를 의미한다. 이는 연방정부가 미국 내 최대 장애인 고용주 중 하나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교육 전문지 Education Week와 PBS NewsHour에 따르면, 교육부에서 약 460개 직위가 폐지될 예정이며, 이 중에는 장애 학생의 고등교육 및 취업 전환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담당직과 직업 재활 보조금 감독직이 포함돼 있다.

재활서비스국(RSA)의 인력 축소는 장애인 직업훈련 및 취업 지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매체는 “감축으로 인해 장애인 근로자의 노동시장 진입이 지연되고, 이미 낮은 고용률이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교육부 외에도 감원의 영향은 약물남용 및 정신건강서비스국(SAMHSA),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주택도시개발부(HUD) 등으로 확산됐다. 워싱턴포스트는 SAMHSA의 아동정신건강 부서에서 해고가 단행돼, 장애와 정신질환을 동시에 겪는 아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위축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HUD 내에서는 장애인 주거 차별을 조사하는 공정주택·평등기회국 인력이 대폭 축소됐다.

이 같은 변화는 경제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포브스는 “IDEA와 RSA는 장애 학생이 K-12 교육에서 고등교육과 노동시장으로 이동하는 핵심 경로”라며 “연방 감독이 약화되면 교육과 고용의 연결고리가 끊어질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옹호단체 전국장애인권리네트워크(NDRN)는 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장애 아동이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구축된 인프라를 해체하는 행위”라며 “행정부는 즉각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감축 조치에 반발한 시민단체들은 행정부가 연방 인사 보호 규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법원은 10월 15일 해고를 일시 중단하라는 긴급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행정부는 항소 방침을 밝힌 상태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사안이 향후 대법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매체는 “해고가 일시 중단되더라도 혼란은 이미 시작됐다”며 “보조금 지급, 규정 준수 검토, 기술 지원이 중단되면서 주정부와 학교 현장에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IDEA 제정 50년을 맞은 지금, 미국은 평등의 약속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시험대에 올랐다”며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 교육과 고용의 지속 가능성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2025 국감] 장애인 취업지원 ‘수도권 쏠림’ 여전…김소희 의원 “질적 평가로 바꿔야”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 국감서 장애인고용공단 제도 실효성 지적
이종성 이사장 “중증화 맞춰 평가체계 개선하겠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1일 열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종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에게 질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장애인 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예산이 매년 수백억 원 투입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이 체감하는 고용 지원의 질은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은 지난 21일 열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상대로 “장애인 취업 성공 패키지 사업이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편중과 정량 평가 중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공단이 매년 260억 원을 들여 장애인 취업 성공 패키지 사업을 운영하지만, 전국 3198개 훈련기관 가운데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 장애인들은 훈련 기회조차 얻기 어렵다”며 “강원·충남·충북 지역은 참여 비율이 5%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훈련기관 추가 지정 시 수도권 편중을 완화하고, 지역 장애인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균형 있게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현재 제도는 중증·경증 두 단계로만 구분돼 있는데, 실제로 이동이 불가능한 최중증 시각장애인이나 신체장애인은 훈련 참여 자체가 어렵다”며 “공단이 장애 특성에 맞춰 사업 대상을 세분화하고, 실질적으로 훈련이 불가능한 이들을 위한 별도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일배움카드와 장애인 취업성공패키지 비교 자료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이에 대해 이종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은 “내일배움카드 등 다양한 제도를 병행할 수 있으며, 장애인 전용 훈련기관을 이용할 경우 교통·훈련수단 등 지원이 더 두텁게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도권 집중에 따른 접근성 문제와 청각·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구 지원 한계는 인식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와 협력해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공단의 사업 평가가 실적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재부 경영평가 지표를 그대로 따르다 보니 취업자 수 등 숫자 채우기에만 매몰돼 있다”며 “참여자 만족도나 개별 역량 향상 같은 질적 지표를 포함해야 공단의 역할이 제대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이사장은 “취업 유지율, 자격증 취득률, 직무 적응도 등 질적 요소를 계량화하려 노력 중”이라며 “평가체계 전반에 질적 개선 지표를 반영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공단이 질적 평가 중심으로 평가체계를 수정하고, 중증장애인 맞춤 지원 강화 방안을 종합감사 전까지 구체화해 보고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이 이사장은 “중증화되는 장애인 고용 환경에 맞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배리어프리 인터페이스를 묻다] ② 인지 부담을 줄이는 설계

일본 촉각 표준과 영국 ‘조용한 모드’에서 알 수 있는 것들

<사진=Unsplash>

자동화는 효율의 이름으로 우리의 일상을 재편했다. 은행 창구 대신 ATM기가 늘고, 매장엔 주문용 키오스크가, 역엔 발권기가 줄지어 있다. 이제 인간은 ‘기계 앞의 사용자’로 존재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공평한 변화는 아니다. 화면의 높이, 글자의 크기, 안내음의 속도, 메뉴의 깊이 하나까지가 새로운 경계가 된다. 장애인·노인·비숙련 이용자는 기술의 중심에서 다시 주변으로 밀려난다. ‘스마트’라는 이름의 혁신이 실제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바깥에 세워두는가. ‘배리어프리 인터페이스를 묻다’는 해외 사례를 통해 미국의 맥도날드, 영국의 런던교통공사, 독일의 베를린교통공사 등 해외 사례를 통해 ‘접근성은 왜 첫 화면이어야 하는가’를 다루고, 쉬운 언어와 되돌리기 같은 인지 친화적 인터랙션을 살핀다. 마지막으로 접근성을 기술이 아닌 제도, 즉 조달 기준으로 끌어올린 국가들의 변화를 추적한다. 자동화의 시대, 기계의 설계는 결국 사회의 태도를 닮는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이 화면을 만들고 있는가. [편집자주]

디지털 기기에서 버튼을 줄이는 것만으로 이용이 쉬워지지는 않는다. 사용자가 느끼는 복잡함은 물리적 조작보다 머릿속 계산량에서 비롯된다. 쉽고 짧은 언어, 최소한의 단계, 실수를 되돌릴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사용자는 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질 때, 낯선 용어나 복잡한 절차를 마주할 때 쉽게 피로를 느낀다. 실수 후 되돌리기 기능이 없거나, 소음·시각 자극이 많은 환경에서 판단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세계 각국의 공공 시스템과 민간 서비스는 이런 인지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먼저 쉬운 언어는 사용자의 피로도를 가장 빠르게 낮춘다. 영국 런던교통공사(TfL)는 쉬운 영어(Plain English)를 적용해 티켓 종류를 ‘지역·시간·할인’으로 나눠 카드화했다. 독일 베를린교통공사(BVG) 역시 쉬운 독일어(Einfache Sprache) 모드로 전문 용어 대신 픽토그램과 짧은 문장 중심으로 구성했다. 문장을 12~16단어 이내로 줄이고 ‘발권’ 대신 ‘표 사기’, ‘인증’ 대신 ‘확인하기’처럼 일상의 언어로 바꾸는 식이다. TfL에 따르면 단축된 문장 구조로 사용자의 읽기 시간이 30~40% 감소했다.

키오스크의 선택 단계 축소는 사용자의 기억 부담과 더불어 사용 시간을 줄인다. 맥도날드는 접근성 모드에서 주문 단계를 일반 대비 25% 줄여 피크타임 병목을 완화했다. 자주 쓰는 조합은 ‘바로 구매’ 버튼으로 만들어 제시하고, 알레르기 정보 등은 접어 둬 흐름을 끊지 않는다. 뉴질랜드의 공공기관은 ‘한 화면에 한 결정’ 원칙을 도입해 불필요한 화면 이동을 줄였다.

되돌리기 기능은 실수의 비용을 낮춘다. BVG는 되돌리기 버튼을 화면 왼쪽 아래에 고정해 재시도율을 높였다. 미국의 파네라 브레드도 되돌리기·취소 버튼을 항상 같은 위치에 배치해 오조작 후 이탈률을 낮췄다. 실수를 수정할 수 있다는 인식이 사용자의 긴장을 줄이고, 전체를 취소하고 다시 주문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을 없앤다.

일본은 촉각 표준으로 접근성을 확장하고 있다. 홈·확인·취소 버튼에는 서로 다른 돌출 패턴을 적용하고, 이어폰 잭 주변에 점자 라벨을 붙였다. 시각 의존도를 낮추고 손가락 감각으로 위치를 학습하게 해 오조작에 대한 불안을 덜어준다.

영국은 혼잡한 환경에서 인지적 피로를 줄이기 위해 ‘조용한 모드’를 제공한다. 소리 알림 대신 진동과 고대비 시각 효과로 알려주고 텍스트와 색상 정보를 단순화 했다. TfL 셀프 발권기와 테스코 셀프 체크아웃 단말기에서는 ‘사운드 레벨 낮추기’ 토글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화면 이동수가 줄면 기억해야 할 단계가 줄고, 되돌리기가 보이면 선택은 과감해진다. 감각의 자극을 낮출수록 판단은 명료해진다. 인지 부담을 줄이는 설계는 사용자 편의 뿐 아니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넓히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장애인 고용 현장에서는 정보의 해석·판단·기억 과정이 높은 부담으로 작용해 직무 지속성을 낮추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일자리 확대의 관건은 물리적 편의보다 인지적 편의”라고 지적했다. 화면의 명도나 버튼 크기로 나타나고는 있지만,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기 쉬운 상태로 제공하느냐가 고용 유지율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하나금융, 시각장애아동 위한 점자 교구 제작 봉사 펼쳐

임직원·가족 50여 명 참여… ‘명동 가을 음악회’로 장애아동과 정서 교감

하나금융그룹 임직원과 그 가족들이 지난 18일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에서 시각장애아동의 문해율 향상 및 문화생활 지원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사진=하나금융그룹 제공>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18일 명동사옥에서 시각장애아동의 점자 문해율을 높이고 문화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임직원 참여형 봉사활동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봉사에는 하나금융그룹 임직원과 가족 50여 명이 참여해 시각장애아동의 ‘읽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점자 교구 100권을 직접 제작했다. 완성된 교구는 장애인복지관을 통해 각 가정에 전달될 예정이며, 점자 교육 교재로 활용돼 아동들의 문해력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봉사활동 후에는 명동사옥 내 브랜드 체험 공간 ‘하나 플레이파크’에서 ‘명동 가을 음악회’가 열렸다. 지휘자 함신익이 이끄는 오케스트라 ‘심포니 S.O.N.G’가 무대를 꾸몄으며, 문화 체험 기회가 적은 장애아동을 초청해 하나금융 임직원과 가족들이 함께 음악을 즐기며 따뜻한 시간을 나눴다.

가족과 함께 행사에 참여한 한 임직원은 “소외된 이웃을 위한 작은 실천이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할 수 있어 뜻깊었다”며 “가을날 명동에서 열린 음악회가 마음의 쉼표 같은 순간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은 ‘함께 성장하며 행복을 나누는 포용금융’ 실천을 위해 발달장애 예술가를 위한 미술공모전 ‘하나아트버스’, 장애아동·청소년 보조기구 지원, 취업교육 및 부모동반 인턴십, 주거환경 개선, 대한장애인체육회 후원, 임직원 수어교육 등 다양한 장애인 지원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영국 장애인 근로자 지원 급감…“정부, 업무 접근성 보조금 조용히 삭감”

장애인 전문 매체 DNS “액세스 투 워크 승인 10% 이상 줄어”…단체들 “고용 유지 위협받아”

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pixabay>

영국의 장애인 전문 매체 ‘디서빌리티 뉴스 서비스(Disability News Service, DNS)’는 영국 정부가 장애인 근로자 지원 제도인 ‘액세스 투 워크(Access to Work, AtW)’의 보조금을 비밀리에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17일 보도했다. DNS는 정부 공식 통계를 인용해 2025년 3월까지 AtW 승인 건수가 1년 새 10% 이상 줄었으며, 정신건강 관련 지원 승인도 7% 감소했다고 전했다.

DNS가 인용한 영국 노동연금부(DWP)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AtW 조항이 승인된 장애인 근로자 수는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했다. 특히 장비 및 출장 지원 승인 건수는 각각 16%, 14% 줄었다.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이들에 대한 지원 승인도 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관들과 정치권이 최근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충분히 일하지 않는다”고 비판해온 상황에서 나온 통계로, 실질적 지원이 줄어든 데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장애인 단체 ‘장애인행동(Action on Disability, AoD)’은 최근 2년 반 사이 장애인의 평균 AtW 지원 시간이 22.5시간에서 4시간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AoD는 “지원 축소가 장애인의 고용 유지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AtW는 장애인이 직장에서 필요한 장비, 통역, 교통수단, 인력 등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제도로, 영국 내 장애인 근로 지원의 핵심 축이다. 하지만 최근 승인 절차가 강화되고 지원이 제한되면서 장애인들이 출퇴근이나 업무 수행에 필수적인 지원을 잃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장애인 고용 컨설턴트 앨리스 해스티는 DNS와의 인터뷰에서 “현장에서는 훨씬 더 심각한 삭감이 일어나고 있다”며 “기존 수혜자에 대한 3년 단위 보조금이 통계에 포함돼 실제 감축 규모가 가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원이 갑자기 중단되거나 신규 신청이 거부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는 장애인의 근로 지속 능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AoD의 데이비드 벅스턴 대표도 DNS에 “이번 수치는 많은 청각장애인과 고용주들이 이미 체감하고 있던 현실을 뒷받침한다”며 “직장 접근성이 조용히 압박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단체 ‘인클루전 바넷(Inclusion Barnet)’의 캐롤라인 콜리어는 “장애인에게 일자리 접근성은 삶의 기회를 여는 중요한 지원”이라며 “이를 배급제처럼 운영하는 것은 비뚤어진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스티븐 팀스 사회보장 및 장애부 장관은 AtW 지침을 보다 “신중하게 적용하라”는 명령에 서명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DWP는 “제도에 구조적 변경은 없으며, 전체 지출은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해명했다.

DWP는 성명을 통해 “지난해 AtW 지출은 3억2,070만 파운드로 전년보다 17% 늘었으며, 수천 명의 장애인이 직장을 유지하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장애인이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DNS는 “통계상 지출 증가는 이전에 승인된 장기 보조금 지급이 반영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며 “현장에서는 이미 필수적 지원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고 전했다.

장애인 단체들은 “정부가 지원 확대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장애인 고용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평가 절차 간소화와 실질적 예산 확대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2025 국감] 서미화 의원 “복지부 직영 장애인시설서 사망·학대 잇따라… 솜방망이 처벌이 원인”

“시설 구조적 문제·공익신고자 탄압까지… 복지부가 바뀌어야 장애인 인권 지켜진다”

질의 중인 서미화 위원(사진 오른쪽)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복지부 직영 장애인 거주시설의 인권침해 실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서 의원은 “경북의 한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에서 건강하던 20~30대 장애인 2명이 같은 해 ‘간질 발작’으로 사망했다”며 “기초질환도 없는 청년이 하루아침에 숨지는 것이 정상적인 상황이냐”고 따졌다.

이 시설은 보건복지부 산하 법인인 한국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가 운영하고 있으며, 같은 법인이 구미에서 운영하는 또 다른 시설에서도 8명의 장애인이 학대를 당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서 의원은 “복지부가 가벼운 행정처분으로 일관해 학대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협회 이정식 중앙회장은 “고인과 유가족, 피해 장애인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시설 관리 체계를 전면 개선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미화 의원이 제공한 2-30대 지적장애인 돌연사 관련 자료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서 의원은 이어 “인천의 한 거주시설에서는 여성 중증장애인 13명이 시설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가해자는 법인 대표이자 인천장애인거주시설협회 회장으로, 사건 후에도 계속 출근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해 시설 폐쇄와 법인 허가 취소까지 검토할 수 있다”며 “피해자 보호와 수사 결과에 따라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또 서 의원은 “2020년 이후 장애인 거주시설 전수조사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시설 규모와 무관하게 학대가 발생하고 있으니 즉각 전수조사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장관은 “50인 이상 시설을 조사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에서는 공익신고자 보호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장애인 학대와 보조금 횡령을 신고했다가 해고당한 참고인은 “공익신고 이후 해고, 비방,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례가 많다”며 “공익신고자가 보호받지 못하면 장애인 인권도 지켜질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정 장관은 “인권지킴이단 신고가 현재 공익신고 보호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점을 알고 있다”며 “제도 개선과 지침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신고 의무자에 대한 교육과 공익신고자 보호를 강화하고,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준 시설에는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며 “복지부가 즉시 제도 개선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 국감] “장애인, 시설에 따라 권리 달라져”… 김예지 의원, 국감서 복지 사각지대 전면 문제 제기

국정감사서 복지부 질타… “장애인복지시설 아닌 곳 거주자, 자립·권익 모두 배제”
자립 청년 지원금 최대 9배 격차 지적에 정은경 장관 “사각지대 확인·개선하겠다”

질의 중인 김예지 의원(사진 왼쪽)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장애인복지시설 외 타 복지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같은 장애인인데도 어떤 시설에 있느냐에 따라 권리와 지원이 달라지는 건 명백한 차별”이라며 복지부의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이날 감사에서 “장애인이 꼭 장애인복지시설에만 사는 게 아니다”라며 “복지시설별 법체계가 달라 장애인복지법상 보호·지원 체계가 적용되지 않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현재 약 3만800명의 장애인이 다양한 거주시설에 거주 중이며, 전체 보장시설 생계급여 수급자 9만5천15명 중 52.2%가 장애인으로 추산된다. 그는 특히 노숙인복지시설의 경우 “거주자의 절대다수가 장애인”이라며 “이들이 나가면 시설 존폐가 위태로울 정도”라고 강조했다.

아동복지시설과 노인복지시설 내 장애인 비율도 각각 12.2%, 37.4%에 달한다. 김 의원은 “이들 상당수는 10년 이상 장기 거주 중이며, 선택지가 없어 시설을 떠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숙인복지법, 정신건강복지법, 아동복지법 등 개별법으로 운영되는 시설에선 장애인복지법상 자립지원이나 권익구제 절차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학대 피해 쉼터나 자립 연계 지원에서도 완전히 배제돼 있다”고 비판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거주시설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나 장비가 부족할 수 있다”고 답했으나, 김 의원은 “부족이 아니라 아예 ‘미지원’ 상태”라며 “장애인이 제도 밖에서 방치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정 장관은 이후 “사각지대를 확인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시행령 개정 논의 과정을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김예지 의원이 제공한 전체 보장시설 시설생계급여 수급자와 장애인 이용자 수 자료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김 의원은 장애인 자립 청년의 지원금 격차 문제도 거듭 제기했다. 그는 “아동복지시설이나 가정위탁 보호 종료 청년은 자립정착금 1천만~2천만원에 더해 5년간 월 50만원씩 지원받지만, 장애인거주시설 청년은 지자체 자립수당 500만~2천만원 수준에 그친다”며 “세종시는 관련 예산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같은 청년이 자립을 시도하는데, 단지 ‘어디 있었느냐’로 출발선이 달라지는 건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 장관은 “동의한다”며 “예산 편차와 제도 공백을 점검하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자신이 대표 발의해 올해 통과된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법’을 언급하며, “2027년 시행에 앞서 시행령 단계에서부터 타 복지시설 거주 장애인도 차별 없이 포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행령 완성 뒤에 보여주면 늦다”며 “종합감사 전이라도 논의 상황을 국회와 공유하라”고 압박했다.

또한 장애아동의 거주시설 배치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장애인거주시설에는 1,364명, 아동복지시설에는 908명의 장애아동이 거주하고 있다”며 “누가 어느 시설로 가는지는 체계가 아니라 위탁 경로에 따라 결정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복지부가 15세 이후로만 자립수당을 제한하면서, 장애아동이 아동복지시설에서 장애인시설로 옮겨간 경우 지원이 끊기는 일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자체의 착오 지급 후 환수 사례에 대해서도 “안 주는 것보다 뺏는 게 더 나쁘다”며 철저한 점검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모든 장애인이 동일한 권리와 자립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법과 시설의 경계 때문에 차별받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자립지원 제도의 사각지대를 면밀히 살피고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오늘은 ‘흰 지팡이의 날’…시각장애인 이동권 여전히 취약

점자블록 미설치율 54.7%, 횡단보도 45.3% 음향신호기 부재… “시설·기술·시민의식 삼박자 개선 필요”

지난해 10월 15일 열린 제 45회 흰지팡이날 기념 전국시각장애인권익증진대회 모습 <사진=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제공>

10월 15일은 ‘흰 지팡이의 날’이다. 시각장애인의 자립 보행과 이동권 보장을 상징하는 이 날은, 시각장애인을 보호 대상이 아닌 독립적인 보행자로 인식하고 보행 환경의 접근성을 점검하자는 취지로 운영돼 왔다.

흰 지팡이는 그저 보행 보조기가 아니라 도시 보행 인프라의 품질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점자블록, 음향신호기, 안내 표지 등 공공시설의 안전성과 연속성은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평가된다.

그러나 국내 이동 환경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기만 하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2023년 전국 337개 대상 시설을 조사한 결과, 교통시설 점자블록의 적정 설치율은 7.8%로 나타났다. 부적정 설치율은 37.5%, 미설치율은 54.7%에 달한다. 전체 절반 이상이 점자블록이 없는 상태로, 시각장애인이 대중교통 접근 과정에서 경로 단절을 겪는 비율이 높다는 의미다.

음향신호기 설치율 또한 낮다. 지난해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전국 횡단보도의 45.3%가 음향신호기 미설치 상태다.

보행 중 사고 위험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인구 10만 명당 보행 사망자 수는 3.3명으로 OECD 평균의 3.3배에 달했다. 장애인 편의시설 전체 설치율은 89.2%로 매년 조금씩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적정 설치율’은 이 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서울시가 시 전역 1,671km 구간의 보행로를 전수조사한 결과, 1km당 44건, 총 74,320건의 장애인 보행 불편 요소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주요 항목은 점자블록 단절, 보도 턱 미비, 불법 적치물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동권 개선을 위해서는 행정·기술·시민 의식의 세 축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짚었다.

지자체들은 보도 턱 표준화, 점자블록 보수 주기 정례화, 음향신호기 점검 강화 등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교통·도시·복지 부서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해 설계 단계부터 장애인 접근성을 반영하는 ‘유니버설 디자인’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술 측면에서는 디지털 보조 도구의 활용이 늘고 있다. 실내 내비게이션, 비콘 기반 길안내, 스마트폰 화면낭독기와 연동되는 지도 서비스 등은 시각장애인의 독립적 이동을 지원하는 대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교통카드와 위치 기반 데이터를 결합해 실시간 보행 안내를 제공하는 시범사업도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 중이다.

무엇보다 시민 참여와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 점자블록 위 상품 진열이나 킥보드 주차를 금지하고, 흰 지팡이를 든 보행자에게 양보하는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기본이다. 불법 적치물이나 작동 불량 신호기를 신고할 수 있는 시민 제보 시스템을 활성화하면 유지·보수 효율성도 높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동권은 시설 확충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공공성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라며 “흰 지팡이의 날을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도시의 보행 안전성과 접근성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