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발달장애인 가족의 비극,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잇따른 참사 속에서 드러난 돌봄 공백,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시급하다

2022년 발달장애인 지원체계구축을 위해 거리에 나선 부모들의 모습<사진=강서장애인부모연대 제공>

매년 끊이지 않고 들리는 비극적인 뉴스가 다시 한번 전해졌다.

지난 11일, 용인에서 40대 부친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지고, 차량 안에서 특수학교를 다니는 9살 아들이 비닐에 싸인 채 사망한 비극이 확인되었다. 이 비극은 돌봄 부담과 사회적 고립 속에서 가족이 감당해야 했던 한계가 끝내 파국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개인의 불행을 넘어선 사회적 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유사한 사건은 과거에도 반복돼 왔다. 2020년 3월 제주 서귀포시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특수학교 개학이 연기되고 돌봄 공백이 장기화되던 시기에 발달장애 고등학생 아들과 어머니가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유서에는 돌봄의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으며,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가 비극의 배경으로 지적됐다.

2022년 6월 15일에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어머니와 발달장애를 가진 6세 아들이 함께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역시 장기간 누적된 돌봄 부담과 고립이 원인으로 거론됐다. 당시 장애인 가족 단체들은 “위험 신호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됐지만 공적 개입은 없었다”고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처럼 장애인 가족이 겪는 극단적 상황은 우발적이지 않다. 발달장애 가족은 하루 24시간 이어지는 돌봄, 교육과 치료 비용 부담, 보호자가 사망한 이후의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동시에 떠안고 있다. 지원 체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은 점점 사회와 단절되고, 도움을 요청할 통로조차 찾지 못한 채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전문가와 장애인 단체들은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 국가의 역할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위기 가정을 조기에 발견하는 시스템 구축하고 24시간 긴급돌봄과 가족 휴식 지원 및 생애주기별 자립 지원이 현실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위험 신호가 반복적으로 포착되는 가정에 대해 복지·의료·교육이 연계된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개입이 이뤄지지 않는 한 같은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애인 가족의 절박함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단계에 이미 이르렀다. 반복되는 죽음이 말해주듯, 지금 필요한 것은 위로의 말이 아니라 실질적인 책임과 행동이다. 장애인 가족 역시 다른 시민과 마찬가지로 내일을 기대하며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점을, 사회와 국가는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기획] 학술논문을 통해 살펴본 장애인삶의 모습 (9)1인 가구 장애인의 우울 변화에 대한 연구

장애수용 수준이 낮고 교류하는 사람이 적으며
경제적 어려움이 큰 경우, 우울이 악화

<사진=AI Chat gpt 생성 이미지>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최고의 복지 혜택은 ‘일자리’라는 신념으로 시작됐다.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장애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필요를 느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2018년부터 장애인삶 패널조사를 통해 장애발생 이후의 변화를 장기간추적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데이터를 개방하여 180여편이 넘는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장애인의삶 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대한 학술적 의미의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1인 가구 장애인의 우울 변화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며, 개인의 심리·사회적 요인이 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율하등 총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석사과정 연구팀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개년 동안 꾸준히 1인 가구로 생활한 장애인 689명을 대상으로 성장혼합모형을 적용해 우울 변화의 경로를 추적했다.

연구진은 우울 수준의 시간적 흐름에 따라 집단 내에 상당한 이질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됐다. 초기 우울 수준이 낮고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는 ‘저수준 감소 집단’, 중간 정도의 수준으로 시작해 변화가 거의 없는 ‘중간수준 유지 집단’, 그리고 초기부터 높은 수준을 보이며 시간이 갈수록 우울이 더 심화되는 ‘고수준 증가 집단’이다.

또한 각 유형에 속할 가능성을 결정하는 요인도 함께 도출됐다. 자아존중감이 낮은 경우에는 저수준 감소 집단보다는 중간수준 유지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장애수용 수준이 낮고 가까이 교류하는 사람이 적으며 경제적 어려움이 큰 경우, 우울이 악화되는 고수준 증가 집단에 포함될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1인 가구 장애인의 우울 문제가 단일한 패턴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점을 나타낸다. 개인의 심리적 특성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과 경제적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우울의 경로를 결정짓는 만큼, 정책 역시 유형별 맞춤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우울 수준이 높은 집단일수록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조기 개입과 지속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한 김율하 연구원은 “우울이 조기에 발견되지 않을 경우 만성적 우울 혹은 더 심각한 정서적 어려움으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역사회 연결 등을 통한 신속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석이 1인 가구 증가 추세 속에서 장애인의 정신건강 정책을 재정비하는 근거자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지역사회 기반의 정서 지원, 경제적 취약층을 위한 보완 대책, 관계망 확대 프로그램 등 통합적 접근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연구는 1인 가구 장애인의 우울 예방과 완화를 위한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하며, 향후 복지 서비스 설계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장애인을 위한 좋은 일자리 만들기, 지자체들은 어떤 노력을…

‘복지’중심에서 ‘고용’중심으로 전환중
일자리 안정성은 여전히 부족

<사진=강남구청 제공>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개발에 적극 나서며 지역 차원 고용정책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회 복지에 중점을 두던 기존 구조를 넘어 민간 취업 연계, 신규 직무 발굴 등 실질적 성과에 주목하면서 장애인의 노동 참여가 한층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남구는 올해 ‘장애인의 괜찮은 일자리 지원사업’을 통해 456명의 근로 참여를 이끌어냈다고 9일 밝혔다. 복지행정도우미, 급식지원, 카페 운영 보조, 문화예술 활동 등 다양한 직무를 마련해 참여자 개별 역량에 맞춘 맞춤형 배치를 시도한 것이 특징이다. 일부 참여자는 공공형 일자리 경험을 기반으로 민간기업의 정규직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서울의 여러 자치구는 지역 복지기관과 협력해 사무보조, 도서관 정리, 환경정비 등 공공기관 중심의 직무를 부여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카페 운영, 문화예술 창작, 농산물 가공 등 전문성을 높인 분야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부산과 광주, 경기지역 역시 수행기관 공모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 모델을 발굴하고, 지역 특성과 산업 구조에 맞춘 민간 연계형 직무를 도입하는 흐름을 보인다.

이처럼 지역별로 운영 방식은 다르지만 일정한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공공형·복지형·취업연계형의 3단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하며, 수행기관에 위탁해 직무 개발과 근로자 관리를 맡기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단순 업무 중심의 배치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최근에는 민간 취업을 목표로 한 직무 전문화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한계도 존재한다. 연 단위 예산 편성으로 인해 다수의 사업이 매년 재계약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근로자에게 안정적 고용을 제공하기 어렵고, 민간 취업 전환율도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른다. 수행기관 역량에 따라 직무 품질과 성과가 큰 차이를 보이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지점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성공적인 변화의 흐름도 이어진다. 공공형 일자리에서 카페 보조로 경력을 쌓던 참여자가 대기업 사내카페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사례가 등장하고, 문화예술형 직무를 기반으로 전시 활동이나 공연 등으로 확장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자체의 실험적 직무 개발이 장애인의 삶의 방식과 자립의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넓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바리스타 보조로 일하며 역량을 키운 박미영(가명) 씨는 바리스타 대회 수상 후 대기업 사내카페에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박 씨는 “아침에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복지인지 알게 됐다”며 “일상을 되찾게 해준 일자리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일자리 정책이 복지 지원을 넘어 노동시장 참여의 통로로 기능하기 시작한 지금, 지자체의 노력이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공일자리가 보여주기식의 일회성 정책의 결과물이 아닌 장애인의 삶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오피니언]”장벽 허물고 마음 잇다”… 지구촌이 함께한 ‘세계 장애인의 날’

미국·중국·일본·유럽 등 각국 기념행사 통해 인권 가치 재확인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매년 12월 3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International Day of Persons with Disabilities)’이다. 올해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신체적, 정신적 장벽을 넘어 모두가 동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각국의 장애인 정책 현주소를 확인하고 미래의 포용 사회를 그리는 현장을 짚어본다.

‘세계 장애인의 날’은 1982년 12월 3일 제37회 UN 총회에서 ‘장애인에 관한 세계 행동 계획’이 채택된 것을 기념하여, 1992년 공식 선포되었다.

이 날의 핵심은 장애 문제를 ‘자선’의 관점이 아닌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데 있다.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와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이들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인류 보편의 가치임을 재확인하는 날이다. 2025년 올해의 화두 역시 ‘사회 발전의 중심에 장애 포용을 두는 것’으로, 장애인이 수혜자가 아닌 변화를 이끄는 당사자임을 강조했다.

미국 뉴욕 UN 본부에서는 3일 당일, 전 세계 장애인 인권 운동가들이 모인 가운데 공식 기념식이 거행되었다. 이날 회의의 핵심 주제는 ‘장애인 리더십의 확산’이었다. 미네소타 등지에서는 유명 리얼리티 쇼 출연자들이 참여한 ‘회복탄력성과 포용’ 웨비나가 열려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이는 장애를 극복의 대상이 아닌, 인간의 다양한 정체성 중 하나로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럽연합(EU)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유럽 장애인의 날 컨퍼런스(EDPD)’를 개최 중이다.이곳에서는 실질적인 정책 논의가 주를 이룬다. 특히 가장 주목받는 순서는 ‘2026 접근성 도시상(Access City Award)’ 시상식이다. 장애인이 살기 편리한 도시 환경을 조성한 지자체를 선정하는 이 상은, 유럽 전역의 도시들이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인프라를 경쟁적으로 구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중국은 실용적인 ‘고용 모델’ 홍보에 집중했다. 중국 국영 언론들은 장쑤성 타이창에 위치한 ‘인클루전 팩토리(Inclusion Factory)’를 집중 조명했다. 지적 장애인들이 자동차 부품 생산의 주축으로 활약하는 이곳의 사례를 통해, 장애인 고용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 실질적인 생산성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서는 박물관과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는 문화 접근성 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일본은 12월 3일부터 9일까지를 아예 ‘장애인 주간’으로 지정해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 도쿄에서 열린 ‘데플림픽(청각장애인 올림픽)’의 열기를 이어받아 스포츠와 예술을 결합한 행사가 눈에 띈다.오는 6일 도쿄 미나토구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대규모 마켓과 시각장애 체험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JAL 등 주요 기업들도 이 기간을 ‘마음의 배리어 프리 주간’으로 정하고 대고객 캠페인을 펼치며 사회적 인식 개선에 동참하고 있다.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전세계 각국이 전하는 메시지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모두 같은 날을 기념하는 의미는 하나이다. 다 함께 차별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짐의 날 ‘이다.




[기획] 학술논문을통해살펴본장애인삶의모습 (8)시각장애인의 여가제약 요인과 여가활동 만족도 변화에 관한 종단연구

여가활동이 시각장애인 삶의 만족에 미치는 영향 분석
고유 감각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도 함께 논의

<사진=AI Gamma 생성 이미지>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최고의 복지 혜택은 ‘일자리’라는 신념으로 시작됐다.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장애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필요를 느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2018년부터 장애인삶 패널조사를 통해 장애발생 이후의 변화를 장기간추적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데이터를 개방하여 180여편이 넘는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장애인의삶 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대한 학술적 의미의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시각장애인의 여가활동 만족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제시됐다. 여가활동을 제약하는 구조적·환경적 요인이 초기 만족도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관련 장벽을 완화하기 위한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승희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조교수 연구팀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장애인삶 패널조사 1차(2018)부터 4차(2021)까지의 자료를 활용해 성인 시각장애인 368명을 대상으로 여가활동 만족도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잠재성장모형을 적용해 시계열적인 변화와 그 원인을 종합적으로 파악했다.

연구 결과, 시각장애인의 여가활동 만족도는 조사 기간 전반에 걸쳐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중증 시각장애인의 초기 만족도 수준은 경증 시각장애인보다 낮았으며, 경제적 어려움, 거주지역의 접근성 부족, 장애인서비스 이용의 불편 등이 초기 만족도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집단은 시간이 흐르면서 만족도 증가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성별과 학력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남성이 여성보다 초기 만족도가 높았고, 학력이 높을수록 여가활동 만족도 증가율이 크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개인의 사회적 자원과 환경적 조건이 여가활동의 선택과 경험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여가활동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 편의성 확대, 지역 기반 여가시설 접근성 개선, 장애인서비스 이용 절차의 간소화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일상 여가 경험이 지속적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차원의 참여 기회 확대와 정보 접근성 강화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참여한 문영민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이 연구는 시각장애인이 경험하는 여가활동 제약을 개인적 차원에서만 해석하기 보다 물리적 제약과 사회·문화적 제약까지 함께 조명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며”제도적 차원의 정보 접근성 확보를 넘어 시각장애인이 고유한 감각을 바탕으로 여가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획] 학술논문을통해살펴본장애인삶의모습 (7) 청년장애인의 SNS 이용이 취업성과에 미치는영향

SNS활용에 대한 자신감이 높을수록 취업 가능성 높아
디지털 기반 구직 지원 프로그램 강화 필요

<사진=AI Gamma 생성 이미지>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최고의 복지 혜택은 ‘일자리’라는 신념으로 시작됐다.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장애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필요를 느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2018년부터 장애인삶 패널조사를 통해 장애발생 이후의 변화를 장기간추적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데이터를 개방하여 180여편이 넘는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장애인의삶 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대한 학술적 의미의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장애인의 SNS 활용 역량이 구직 행동과 취업 성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전보영 명지전문대학 보건의료정보과 조교수 팀은 장애인삶 패널(2022~2023) 자료를 활용한 논문에서 SNS 자기효능감과 인지된 유용성이 구직활동과 취업 여부에 어떤 경로로 작용하는지를 규명했다.

연구팀은 2022년 기준 만 20~49세 미취업자 587명을 대상으로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했다. 성별, 연령, 지역, 교육수준, 장애정도, 건강상태 등 주요 요인을 통제한 뒤 SNS 자기효능감과 인지된 유용성이 2022년 구직활동과 2023년 취업 여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전체 응답자 중 SNS 이용자는 23.3%에 해당하는 137명이었다. SNS 자기효능감이 높은 경우 구직활동 가능성 뿐 아니라 다음 해 취업 가능성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긍정적 영향이 나타났다. 특히 SNS 자기효능감이 취업에 미치는 영향은 구직활동을 매개로 하는 간접효과도 존재해, SNS 활용에 대한 자신감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때 취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짐을 보여줬다.

SNS 인지된 유용성 역시 SNS 미이용자 대비 취업 가능성을 높였으나, 구직활동을 통한 매개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SNS를 유용한 도구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취업 성과에 직·간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조선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통계센터 부연구위원은 “SNS 이용에 따른 고유한 효과가 확인될 경우 기존 취업지원 서비스와 차별화된 SNS 활용 확대에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며 “SNS 이용을 구직활동으로 연결하기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등 역량 강화 지원이 적절한 정책 대안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과 디지털 활용 능력이 노동시장 진입 과정에서 갖는 중요성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또한 장애인의 SNS 활용 역량 강화와 디지털 기반 구직 지원 프로그램이 향후 고용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했다.




[배리어프리 인터페이스를 묻다] ③ 접근성의 표준을 만든 공공의 힘

호주식 조달 시스템이 민간 확산 촉발
규격·검수·유지관리로 완성한 지속 가능한 접근성 시장 설계

AI로 생성한 키오스크 이미지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자동화는 효율의 이름으로 우리의 일상을 재편했다. 은행 창구 대신 ATM기가 늘고, 매장엔 주문용 키오스크가, 역엔 발권기가 줄지어 있다. 이제 인간은 ‘기계 앞의 사용자’로 존재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공평한 변화는 아니다. 화면의 높이, 글자의 크기, 안내음의 속도, 메뉴의 깊이 하나까지가 새로운 경계가 된다. 장애인·노인·비숙련 이용자는 기술의 중심에서 다시 주변으로 밀려난다. ‘스마트’라는 이름의 혁신이 실제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바깥에 세워두는가. ‘배리어프리 인터페이스를 묻다’는 해외 사례를 통해 미국의 맥도날드, 영국의 런던교통공사, 독일의 베를린교통공사 등 해외 사례를 통해 ‘접근성은 왜 첫 화면이어야 하는가’를 다루고, 쉬운 언어와 되돌리기 같은 인지 친화적 인터랙션을 살핀다. 마지막으로 접근성을 기술이 아닌 제도, 즉 조달 기준으로 끌어올린 국가들의 변화를 추적한다. 자동화의 시대, 기계의 설계는 결국 사회의 태도를 닮는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이 화면을 만들고 있는가. [편집자주]

공공조달이 바뀌면 시장도 바뀐다.캐나다와 호주는 공공기관 조달 단계에서 접근성에 대한 요건을 명시해 민간 부문의 제품 설계와 제작 표준까지 바꿨다. 조달 문서에 접근성 항목을 넣고 공급사 평가에 점수를 반영한 결과다. 정부가 수요를 만들면 기업은 따라왔고, 그 과정을 통해 민간으로 확산됐다.

접근성은 제품의 규격, 검수 방식, 유지관리 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효과적이다. 하지만 속도와 비용을 우선하는 민간 기업은 공공의 요구에도 이를 후순위로 미루고 있다. 때문에 정부 조달은 접근성을 시장에 빠르게 안착시키는 유력한 수단으로 꼽힌다.

캐나다 정부는 연방·주 단위로 조달 문서에 접근성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키오스크의 조작부 높이, 화면 고대비·확대 기능, 이어폰 잭과 오디오 안내, 점자·촉각 표식 등이 의무사항으로 포함됐다. 토론토시 등 주요 지자체는 입찰 단계부터 ‘접근성 적합성 보고서’를 요구하고, 납품 전후에는 장애인 단체의 사용자 검증을 거치는 절차를 마련했다. 유지보수 계약에는 접근성 패치 제공 의무도 넣었다.

이 같은 제도 변화로 기업들은 공공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접근성 요건을 충족시켰고, 이후 동일한 제품을 민간 시장에도 확대 공급하면서 접근성 표준이 자연스럽게 확산됐다. 단순한 서류 검토 대신 실사용자 테스트를 의무화한 것이 제도의 실효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호주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결합했다. 입찰 평가 항목에 ‘접근성 점수’를 반영하고, 기준 미준수 시 감점 또는 계약 취소 사유로 규정했다. 반대로 기준을 충족한 기업에는 가산점과 세제 혜택을 부여했다. 납품 이후 6개월, 12개월 단위로 현장 성능을 검증하고, 결과에 따라 보너스나 페널티를 지급하는 제도도 운영 중이다. 중소기업의 초기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술 지원 프로그램과 가이드라인도 함께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접근성 기준 준수는 의무가 아닌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입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기업들이 접근성 기능을 제품에 적극 반영하기 시작했고, 접근성 관련 기술력은 자연스럽게 상향 평준화됐다.

전문가들은 공공 조달이 민간 시장으로 접근성 문화를 확산시키는 핵심 메커니즘이라고 본다. 대규모 발주로 초기 수요가 형성되면 기업은 이에 맞춰 제품을 개선하고, 표준화된 생산을 통해 단가가 낮아지면 민간 고객에게도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유지보수와 업데이트가 새로운 시장으로 자리잡는 효과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접근성 항목이 조달 문서에 명시되지 않거나, 평가 비중이 미미한 경우가 많다. 현재 조달청의 입찰 평가에는 총 320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신인도 평가 항목이 있지만, 접근성 관련 가중치가 명시된 경우는 찾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조달 문서에 조작부 높이, 화면 각도 등의 물리적 규격과 고대비, 확대, 스크린리더 지원 등의 UI·UX 기능을 구체적으로 포함시키고, 사용자 검증과 사후 성능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며 “접근성 점수를 입찰 평가에 반영하고, 미준수 시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에는 기술 지원과 보조금을 병행해 초기 도입 부담을 줄이는 한편, 접근성 준수 여부를 공개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 학술논문을통해살펴본장애인삶의모습 (6)장애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영향 요인

초기 1~4년차 취업 가능성이 가장 높아
다차원적 맞춤형 정책 수립이 필요

<사진=AI Gamma 생성 이미지>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최고의 복지 혜택은 ‘일자리’라는 신념으로 시작됐다.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장애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필요를 느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2018년부터 장애인삶 패널조사를 통해 장애발생 이후의 변화를 장기간추적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데이터를 개방하여 180여편이 넘는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장애인의삶 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대한 학술적 의미의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급변하는 노동시장 환경 속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장애청년의 취업 과정을 분석한 연구가 있다. 남선혜 숙명여자대학교 인력개발정책학 박사 팀은 논문을 통해 ‘장애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영향 요인’을 분석해서 발표했다.

장애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개인·가구 특성, 건강 및 장애요인, 고용 준비와 태도 요인을 중심으로 실증적으로 검토했다. 이를 위해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수행한 ‘장애인삶 패널조사’중 ‘청년기본법’과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서 규정한 청년 연령 기준에 따라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의 미취업 장애청년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장애청년의 최장 미취업 기간은 6년이었으며, 4년차까지 실업 상태를 유지한 비율은 61.7%로 나타났다. 취업 전환 비율은 38.3%, 취업 가능성은 1년차에 가장 높았고 주로 1~4년차에 집중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5년차 이후에는 취업 전환이 급격히 줄어들며 미취업 상태가 안정화·고착화 되는 경향을 보였다.

장애청년의 미취업 유지율은 건강상태, 기초수급 여부, 구직활동, 주관적 고용가능성에 따라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초수급 대상자의 경우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장기적인 미취업 상태로 남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연구 결과 장애청년의 취업 가능성은 일자리 제공을 넘어 건강관리 지원, 경제적 취약성 완화, 자기효능감 제고, 구직활동 촉진을 아우르는 다차원적 맞춤형 정책 수립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 됐다.

논문을 발표한 남선혜 박사는 “장애 청년의 취업이 1~4년에 집중되는 경향을 고려할 때 이 시기에 체계적이고 신속한 개입이 이루어 져야 한다”며 “학교·고용센터·장애인고용공단 간 유기적 연계를 통해 진로 탐색, 직업훈련, 단기 인턴십을 제공하는 등 학업에서 노동시장으로 이행하도록 꼼꼼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이송희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은 “실제 장애청년의 취업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차별경험, 직업재활 서비스, 사회적 자본 등에 대해서도 패널데이터와 추가적인 질적연구가 필요하다”며 “장애청년의 노동시장 진입과 안정적 고용 유지등에 있어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해 보다 심층적인 연구들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기획] 학술논문을통해살펴본장애인삶의모습 (5) 성인장애인의 장애수용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영향

회복탄력성과 사회적지지의 순차적매개효과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

<사진=Gamma로 생성한 AI 이미지>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최고의 복지 혜택은 ‘일자리’라는 신념으로 시작됐다.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장애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필요를 느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2018년부터 장애인삶 패널조사를 통해 장애발생 이후의 변화를 장기간추적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데이터를 개방하여 180여편이 넘는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장애인의삶 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대한 학술적 의미의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장애수용이 삶의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여러 선행 연구를 통해 확인되어 왔다. 그러나 개별 매개변인에 국한된 분석이 대부분이었고, 요인 간의 종합적 관계를 규명한 순차적 매개효과 연구는 부족했다.

채인석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계장 등 연구진은 최근 발표한 논문 ‘성인 장애인의 장애수용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회복탄력성과 사회적 지지의 순차적 매개효과’를 통해 이러한 한계를 보완한 종합적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장애인 삶 패널조사’ 6차 데이터에 참여한 6,121명 중 19세 이상 장애인 3,946명을 대상으로 수행됐다. 연구진은 장애수용이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면서 회복탄력성과 사회적 지지가 각각 어떤 직접·간접적 상관관계를 갖는지를 검증했다.

분석 결과, 장애수용 수준이 높을수록 심리적 적응 자원과 사회적 관계망이 강화되며, 이는 결국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복탄력성과 사회적 지지 또한 각각 삶의 만족도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특히 장애수용은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강화된 회복탄력성은 다시 사회적 지지를 확대시켜 삶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순차적 경로를 형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몇 가지 실천적·정책적 제언을 제시했다. 장애에 대한 체념이 아니라 개인의 강점과 잠재능력을 인정하고 삶을 재구성하도록 돕는 재활상담·심리치료·집단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수용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역사회복지관과 직업재활기관을 중심으로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화상 모임 등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사회적 지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참여한 전지혜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수용은 장애인 당사자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며 “돌봄 제공자, 주변 조력자, 사회 전반의 복합적 노력이 병행될 때 회복탄력성과 사회적 지지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리어프리 인터페이스를 묻다] ② 인지 부담을 줄이는 설계

일본 촉각 표준과 영국 ‘조용한 모드’에서 알 수 있는 것들

<사진=Unsplash>

자동화는 효율의 이름으로 우리의 일상을 재편했다. 은행 창구 대신 ATM기가 늘고, 매장엔 주문용 키오스크가, 역엔 발권기가 줄지어 있다. 이제 인간은 ‘기계 앞의 사용자’로 존재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공평한 변화는 아니다. 화면의 높이, 글자의 크기, 안내음의 속도, 메뉴의 깊이 하나까지가 새로운 경계가 된다. 장애인·노인·비숙련 이용자는 기술의 중심에서 다시 주변으로 밀려난다. ‘스마트’라는 이름의 혁신이 실제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바깥에 세워두는가. ‘배리어프리 인터페이스를 묻다’는 해외 사례를 통해 미국의 맥도날드, 영국의 런던교통공사, 독일의 베를린교통공사 등 해외 사례를 통해 ‘접근성은 왜 첫 화면이어야 하는가’를 다루고, 쉬운 언어와 되돌리기 같은 인지 친화적 인터랙션을 살핀다. 마지막으로 접근성을 기술이 아닌 제도, 즉 조달 기준으로 끌어올린 국가들의 변화를 추적한다. 자동화의 시대, 기계의 설계는 결국 사회의 태도를 닮는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이 화면을 만들고 있는가. [편집자주]

디지털 기기에서 버튼을 줄이는 것만으로 이용이 쉬워지지는 않는다. 사용자가 느끼는 복잡함은 물리적 조작보다 머릿속 계산량에서 비롯된다. 쉽고 짧은 언어, 최소한의 단계, 실수를 되돌릴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한 이유다.

사용자는 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질 때, 낯선 용어나 복잡한 절차를 마주할 때 쉽게 피로를 느낀다. 실수 후 되돌리기 기능이 없거나, 소음·시각 자극이 많은 환경에서 판단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세계 각국의 공공 시스템과 민간 서비스는 이런 인지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먼저 쉬운 언어는 사용자의 피로도를 가장 빠르게 낮춘다. 영국 런던교통공사(TfL)는 쉬운 영어(Plain English)를 적용해 티켓 종류를 ‘지역·시간·할인’으로 나눠 카드화했다. 독일 베를린교통공사(BVG) 역시 쉬운 독일어(Einfache Sprache) 모드로 전문 용어 대신 픽토그램과 짧은 문장 중심으로 구성했다. 문장을 12~16단어 이내로 줄이고 ‘발권’ 대신 ‘표 사기’, ‘인증’ 대신 ‘확인하기’처럼 일상의 언어로 바꾸는 식이다. TfL에 따르면 단축된 문장 구조로 사용자의 읽기 시간이 30~40% 감소했다.

키오스크의 선택 단계 축소는 사용자의 기억 부담과 더불어 사용 시간을 줄인다. 맥도날드는 접근성 모드에서 주문 단계를 일반 대비 25% 줄여 피크타임 병목을 완화했다. 자주 쓰는 조합은 ‘바로 구매’ 버튼으로 만들어 제시하고, 알레르기 정보 등은 접어 둬 흐름을 끊지 않는다. 뉴질랜드의 공공기관은 ‘한 화면에 한 결정’ 원칙을 도입해 불필요한 화면 이동을 줄였다.

되돌리기 기능은 실수의 비용을 낮춘다. BVG는 되돌리기 버튼을 화면 왼쪽 아래에 고정해 재시도율을 높였다. 미국의 파네라 브레드도 되돌리기·취소 버튼을 항상 같은 위치에 배치해 오조작 후 이탈률을 낮췄다. 실수를 수정할 수 있다는 인식이 사용자의 긴장을 줄이고, 전체를 취소하고 다시 주문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을 없앤다.

일본은 촉각 표준으로 접근성을 확장하고 있다. 홈·확인·취소 버튼에는 서로 다른 돌출 패턴을 적용하고, 이어폰 잭 주변에 점자 라벨을 붙였다. 시각 의존도를 낮추고 손가락 감각으로 위치를 학습하게 해 오조작에 대한 불안을 덜어준다.

영국은 혼잡한 환경에서 인지적 피로를 줄이기 위해 ‘조용한 모드’를 제공한다. 소리 알림 대신 진동과 고대비 시각 효과로 알려주고 텍스트와 색상 정보를 단순화 했다. TfL 셀프 발권기와 테스코 셀프 체크아웃 단말기에서는 ‘사운드 레벨 낮추기’ 토글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화면 이동수가 줄면 기억해야 할 단계가 줄고, 되돌리기가 보이면 선택은 과감해진다. 감각의 자극을 낮출수록 판단은 명료해진다. 인지 부담을 줄이는 설계는 사용자 편의 뿐 아니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넓히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장애인 고용 현장에서는 정보의 해석·판단·기억 과정이 높은 부담으로 작용해 직무 지속성을 낮추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일자리 확대의 관건은 물리적 편의보다 인지적 편의”라고 지적했다. 화면의 명도나 버튼 크기로 나타나고는 있지만,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기 쉬운 상태로 제공하느냐가 고용 유지율을 좌우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