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26년 미리보는 장애인 고용 제도(2) 장애인 구직 부담 덜어준다…훈련수당·구직촉진수당 동시 인상

지원고용 훈련 일비 상향·취업성공패키지 수당 확대
“구직 과정의 생활 공백 메우는 실질적 지원 필요”

<사진=고용노동부 제작 동영상 갈무리>

고용노동부가 2026년,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장애인 고용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중증장애인 고용을 늘린 중소 사업주에 대한 장려금 지급을 비롯해 구직 단계의 소득 지원 강화, 장애인 표준사업장 판로 지원, 고용의무 불이행 사업장 명단공표 제도 개선, 경계선 지능청년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 신설까지 장애인 고용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이 담겼다. 장애인일자리신문에서는 장애인의 고용 진입부터 취업 유지, 기업의 고용 책임 이행에 이르기까지 구조적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정부가 장애인의 구직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훈련수당과 구직촉진수당을 동시에 인상한다. 단기적 참여 유인을 넘어, 구직 기간 동안 최소한의 생활 안정을 보장하겠다는 정책 방향이 보다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증장애인 지원고용 참여자에게 지급되는 훈련수당이 2026년 1월부터 인상된다. 기존에 6일 이상 훈련에 참여한 경우 1회성 훈련준비금 4만 원과 함께 하루 1만 8천 원의 훈련비가 지급됐다. 개편 이후에는 훈련준비금을 폐지하고 훈련 일비를 하루 3만 5천 원으로 통합해 지급한다. 기본 훈련일수인 16일을 기준으로 할 경우 총 지급액은 기존 32만 8천 원에서 56만 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훈련 기간 동안 발생하는 교통비, 식비 등 필수 비용을 감안하면 기존 수당으로는 참여 유지가 어렵다는 현장의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번 인상은 훈련 참여 자체를 하나의 노동 과정으로 인정하고, 최소한의 경제적 보전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저소득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구직촉진수당도 함께 확대된다. 장애인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는 중위소득 60% 이하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구직촉진수당은 2026년부터 월 5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인상된다. 수당은 구직활동계획을 수립하고 입사지원서 제출, 면접 참여, 역량 강화 프로그램 이행 등 실제 구직활동을 수행할 경우 매월 지급되며, 최대 6개월간 받을 수 있다. 지원 규모는 3천 명이다.

이 두 정책은 ‘구직 이전 단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장애인 고용 정책이 취업 이후의 고용유지나 장려금 중심으로 설계돼 왔다면, 이번 수당 인상은 구직 과정 자체가 상당한 비용과 위험을 동반한다는 현실을 제도적으로 인정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중증장애인과 저소득 장애인의 경우 구직 기간 동안 소득 공백이 곧 생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당 인상만으로 정책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훈련과 구직이 실제 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직무 매칭의 질을 높이고, 반복 참여가 아닌 안정적 일자리로 이어지는 구조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개편은 장애인의 구직을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닌 사회가 함께 부담해야 할 과정으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전환으로 평가된다.




[기획]’2025 취업사례집 일-원’을 통해 본 장애인 고용 사례와 취업 당사자들의 모습(4)서울대학교병원, 중장년 장애인에게 안정된 일자리 제공

장애와 상관없이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무기계약직 고용 사례 주목

<사진=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제공>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과 사회 참여를 위한 노력은 시대를 관통하는 숙제이다. 본지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25 취업사례집 일-원’에 소개된 사례를 바탕으로,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는 장애인 취업자들의 이야기를 기획 시리즈로 전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넘어 실제로 일하며 성장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 고용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조직,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50~60대 중장년층의 재취업 시도가 늘고 있지만, 현실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연령에 따른 제한과 단기·비정규직 중심의 채용 관행 속에서 장애를 가진 중장년층은 이중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대학교병원에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중장년 장애인 두 명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시험센터에서 근무 중인 임은주 씨와 총무과 주차 파트에서 일하는 박병준 씨는 서로 다른 경력을 쌓아왔지만, 현재는 같은 병원에서 일상 생활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두 사람의 사례는 중장년에게 ‘나이’가 한계가 아니라, 경험과 성실함이라는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임은주 씨는 임상시험센터에서 약품과 주사용품 정리, 소독, 바인더 관리 등 행정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여러명의 요청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만큼 꼼꼼함과 정확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그는 과거 단기 아르바이트와 계약직을 전전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일해왔다. 임 씨는 “지금은 안정된 직장에서 꾸준히 일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며 “업무가 쉽지는 않지만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박병준 씨는 총무과 주차 파트에서 환자와 보호자를 안내하며 병원의 첫인상을 책임지고 있다. 과거 지하 근무와 주·야간 교대가 반복되던 경비직과 비교하면 근무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박 씨는 “규칙적인 근무 덕분에 퇴근 후 운동이나 취미 생활을 할 여유가 생겼다”며 “이 나이에 무기계약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감사하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취업 과정에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의 지원이 있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국내를 대표하는 대학병원인 만큼 채용 절차 역시 서류 심사와 다단계 면접, 신체검사 등 체계적이고 경쟁률도 높았다. 청각장애가 있는 임은주 씨는 면접 과정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센터의 지원을 받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점검하고 모의면접을 반복하며 준비했다. 박병준 씨 역시 센터의 도움으로 서류 준비부터 최종 합격까지 과정을 함께했다.

새로운 업무에 도전하며 자신감을 얻은 점도 공통적이다. 임은주 씨는 9년간 경리 업무를 해왔지만, 현재는 약품 조제 보조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생소한 전문 용어와 업무 절차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메모를 해가며 차근차근 익혀나갔다. 그는 “정확성이 요구되는 업무를 빈틈없이 해냈을 때 큰 성취감을 느낀다”며 “동료들로부터 ‘정리가 잘됐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병준 씨는 환자와 직접 대면하는 업무에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환자가 웃으며 병원을 나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자신의 역할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병원 내 휴게 공간과 복지 제도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전 직장에는 쉴 공간이 마땅치 않았지만, 지금은 휴게 공간이 잘 마련돼 있어 근무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임은주 씨는 중장년 장애인들에게 나이를 이유로 도전을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성실함과 차분함은 중장년의 강점”이라며 “취업 지원 기관의 교육과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센터는 신중년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취업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며 재취업 전략과 입사지원서 작성법 등을 지원하고 있다.

끝으로 두 사람은 센터와 병원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임은주 씨는 “끝까지 지원해준 센터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며 “따뜻하게 맞아준 병원 동료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병준 씨 역시 “센터는 늘 힘이 되어줬고, 서울대학교병원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줬다”며 “앞으로도 책임감을 갖고 근무하겠다”고 밝혔다.




[기획]2026년 미리보는 장애인 고용 제도(1)중증장애인 고용 확대 시 기업에 장려금 지급

2026년 1월부터 50~100인 미만 의무미이행 사업주 대상, 최대 1년간 지원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고용노동부가 2026년,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장애인 고용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중증장애인 고용을 늘린 중소 사업주에 대한 장려금 지급을 비롯해 구직 단계의 소득 지원 강화, 장애인 표준사업장 판로 지원, 고용의무 불이행 사업장 명단공표 제도 개선, 경계선 지능청년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 신설까지 장애인 고용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이 담겼다. 장애인일자리신문에서는 장애인의 고용 진입부터 취업 유지, 기업의 고용 책임 이행에 이르기까지 구조적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정부가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장애인고용개선장려금’을 신설하고 2026년 1월부터 지급에 나선다. 이번 제도는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한 사업주가 중증장애인 고용을 늘릴 경우 일정 기간 재정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점진적인 고용의무 이행을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장려금 지급 대상은 상시근로자 수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주 가운데 장애인 의무고용률 3.1%를 충족하지 못한 사업주다. 이들 사업주가 2026년 1월 1일 이후 중증장애인을 신규 채용해 고용 인원이 증가할 경우, 증가한 인원에 대해 최장 1년간 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정부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원 금액은 중증장애인 근로자의 성별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중증 남성 장애인 근로자 1인당 월 35만 원, 중증 여성 장애인 근로자 1인당 월 45만 원이 지급된다. 다만 지급 단가와 해당 근로자의 월 임금액 가운데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해당하는 임금의 60%를 비교해, 더 낮은 금액이 최종 지급액으로 산정된다.

기존 장애인 고용 장려금 제도와 비교할 때, 2026년부터 시행되는 이번 개편의 핵심 변화는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지원의 초점이 ‘의무를 이미 이행한 사업장’에서 ‘의무 미이행 사업장의 개선 유도’로 이동했다. 기존 장애인고용장려금은 주로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 특히 의무고용률을 초과 달성한 경우에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구조였다. 반면 새로 도입되는 장애인고용개선장려금은 의무고용률을 충족하지 못한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중증장애인 고용을 ‘추가로 늘린 경우’에 한해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고용 결과에 대한 보상보다 고용 확대 과정 자체를 유도하는 정책적 성격이 강화됐다.

둘째, 중증장애인에 대한 정책적 가중치가 명확해졌다. 기존 제도는 장애 정도에 따른 차등은 있었지만, 장려금의 기본 구조는 장애인 전반을 포괄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개편에서는 지원 대상을 중증장애인으로 한정하고, 성별에 따라 지급 단가를 달리 설정했다. 특히 월 임금의 60% 상한을 적용해 단순 보조금 성격이 아닌 실제 임금 보전 수준과 연동되도록 설계한 점도 기존 제도와의 차별점이다.

셋째, ‘고용 이후’ 중심이던 지원 체계가 ‘구직 단계까지’ 확장됐다. 그동안 장애인 고용 정책은 취업 이후 고용 유지와 사업주 지원에 무게가 실려 있었으나, 이번 개편에서는 중증장애인 지원고용 훈련수당 인상과 저소득 장애인 구직촉진수당 상향 등 취업 이전 단계의 소득 공백을 보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장애인 개인의 노동시장 진입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적 보완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고용 실적 보상형 장려금에서 벗어나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를 목표로 한 단계적 유인 구조와 구직 단계 지원을 결합한 정책으로 전환 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정부는 이번 장려금 제도를 통해 장애인 고용의무 미이행 사업주의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고용 기회가 제한적인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행 시점은 2026년 1월이며, 지급 시스템 개발 일정에 따라 구체적인 신청 시기는 추후 별도 공고를 통해 안내될 예정이다.




[기획]’2025 취업사례집 일-원’을 통해 본 장애인 고용 사례와 취업 당사자들의 모습(3) 기빙플러스, 현장의 지지 속에 이어지는 중증장애인 장기근속

자기관리와 조직의 신뢰가 만든 ‘지속 가능한 일터’

<사진=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제공>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과 사회 참여를 위한 노력은 시대를 관통하는 숙제이다. 본지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25 취업사례집 일-원’에 소개된 사례를 바탕으로,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는 장애인 취업자들의 이야기를 기획 시리즈로 전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넘어 실제로 일하며 성장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 고용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조직,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재단법인 기빙플러스 매장에는 오늘도 밝은 인사가 울려 퍼진다. “안녕하세요, 기빙플러스입니다.”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를 통해 입사한 한혜린 씨는 이제 매장에서 빠질 수 없는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낯설고 조심스러웠던 입사 초기와 달리, 현재 그는 판매와 진열, 청소, 고객 응대까지 맡으며 2년여 근속을 이어가고 있다.

주미라 매니저는 업무 속도를 조율하며 작은 변화도 함께 살폈다. 계산대 앞에서 긴장하는 모습을 보일때 충분한 시간을 주고 기다렸고,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신뢰를 보내며 반복적으로 격려했다. 그 결과 한 씨는 점차 자신감을 회복했고, 현재는 적극적인 고객 응대로 매장에서 ‘영업왕’으로 불리고 있다.

한혜린 씨는 취업 이후 가장 큰 변화로 자기관리를 꼽았다. 하루 4시간 근무 후 상담과 약물 관리, 반려견과의 산책으로 컨디션을 조절하며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취업이 잘되지 않아 스스로를 자책하는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제가 번 돈으로 사고 싶은 것을 구매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비스업 경험이 없던 그는 이제 고객으로부터 “제품 추천을 잘한다”, “친절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성장했다.

전략기획팀 윤여원 팀장은 기빙플러스의 운영 방식이 ESG 경영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에서 이월되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기부받아 판매함으로써 폐기물을 줄이고, 매장 운영 과정에서 장애인과 취약계층을 고용해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기빙플러스는 2025년 서울특별시 환경대상을 수상했다.

기빙플러스는 매장 인력의 일정 비율을 장애인과 취약계층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채용 과정에는 현장 매니저가 직접 참여한다. 윤 팀장은 “정해진 의무고용 비율을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가능성이 보이면 기회를 제공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그러한 문화가 한혜린 씨가 장기근속 할 수 있는 배경이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향후 과제로 5년 이상 근속자 확대를 제시했다. 이미 일부 직원은 5년 이상 근무하고 있으며, 이는 기빙플러스가 ‘머무를 수 있는 일터’로 자리 잡았다는 상징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직원들이 안정감과 자부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도록 조직 차원의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빙플러스는 서울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장기근속 지원 체계를 한층 강화했다. 상담과 교육, 여가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해 장애인 근로자의 직장 적응과 근속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현장의 신뢰와 제도적 지원이 맞물린 기빙플러스의 시도가 장애인 고용의 지속 가능성을 넓히는 사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025 결산-장애인 일자리 키워드 ③] “숫자가 정책 만든다”…데이터로 찾는 장애인 일자리 해법

한국장애인고용공단, 3대 실태조사 완료…
‘2025 고용정책 통계 포럼’ 등서 미래 전략 모색

올 한 해 장애인 고용 시장은 의무고용률 상향 논의와 지원금 확대, 통계 기반의 정책 수립이 핵심 화두였다. 정부는 약 7년 만에 의무고용률 단계적 인상 계획을 내놨고 기업 제재와 인센티브를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또한 정책 실효성 제고를 위한 통계 포럼도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됐다. 2025년 대한민국 장애인 일자리 정책의 주요 흐름을 의무고용 상향·지원 확대·통계 구축 등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편집자 주]

실효성 있는 장애인 고용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2025년은 정부와 관련 기관이 데이터 확보와 분석에 그 어느 때보다 공을 들인 한 해였다. 단순한 수치 집계를 넘어 현행 민간 3.1%, 공공 3.8%인 의무고용률의 현실을 진단하고, 2029년까지 달성해야 할 목표치와의 간극을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공론화의 장이 활발히 열렸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올 한 해 장애인 고용정책의 기초 자료 마련을 위해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 기업체장애인고용실태조사, 발달장애인 일과 삶 실태조사 등 3대 통계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들은 장애인 인구의 고용 현황뿐만 아니라 기업의 채용 수요, 발달장애인의 생활 실태까지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공단은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책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지난 11월 개최된 ‘2025년 장애인 고용정책 통계 포럼’에서 심도 있게 다뤄졌다. 학계 전문가와 정책 입안자들은 포럼에 모여 데이터가 가리키는 미래 고용 시장의 변화를 분석했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2029년 의무고용률 상향 로드맵(민간 3.5%·공공 4.0%)’의 실현 가능성을 데이터를 통해 점검해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민간 기업의 고용 추이를 집중 분석하며, 목표 달성을 위한 연차별 데이터 점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윤경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장은 포럼 개회사를 통해 “통계는 장애인 고용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라며 “정확한 실태 파악 없이는 맞춤형 지원도 불가능하다”고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올해 조사는 단순한 고용률 수치를 넘어, 장애인이 체감하는 ‘일의 만족도’와 ‘고용 유지 요인’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포럼 발제자로 나선 심진예 선임연구위원은 “통계 분석 결과,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을 망설이는 주된 이유는 ‘직무 부적합’과 ‘비용 부담’으로 나타났다”며 “2025년 고용장려금 예산이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데이터가 보여주는 이러한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직무 개발과 재정 지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통계 조사의 주기를 정례화하고, 데이터를 민간에 적극적으로 개방해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를 수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획]’2025 취업사례집 일-원’을 통해 본 장애인 고용 사례와 취업 당사자들의 모습(2) 사고이후 멈췄던 삶, 다시 사회로…

중도장애인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일상을 되찾다
손주에게 자랑스러운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사진=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제공>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과 사회 참여를 위한 노력은 시대를 관통하는 숙제이다. 본지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25 취업사례집 일-원’에 소개된 사례를 바탕으로,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는 장애인 취업자들의 이야기를 기획 시리즈로 전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넘어 실제로 일하며 성장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 고용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조직,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갖게 된 중도장애인은 이전에 수행하던 역할과 현재의 자신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상실감과 좌절감으로 삶의 단절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외형상 큰 장애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도 인지 저하나 기억력 문제등으로 사회 복귀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치료와 회복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노동시장과의 거리는 멀어지고, 다시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커진다. 가족에게 의존하는 생활이 고착되며, 스스로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자긍심이 약해지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심리적 위축이 취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황영상 씨의 삶 역시 이러한 중도장애인의 전형적인 과정이었다. 그는 1995년 회사 작업장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로 큰 뇌손상을 입었다. 신체는 회복됐지만 기억이 단절되고 자신감을 잃으면서 오랜 시간 사회와 거리를 두고 지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점차 희미해졌고, 가족을 이끌어 가기 보다 가족들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 되었다.

변화의 계기는 손주의 탄생이었다. 잊혔던 기억이 조금씩 떠오르며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그는 주민센터 상담을 통해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를 소개받았다. 여러 차례 상담을 거치며 ‘할 수 있다’는 감각을 되찾은 그는 센터의 업무지원인사업을 통해 취업을 준비했다.

현재 황 씨는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중학교 급식실에서 배식 보조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초기에는 출퇴근 절차나 배식 순서를 잊는 일이 잦았지만, 업무지원인의 반복적인 안내와 동행 지원 속에서 점차 업무에 적응했다. 급식실을 책임지는 영양사의 배려 아래 단계적으로 업무를 익히며, 지금은 동료들로부터 성실한 직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황 씨는 “오늘도 맡은 일을 정해진 시간 안에 끝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자부심”이라고 말한다. 첫 월급을 받던 날에는 가족이 작은 축하 자리를 마련했고, 손주에게 자랑스러운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그가 일터를 지키는 가장 큰 동력이 됐다.

김로연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취업지원팀 과장은 “업무지원인 선생님의 꼼꼼한 지원 속에서 황영상님 다시 근무 현장에 서게 된 과정은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황영상님과 같은 중도장애인들의 안정적인 근무 환경 개발을 위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중도장애인의 사회 복귀는 개인의 의지뿐 아니라 초기 적응을 돕는 제도와 현장의 이해가 결합될 때 가능성이 높아진다. 황영상 씨의 사례는 사고 이후 멈춰 있던 삶도 적절한 지원과 기다림 속에서 다시 사회와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하루하루는 중도장애인의 회복과 자립이 어떻게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2025 결산-장애인 일자리 키워드 ②] “채용하면 더 드립니다”…장려금 늘리고 AI 직무 교육 신설

의무고용 초과 달성 사업주 지원금 인상…지자체 연계·AI 훈련 등 ‘질적 개선’ 집중

지난 11월 25일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는 ‘2025년 창업지원사업 현장소통 간담회’를 열고 정책 고객과 전문가의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2026년 중점개선과제를 발표했다. <사진=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제공>

올 한 해 장애인 고용 시장은 의무고용률 상향 논의와 지원금 확대, 통계 기반의 정책 수립이 핵심 화두였다. 정부는 약 7년 만에 의무고용률 단계적 인상 계획을 내놨고 기업 제재와 인센티브를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또한 정책 실효성 제고를 위한 통계 포럼도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됐다. 2025년 대한민국 장애인 일자리 정책의 주요 흐름을 의무고용 상향·지원 확대·통계 구축 등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편집자 주]

정부가 의무고용률 상향이라는 ‘채찍’과 함께 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당근’도 내놨다. 2025년 장애인 일자리 정책의 또 다른 한 축은 고용장려금 확대와 직무 다양화다. 단순히 채용 인원을 늘리는 것이 아닌, 장애인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미래 산업 수요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통해 장애인 고용장려금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올해 예산안에서 장애인 고용장려금 지원 대상은 기존 63만여 명 수준에서 12만3천 명 늘어난 75만6천 명으로 확대됐다. 예산도 540억 원이 증액돼 3234억 원에서 3774억 원으로 늘었고, 이에 따라 장려금 관련 지출이 전체 장애인 고용·직업재활 재원 약 2조1829억 원 가운데 상당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정부는 이 확대로 최소 70만 명이 넘는 장애인 근로자가 장려금 정책의 직·간접적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추가 고용 여력을 키우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의무고용률을 초과해 장애인을 채용한 사업주에게 돌아가는 인센티브 규모도 커졌다. 현재 제도 구조상 초과 고용 장애인 근로자 1인당 월 35만~90만 원 수준의 장려금이 지원되는데, 2025년 단가 인상으로 중증·경증, 성별, 사업장 규모에 따라 상단 구간이 더 두터워지면서 인건비의 상당 부분을 보전받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상시근로자 30~50명 안팎의 사업장은 장애인 1명을 추가 채용할 경우 연간 수백만 원 수준의 장려금을 받는 대신, 미달 시 납부해야 할 고용부담금은 1인당 연간 1천5백만 원 안팎까지 치솟을 수 있어 부담금 내느니 적극 채용하는 편이 낫다는 구조적 유인이 강화되는 셈이다.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시도도 이어졌다. 고용노동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 정책 집행기관은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강남구의 ‘장애인 괜찮은 일자리’ 성과 공유회가 대표적인 사례로,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일자리 모델을 발굴하고 확산하려는 노력이 주목받았다. 또한 정부 관계자들이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해 현장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표준사업장에 대한 지원 강화 방안을 모색하는 등 현장 밀착형 행보를 보였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발맞춘 직무 훈련 변화도 감지됐다. 2025년 직무개발사업 성과공유회에서는 한 해 동안 새로 개발된 장애인 적합 신규 직무 40건이 공개됐고, 이 가운데 인공지능 농업로봇 오퍼레이터, 스마트 업무연결 지원관 제도 등 11건이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공단은 이 직무들을 사례집 발간과 온라인 홍보를 통해 민간 사업장에 보급하고, 실제 채용과 연계될 수 있도록 후속 컨설팅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부가 예고한 AI 맞춤 훈련 신설은 진행 중인 디지털·융복합 직업훈련 흐름과 맞물린다. 직업능력개발원과 공단 훈련기관에서는 소방설비, 스마트제조, 사무·IT 융합 등 과정에 발달장애인 특화·융복합 훈련을 붙여 디지털 기초·응용 능력을 함께 키우는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훈련비는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여기에 AI 데이터 라벨링, 챗봇 상담 지원, 농업로봇 모니터링 같은 직무를 겨냥한 ‘AI 연계형’ 커리큘럼이 더해지면, 장애인 고용이 단순 노무 중심에서 고부가가치·지식 기반 직무로 옮겨가는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와 공단의 구상이다.




[기획]’2025 취업사례집 일-원’을 통해 본 장애인 고용 사례와 취업 당사자들의 모습(1) 식품안전정보원, 연구직 장애인 고용으로 포용적 인재 정책 실천

장애인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전문성과 공공성을 결합한 영역에서 가능성 확인

<사진=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제공>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과 사회 참여를 위한 노력은 시대를 관통하는 숙제이다. 본지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25 취업사례집 일-원’에 소개된 사례를 바탕으로,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는 장애인 취업자들의 이야기를 기획 시리즈로 전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넘어 실제로 일하며 성장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 고용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조직,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장애인 고용 통계를 보면 단순노무직 비중은 30.2%로 다른 직종에 비해 여전히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품안전정보원이 장애인을 연구직으로 채용한 사례는 의미가 있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장애 여부보다 개인의 역량과 전문성에 초점을 맞추고, 장애인 고용을 조직 운영의 한 요소로 반영한다.

식품안전정보원에는 현재 시각장애와 뇌병변장애를 가진 연구원이 근무한다. 권재호 푸드QR시스템부 연구원은 선천성 시각장애를 지닌 인재로, 식품 QR코드를 통해 제공되는 영양정보와 조리법이 정확하게 연계돼 있는지를 검수하고, 이를 점자와 수어 영상으로 제공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그는 화면 확대 기능과 단축키 등 보조기기를 활용해 업무를 수행하며, 개인의 작업 방식에 맞게 업무 환경을 조정해 나간다.

권 연구원의 채용 과정에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의 연계가 있었다. 센터는 단순 사무보조가 아닌 연구직 채용을 제안했고, 현재 권 연구원은 시각장애인 점자·QR 표시제도와 ESG 연계 식품포장 정책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국내 정책 개선에 참고가 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변존 연구기획부연구원은 뇌병변장애를 지닌 인재로, 해외 대학 강의 경험과 국제 봉사활동, 음악 활동 등의 이력을 바탕으로 정책 연구 및 행정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두 연구원은 소속 부서는 다르지만, 정보취약계층의 식품 안전 정보 접근성을 높인다는 공통의 목표 아래 의견을 공유하며 업무를 수행한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장애인 채용 시 우대 가점 부여, 필기시험 면제, 제한경쟁제도 등을 통해 채용 절차의 부담을 낮춘다. 채용 이후에는 유연근무제 운영, 이동 동선을 고려한 좌석 배치, 회의와 협업 과정에서의 접근성 보완 등 근무환경 개선을 병행한다. 이러한 조치는 장애인 직원의 안정적인 근무와 장기근속으로 이어진다.

이재용 원장은 장애인 고용을 기관의 의무가 아닌 경쟁력으로 인식한다. 그는 “성과와 역량 중심의 채용을 기본으로 하되, 사회적 형평성과 다양성을 함께 고려해야 조직의 역량이 강화된다”고 말한다. 또한 “센터와의 협력을 통해 서류와 면접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지원자의 실제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점자 식품안전 자료 발간과 수어 영상 제공 등 정보취약계층을 위한 접근성 강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식품안전정보포털 ‘식품안전나라’는 공공서비스 부문에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식품안전정보원의 사례는 장애인 고용이 특정 직무에 한정되지 않고, 전문성과 공공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개인의 역량을 기준으로 한 채용과 조직 차원의 지원이 결합될 때, 장애인 고용은 제도적 요구를 넘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획] 학술논문을 통해 살펴본 장애인 삶의 모습 (10) 장애 발생 시기와 노후준비 궤적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장애 발생 시기가 노후 준비를 가른다
중장년 장애인 노후 준비 궤적에 드러난 삶의 격차

<사진=AI Gamma 생성 이미지>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최고의 복지 혜택은 ‘일자리’라는 신념으로 시작됐다.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장애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필요를 느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2018년부터 장애인삶 패널조사를 통해 장애발생 이후의 변화를 장기간추적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데이터를 개방하여 180여편이 넘는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장애인의삶 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대한 학술적 의미의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중장년 장애인의 노후 준비 과정은 단일한 경로가 아니라 장애 발생 시기와 개인이 보유한 자원에 따라 뚜렷하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를 언제 경험했는지가 이후 삶의 안정성과 노후 대비 수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실증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임정민·장윤선·정주영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연구진은 장애인실태패널조사 1차부터 6차까지의 자료를 활용해 중장년 장애인의 노후 준비 과정을 분석했다. 연구는 재무, 건강, 여가, 대인관계 등 네 가지 영역을 종합한 다차원적 노후 준비 지표를 구성하고, 집단중심다중추세모형과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통해 시간에 따른 변화 양상과 그 결정 요인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분석 결과, 중장년 장애인의 노후 준비는 세 가지 유형의 궤적으로 구분됐다. 재무·건강·여가·대인관계 전반에서 취약한 ‘다영역 취약형’, 재무와 건강 영역에서 특히 어려움이 두드러지는 ‘재무·건강 취약형’, 상대적으로 재무와 사회적 영역은 유지되지만 건강 문제가 중심이 되는 ‘건강 취약형’이다. 이는 노후 준비가 특정 영역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삶의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궤적을 가르는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장애 발생 시기였다. 연구에 따르면, 생애 초기에 장애를 경험한 이른바 생애지속형 장애인은 노화 과정에서 장애를 경험한 집단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노후 준비 궤적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다. 조기 장애 경험이 교육, 직업 선택, 생활 방식 전반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이에 적응해 온 시간이 누적되면서 노후 준비에서도 차이를 만들어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장애 발생 시기만으로 모든 차이가 설명되지는 않았다. 소득 수준, 건강 상태, 사회적 관계망과 같은 다양한 자원 요인 역시 노후 준비 궤적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는 장애라는 위험 요인 자체보다, 그 이후 축적되는 자원과 기회의 불균형이 노후 불안과 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에 참여한 임정민 연구원은 “이번 분석을 통해 생애과정 이론과 누적적 불평등 이론을 중장년 장애인 삶의 맥락에 부분적으로 확장 적용했다”며, “장애를 둘러싼 위험이 시간에 따라 누적되거나 완화되는 과정을 실증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중장년 장애인의 노후 불안을 개인 책임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문제를 지적 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전문가들은 장애 발생 시기와 개인의 자원 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노후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중장년기에 접어든 장애인을 대상으로 재무, 건강, 사회적 관계를 아우르는 종합적 개입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는 중장년 장애인의 노후 위험을 사전에 완화하고 삶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대응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해석된다.




[2025 결산-장애인 일자리 키워드 ①] 7년 만에 뗀 의무고용 상향…대기업 이행 압박 거세진다

노동부 2029년까지 민간 3.5%·공공 4.0% 목표…부담금 기초액 인상 등 제재 강화

지난 11월 6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회 한국장애인표준사업장 생산품 박람회를 찾은 시민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올 한 해 장애인 고용 시장은 의무고용률 상향 논의와 지원금 확대, 통계 기반의 정책 수립이 핵심 화두였다. 정부는 약 7년 만에 의무고용률 단계적 인상 계획을 내놨고 기업 제재와 인센티브를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또한 정책 실효성 제고를 위한 통계 포럼도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됐다. 2025년 대한민국 장애인 일자리 정책의 주요 흐름을 의무고용 상향·지원 확대·통계 구축 등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편집자 주]

올 한 해 장애인 고용 정책의 핵심은 ‘의무고용률 상향’과 ‘이행 강제성 확보’로 요약된다. 정부가 약 7년 만에 민간과 공공 부문의 의무고용 목표치를 높이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고용 의무를 다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부담금도 한층 상향됐다. 단순히 고용 목표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도록 기업을 압박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동결됐던 의무고용률이 약 7년 만에 상향 조정 국면을 맞았다. 장애인 인구 증가와 고용 수요 변화를 반영해 공공과 민간이 함께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견인해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2029년까지 민간 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현행 3.1%에서 3.5%로, 공공기관은 3.8%에서 4.0%로 단계적으로 상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의무고용률 상향으로 2029년까지 민간·공공 부문에서 약 3만3천여 개의 장애인 일자리가 추가로 생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고용 현황을 보면 2024년 말 기준 장애인 의무고용 대상인 국가·지자체 및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체 3만2692곳의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3.21%로 집계됐다. 공공부문은 3.9%로 법정 의무고용률인 3.8%을 소폭 상회했지만, 민간부문은 3.03%에 그쳐 현행 의무고용률 3.1%를 여전히 채우지 못했고, 특히 대기업집단 소속 999개 기업의 고용률은 2.46%로 기준치와의 격차가 더 컸다. 이처럼 전체 평균은 서서히 개선되고 있음에도 민간·대기업의 구조적 미달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형식적 고용제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비판과 함께 제재 강화 요구를 밀어올린 배경으로 작용했다.

의무고용률 상향 발표와 맞물려 미이행 기업에 대한 제재 강화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높았다. 특히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민간 사업주에 대한 의무 준수 요구가 거세졌다. 지난 2024년 기준 주요 대기업 중 상당수가 여전히 법정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한 사실이 올해 보도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대기업이 오히려 고용 의무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는 고용부담금 인상 카드를 꺼내 들며 기업 압박에 나섰다. 의무고용 인원에 미달할 경우 사업주가 납부해야 하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의 기초액이 2025년도부터 인상됐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미달 인원 1인당 월 단위로 부과된다. 2025년 기준 부담기초액은 의무고용 이행 수준에 따라 최소 125만8000원에서 시작해, 의무고용 인원의 2분의 1에도 못 미칠 경우 133만3480원 수준까지 가산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장애인을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사업주의 경우에는 1인당 월 200만 원 안팎의 비용을 떠안을 수 있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 입장에서는 ‘차라리 채용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한편, 정부는 기업의 실질적 이행 능력을 뒷받침할 지원 프로그램도 손보고 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 규제를 완화하고, 중증장애인 고용 시 장려금을 신설·확대해 50~99인 기업이 중증장애인을 채용하면 월 최대 45만 원까지 지원하는 등 비용 부담을 낮추는 장치도 도입됐다. 근로지원인 확대, 발달장애 특화 직무훈련, 최저임금 적용 제외 노동자의 일반 노동시장 전환 지원, 훈련·구직 촉진 수당 인상 같은 조치는 장애인 고용을 의무 이행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의 적응과 경력 형성으로 이어지게 하려는 시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