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장애인체육회, 첫 전국 단위 반다비체육센터 워크숍 개최…장애인 생활체육 거점 내실화 논의
센터 간 교류와 운영 역량 강화 필요성…참여율 하락 속 접근성·비용 지원 과제 부상
8월 25일 전국 반다비체육센터 워크숍에서 좌식배구 등 장애인체육 종목을 활용한 체육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부안반다비체육센터에서 전국 반다비체육센터 종사자를 대상으로 ‘2026년 전국 반다비체육센터 워크숍’을 처음으로 개최했다. 전국 108개소가 선정된 반다비체육센터의 운영 역량 강화와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 확대를 위한 논의의 자리였다.
반다비체육센터는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레거시 사업으로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 확대를 위해 추진됐다. 2019년 최초 30개소 선정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08개소가 선정돼 최초 대비 3.6배(78개소) 늘었다. 이 중 2022년 광주 북구 반다비체육센터 개관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42개소(선정 대비 38.9%)가 실제 운영에 들어갔다.
센터 수가 늘면서 센터 간 교류와 정보 공유, 운영 역량 강화의 필요성도 커졌다. 이번 워크숍은 전국 종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운영 방향을 논의하도록 올해 처음으로 마련됐다. 특히 내년 개최 예정인 반다비체육센터 미니패럴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사전 준비 논의도 병행됐다.
이틀간의 워크숍은 2025년도 우수장애인체육시설 사례 발표, 2026년도 우수장애인체육시설 시상식, 좌식배구·보치아 등 장애인체육 종목 기반 체육대회, 반다비체육센터 CI 발표, 연구사업 교육, 센터 간 정보 공유, 현장 의견수렴 등으로 진행됐다. 우수 운영센터에 대한 평가·인센티브 부여 방안과 함께 미흡한 센터의 개선을 유도하는 평가·지원체계 마련도 심도 있게 논의됐다.
이 같은 논의의 배경에는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 지표의 정체가 있다. 등록장애인 1만 명(만 10~69세)을 대상으로 한 ‘2025년 장애인 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주 2회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집 밖에서 운동하는 장애인 생활체육 참여율은 34.8%로 전년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체육시설을 운동 장소로 이용한다는 응답은 18.2%에 그친 반면, 야외·등산로·공원 등 생활권 주변을 이용한다는 응답은 45.4%였다.
체육시설 이용자들은 시설 선택 이유로 ‘거리가 가까워서'(38.2%)를 가장 많이 꼽았고, ‘이용료가 무료 또는 저렴해서'(22.8%)가 뒤를 이었다. 평소 운동을 위해 가장 받고 싶은 지원도 비용 지원이 34.7%로 1위였다. 이는 센터 공급 확대를 넘어 접근성, 이용료, 이동지원, 종목별 프로그램을 아우르는 생활권 체육 거점으로서의 운영이 중요하다는 현장 논의와 직결된다.
장애 유형별 참여율 격차도 뚜렷하다. 청각·언어장애인은 44.7%, 시각장애인은 40.9%인 데 비해 뇌병변장애인은 19.6%, 발달장애인은 29.5%로 차이가 컸다. 이동·보조인력·의사소통·감각환경 등을 반영한 맞춤형 프로그램 설계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수치다. 향후 이용하고 싶은 체육시설로는 ‘공공 통합체육시설’이 33.7%(전년 대비 4.9%포인트 상승)로 가장 높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하는 사회통합형 시설을 표방한 반다비체육센터의 운영 방향과도 맞닿는다.
정부는 2026년 반다비체육센터 건립 지원금을 개소당 최대 50억 원(전년 대비 10억 원 증액)으로 늘리고, 장애인 스포츠강좌이용권을 등록장애인 2만5,900명에게 월 11만 원씩 지원할 계획이다. 시설 공급과 이용 비용 부담 완화를 병행하는 정책 방향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이번 워크숍에서 수렴된 현장 의견을 토대로, 전국 반다비체육센터가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의 거점이자 지역 공공정책을 실현하는 핵심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실효성 있는 지원·관리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장애인고용공단-현대제철, 장애인 고용 확대 위한 MOU 체결
‘장애인 고용 증진 업무협약’… 직무 발굴·인력 추천·직업훈련·사후관리까지 전 과정 협력
현대제철-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임직원들이 장애인 고용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식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현대제철 HR운영1팀 이지상 책임매니저, 정상원 지속가능경영팀장, 김형준 인재경영실장, 서상원 경영지원본부장, 장영식 커뮤니케이션실장,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종성 이사장, 현정훈 인천지사장, 서정연 경기동부지사장, 고인철 고용컨설팅부장) <사진=현대제철 제공>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현대제철이 장애인 일자리 확대와 안정적인 근무 환경 조성을 위해 공식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양 기관은 지난 21일 경기도 성남시 현대제철 판교 사옥에서 ‘장애인 고용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현대제철 경영지원본부장 서상원 부사장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종성 이사장이 직접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현대제철의 장애인 고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장애인 임직원이 직장에 안정적으로 적응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협약에 따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장애인 고용을 위한 적합 직무 개발 및 고용모델 제시, 필요 인력 추천 및 직업훈련 지원, 직무 적응을 위한 모니터링과 사후관리 등 장애인 고용 전반에 걸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단은 장애인 고용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대제철 사업장 특성에 맞는 직무 모델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장애인 고용이 가능한 직무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채용부터 직무 배치, 근무 적응에 이르는 고용 전반의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고용 기반을 구축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종성 이사장은 “이번 협약이 장애인에게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라며 “공단은 현대제철 특성에 맞는 장애인 적합 직무를 발굴하고 장애인 고용이 안정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상원 현대제철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은 “장애인 고용은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중요한 가치”라며 “공단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장애인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 지속적인 장애인 고용 확대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세계는 지금] ILO “장애인 고용할당제, 법 조항만으론 부족…동아시아 8개국 비교 연구 발간”
인도네시아·한국·일본 등 할당제 설계·이행 비교 분석…법적 정합성·모니터링·포용 생태계 등 17개 권고안 제시
국제노동기구 로고와 보고서 ‘Disability employment quotas: Lessons for Indonesia from ASEAN and East Asia’ 표지 이미지 <사진=국제노동기구 제공>
국제노동기구(ILO)가 동아시아·동남아시아 8개국의 장애인 고용할당제를 비교 분석한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며, 법적 의무만으로는 실질적인 장애인 고용 확대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ILO는 인도네시아의 장애인 고용 정책 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중국·일본·말레이시아·필리핀·한국·싱가포르·태국 등 8개국의 장애인 고용할당제와 관련 정책 체계를 비교 분석한 보고서 ‘Disability employment quotas: Lessons for Indonesia from ASEAN and East Asia’를 최근 펴냈다.
이 보고서는 동아시아·동남아시아 전반에서 장애인의 노동시장 참여율과 고용의 질이 비장애인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도네시아는 공공 부문 2%, 민간 부문 1%의 장애인 고용 할당 의무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실질적인 고용 성과로 연결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고용할당제가 사업주에게 장애인 고용 의무 비율을 부과해 노동 수요를 끌어올리는 데 목적이 있지만, 법적 의무 조항만으로는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규제 체계와 함께 이행 점검 및 모니터링 시스템, 지원 기관 및 인프라, 이행 인센티브, 고용 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포괄적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고용할당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장애인 개인의 취업 역량 강화에만 집중하는 접근에서 벗어나, 포용적 고용을 지원하거나 저해하는 환경적 요인 전반을 함께 살피는 생태계적 접근으로 시각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사용자 단체, 노동자 단체, 장애인 당사자 조직 간의 협력도 효과적인 할당제 운영의 핵심 조건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법적 정합성’, ‘제도적 지원’, ‘이행 관리’, ‘포용적 생태계’ 4개 축으로 구성된 17개의 증거 기반 권고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법적·규제 체계의 정합성이다. 할당량 계산 방식을 풀타임·파트타임 기준과 최소 고용 기간 등으로 명확히 하고, 장애인 인증 체계를 국가 장애인 ID와 연계해 표준화할 것을 권고했다. 2016년 장애인법과 기존 노동법 사이의 규제 충돌을 해소하는 것도 선결 과제로 꼽았다.
두 번째, 기관 역량과 지원 시스템이다. 각 지역 노동청 산하 장애인 서비스 단위(ULD)의 전문성과 예산을 강화하고,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시압 케르자(Siap Kerja)’의 접근성 개선과 데이터 연동을 권고했다. 국가개발기획부(Bappenas)·노동부·국가장애인위원회(KND) 간 범부처 협력 체계 구축도 포함됐다.
세 번째로 이행 준수 및 모니터링이다. 표준화된 기업 보고 시스템 구축과 정기 감사 절차 도입을 권고하면서, 미이행 기업에 대한 부담금(Levy) 제도 도입과 이행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공공조달 가점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 강화를 함께 제안했다. 조세 및 사회보장(BPJS) 데이터와 연계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도 권고안에 담겼다.
네 번째는 포용적 생태계 조성이다. 사업장 내 ‘정당한 편의 제공(Reasonable Accommodation)’ 가이드라인 보급과 역량 기반 채용 문화 확산, 직업훈련(TVET) 과정의 시장 수요 연계 개편을 통한 장애인 구직자 실무 역량 강화를 권고했다.
이 같은 권고안은 인도네시아 중기국가개발계획 4대 우선과제에 포함된 정규직 장애인 고용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시므린 싱 ILO 인도네시아·티모르레스테 대표는 “핵심 이해관계자 간 대화를 촉진하고 증거 기반 정책 수립을 장려함으로써, 이 보고서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노동시장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폐기된 중증장애인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조례로 되살린다
전장연, 기획예산처에 국비 예산 보장 촉구…”서울 복원·전국 확대” 동시 추진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4년 폐기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서울시의회와 장애인단체 양쪽에서 동시에 일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조례 개정을 통한 제도적 복원을 추진하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중앙정부를 상대로 국비 예산 반영을 압박하고 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서울시가 2020년 전국 최초로 시작한 사업이다. 최중증장애인을 노동자로 고용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 홍보, 장애인 인식개선, 권익옹호 캠페인 활동을 수행하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1990년 장애인고용촉진법 제정 이후에도 오랫동안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며 노동시장에서 배제돼 온 최중증장애인들에게 공식 일자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 사업을 “집회·시위 동원 일자리”, “기괴한 일자리”라고 규정하며 2024년 폐기했고, 그 결과 해당 일자리에서 일하던 최중증장애인 400명이 새해와 함께 일자리를 잃었다. 서울에서는 사업이 사라졌지만 현재 전국 13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1660명의 중증장애인 노동자들이 같은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의회가 조례 개정을 통한 제도적 복원에 나섰다. 이상훈 의원은 지난 10일 ‘서울특별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강동길·고기판·고찬양 의원 등 총 80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개정안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정의를 조례에 처음으로 명시하고, 서울시장이 수립하는 장애인 고용촉진 추진계획에 사업의 개발·보급·확대를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했다. 지원 내용으로는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 지급, 1년 이상의 계속고용 보장,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자립생활 프로그램 및 평생교육과의 연계를 규정했다.
위탁기관 조항도 새로 만들었다. 위탁기간은 최대 3년으로 하고, 전담인력 인건비와 운영 비용을 예산 범위에서 지원하되 근로자 5명당 전담인력 1명을 배치하도록 했다. 사업 운영 평가지표를 마련해 그 결과를 지원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번 개정안의 특징이다.
서울에서 조례로 사업을 복원하려는 이 흐름은 전장연이 중앙정부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국비 예산 확보 요구와 맞닿아 있다.
전장연은 17일 성명서를 내고 이재명 정부 기획예산처에 2027년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공개 촉구했다. 오는 9월 초 기획예산처가 2027년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시한을 앞두고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전장연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협의 결과 ‘지역주도 권리중심중증장애인 참여 공공서비스’ 명목으로 19억 9천만 원의 시범사업 예산을 기획예산처에 제출했으나, 기획예산처는 현재까지 반영을 거부하고 있다. 전장연은 기획예산처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업을 폐기할 때 내세웠던 논리와 유사한 이유를 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장연은 박홍근 장관이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들과 함께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복원을 약속한 당사자라는 점을 정면으로 거론했다. 전장연은 “그 약속을 믿고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중단하며 기다렸다”며 이행을 촉구했다.
결국 서울시의회의 조례 복원과 전장연의 국비 예산 요구는 같은 사업을 두고 서울과 중앙정부 두 방향에서 동시에 압박을 가하는 형국이다. 조례가 통과되더라도 예산 뒷받침 없이는 사업 운영이 어렵고, 국비가 확보되더라도 서울시 차원의 제도적 근거가 없으면 사업 복원에 한계가 있다.
전장연은 현재 ‘제72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행동을 진행 중인 서울역 승강장에서 박 장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전장연은 “전장연이 더 이상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지 않아도 되도록, 장애인권리예산을 수용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세계는 지금] 인도네시아 고용부 “장애인 직업훈련·기업 협력 확대”…40명 훈련 후 경공업 취업 연계
인도네시아 국영통신 보도…공기업 2%·민간기업 1% 장애인 의무고용 법제화, 우수기업 표창 제도도 신설
<사진=Unsplash>
인도네시아 고용부가 최근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직업훈련과 기업 파트너십 강화에 나섰다고 인도네시아 국영통신 ANTARA가 보도했다.
야시에를리(Yassierli) 고용부 장관은 “현재 가장 시급하게 다루고 있는 과제는 장애인 직업훈련 및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라며 “노동 시장 수요에 맞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고용부는 산하 직업훈련센터와 취업기회확대센터 등 모든 역량강화 시설을 동원해 특별 개입과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동남술라웨시주 켄다리의 취업기회확대센터에서는 장애인 40명이 오리엔테이션과 직업훈련을 받고 있으며, 훈련 이후 경공업 분야에 취업 연계될 예정이다.
아울러 고용부는 남술라웨시주 마카사르에서 장애인 고용 의사를 밝힌 기업 약 50곳을 한자리에 모으는 행사도 준비 중이다.
야시에를리 장관은 “이 센터가 단순한 훈련 허브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를 위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 제정된 장애인법(Law No. 8 of 2016)에 따라 공기업과 지방공기업은 전체 인력의 2% 이상, 민간기업은 1% 이상을 장애인으로 채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야시에를리 장관은 올해 초 장애인 근로자를 적절히 고용한 기업에 표창을 수여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장애인 고용의무 10년 연속 ‘블랙리스트’ 51개 기업, 제재는 ‘이름 공개’ 뿐
장애인 0명 고용한 채 10년 버틴 기업도… 2026년부터 공표 제외 요건 넓어져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19일에 공개한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사업체 명단 <사진=고용노동부>
10년 동안 단 한 해도 장애인 고용의무를 지키지 않은 기업이 51곳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19일 발표한 ‘2025년도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공표’에는 ‘2016~2025년 10년 연속 공표 기업’ 명단이 별도 붙어 있다.
명단에는 언론사, 금융사, 제조업체, 학교법인까지 51개 사업체가 이름을 올렸다. 상시근로자 369명 규모의 한 출판사는 장애인 근로자가 단 1명도 없었다. 고용률 0%로 10년을 버텼다. 1368명을 고용 중인 한 명품 수입사는 장애인 근로자가 2명에 그쳐 고용률 0.15%였다. 공표 기업들의 장애인 고용률은 대부분 법정 의무고용률(3.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름이 공개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제재다. 과태료나 영업 제한은 없다. 고용부담금을 납부하면 법적 의무는 이행된 것으로 간주된다. 51개 기업은 10년간 해마다 명단에 이름이 올랐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정부는 이 시점에 제도를 손봤다. 지난해 11월 7일 시행된 고용노동부 훈령 제566호다. 핵심은 공표 제외 요건의 개편이다. 기존에는 기업이 공표를 면하려면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해소계획서’를 제출하고,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경우 최고경영자나 인사담당자가 간담회에 참석해야 했다. 새 훈령에서 이 두 가지 요건이 모두 삭제됐다.
대신 실질적 고용 노력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기준인원에 미달하더라도 고용역량 진단 참여, 장애인 고용 컨설팅, 구인신청, 지원고용·맞춤훈련,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 협약, 연계고용 실시 등 6개 항목 중 2가지 이상을 이행하면 공표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미 기준인원을 달성한 기업은 별도 신청 없이 자동 제외된다.
고용부는 훈령 제정 과정에서 장애인고용촉진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27일 기재부 등 관계부처, 노·사 대표, 장애계, 전문가가 참석한 자리에서 명단공표 제도 실효성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 행정예고는 같은 해 6월 30일에 이뤄졌다.
제도 개편에는 제재 강화 측면도 담겼다. 3회 이상 연속으로 공표된 기업, 또는 장애인을 1명도 고용하지 않은 기업은 일반 공표 기업과 별도로 구분해 공표하도록 했다. 조건부로 공표를 면제받은 후 기한 내 이행하지 않은 기업은 다음 연도 공표 대상에 곧바로 포함된다.
그러나 현장의 시선은 다르다. 10년간 이름만 공개되어도 고용 행태가 바뀌지 않았다면, 서류 요건 폐지가 기업의 실질적 고용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장애인 고용 의무를 실제로 이행하지 않으면서도 ‘노력’을 입증해 공표를 피할 수 있는 경로가 넓어졌다는 우려도 있다. 매년 최종 공표 기업 수는 2020년 459개에서 2024년 328개로 줄었지만, 그것이 고용 개선의 결과인지 제외 요건 활용의 결과인지는 불분명하다.
한 전문가는 “고용부담금을 내면 의무를 다한 것으로 간주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며 “10년째 이름만 공개되고도 고용률이 그대로인 기업이 51곳이나 되는데, 서류 요건을 없애준다고 해서 이 기업들이 갑자기 장애인을 채용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명단공표가 유일한 제재라면, 그 제재의 무게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지금 개편은 오히려 빠져나갈 구멍을 늘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표준사업장, 성폭행에도 적발 2년 3회는 넘어야 인증 취소…뒤늦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성폭행 발생 인천 장애인 표준사업장, 3년간 공단 현장 점검에도 ‘특이사항 없음’
지난 7월 21일 인천광역시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와 인천장애인성폭력상담소가 ‘지적장애여성 성폭력 가해자 장애인 표준사업장 전 간부 엄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인천장애인성폭력상담소 제공>
인천의 한 장애인 표준사업장에서 70대 임원이 20대 지적발달장애 여성 노동자를 성폭행해 출산까지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업장은 정부로부터 설립·운영 자금을 최대 10억 원 지원받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 하나로는 인증이 취소되지 않는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내부 규정상 인증취소 요건이 “2년 이내 3회 이상 중대한 인권침해 적발”이기 때문이다.
노동부와 공단은 사건 초기 “인권침해에 해당하나 인증취소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여론이 들끓자 그제야 인증취소 절차 착수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발표했다.
이 사업장은 최근 3년간 세 차례(2024년 9월·10월, 2025년 5월) 공단 현장점검을 받았다. 결과는 매번 ‘특이사항 없음’이었다. 그사이 피해자는 임신하고 출산했다.
2년 내 3회 기준은 법률이 아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내부 규정 ‘장애인 표준사업장에 대한 지원업무 처리규칙’ 제11조 제1항 제3호에 불과하다. 상위법인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는 처벌 횟수 규정 자체가 없다.
2년이 지나면 적발 횟수는 리셋된다. 사업주가 시정조치만 따르면 연달아 두 차례 성범죄를 저질러도 인증은 유지된다.
기준이 이렇게 느슨해진 배경엔 고용률 수치와 사업장 개수를 지키려는 행정 관행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 노동법 위반에 쓰는 단계적 처벌 방식을 중대한 인권유린 사안에 그대로 갖다 붙인 결과다. 인증을 즉시 취소하면 다른 장애인 근로자들까지 일자리를 잃는다는 논리도 완화된 규정을 지탱해온 명분이었다.
이번 인천 사업장의 인증취소 절차는 성범죄가 아니라 특별감독에서 별도로 적발된 임금체불 등 노동관계법 위반을 근거로 진행되고 있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는 법률 개정이 아닌 고시 개정 사안이다. 국회 절차 없이 행정예고만 거치면 하반기 시행이 가능하다. 문제는 소급 적용이 안 된다는 점이다. 개정 이전 발생한 사건에는 새 기준을 쓸 수 없다. 노동부가 인권침해가 아닌 다른 위반 사항을 엮어 취소 절차를 밟은 이유다.
지원금 환수 규정도 함께 신설될 예정이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은 “인증 취소와 지원금 환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지원금 대부분이 설립 초기 시설·장비 구입에 이미 소진된 경우가 많아 실제 환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기존 지급분의 소급 환수는 신뢰보호 원칙상 어렵다.
고용노동부와 공단은 “직원들이 행정 인력이라 은밀한 성범죄를 확인할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한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확보한 3년치 점검 기록을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공단은 사업주가 배석한 자리에서 단순 질의응답 위주 면담만 반복했다. 매번 ‘특이사항 없음’으로 끝났다. 발달장애인의 의사소통 특성을 반영한 전문 조사 기법이나 인권 전문가 동행은 없었다.
수사권 유무는 핵심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침해 여부를 스크리닝하는 건 관리·감독 기관의 고유 역할이다. 수사권이 없어도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 외부 전문기관과 협력할 통로는 있었다. 공단은 이를 쓰지 않았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복지관이나 장애인 거주시설을 감시하는 지자체 공무원도 수사권이 없다. 그런데도 단 한 번의 인권유린만으로 시설 폐쇄가 가능하다. 신고의무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반면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장애인복지법상 학대 신고의무기관에서 빠져 있다. 내부에서 알아도 신고할 법적 채널이 없다.
공단은 지난 6월 115개소 긴급점검에 이어 7월부터 전체 표준사업장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여성 장애인 노동자를 다수 고용한 사업장 등 100곳은 오는 21일까지 집중 정기감독 대상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제도 개선을 신속히 추진해 하반기 내 개정 고시를 공포·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선 데이터 라벨링 붕괴로 중증장애인 고용 직격탄, 미국은 접근성 기술로 직무 확장 모색
AI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미국의 인사 전문 미디어 HR Dive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의 장애인 고용정책 담당 차관보 줄리 호커(Julie Hocker)가 “AI는 장애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벽을 허물고 있다”고 밝혔다.
매체는 호커 차관보가 지난달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2026 장애 관리 고용주 연합 연례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장애인 고용 분야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AI가 장애인의 일자리와 경쟁하는가’라는 것”이라며 “AI와 접근 가능한 기술은 장애가 있든 없든 모든 사람이 업무 방식을 더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한국의 현실과 대비된다. 국내에서는 AI 기술 확산이 장애인 고용 시장에 다른 방향의 충격을 주고 있다. 기업들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채우는 수단으로 활용해 온 데이터 라벨링 직무가 생성형 AI의 자동화(오토 라벨링)에 밀려 급격히 축소되면서, 이 일자리에 기대온 중증·발달장애인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비대면 재택근무와 반복 업무 특성 덕에 중증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로 꼽혔던 데이터 라벨링이 사실상 시한부 상태에 놓인 것이다.
문제는 직업훈련 시스템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장애인 직업훈련 과정은 여전히 바리스타, 제과제빵, 제조업 등 전통 직무 중심으로 짜여 있고, AI 보조 도구 활용이나 디지털 리터러시를 가르치는 과정은 턱없이 부족하다. 기업 현장에서는 “AI 툴을 다룰 수 있는 장애인 인재가 필요한데, 훈련기관 배출 인력은 단순 업무만 가능해 미스매칭이 심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은 이 간극을 메우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호커 차관보는 폐쇄 자막이나 접근성 기능처럼 현재 보편화된 기술들도 처음에는 기술기업의 한 직원을 위한 합리적 편의 제공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술들이 ‘장애인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없다’는 편견을 깨고, 직무 수행 방식의 선택지를 넓혀준다는 것이다. 미국 노동부는 고용주들이 접근 가능한 기술을 도입하도록 돕기 위해 ‘고용 및 접근 가능 기술 파트너십(PEAT)’을 운영하며 기술 설계 단계부터 접근성을 내재화하는 작업을 기술기업들과 함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방향 전환의 실마리는 있다. 일부 소셜벤처와 장애인 표준사업장에서는 단순 데이터 라벨링을 하던 발달장애인 직원들을 AI가 생성한 결과물의 정확성과 윤리성을 평가하는 ‘QA(품질 검수)’ 인력으로 재교육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시각·청각·지체장애인이 음성 인식, 문서 요약, 코딩 보조 등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해 사무·기획 업무를 수행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AI를 ‘빼앗기는’ 기술이 아닌 ‘부리는’ 도구로 전환한 경우다.
피닉스 대학과 해리스폴이 실시한 최근 조사에서도 이미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다수가 AI 덕분에 접근성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호커 차관보는 “지금이 기업들이 합리적 편의 제공 프로그램에 기술을 어떻게 접목할지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장애학생 보호자 1700명, 진로멘토링 온라인 참여
노동법·취업 자립 경험 공유 한국장애인고용공단, 2022년부터 매년 운영…올해 누적 조회수 2006회 기록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청렴 서포터즈 제3차 간담회에서 이사장과 참석자들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고등학교 및 전공과 재학 장애학생의 보호자를 대상으로 운영한 ‘2026년 장애학생 보호자 진로멘토링’을 마쳤다고 6일 밝혔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1700명이 신청했으며 온라인 누적 조회수 2006회를 기록했다.
장애학생 보호자 진로멘토링은 장애학생의 진로·취업에 대한 보호자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2022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총 3회에 걸쳐 온라인으로 진행했으며, 장애학생의 직장생활에 필요한 노동법 이해, 장애 자녀의 실제 취업과 자립 경험 공유, 장애학생의 진로결정 및 취업서비스 안내를 주제로 다뤘다.
멘토링이 보호자들의 관심을 끄는 배경에는 장애인 고용의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은 전체 인구 평균을 크게 밑돈다. 특히 고등학교와 전공과를 막 졸업하는 발달장애(지적·자폐성) 학생들은 초기 취업 문턱이 더 좁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 취업·자립 경험을 들을 수 있는 자리는 보호자들에게 실질적인 정보 창구가 된다.
노동법 교육을 핵심 주제로 다룬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장애 자녀가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부당 처우에 대응하고 스스로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보호자가 먼저 관련 내용을 익히도록 했다.
한편 정부는 민간기업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현행 3.1%에서 2027년 3.3%, 2029년 3.5%로 단계적으로 높일 예정이다. 의무고용 비율이 오르면 장애학생을 위한 일자리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어서, 보호자들이 미리 직무 역량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공단은 진로멘토링 외에도 장애학생을 위한 취업 지원 사업을 상시 운영 중이다. ‘워크투게더센터’를 통해 특수학교(급) 및 전공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로설계 컨설팅, 취업코칭, 현장견학, 직무훈련 체험 등 단계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청은 교육부 나이스(NEIS) 시스템을 통해 학교에서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취업 후에는 저소득 중증장애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월 최대 7만 원의 출퇴근 교통비도 지원한다.
이종성 이사장은 “장애학생이 자신의 적성과 역량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고 안정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보호자가 관련 정보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장애학생과 보호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진로·취업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AI 시대, 장애인 일자리의 역설] ② 멈춰선 직업훈련 시스템… “바리스타 대신 AI 리터러시 가르쳐야”
AI 신기술 특화훈련 인원 연 100명 남짓…디지털훈련센터는 12개소뿐
AI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AI 기술이 빠르게 일상을 바꾸는 사이, 장애인 고용 시장은 조용히 흔들리고 있다. 기업들이 의무고용률을 채우는 수단으로 활용해 온 데이터 라벨링 직무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무너지면서, 이 일자리에 기대온 중증·발달장애인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부의 직업훈련 시스템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기업들은 고용 유지와 자동화 사이에서 갈림길에 서 있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장애인 고용 위기의 실체를 짚고, 기술 변화 속에서도 장애인 노동자가 도태되지 않을 길을 모색한다.[편집자주]
일자리의 지형이 바뀌고 있지만, 장애인 직업훈련 시스템의 시계는 여전히 과거에 멈춰 있다. 단순 데이터 라벨링 교육은 현장에서 빠르게 실효성을 잃어가고 있는데, 이를 대체할 ‘AI 활용’ 고도화 훈련 과정은 걸음마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올해 처음으로 ‘AI 신기술 특화훈련’ 사업을 시행하며 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의 AI 활용 역량 강화 과정을 신설했다. 그러나 공단의 2026년 공모 계획을 뜯어보면, 전국 단위로 모집하는 인원은 연간 100명 안팎에 불과하다. 7월 추가 공모 역시 ’00명 내외’ 수준의 소규모로 진행돼, 사업의 취지와 실제 규모 사이의 간극이 뚜렷하다.
인프라 격차는 더 심각하다. 공단 직속 기관 가운데 첨단 IT·디지털 훈련을 전담하는 디지털훈련센터는 전국 12개소에 그친다. 반면 발달장애인훈련센터는 19개소, 일반 직업능력개발원은 6개소가 운영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다. 문제는 발달장애인훈련센터의 주력 커리큘럼이 여전히 제조기술, 서비스, 사무보조 등 단순 반복 직무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결국 고도화된 AI 활용 과정은 인프라가 갖춰진 소수 거점에서만, 그것도 극소수 인원만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셈이다. 훈련 난이도 역시 NCS 기반 AI 직종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중증·발달장애인은 이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디지털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공공 직업훈련기관의 예산 배분 현황은 가장 직접적인 지표다. 현재 개설된 디지털 관련 과정의 상당수는 단순 이미지 바운딩(사각형 표시)이나 텍스트 태깅 등 초급 수준의 데이터 라벨러 양성과정에 머물러 있다. 거대언어모델(LLM)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나 AI 결과물 품질 검증처럼 고도화된 과정은 전문 강사진과 실습 인프라 부족으로 민간 훈련기관이 거의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바리스타, 제과제빵, 시각장애인 헬스키퍼(안마) 등 전통적 현장 직종은 여전히 전체 장애인 직업훈련 예산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와 공단 정보공개 자료를 통해 최근 3개년 직종별 훈련 예산 배정 현황을 들여다보면, 전통 직종과 신기술 직종 간 예산 격차는 압도적인 수준으로 확인된다.
훈련기관의 수료생을 현장에 투입하기 힘들어지자 기업은 자체 교육으로 돌파에 나섰다. 한 IT 플랫폼 기업은 최근 ‘가품 탐지 AI 모델’의 성능을 평가하는 ‘AI 데이터 품질 검증’ 직무를 신설했다. 정답 데이터셋을 구축하고 검수하는 이 업무는 정확도·재현율 지표 산출 등 고난도 분석 역량을 요구한다. 최초 1명으로 시작한 이 조직은 1년 만에 10명 규모로 확대되며 핵심 직무로 자리 잡았다.
이 기업은 공단과 협력해 채용을 진행했지만, 직무의 전문성 탓에 일반 훈련기관 수료생을 곧바로 현장에 투입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기업 자체 포용경영팀 등을 통해 실무 적응 교육과 맞춤형 직무 교육을 별도로 거치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공공 훈련 시스템이 채워주지 못한 간극을, 기업이 스스로 비용을 들여 메우고 있는 셈이다. 앞서 지적된 것처럼 당장 현장에 투입해 AI 툴을 다룰 줄 아는 인재가 필요한데, 훈련기관에서 배출되는 인력은 단순 업무만 가능해 미스매칭이 심하다는 기업 현장의 답답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 같은 미스매치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해법을 찾는 속도는 확연히 다르다. 해외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자폐 스펙트럼, ADHD 등 신경다양성 장애인을 단순 보조 인력이 아닌 ‘AI 시대 핵심 인재’로 재정의하고, 채용과 훈련을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신경다양성 채용 프로그램(Neurodiversity Hiring Program)’을 통해 서류와 대화 중심의 전통적 면접을 전면 폐지했다. 대신 지원자가 수 주간 실제 애저(Azure) 클라우드 고도화, 코파일럿(Copilot) 프롬프트 테스트 등 실무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자연스럽게 역량을 익히고 평가받는 ‘연장된 면접 프로세스(Extended Interview Process)’를 도입했다. 소음 차단 헤드셋, 자극이 적은 조명 등 맞춤형 인프라도 함께 제공한다.
빅데이터·AI 솔루션 기업 팰런티어는 ‘신경다양성 펠로우십(Neurodivergent Fellowship)’을 아예 핵심 인재 확보 전략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거쳐 채용된 인력에게는 연봉 11만~20만 달러(약 1억5천만~2억 7천만 원)와 주식 보상, 사이닝 보너스가 일반 엔지니어와 동일하게 지급되며, 최종 면접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진행한다. 알렉스 카프 팰런티어 CEO는 “AI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직업 훈련을 받거나, 신경다양성을 가졌거나”라고 언급하며 이들의 패턴 인식과 몰입 능력을 AI 시대의 경쟁력으로 평가한 바 있다.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는 ‘Autism at Work’ 프로그램을 통해 AI 소프트웨어 테스팅과 대규모 데이터 모델 검증·오류 추적 업무에 자폐 성향 인재를 배치하고 있다. 면접 초기 단계에 레고 마인드스톰 로봇 조립 과제를 통해 문제 해결력을 먼저 평가하는 방식을 도입했고, 장애인 IT 훈련 전문 사회적기업 ‘스페셜리스테르네(Specialisterne)’ 및 각국 재활 부처와 협력해 5주간의 실무·사회적 기술 심화 교육을 거친 뒤 현장에 투입한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독일, 브라질, 인도 등으로 확대 운영 중이다.
세계경제포럼(WEF)과 EY(언스트앤영) 조사에 따르면 신경다양성 전문가의 약 30%가 AI·빅데이터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의 숙련도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단체 Disability:IN 조사에서는 장애를 가진 밀레니얼 세대의 85%가 일상 업무에 생성형 AI 도구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베이비부머(50%)나 X세대(57%)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다. 디지털 보조도구가 결합됐을 때 업무 효율이 크게 오르는 집단이라는 의미다.
한국은 여전히 ‘의무고용률을 채울 단순 직무’라는 틀 안에서 훈련과 채용을 설계하는 반면, 해외 빅테크는 신경다양성을 AI 시대의 경쟁 우위로 규정하고 채용 절차 자체를 재설계했다. 훈련기관이 인재를 길러 기업에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직접 훈련 파트너와 손잡고 필요한 인재를 처음부터 함께 키워낸다.
결국 관건은 단순 라벨링을 가르치던 예산과 인력을 어디로 돌리느냐다. 연 100명 규모의 시범사업과 12개소뿐인 디지털훈련센터로는 급변하는 산업 수요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진단이다. 정부가 준비 중인 산업전환 대응 체계가 거시적 통계를 넘어, 중증·발달장애인의 눈높이에 맞는 실질적 훈련 모델과 기업-훈련기관 간 연계 구조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데이터 라벨링이 저물어가는 지금의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