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26년 미리보는 장애인 고용 제도(4)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공표 제도 개편…실효성 강화

제외 요건 단순화·서류 부담 완화, 고용 노력 미흡 기업은 구분 공표

<사진=AI Chat gpt 생성 이미지>

고용노동부가 2026년,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장애인 고용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중증장애인 고용을 늘린 중소 사업주에 대한 장려금 지급을 비롯해 구직 단계의 소득 지원 강화, 장애인 표준사업장 판로 지원, 고용의무 불이행 사업장 명단공표 제도 개선, 경계선 지능청년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 신설까지 장애인 고용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이 담겼다. 장애인일자리신문에서는 장애인의 고용 진입부터 취업 유지, 기업의 고용 책임 이행에 이르기까지 구조적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장애인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에 대한 명단공표 제도가 올해부터 개편된다. 복잡했던 공표 제외 요건과 과도한 행정 절차를 정비하는 동시에, 반복적으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장애인 고용 자체가 없는 기업에 대해서는 공표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공표 제도’ 개편안이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이번 개편은 그동안 현장에서 제기돼 온 불필요한 서류 제출과 형식적 절차를 줄이고, 명단공표가 실제로 장애인 고용 확대에 기여하도록 제도의 목적을 분명히 하기 위해 추진됐다.

개편의 핵심은 명단공표 제외 요건의 정비다. 앞으로 명단공표 기준 인원을 달성한 기업은 별도의 추가 요건 없이 자동으로 공표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동안 요구되던 불이행 해소계획서 제출, 최고경영자의 인사간담회 참석 등 현장 부담이 컸던 절차는 폐지된다. 이에 따라 기업의 행정적 부담은 줄어드는 반면, 실제 고용 여부가 공표 기준의 중심이 된다.

공표 체계도 보다 엄격해진다. 장애인 고용 인원이 0명인 기업이나 3회 이상 연속으로 명단공표 대상이 된 기업은 명단 공개 시 별도로 구분해 공표된다. 또한 신규 채용을 조건으로 일시적으로 공표에서 제외된 기업이 정해진 기한 내 채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다음 연도 명단공표 대상에 포함돼 공개된다. 형식적인 개선 약속만으로 공표를 피하는 사례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공표가 제재 수단이 아닌 기업의 실질적인 고용 책임을 강화하는 장치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고용 노력이 현저히 부족한 기업을 명확히 드러냄으로써 사회적 책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기획]’2025 취업사례집 일-원’을 통해 본 장애인 고용 사례와 취업 당사자들의 모습(6) 택시운전기사지원사업 통해 중장년 장애인 재취업 성과

대왕기업 합류한 뇌병변장애인 최종옥 기사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

택시기사로 재취업에 성공한 최종옥씨(좌)와 대왕기업 오세철 전무(우)
<사진=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제공>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과 사회 참여를 위한 노력은 시대를 관통하는 숙제이다. 본지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25 취업사례집 일-원’에 소개된 사례를 바탕으로,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는 장애인 취업자들의 이야기를 기획 시리즈로 전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넘어 실제로 일하며 성장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 고용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조직,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가 운영하는 ‘택시운전기사지원사업’을 통해 중장년 장애인의 재취업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 사업은 택시운전기사 자격 취득부터 취업 연계, 취업 초기 정착 지원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인력난을 겪는 택시업계와 구직을 희망하는 장애인을 동시에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이 사업을 통해 13명이 취업에 성공했으며, 이 가운데 지체장애인이 61.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50~60대 중장년층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점도 특징이다. 이는 신체적 제약이 있더라도 운전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경우, 중장년 장애인에게도 안정적인 일자리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성북구에 위치한 법인택시 대왕기업은 2019년부터 센터와 협력해 장애인 택시운전기사 채용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6명 이상의 장애인이 근무하고 있으며, 회사는 복지수당 지급과 맞춤형 배차 등을 통해 근무 환경을 지원하고 있다. 오세철 대왕기업 전무는 “안전과 신뢰가 회사의 기본이며,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헌신”이라고 말했다.

최종옥 씨는 뇌병변장애를 가진 중장년 취업자다. 그는 건축회사 대표로 30년간 일하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2년간 치료와 재활에 전념해 왔다. 사회 복귀를 고민하던 중 센터를 통해 택시운전기사지원사업을 알게 됐고, 자격증 시험에 응시해 한 차례에 합격했다.

입사 이후 최 씨는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고객 응대에서도 세심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외국인 승객을 처음 태웠던 경험을 떠올리며, “불편한 점이 없는지 살피며 운행했는데 하차할 때 팁을 받아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취업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으로 그는 건강 상태를 꼽았다. 규칙적인 근무로 생활 리듬이 안정되면서 신체 상태도 호전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초기 적응지원금 덕분에 수입이 불안정한 초기에도 생계 부담을 덜 수 있었다고 전했다.

최종옥 씨는 “다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준 센터와 곁에서 지켜준 가족에게 감사하다”며 “특히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왕기업과 최 씨의 사례는 택시운전기사지원사업이 장애인의 고용 기회를 확대하는 동시에 택시업계의 인력난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세철 전무는 “센터와 함께하면 채용과 적응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장애인 고용에 대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기획]2026년 미리보는 장애인 고용 제도(3) 정부, 생산품 홍보·마케팅 지원으로 경쟁력 강화 나서

장애인 표준사업장 판로 한계 넘을까
표준사업장 제도의 구조적인 한계에도 관심 필요

<사진=AI Chat Gpt 생성 이미지>

고용노동부가 2026년,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장애인 고용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중증장애인 고용을 늘린 중소 사업주에 대한 장려금 지급을 비롯해 구직 단계의 소득 지원 강화, 장애인 표준사업장 판로 지원, 고용의무 불이행 사업장 명단공표 제도 개선, 경계선 지능청년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 신설까지 장애인 고용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이 담겼다. 장애인일자리신문에서는 장애인의 고용 진입부터 취업 유지, 기업의 고용 책임 이행에 이르기까지 구조적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핵심 제도로 운영돼 온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구조적인 경영 한계에 처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생산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인건비와 지원 비용에 비해 수익성이 낮고, 거래처와 판로가 제한돼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전문적인 홍보와 마케팅 역량 부족으로 품질 경쟁력을 갖춘 생산품조차 시장에서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설립돼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는 사업장이다. 인증을 통해 시설 설치비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운영 단계에서는 단순 생산 구조와 거래 기업 의존도가 높아 경영 안정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판로 축소나 계약 해지 시 고용 유지 자체가 위협받는 구조라는 점에서 제도 보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장애인 표준사업장 생산품을 대상으로 한 홍보·마케팅 지원 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2026년 상반기부터 표준사업장의 판로 확대와 매출 증대를 목표로 생산품 홍보·마케팅 지원 정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지원 대상은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은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며, 사업주당 최대 2천만 원 이내에서 지원이 이뤄진다. 지원 항목은 브랜드 개발, 품질 및 패키지 개선, 유통 채널 구축, 오프라인 홍보, 온라인 및 SNS 마케팅, 수출 컨설팅 등 마케팅 전반에 걸친 내용으로 구성된다. 지원 대상은 정량·정성 평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되며, 신청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누리집을 통해 진행된다.

이번 정책은 장애인 표준사업장의 취약점으로 지적돼 온 시장 접근성과 홍보 역량을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순히 고용 인원을 유지하는 데서 나아가, 생산품의 경쟁력을 높여 자생력을 갖춘 사업장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장애인 고용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매출 구조 개선이 필수적인 만큼, 새로 도입되는 홍보·마케팅 지원 정책이 현장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기획]’2025 취업사례집 일-원’을 통해 본 장애인 고용 사례와 취업 당사자들의 모습(5) 네일아트로 다시 시작한 꿈, 장애여성의 취업으로 이어지다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네일기초실무교육 통해 지적장애 여성 3명 취업 성과

<사진=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제공>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과 사회 참여를 위한 노력은 시대를 관통하는 숙제이다. 본지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25 취업사례집 일-원’에 소개된 사례를 바탕으로,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는 장애인 취업자들의 이야기를 기획 시리즈로 전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넘어 실제로 일하며 성장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 고용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조직,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는 네일 분야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 장애인을 대상으로 ‘네일기초실무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장애여성의 안정적인 일자리 진입과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해당 과정은 현장실습과 취업 연계를 포함한 체계적인 직업훈련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센터는 장애여성인력개발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술교육 이후 현장실습을 거쳐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올해는 취업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 난이도를 조정하고 기초 실습 중심의 커리큘럼으로 개편했다. 그 결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네일 분야에서 지적장애 교육생 3명이 취업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변슬기 씨는 현장실습을 거쳐 에스케이쉴더스주식회사가 운영하는 네일샵 ‘섬섬옥수’에 정식 입사했다. 변 씨는 약 9년간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근무했으나, 적성에 맞는 직무를 고민하던 중 센터의 교육과정 안내를 받고 네일 교육에 참여했다.

변 씨는 교육 과정 중 상호 시술 실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실무에 가까운 환경에서 반복 훈련을 거치며 중간평가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이는 자신감 향상으로 이어졌다. 새롭게 도입된 교육수당 제도 역시 교육 지속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변 씨에게 교육수당은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학습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변 씨는 ‘섬섬옥수’에서 총 25일간의 현장실습을 진행했다. 실습 과정 중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응급실에 이송되는 상황이 발생했으나, 센터 담당자와 기업 인사담당자가 병원을 찾아 지원에 나섰다. 이를 계기로 센터는 지역 장애인종합복지관과 연계해 사례관리 상담을 진행하고, 초기 상담 과정에도 직접 동행하며 변 씨의 생활 여건과 지원 필요 사항을 전달했다.

변 씨는 향후 문화·여가 프로그램 참여와 성년후견인제도에 대한 정보 습득 등 삶의 범위를 넓히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며, 자립을 위한 기반을 함께 마련해준 센터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번 교육을 맡은 박현정 강사는 “장애 유형과 관계없이 배움에 대한 열정은 동일하다”며, “뷰티 분야에서도 장애인 취업 기회가 더욱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화정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특화사업팀 대리는 “올해 기초 실무 중심의 커리큘럼 개편을 통해 교육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획]2026년 미리보는 장애인 고용 제도(2) 장애인 구직 부담 덜어준다…훈련수당·구직촉진수당 동시 인상

지원고용 훈련 일비 상향·취업성공패키지 수당 확대
“구직 과정의 생활 공백 메우는 실질적 지원 필요”

<사진=고용노동부 제작 동영상 갈무리>

고용노동부가 2026년,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장애인 고용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중증장애인 고용을 늘린 중소 사업주에 대한 장려금 지급을 비롯해 구직 단계의 소득 지원 강화, 장애인 표준사업장 판로 지원, 고용의무 불이행 사업장 명단공표 제도 개선, 경계선 지능청년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 신설까지 장애인 고용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이 담겼다. 장애인일자리신문에서는 장애인의 고용 진입부터 취업 유지, 기업의 고용 책임 이행에 이르기까지 구조적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정부가 장애인의 구직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훈련수당과 구직촉진수당을 동시에 인상한다. 단기적 참여 유인을 넘어, 구직 기간 동안 최소한의 생활 안정을 보장하겠다는 정책 방향이 보다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증장애인 지원고용 참여자에게 지급되는 훈련수당이 2026년 1월부터 인상된다. 기존에 6일 이상 훈련에 참여한 경우 1회성 훈련준비금 4만 원과 함께 하루 1만 8천 원의 훈련비가 지급됐다. 개편 이후에는 훈련준비금을 폐지하고 훈련 일비를 하루 3만 5천 원으로 통합해 지급한다. 기본 훈련일수인 16일을 기준으로 할 경우 총 지급액은 기존 32만 8천 원에서 56만 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훈련 기간 동안 발생하는 교통비, 식비 등 필수 비용을 감안하면 기존 수당으로는 참여 유지가 어렵다는 현장의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번 인상은 훈련 참여 자체를 하나의 노동 과정으로 인정하고, 최소한의 경제적 보전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저소득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구직촉진수당도 함께 확대된다. 장애인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는 중위소득 60% 이하 장애인에게 지급되는 구직촉진수당은 2026년부터 월 5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인상된다. 수당은 구직활동계획을 수립하고 입사지원서 제출, 면접 참여, 역량 강화 프로그램 이행 등 실제 구직활동을 수행할 경우 매월 지급되며, 최대 6개월간 받을 수 있다. 지원 규모는 3천 명이다.

이 두 정책은 ‘구직 이전 단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장애인 고용 정책이 취업 이후의 고용유지나 장려금 중심으로 설계돼 왔다면, 이번 수당 인상은 구직 과정 자체가 상당한 비용과 위험을 동반한다는 현실을 제도적으로 인정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중증장애인과 저소득 장애인의 경우 구직 기간 동안 소득 공백이 곧 생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당 인상만으로 정책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훈련과 구직이 실제 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직무 매칭의 질을 높이고, 반복 참여가 아닌 안정적 일자리로 이어지는 구조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개편은 장애인의 구직을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닌 사회가 함께 부담해야 할 과정으로 바라봤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전환으로 평가된다.




[기획]’2025 취업사례집 일-원’을 통해 본 장애인 고용 사례와 취업 당사자들의 모습(4)서울대학교병원, 중장년 장애인에게 안정된 일자리 제공

장애와 상관없이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무기계약직 고용 사례 주목

<사진=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제공>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과 사회 참여를 위한 노력은 시대를 관통하는 숙제이다. 본지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25 취업사례집 일-원’에 소개된 사례를 바탕으로,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는 장애인 취업자들의 이야기를 기획 시리즈로 전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넘어 실제로 일하며 성장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 고용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조직,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50~60대 중장년층의 재취업 시도가 늘고 있지만, 현실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연령에 따른 제한과 단기·비정규직 중심의 채용 관행 속에서 장애를 가진 중장년층은 이중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대학교병원에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중장년 장애인 두 명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시험센터에서 근무 중인 임은주 씨와 총무과 주차 파트에서 일하는 박병준 씨는 서로 다른 경력을 쌓아왔지만, 현재는 같은 병원에서 일상 생활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두 사람의 사례는 중장년에게 ‘나이’가 한계가 아니라, 경험과 성실함이라는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임은주 씨는 임상시험센터에서 약품과 주사용품 정리, 소독, 바인더 관리 등 행정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여러명의 요청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만큼 꼼꼼함과 정확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그는 과거 단기 아르바이트와 계약직을 전전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일해왔다. 임 씨는 “지금은 안정된 직장에서 꾸준히 일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며 “업무가 쉽지는 않지만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박병준 씨는 총무과 주차 파트에서 환자와 보호자를 안내하며 병원의 첫인상을 책임지고 있다. 과거 지하 근무와 주·야간 교대가 반복되던 경비직과 비교하면 근무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박 씨는 “규칙적인 근무 덕분에 퇴근 후 운동이나 취미 생활을 할 여유가 생겼다”며 “이 나이에 무기계약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감사하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취업 과정에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의 지원이 있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국내를 대표하는 대학병원인 만큼 채용 절차 역시 서류 심사와 다단계 면접, 신체검사 등 체계적이고 경쟁률도 높았다. 청각장애가 있는 임은주 씨는 면접 과정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센터의 지원을 받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점검하고 모의면접을 반복하며 준비했다. 박병준 씨 역시 센터의 도움으로 서류 준비부터 최종 합격까지 과정을 함께했다.

새로운 업무에 도전하며 자신감을 얻은 점도 공통적이다. 임은주 씨는 9년간 경리 업무를 해왔지만, 현재는 약품 조제 보조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생소한 전문 용어와 업무 절차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메모를 해가며 차근차근 익혀나갔다. 그는 “정확성이 요구되는 업무를 빈틈없이 해냈을 때 큰 성취감을 느낀다”며 “동료들로부터 ‘정리가 잘됐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병준 씨는 환자와 직접 대면하는 업무에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환자가 웃으며 병원을 나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자신의 역할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병원 내 휴게 공간과 복지 제도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전 직장에는 쉴 공간이 마땅치 않았지만, 지금은 휴게 공간이 잘 마련돼 있어 근무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임은주 씨는 중장년 장애인들에게 나이를 이유로 도전을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성실함과 차분함은 중장년의 강점”이라며 “취업 지원 기관의 교육과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센터는 신중년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취업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며 재취업 전략과 입사지원서 작성법 등을 지원하고 있다.

끝으로 두 사람은 센터와 병원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임은주 씨는 “끝까지 지원해준 센터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며 “따뜻하게 맞아준 병원 동료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병준 씨 역시 “센터는 늘 힘이 되어줬고, 서울대학교병원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줬다”며 “앞으로도 책임감을 갖고 근무하겠다”고 밝혔다.




[기획]2026년 미리보는 장애인 고용 제도(1)중증장애인 고용 확대 시 기업에 장려금 지급

2026년 1월부터 50~100인 미만 의무미이행 사업주 대상, 최대 1년간 지원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고용노동부가 2026년,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장애인 고용 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중증장애인 고용을 늘린 중소 사업주에 대한 장려금 지급을 비롯해 구직 단계의 소득 지원 강화, 장애인 표준사업장 판로 지원, 고용의무 불이행 사업장 명단공표 제도 개선, 경계선 지능청년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 신설까지 장애인 고용 전반을 포괄하는 내용이 담겼다. 장애인일자리신문에서는 장애인의 고용 진입부터 취업 유지, 기업의 고용 책임 이행에 이르기까지 구조적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정부가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장애인고용개선장려금’을 신설하고 2026년 1월부터 지급에 나선다. 이번 제도는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한 사업주가 중증장애인 고용을 늘릴 경우 일정 기간 재정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점진적인 고용의무 이행을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장려금 지급 대상은 상시근로자 수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주 가운데 장애인 의무고용률 3.1%를 충족하지 못한 사업주다. 이들 사업주가 2026년 1월 1일 이후 중증장애인을 신규 채용해 고용 인원이 증가할 경우, 증가한 인원에 대해 최장 1년간 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정부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원 금액은 중증장애인 근로자의 성별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중증 남성 장애인 근로자 1인당 월 35만 원, 중증 여성 장애인 근로자 1인당 월 45만 원이 지급된다. 다만 지급 단가와 해당 근로자의 월 임금액 가운데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해당하는 임금의 60%를 비교해, 더 낮은 금액이 최종 지급액으로 산정된다.

기존 장애인 고용 장려금 제도와 비교할 때, 2026년부터 시행되는 이번 개편의 핵심 변화는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지원의 초점이 ‘의무를 이미 이행한 사업장’에서 ‘의무 미이행 사업장의 개선 유도’로 이동했다. 기존 장애인고용장려금은 주로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 특히 의무고용률을 초과 달성한 경우에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구조였다. 반면 새로 도입되는 장애인고용개선장려금은 의무고용률을 충족하지 못한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중증장애인 고용을 ‘추가로 늘린 경우’에 한해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고용 결과에 대한 보상보다 고용 확대 과정 자체를 유도하는 정책적 성격이 강화됐다.

둘째, 중증장애인에 대한 정책적 가중치가 명확해졌다. 기존 제도는 장애 정도에 따른 차등은 있었지만, 장려금의 기본 구조는 장애인 전반을 포괄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개편에서는 지원 대상을 중증장애인으로 한정하고, 성별에 따라 지급 단가를 달리 설정했다. 특히 월 임금의 60% 상한을 적용해 단순 보조금 성격이 아닌 실제 임금 보전 수준과 연동되도록 설계한 점도 기존 제도와의 차별점이다.

셋째, ‘고용 이후’ 중심이던 지원 체계가 ‘구직 단계까지’ 확장됐다. 그동안 장애인 고용 정책은 취업 이후 고용 유지와 사업주 지원에 무게가 실려 있었으나, 이번 개편에서는 중증장애인 지원고용 훈련수당 인상과 저소득 장애인 구직촉진수당 상향 등 취업 이전 단계의 소득 공백을 보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장애인 개인의 노동시장 진입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적 보완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고용 실적 보상형 장려금에서 벗어나 중증장애인 고용 확대를 목표로 한 단계적 유인 구조와 구직 단계 지원을 결합한 정책으로 전환 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정부는 이번 장려금 제도를 통해 장애인 고용의무 미이행 사업주의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고용 기회가 제한적인 중증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행 시점은 2026년 1월이며, 지급 시스템 개발 일정에 따라 구체적인 신청 시기는 추후 별도 공고를 통해 안내될 예정이다.




[기획]’2025 취업사례집 일-원’을 통해 본 장애인 고용 사례와 취업 당사자들의 모습(3) 기빙플러스, 현장의 지지 속에 이어지는 중증장애인 장기근속

자기관리와 조직의 신뢰가 만든 ‘지속 가능한 일터’

<사진=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제공>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과 사회 참여를 위한 노력은 시대를 관통하는 숙제이다. 본지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25 취업사례집 일-원’에 소개된 사례를 바탕으로,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는 장애인 취업자들의 이야기를 기획 시리즈로 전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넘어 실제로 일하며 성장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 고용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조직,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재단법인 기빙플러스 매장에는 오늘도 밝은 인사가 울려 퍼진다. “안녕하세요, 기빙플러스입니다.”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를 통해 입사한 한혜린 씨는 이제 매장에서 빠질 수 없는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 낯설고 조심스러웠던 입사 초기와 달리, 현재 그는 판매와 진열, 청소, 고객 응대까지 맡으며 2년여 근속을 이어가고 있다.

주미라 매니저는 업무 속도를 조율하며 작은 변화도 함께 살폈다. 계산대 앞에서 긴장하는 모습을 보일때 충분한 시간을 주고 기다렸고,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신뢰를 보내며 반복적으로 격려했다. 그 결과 한 씨는 점차 자신감을 회복했고, 현재는 적극적인 고객 응대로 매장에서 ‘영업왕’으로 불리고 있다.

한혜린 씨는 취업 이후 가장 큰 변화로 자기관리를 꼽았다. 하루 4시간 근무 후 상담과 약물 관리, 반려견과의 산책으로 컨디션을 조절하며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취업이 잘되지 않아 스스로를 자책하는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제가 번 돈으로 사고 싶은 것을 구매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비스업 경험이 없던 그는 이제 고객으로부터 “제품 추천을 잘한다”, “친절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성장했다.

전략기획팀 윤여원 팀장은 기빙플러스의 운영 방식이 ESG 경영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에서 이월되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기부받아 판매함으로써 폐기물을 줄이고, 매장 운영 과정에서 장애인과 취약계층을 고용해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기빙플러스는 2025년 서울특별시 환경대상을 수상했다.

기빙플러스는 매장 인력의 일정 비율을 장애인과 취약계층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채용 과정에는 현장 매니저가 직접 참여한다. 윤 팀장은 “정해진 의무고용 비율을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가능성이 보이면 기회를 제공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그러한 문화가 한혜린 씨가 장기근속 할 수 있는 배경이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향후 과제로 5년 이상 근속자 확대를 제시했다. 이미 일부 직원은 5년 이상 근무하고 있으며, 이는 기빙플러스가 ‘머무를 수 있는 일터’로 자리 잡았다는 상징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직원들이 안정감과 자부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도록 조직 차원의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빙플러스는 서울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장기근속 지원 체계를 한층 강화했다. 상담과 교육, 여가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해 장애인 근로자의 직장 적응과 근속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현장의 신뢰와 제도적 지원이 맞물린 기빙플러스의 시도가 장애인 고용의 지속 가능성을 넓히는 사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025 결산-장애인 일자리 키워드 ③] “숫자가 정책 만든다”…데이터로 찾는 장애인 일자리 해법

한국장애인고용공단, 3대 실태조사 완료…
‘2025 고용정책 통계 포럼’ 등서 미래 전략 모색

올 한 해 장애인 고용 시장은 의무고용률 상향 논의와 지원금 확대, 통계 기반의 정책 수립이 핵심 화두였다. 정부는 약 7년 만에 의무고용률 단계적 인상 계획을 내놨고 기업 제재와 인센티브를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또한 정책 실효성 제고를 위한 통계 포럼도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됐다. 2025년 대한민국 장애인 일자리 정책의 주요 흐름을 의무고용 상향·지원 확대·통계 구축 등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편집자 주]

실효성 있는 장애인 고용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2025년은 정부와 관련 기관이 데이터 확보와 분석에 그 어느 때보다 공을 들인 한 해였다. 단순한 수치 집계를 넘어 현행 민간 3.1%, 공공 3.8%인 의무고용률의 현실을 진단하고, 2029년까지 달성해야 할 목표치와의 간극을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공론화의 장이 활발히 열렸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올 한 해 장애인 고용정책의 기초 자료 마련을 위해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 기업체장애인고용실태조사, 발달장애인 일과 삶 실태조사 등 3대 통계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들은 장애인 인구의 고용 현황뿐만 아니라 기업의 채용 수요, 발달장애인의 생활 실태까지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공단은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책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지난 11월 개최된 ‘2025년 장애인 고용정책 통계 포럼’에서 심도 있게 다뤄졌다. 학계 전문가와 정책 입안자들은 포럼에 모여 데이터가 가리키는 미래 고용 시장의 변화를 분석했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2029년 의무고용률 상향 로드맵(민간 3.5%·공공 4.0%)’의 실현 가능성을 데이터를 통해 점검해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민간 기업의 고용 추이를 집중 분석하며, 목표 달성을 위한 연차별 데이터 점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윤경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장은 포럼 개회사를 통해 “통계는 장애인 고용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라며 “정확한 실태 파악 없이는 맞춤형 지원도 불가능하다”고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올해 조사는 단순한 고용률 수치를 넘어, 장애인이 체감하는 ‘일의 만족도’와 ‘고용 유지 요인’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포럼 발제자로 나선 심진예 선임연구위원은 “통계 분석 결과,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을 망설이는 주된 이유는 ‘직무 부적합’과 ‘비용 부담’으로 나타났다”며 “2025년 고용장려금 예산이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데이터가 보여주는 이러한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직무 개발과 재정 지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통계 조사의 주기를 정례화하고, 데이터를 민간에 적극적으로 개방해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를 수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획]’2025 취업사례집 일-원’을 통해 본 장애인 고용 사례와 취업 당사자들의 모습(2) 사고이후 멈췄던 삶, 다시 사회로…

중도장애인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일상을 되찾다
손주에게 자랑스러운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사진=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제공>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과 사회 참여를 위한 노력은 시대를 관통하는 숙제이다. 본지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25 취업사례집 일-원’에 소개된 사례를 바탕으로,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는 장애인 취업자들의 이야기를 기획 시리즈로 전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넘어 실제로 일하며 성장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 고용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조직,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갖게 된 중도장애인은 이전에 수행하던 역할과 현재의 자신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상실감과 좌절감으로 삶의 단절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외형상 큰 장애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도 인지 저하나 기억력 문제등으로 사회 복귀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치료와 회복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노동시장과의 거리는 멀어지고, 다시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커진다. 가족에게 의존하는 생활이 고착되며, 스스로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자긍심이 약해지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심리적 위축이 취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황영상 씨의 삶 역시 이러한 중도장애인의 전형적인 과정이었다. 그는 1995년 회사 작업장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로 큰 뇌손상을 입었다. 신체는 회복됐지만 기억이 단절되고 자신감을 잃으면서 오랜 시간 사회와 거리를 두고 지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점차 희미해졌고, 가족을 이끌어 가기 보다 가족들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 되었다.

변화의 계기는 손주의 탄생이었다. 잊혔던 기억이 조금씩 떠오르며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그는 주민센터 상담을 통해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를 소개받았다. 여러 차례 상담을 거치며 ‘할 수 있다’는 감각을 되찾은 그는 센터의 업무지원인사업을 통해 취업을 준비했다.

현재 황 씨는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중학교 급식실에서 배식 보조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초기에는 출퇴근 절차나 배식 순서를 잊는 일이 잦았지만, 업무지원인의 반복적인 안내와 동행 지원 속에서 점차 업무에 적응했다. 급식실을 책임지는 영양사의 배려 아래 단계적으로 업무를 익히며, 지금은 동료들로부터 성실한 직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황 씨는 “오늘도 맡은 일을 정해진 시간 안에 끝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자부심”이라고 말한다. 첫 월급을 받던 날에는 가족이 작은 축하 자리를 마련했고, 손주에게 자랑스러운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그가 일터를 지키는 가장 큰 동력이 됐다.

김로연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취업지원팀 과장은 “업무지원인 선생님의 꼼꼼한 지원 속에서 황영상님 다시 근무 현장에 서게 된 과정은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황영상님과 같은 중도장애인들의 안정적인 근무 환경 개발을 위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중도장애인의 사회 복귀는 개인의 의지뿐 아니라 초기 적응을 돕는 제도와 현장의 이해가 결합될 때 가능성이 높아진다. 황영상 씨의 사례는 사고 이후 멈춰 있던 삶도 적절한 지원과 기다림 속에서 다시 사회와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하루하루는 중도장애인의 회복과 자립이 어떻게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