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25 취업사례집 일-원’을 통해 본 장애인 고용 사례와 취업 당사자들의 모습(2) 사고이후 멈췄던 삶, 다시 사회로…

중도장애인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일상을 되찾다
손주에게 자랑스러운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사진=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제공>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과 사회 참여를 위한 노력은 시대를 관통하는 숙제이다. 본지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25 취업사례집 일-원’에 소개된 사례를 바탕으로,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는 장애인 취업자들의 이야기를 기획 시리즈로 전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넘어 실제로 일하며 성장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 고용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조직,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갖게 된 중도장애인은 이전에 수행하던 역할과 현재의 자신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상실감과 좌절감으로 삶의 단절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외형상 큰 장애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도 인지 저하나 기억력 문제등으로 사회 복귀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치료와 회복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노동시장과의 거리는 멀어지고, 다시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커진다. 가족에게 의존하는 생활이 고착되며, 스스로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자긍심이 약해지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심리적 위축이 취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황영상 씨의 삶 역시 이러한 중도장애인의 전형적인 과정이었다. 그는 1995년 회사 작업장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로 큰 뇌손상을 입었다. 신체는 회복됐지만 기억이 단절되고 자신감을 잃으면서 오랜 시간 사회와 거리를 두고 지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점차 희미해졌고, 가족을 이끌어 가기 보다 가족들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 되었다.

변화의 계기는 손주의 탄생이었다. 잊혔던 기억이 조금씩 떠오르며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그는 주민센터 상담을 통해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를 소개받았다. 여러 차례 상담을 거치며 ‘할 수 있다’는 감각을 되찾은 그는 센터의 업무지원인사업을 통해 취업을 준비했다.

현재 황 씨는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중학교 급식실에서 배식 보조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초기에는 출퇴근 절차나 배식 순서를 잊는 일이 잦았지만, 업무지원인의 반복적인 안내와 동행 지원 속에서 점차 업무에 적응했다. 급식실을 책임지는 영양사의 배려 아래 단계적으로 업무를 익히며, 지금은 동료들로부터 성실한 직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황 씨는 “오늘도 맡은 일을 정해진 시간 안에 끝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자부심”이라고 말한다. 첫 월급을 받던 날에는 가족이 작은 축하 자리를 마련했고, 손주에게 자랑스러운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그가 일터를 지키는 가장 큰 동력이 됐다.

김로연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취업지원팀 과장은 “업무지원인 선생님의 꼼꼼한 지원 속에서 황영상님 다시 근무 현장에 서게 된 과정은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황영상님과 같은 중도장애인들의 안정적인 근무 환경 개발을 위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중도장애인의 사회 복귀는 개인의 의지뿐 아니라 초기 적응을 돕는 제도와 현장의 이해가 결합될 때 가능성이 높아진다. 황영상 씨의 사례는 사고 이후 멈춰 있던 삶도 적절한 지원과 기다림 속에서 다시 사회와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하루하루는 중도장애인의 회복과 자립이 어떻게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2025 결산-장애인 일자리 키워드 ②] “채용하면 더 드립니다”…장려금 늘리고 AI 직무 교육 신설

의무고용 초과 달성 사업주 지원금 인상…지자체 연계·AI 훈련 등 ‘질적 개선’ 집중

지난 11월 25일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는 ‘2025년 창업지원사업 현장소통 간담회’를 열고 정책 고객과 전문가의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2026년 중점개선과제를 발표했다. <사진=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제공>

올 한 해 장애인 고용 시장은 의무고용률 상향 논의와 지원금 확대, 통계 기반의 정책 수립이 핵심 화두였다. 정부는 약 7년 만에 의무고용률 단계적 인상 계획을 내놨고 기업 제재와 인센티브를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또한 정책 실효성 제고를 위한 통계 포럼도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됐다. 2025년 대한민국 장애인 일자리 정책의 주요 흐름을 의무고용 상향·지원 확대·통계 구축 등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편집자 주]

정부가 의무고용률 상향이라는 ‘채찍’과 함께 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당근’도 내놨다. 2025년 장애인 일자리 정책의 또 다른 한 축은 고용장려금 확대와 직무 다양화다. 단순히 채용 인원을 늘리는 것이 아닌, 장애인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미래 산업 수요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통해 장애인 고용장려금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올해 예산안에서 장애인 고용장려금 지원 대상은 기존 63만여 명 수준에서 12만3천 명 늘어난 75만6천 명으로 확대됐다. 예산도 540억 원이 증액돼 3234억 원에서 3774억 원으로 늘었고, 이에 따라 장려금 관련 지출이 전체 장애인 고용·직업재활 재원 약 2조1829억 원 가운데 상당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정부는 이 확대로 최소 70만 명이 넘는 장애인 근로자가 장려금 정책의 직·간접적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추가 고용 여력을 키우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의무고용률을 초과해 장애인을 채용한 사업주에게 돌아가는 인센티브 규모도 커졌다. 현재 제도 구조상 초과 고용 장애인 근로자 1인당 월 35만~90만 원 수준의 장려금이 지원되는데, 2025년 단가 인상으로 중증·경증, 성별, 사업장 규모에 따라 상단 구간이 더 두터워지면서 인건비의 상당 부분을 보전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상시근로자 30~50명 안팎의 사업장은 장애인 1명을 추가 채용할 경우 연간 수백만 원 수준의 장려금을 받는 대신, 미달 시 납부해야 할 고용부담금은 1인당 연간 1천5백만 원 안팎까지 치솟을 수 있어 부담금 내느니 적극 채용하는 편이 낫다는 구조적 유인이 강화되는 셈이다.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시도도 이어졌다. 고용노동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 정책 집행기관은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강남구의 ‘장애인 괜찮은 일자리’ 성과 공유회가 대표적인 사례로,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일자리 모델을 발굴하고 확산하려는 노력이 주목받았다. 또한 정부 관계자들이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해 현장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표준사업장에 대한 지원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등 현장 밀착형 행보를 보였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발맞춘 직무 훈련 변화도 감지됐다. 2025년 직무개발사업 성과공유회에서는 한 해 동안 새로 개발된 장애인 적합 신규 직무 40건이 공개됐고, 이 가운데 인공지능 농업로봇 오퍼레이터, 스마트 업무연결 지원관 제도 등 11건이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공단은 이 직무들을 사례집 발간과 온라인 홍보를 통해 민간 사업장에 보급하고, 실제 채용과 연계될 수 있도록 후속 컨설팅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부가 예고한 AI 맞춤 훈련 신설은 진행 중인 디지털·융복합 직업훈련 흐름과 맞물린다. 직업능력개발원과 공단 훈련기관에서는 소방설비, 스마트제조, 사무·IT 융합 등 과정에 발달장애인 특화·융복합 훈련을 붙여 디지털 기초·응용 능력을 함께 키우는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훈련비는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여기에 AI 데이터 라벨링, 챗봇 상담 지원, 농업로봇 모니터링 같은 직무를 겨냥한 ‘AI 연계형’ 커리큘럼이 더해지면, 장애인 고용이 단순 노무 중심에서 고부가가치·지식 기반 직무로 옮겨가는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와 공단의 구상이다.




[기획]’2025 취업사례집 일-원’을 통해 본 장애인 고용 사례와 취업 당사자들의 모습(1) 식품안전정보원, 연구직 장애인 고용으로 포용적 인재 정책 실천

장애인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전문성과 공공성을 결합한 영역에서 가능성 확인

<사진=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제공>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과 사회 참여를 위한 노력은 시대를 관통하는 숙제이다. 본지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25 취업사례집 일-원’에 소개된 사례를 바탕으로,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는 장애인 취업자들의 이야기를 기획 시리즈로 전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넘어 실제로 일하며 성장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 고용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조직,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장애인 고용 통계를 보면 단순노무직 비중은 30.2%로 다른 직종에 비해 여전히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품안전정보원이 장애인을 연구직으로 채용한 사례는 의미가 있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장애 여부보다 개인의 역량과 전문성에 초점을 맞추고, 장애인 고용을 조직 운영의 한 요소로 반영한다.

식품안전정보원에는 현재 시각장애와 뇌병변장애를 가진 연구원이 근무한다. 권재호 푸드QR시스템부 연구원은 선천성 시각장애를 지닌 인재로, 식품 QR코드를 통해 제공되는 영양정보와 조리법이 정확하게 연계돼 있는지를 검수하고, 이를 점자와 수어 영상으로 제공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그는 화면 확대 기능과 단축키 등 보조기기를 활용해 업무를 수행하며, 개인의 작업 방식에 맞게 업무 환경을 조정해 나간다.

권 연구원의 채용 과정에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의 연계가 있었다. 센터는 단순 사무보조가 아닌 연구직 채용을 제안했고, 현재 권 연구원은 시각장애인 점자·QR 표시제도와 ESG 연계 식품포장 정책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국내 정책 개선에 참고가 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변존 연구기획부연구원은 뇌병변장애를 지닌 인재로, 해외 대학 강의 경험과 국제 봉사활동, 음악 활동 등의 이력을 바탕으로 정책 연구 및 행정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두 연구원은 소속 부서는 다르지만, 정보취약계층의 식품 안전 정보 접근성을 높인다는 공통의 목표 아래 의견을 공유하며 업무를 수행한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장애인 채용 시 우대 가점 부여, 필기시험 면제, 제한경쟁제도 등을 통해 채용 절차의 부담을 낮춘다. 채용 이후에는 유연근무제 운영, 이동 동선을 고려한 좌석 배치, 회의와 협업 과정에서의 접근성 보완 등 근무환경 개선을 병행한다. 이러한 조치는 장애인 직원의 안정적인 근무와 장기근속으로 이어진다.

이재용 원장은 장애인 고용을 기관의 의무가 아닌 경쟁력으로 인식한다. 그는 “성과와 역량 중심의 채용을 기본으로 하되, 사회적 형평성과 다양성을 함께 고려해야 조직의 역량이 강화된다”고 말한다. 또한 “센터와의 협력을 통해 서류와 면접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지원자의 실제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점자 식품안전 자료 발간과 수어 영상 제공 등 정보취약계층을 위한 접근성 강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식품안전정보포털 ‘식품안전나라’는 공공서비스 부문에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식품안전정보원의 사례는 장애인 고용이 특정 직무에 한정되지 않고, 전문성과 공공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개인의 역량을 기준으로 한 채용과 조직 차원의 지원이 결합될 때, 장애인 고용은 제도적 요구를 넘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획] 학술논문을 통해 살펴본 장애인 삶의 모습 (10) 장애 발생 시기와 노후준비 궤적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장애 발생 시기가 노후 준비를 가른다
중장년 장애인 노후 준비 궤적에 드러난 삶의 격차

<사진=AI Gamma 생성 이미지>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최고의 복지 혜택은 ‘일자리’라는 신념으로 시작됐다.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장애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필요를 느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2018년부터 장애인삶 패널조사를 통해 장애발생 이후의 변화를 장기간추적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데이터를 개방하여 180여편이 넘는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장애인의삶 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대한 학술적 의미의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중장년 장애인의 노후 준비 과정은 단일한 경로가 아니라 장애 발생 시기와 개인이 보유한 자원에 따라 뚜렷하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를 언제 경험했는지가 이후 삶의 안정성과 노후 대비 수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실증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임정민·장윤선·정주영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연구진은 장애인실태패널조사 1차부터 6차까지의 자료를 활용해 중장년 장애인의 노후 준비 과정을 분석했다. 연구는 재무, 건강, 여가, 대인관계 등 네 가지 영역을 종합한 다차원적 노후 준비 지표를 구성하고, 집단중심다중추세모형과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통해 시간에 따른 변화 양상과 그 결정 요인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분석 결과, 중장년 장애인의 노후 준비는 세 가지 유형의 궤적으로 구분됐다. 재무·건강·여가·대인관계 전반에서 취약한 ‘다영역 취약형’, 재무와 건강 영역에서 특히 어려움이 두드러지는 ‘재무·건강 취약형’, 상대적으로 재무와 사회적 영역은 유지되지만 건강 문제가 중심이 되는 ‘건강 취약형’이다. 이는 노후 준비가 특정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삶의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궤적을 가르는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장애 발생 시기였다. 연구에 따르면, 생애 초기에 장애를 경험한 이른바 생애지속형 장애인은 노화 과정에서 장애를 경험한 집단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노후 준비 궤적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다. 조기 장애 경험이 교육, 직업 선택, 생활 방식 전반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이에 적응해 온 시간이 누적되면서 노후 준비에서도 차이를 만들어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장애 발생 시기만으로 모든 차이가 설명되지는 않았다. 소득 수준, 건강 상태, 사회적 관계망과 같은 다양한 자원 요인 역시 노후 준비 궤적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는 장애라는 위험 요인 자체보다, 그 이후 축적되는 자원과 기회의 불균형이 노후 불안과 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에 참여한 임정민 연구원은 “이번 분석을 통해 생애과정 이론과 누적적 불평등 이론을 중장년 장애인 삶의 맥락에 부분적으로 확장 적용했다”며, “장애를 둘러싼 위험이 시간에 따라 누적되거나 완화되는 과정을 실증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중장년 장애인의 노후 불안을 개인 책임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문제를 지적 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전문가들은 장애 발생 시기와 개인의 자원 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노후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중장년기에 접어든 장애인을 대상으로 재무, 건강, 사회적 관계를 아우르는 종합적 개입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는 중장년 장애인의 노후 위험을 사전에 완화하고 삶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대응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해석된다.




[2025 결산-장애인 일자리 키워드 ①] 7년 만에 뗀 의무고용 상향…대기업 이행 압박 거세진다

노동부 2029년까지 민간 3.5%·공공 4.0% 목표…부담금 기초액 인상 등 제재 강화

지난 11월 6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회 한국장애인표준사업장 생산품 박람회를 찾은 시민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올 한 해 장애인 고용 시장은 의무고용률 상향 논의와 지원금 확대, 통계 기반의 정책 수립이 핵심 화두였다. 정부는 약 7년 만에 의무고용률 단계적 인상 계획을 내놨고 기업 제재와 인센티브를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또한 정책 실효성 제고를 위한 통계 포럼도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됐다. 2025년 대한민국 장애인 일자리 정책의 주요 흐름을 의무고용 상향·지원 확대·통계 구축 등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편집자 주]

올 한 해 장애인 고용 정책의 핵심은 ‘의무고용률 상향’과 ‘이행 강제성 확보’로 요약된다. 정부가 약 7년 만에 민간과 공공 부문의 의무고용 목표치를 높이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고용 의무를 다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부담금도 한층 상향됐다. 단순히 고용 목표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도록 기업을 압박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동결됐던 의무고용률이 약 7년 만에 상향 조정 국면을 맞았다. 장애인 인구 증가와 고용 수요 변화를 반영해 공공과 민간이 함께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견인해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2029년까지 민간 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현행 3.1%에서 3.5%로, 공공기관은 3.8%에서 4.0%로 단계적으로 상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의무고용률 상향으로 2029년까지 민간·공공 부문에서 약 3만3천여 개의 장애인 일자리가 추가로 생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고용 현황을 보면 2024년 말 기준 장애인 의무고용 대상인 국가·지자체 및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체 3만2692곳의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3.21%로 집계됐다. 공공부문은 3.9%로 법정 의무고용률인 3.8%을 소폭 상회했지만, 민간부문은 3.03%에 그쳐 현행 의무고용률 3.1%를 여전히 채우지 못했고, 특히 대기업집단 소속 999개 기업의 고용률은 2.46%로 기준치와의 격차가 더 컸다. 이처럼 전체 평균은 서서히 개선되고 있음에도 민간·대기업의 구조적 미달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형식적 고용제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비판과 함께 제재 강화 요구를 밀어올린 배경으로 작용했다.

의무고용률 상향 발표와 맞물려 미이행 기업에 대한 제재 강화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높았다. 특히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민간 사업주에 대한 의무 준수 요구가 거세졌다. 지난 2024년 기준 주요 대기업 중 상당수가 여전히 법정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한 사실이 올해 보도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대기업이 오히려 고용 의무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는 고용부담금 인상 카드를 꺼내 들며 기업 압박에 나섰다. 의무고용 인원에 미달할 경우 사업주가 납부해야 하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의 기초액이 2025년도부터 인상됐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미달 인원 1인당 월 단위로 부과된다. 2025년 기준 부담기초액은 의무고용 이행 수준에 따라 최소 125만8000원에서 시작해, 의무고용 인원의 2분의 1에도 못 미칠 경우 133만3480원 수준까지 가산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장애인을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사업주의 경우에는 1인당 월 200만 원 안팎의 비용을 떠안을 수 있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 입장에서는 ‘차라리 채용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한편, 정부는 기업의 실질적 이행 능력을 뒷받침할 지원 프로그램도 손보고 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 규제를 완화하고, 중증장애인 고용 시 장려금을 신설·확대해 50~99인 기업이 중증장애인을 채용하면 월 최대 45만 원까지 지원하는 등 비용 부담을 낮추는 장치도 도입됐다. 근로지원인 확대, 발달장애 특화 직무훈련, 최저임금 적용 제외 노동자의 일반 노동시장 전환 지원, 훈련·구직 촉진 수당 인상 같은 조치는 장애인 고용을 의무 이행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의 적응과 경력 형성으로 이어지게 하려는 시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오피니언]발달장애인 가족의 비극,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잇따른 참사 속에서 드러난 돌봄 공백,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시급하다

2022년 발달장애인 지원체계구축을 위해 거리에 나선 부모들의 모습<사진=강서장애인부모연대 제공>

매년 끊이지 않고 들리는 비극적인 뉴스가 다시 한번 전해졌다.

지난 11일, 용인에서 40대 부친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지고, 차량 안에서 특수학교를 다니는 9살 아들이 비닐에 싸인 채 사망한 비극이 확인되었다. 이 비극은 돌봄 부담과 사회적 고립 속에서 가족이 감당해야 했던 한계가 끝내 파국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개인의 불행을 넘어선 사회적 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유사한 사건은 과거에도 반복돼 왔다. 2020년 3월 제주 서귀포시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특수학교 개학이 연기되고 돌봄 공백이 장기화되던 시기에 발달장애 고등학생 아들과 어머니가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유서에는 돌봄의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으며,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가 비극의 배경으로 지적됐다.

2022년 6월 15일에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어머니와 발달장애를 가진 6세 아들이 함께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역시 장기간 누적된 돌봄 부담과 고립이 원인으로 거론됐다. 당시 장애인 가족 단체들은 “위험 신호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됐지만 공적 개입은 없었다”고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처럼 장애인 가족이 겪는 극단적 상황은 우발적이지 않다. 발달장애 가족은 하루 24시간 이어지는 돌봄, 교육과 치료 비용 부담, 보호자가 사망한 이후의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동시에 떠안고 있다. 지원 체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은 점점 사회와 단절되고, 도움을 요청할 통로조차 찾지 못한 채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전문가와 장애인 단체들은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 국가의 역할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위기 가정을 조기에 발견하는 시스템 구축하고 24시간 긴급돌봄과 가족 휴식 지원 및 생애주기별 자립 지원이 현실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위험 신호가 반복적으로 포착되는 가정에 대해 복지·의료·교육이 연계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개입이 이뤄지지 않는 한 같은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애인 가족의 절박함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단계에 이미 이르렀다. 반복되는 죽음이 말해주듯, 지금 필요한 것은 위로의 말이 아니라 실질적인 책임과 행동이다. 장애인 가족 역시 다른 시민과 마찬가지로 내일을 기대하며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점을, 사회와 국가는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기획] 학술논문을 통해 살펴본 장애인삶의 모습 (9)1인 가구 장애인의 우울 변화에 대한 연구

장애수용 수준이 낮고 교류하는 사람이 적으며
경제적 어려움이 큰 경우, 우울이 악화

<사진=AI Chat gpt 생성 이미지>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최고의 복지 혜택은 ‘일자리’라는 신념으로 시작됐다.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장애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필요를 느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2018년부터 장애인삶 패널조사를 통해 장애발생 이후의 변화를 장기간추적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데이터를 개방하여 180여편이 넘는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장애인의삶 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대한 학술적 의미의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1인 가구 장애인의 우울 변화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며, 개인의 심리·사회적 요인이 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율하등 총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석사과정 연구팀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개년 동안 꾸준히 1인 가구로 생활한 장애인 689명을 대상으로 성장혼합모형을 적용해 우울 변화의 경로를 추적했다.

연구진은 우울 수준의 시간적 흐름에 따라 집단 내에 상당한 이질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됐다. 초기 우울 수준이 낮고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는 ‘저수준 감소 집단’, 중간 정도의 수준으로 시작해 변화가 거의 없는 ‘중간수준 유지 집단’, 그리고 초기부터 높은 수준을 보이며 시간이 갈수록 우울이 더 심화되는 ‘고수준 증가 집단’이다.

또한 각 유형에 속할 가능성을 결정하는 요인도 함께 도출됐다. 자아존중감이 낮은 경우에는 저수준 감소 집단보다는 중간수준 유지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장애수용 수준이 낮고 가까이 교류하는 사람이 적으며 경제적 어려움이 큰 경우, 우울이 악화되는 고수준 증가 집단에 포함될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1인 가구 장애인의 우울 문제가 단일한 패턴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점을 나타낸다. 개인의 심리적 특성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과 경제적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우울의 경로를 결정짓는 만큼, 정책 역시 유형별 맞춤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우울 수준이 높은 집단일수록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조기 개입과 지속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한 김율하 연구원은 “우울이 조기에 발견되지 않을 경우 만성적 우울 혹은 더 심각한 정서적 어려움으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역사회 연결 등을 통한 신속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석이 1인 가구 증가 추세 속에서 장애인의 정신건강 정책을 재정비하는 근거자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지역사회 기반의 정서 지원, 경제적 취약층을 위한 보완 대책, 관계망 확대 프로그램 등 통합적 접근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연구는 1인 가구 장애인의 우울 예방과 완화를 위한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하며, 향후 복지 서비스 설계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장애인을 위한 좋은 일자리 만들기, 지자체들은 어떤 노력을…

‘복지’중심에서 ‘고용’중심으로 전환중
일자리 안정성은 여전히 부족

<사진=강남구청 제공>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개발에 적극 나서며 지역 차원 고용정책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회 복지에 중점을 두던 기존 구조를 넘어 민간 취업 연계, 신규 직무 발굴 등 실질적 성과에 주목하면서 장애인의 노동 참여가 한층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남구는 올해 ‘장애인의 괜찮은 일자리 지원사업’을 통해 456명의 근로 참여를 이끌어냈다고 9일 밝혔다. 복지행정도우미, 급식지원, 카페 운영 보조, 문화예술 활동 등 다양한 직무를 마련해 참여자 개별 역량에 맞춘 맞춤형 배치를 시도한 것이 특징이다. 일부 참여자는 공공형 일자리 경험을 기반으로 민간기업의 정규직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서울의 여러 자치구는 지역 복지기관과 협력해 사무보조, 도서관 정리, 환경정비 등 공공기관 중심의 직무를 부여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카페 운영, 문화예술 창작, 농산물 가공 등 전문성을 높인 분야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부산과 광주, 경기지역 역시 수행기관 공모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 모델을 발굴하고, 지역 특성과 산업 구조에 맞춘 민간 연계형 직무를 도입하는 흐름을 보인다.

이처럼 지역별로 운영 방식은 다르지만 일정한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공공형·복지형·취업연계형의 3단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하며, 수행기관에 위탁해 직무 개발과 근로자 관리를 맡기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단순 업무 중심의 배치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최근에는 민간 취업을 목표로 한 직무 전문화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한계도 존재한다. 연 단위 예산 편성으로 인해 다수의 사업이 매년 재계약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근로자에게 안정적 고용을 제공하기 어렵고, 민간 취업 전환율도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른다. 수행기관 역량에 따라 직무 품질과 성과가 큰 차이를 보이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지점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성공적인 변화의 흐름도 이어진다. 공공형 일자리에서 카페 보조로 경력을 쌓던 참여자가 대기업 사내카페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사례가 등장하고, 문화예술형 직무를 기반으로 전시 활동이나 공연 등으로 확장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자체의 실험적 직무 개발이 장애인의 삶의 방식과 자립의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넓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바리스타 보조로 일하며 역량을 키운 박미영(가명) 씨는 바리스타 대회 수상 후 대기업 사내카페에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박 씨는 “아침에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복지인지 알게 됐다”며 “일상을 되찾게 해준 일자리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일자리 정책이 복지 지원을 넘어 노동시장 참여의 통로로 기능하기 시작한 지금, 지자체의 노력이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공일자리가 보여주기식의 일회성 정책의 결과물이 아닌 장애인의 삶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오피니언]”장벽 허물고 마음 잇다”… 지구촌이 함께한 ‘세계 장애인의 날’

미국·중국·일본·유럽 등 각국 기념행사 통해 인권 가치 재확인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매년 12월 3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International Day of Persons with Disabilities)’이다. 올해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신체적, 정신적 장벽을 넘어 모두가 동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각국의 장애인 정책 현주소를 확인하고 미래의 포용 사회를 그리는 현장을 짚어본다.

‘세계 장애인의 날’은 1982년 12월 3일 제37회 UN 총회에서 ‘장애인에 관한 세계 행동 계획’이 채택된 것을 기념하여, 1992년 공식 선포되었다.

이 날의 핵심은 장애 문제를 ‘자선’의 관점이 아닌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데 있다.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와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이들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인류 보편의 가치임을 재확인하는 날이다. 2025년 올해의 화두 역시 ‘사회 발전의 중심에 장애 포용을 두는 것’으로, 장애인이 수혜자가 아닌 변화를 이끄는 당사자임을 강조했다.

미국 뉴욕 UN 본부에서는 3일 당일, 전 세계 장애인 인권 운동가들이 모인 가운데 공식 기념식이 거행되었다. 이날 회의의 핵심 주제는 ‘장애인 리더십의 확산’이었다. 미네소타 등지에서는 유명 리얼리티 쇼 출연자들이 참여한 ‘회복탄력성과 포용’ 웨비나가 열려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이는 장애를 극복의 대상이 아닌, 인간의 다양한 정체성 중 하나로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럽연합(EU)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유럽 장애인의 날 컨퍼런스(EDPD)’를 개최 중이다.이곳에서는 실질적인 정책 논의가 주를 이룬다. 특히 가장 주목받는 순서는 ‘2026 접근성 도시상(Access City Award)’ 시상식이다. 장애인이 살기 편리한 도시 환경을 조성한 지자체를 선정하는 이 상은, 유럽 전역의 도시들이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인프라를 경쟁적으로 구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중국은 실용적인 ‘고용 모델’ 홍보에 집중했다. 중국 국영 언론들은 장쑤성 타이창에 위치한 ‘인클루전 팩토리(Inclusion Factory)’를 집중 조명했다. 지적 장애인들이 자동차 부품 생산의 주축으로 활약하는 이곳의 사례를 통해, 장애인 고용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 실질적인 생산성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서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는 문화 접근성 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일본은 12월 3일부터 9일까지를 아예 ‘장애인 주간’으로 지정해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도쿄에서 열린 ‘데플림픽(청각장애인 올림픽)’의 열기를 이어받아 스포츠와 예술을 결합한 행사가 눈에 띈다.오는 6일 도쿄 미나토구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대규모 마켓과 시각장애 체험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JAL 등 주요 기업들도 이 기간을 ‘마음의 배리어 프리 주간’으로 정하고 대고객 캠페인을 펼치며 사회적 인식 개선에 동참하고 있다.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전세계 각국이 전하는 메시지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모두 같은 날을 기념하는 의미는 하나이다. 다 함께 차별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짐의 날 ‘이다.




[기획] 학술논문을통해살펴본장애인삶의모습 (8)시각장애인의 여가제약 요인과 여가활동 만족도 변화에 관한 종단연구

여가활동이 시각장애인 삶의 만족에 미치는 영향 분석
고유 감각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도 함께 논의

<사진=AI Gamma 생성 이미지>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최고의 복지 혜택은 ‘일자리’라는 신념으로 시작됐다.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장애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필요를 느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2018년부터 장애인삶 패널조사를 통해 장애발생 이후의 변화를 장기간추적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데이터를 개방하여 180여편이 넘는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장애인의삶 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대한 학술적 의미의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시각장애인의 여가활동 만족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제시됐다. 여가활동을 제약하는 구조적·환경적 요인이 초기 만족도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관련 장벽을 완화하기 위한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승희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조교수 연구팀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장애인삶 패널조사 1차(2018)부터 4차(2021)까지의 자료를 활용해 성인 시각장애인 368명을 대상으로 여가활동 만족도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잠재성장모형을 적용해 시계열적인 변화와 그 원인을 종합적으로 파악했다.

연구 결과, 시각장애인의 여가활동 만족도는 조사 기간 전반에 걸쳐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중증 시각장애인의 초기 만족도 수준은 경증 시각장애인보다 낮았으며, 경제적 어려움, 거주지역의 접근성 부족, 장애인서비스 이용의 불편 등이 초기 만족도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집단은 시간이 흐르면서 만족도 증가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성별과 학력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남성이 여성보다 초기 만족도가 높았고, 학력이 높을수록 여가활동 만족도 증가율이 크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개인의 사회적 자원과 환경적 조건이 여가활동의 선택과 경험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여가활동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 편의성 확대, 지역 기반 여가시설 접근성 개선, 장애인서비스 이용 절차의 간소화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일상 여가 경험이 지속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차원의 참여 기회 확대와 정보 접근성 강화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참여한 문영민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이 연구는 시각장애인이 경험하는 여가활동 제약을 개인적 차원에서만 해석하기 보다 물리적 제약과 사회·문화적 제약까지 함께 조명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며”제도적 차원의 정보 접근성 확보를 넘어 시각장애인이 고유한 감각을 바탕으로 여가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