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학술논문을 통해 살펴본 장애인삶의 모습 (9)1인 가구 장애인의 우울 변화에 대한 연구

장애수용 수준이 낮고 교류하는 사람이 적으며
경제적 어려움이 큰 경우, 우울이 악화

<사진=AI Chat gpt 생성 이미지>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장애인들의 삶에 있어 최고의 복지 혜택은 ‘일자리’라는 신념으로 시작됐다. 이 어려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장애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볼 필요를 느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2018년부터 장애인삶 패널조사를 통해 장애발생 이후의 변화를 장기간추적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또한 2021년부터 연구자와 대학원생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이 데이터를 개방하여 180여편이 넘는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장애인의삶 패널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의 성과를 공유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은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대한 학술적 의미의 모습들을 살펴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1인 가구 장애인의 우울 변화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며, 개인의 심리·사회적 요인이 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율하등 총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석사과정 연구팀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개년 동안 꾸준히 1인 가구로 생활한 장애인 689명을 대상으로 성장혼합모형을 적용해 우울 변화의 경로를 추적했다.

연구진은 우울 수준의 시간적 흐름에 따라 집단 내에 상당한 이질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됐다. 초기 우울 수준이 낮고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는 ‘저수준 감소 집단’, 중간 정도의 수준으로 시작해 변화가 거의 없는 ‘중간수준 유지 집단’, 그리고 초기부터 높은 수준을 보이며 시간이 갈수록 우울이 더 심화되는 ‘고수준 증가 집단’이다.

또한 각 유형에 속할 가능성을 결정하는 요인도 함께 도출됐다. 자아존중감이 낮은 경우에는 저수준 감소 집단보다는 중간수준 유지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장애수용 수준이 낮고 가까이 교류하는 사람이 적으며 경제적 어려움이 큰 경우, 우울이 악화되는 고수준 증가 집단에 포함될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1인 가구 장애인의 우울 문제가 단일한 패턴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점을 나타낸다. 개인의 심리적 특성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과 경제적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우울의 경로를 결정짓는 만큼, 정책 역시 유형별 맞춤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우울 수준이 높은 집단일수록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조기 개입과 지속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에 참여한 김율하 연구원은 “우울이 조기에 발견되지 않을 경우 만성적 우울 혹은 더 심각한 정서적 어려움으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역사회 연결 등을 통한 신속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석이 1인 가구 증가 추세 속에서 장애인의 정신건강 정책을 재정비하는 근거자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지역사회 기반의 정서 지원, 경제적 취약층을 위한 보완 대책, 관계망 확대 프로그램 등 통합적 접근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연구는 1인 가구 장애인의 우울 예방과 완화를 위한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하며, 향후 복지 서비스 설계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26년 만에 의료급여 ‘부양비’ 전면 폐지…장애인 의료접근성 개선 기대

가족 소득 간주 규정 내년 1월 폐지…정신건강·간병 지원도 확대

<사진=Unsplash>

보건복지부가 의료급여 제도상의 부양비를 내년 1월 폐지하기로 하면서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는 의료급여 수급 자격 산정 시 적용해온 부양비 규정을 2026년 1월부터 전면 폐지한다고 지난 9일 밝혔다. 부양비는 부양의무자의 소득을 수급자 소득으로 간주해 의료급여 대상 여부를 판단해온 제도로, 2000년 도입 이후 26년 만에 폐지되는 것이다.

복지부는 국비 기준 내년 의료급여 예산을 전년 대비 1조 1500억원 늘어난 9조8400억원으로 편성했다. 예산에는 부양비 폐지에 따른 신규 수급자 진료비, 정신질환 관련 수가 개선, 요양병원 간병비 시범사업 비용 등이 포함됐다.

부양비 폐지로 가족과 실제 교류가 없거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 1인 가구 등이 수급권을 회복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봤다.

정신건강 분야도 확대된다. 개인 상담치료 급여는 주 최대 2회에서 7회로, 가족상담은 주 1회에서 최대 3회로 늘어난다.

중증·응급 정신질환자 대상 초기 집중치료 수가가 신설되고 입원료도 인상된다.

요양병원 중증 입원환자 간병비 지원은 하반기 중 추진된다. 복지부는 중증 장애인의 장기 입원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본인부담 차등제도 도입된다. 연간 외래진료 365회 초과 이용 시 본인부담률을 30%로 상향하되, 중증장애인·산정특례 등록자·아동·임산부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여전히 일부 부양의무자 기준이 남아 있어 실효성을 위해 추가 완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복지부는 상반기 중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로드맵을 마련하고, 폐지 이후 신규 수급자 발굴·안내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사회 의료·복지자원 연계, 정신건강 서비스 인력 확충, 예산의 지속가능한 운용 등도 과제로 제시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족에게 실제로 받지 않는 소득을 ‘있는 것처럼’ 간주해 치료받을 권리를 가로막아왔던 불합리한 제도가 사라진다”며 “‘건강권은 가족이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비로소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폐지가 취약계층 의료 접근성 확대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제도 변화가 현장에서 체감될 수 있도록 수급 절차 정비와 지역 인프라 보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의 키다리 아저씨·공공후견인에 대한 관심 필요

지역사회 자립을 위해 꼭 필요
신청 후 1년을 대기하기도…

<사진=네이버 블로그 갈무리>

동화속에서 키다리아저씨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고아 소녀를 도와주는 사람이다. 현실속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성인 발달장애인의 후견인들이다.

2013년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되면서 발달장애인도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2015. 11.부터 시행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에 근거하여 공공후견 지원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병원 진료, 관공서 민원, 은행업무등 평범한 일상생활의 모든 분야가 발달장애인에게는 넘어야 할 숙제이다. 이런 모든 일들의 뒤에 후견인들의 보이지 않는 도움이 있다.

공공후견지원사업이 운영 10여 년을 지나며 제도적 성과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발달장애인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공공후견인 양성과 배치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으나, 실제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제도가 삶의 변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현재 공공후견인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주로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 지역사회 활동 경험이 있는 일반 시민 등 다양하다. 이들은 법률적·행정적 대리뿐 아니라 병원 동행, 작은 재정관리, 정서적 지지 등 피후견인의 삶 전반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각 지역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는 꾸준히 교육과 정기 점검을 진행하고 있으나 후견인의 실제 업무는 표준화된 지침보다 훨씬 넓고 복잡한 영역에 걸쳐 있다. 일부 후견인은 “처음에는 봉사 정신으로 시작했지만 실제 활동은 예상보다 훨씬 무겁고 복합적이었다”고 털어놓는다.

후견인의 역할과 권한은 법적으로 정해진 틀이 있지만, 시설 종사자나 가족과의 조율 과정에서는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많다. 피후견인의 의사결정이 시설의 운영 방식이나 보호자의 기대와 충돌할 경우도 있고, 후견인이 법적 권한을 실질적으로 집행하기 어려운 사례도 적지 않다.

또한 후견인의 무거운 책임에 비해 처우나 전문적 지원체계는 충분하지 않아 지속적으로 활동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지역별 후견인 수급의 편차가 큰 상황에서 한 명의 후견인이 여러 명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지자체나 기관등에서 간담회, 토론회, 후견인 모임 등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시설 중심의 지원 구조에서 벗어나 피후견인의 개별 욕구를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지역사회 기반의 후견체계 구축이 강조되고 있다. 후견인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행정 절차 정비와 지자체의 책임성 강화도 함께 요구되고 있다.

공공후견인지원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담당자는 “발달장애인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후견인 활동을 시작하신 분들이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후견인들의 처우 개선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교육등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후견지원사업은 후견인의 헌신과 노력으로 그 효과는 서서히 자리 잡고 있으나, 제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경험을 반영한 정비가 필수적이다. 후견인의 전문성과 지속성을 보장하고 피후견인의 삶을 세밀하게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때, 공공후견제도는 비로소 발달장애인의 실질적 권리 보장 장치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기획]장애인을 위한 좋은 일자리 만들기, 지자체들은 어떤 노력을…

‘복지’중심에서 ‘고용’중심으로 전환중
일자리 안정성은 여전히 부족

<사진=강남구청 제공>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개발에 적극 나서며 지역 차원 고용정책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회 복지에 중점을 두던 기존 구조를 넘어 민간 취업 연계, 신규 직무 발굴 등 실질적 성과에 주목하면서 장애인의 노동 참여가 한층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남구는 올해 ‘장애인의 괜찮은 일자리 지원사업’을 통해 456명의 근로 참여를 이끌어냈다고 9일 밝혔다. 복지행정도우미, 급식지원, 카페 운영 보조, 문화예술 활동 등 다양한 직무를 마련해 참여자 개별 역량에 맞춘 맞춤형 배치를 시도한 것이 특징이다. 일부 참여자는 공공형 일자리 경험을 기반으로 민간기업의 정규직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서울의 여러 자치구는 지역 복지기관과 협력해 사무보조, 도서관 정리, 환경정비 등 공공기관 중심의 직무를 부여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카페 운영, 문화예술 창작, 농산물 가공 등 전문성을 높인 분야까지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부산과 광주, 경기지역 역시 수행기관 공모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 모델을 발굴하고, 지역 특성과 산업 구조에 맞춘 민간 연계형 직무를 도입하는 흐름을 보인다.

이처럼 지역별로 운영 방식은 다르지만 일정한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공공형·복지형·취업연계형의 3단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하며, 수행기관에 위탁해 직무 개발과 근로자 관리를 맡기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단순 업무 중심의 배치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최근에는 민간 취업을 목표로 한 직무 전문화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한계도 존재한다. 연 단위 예산 편성으로 인해 다수의 사업이 매년 재계약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근로자에게 안정적 고용을 제공하기 어렵고, 민간 취업 전환율도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른다. 수행기관 역량에 따라 직무 품질과 성과가 큰 차이를 보이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지점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성공적인 변화의 흐름도 이어진다. 공공형 일자리에서 카페 보조로 경력을 쌓던 참여자가 대기업 사내카페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사례가 등장하고, 문화예술형 직무를 기반으로 전시 활동이나 공연 등으로 확장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자체의 실험적 직무 개발이 장애인의 삶의 방식과 자립의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넓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바리스타 보조로 일하며 역량을 키운 박미영(가명) 씨는 바리스타 대회 수상 후 대기업 사내카페에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박 씨는 “아침에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복지인지 알게 됐다”며 “일상을 되찾게 해준 일자리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일자리 정책이 복지 지원을 넘어 노동시장 참여의 통로로 기능하기 시작한 지금, 지자체의 노력이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공일자리가 보여주기식의 일회성 정책의 결과물이 아닌 장애인의 삶을 위한 실질적인 변화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공공기관 42% 우선구매 의무 미달…‘우선구매의 날’ 법제화 추진

김예지 의원, 9월 9일 지정 포함한 특별법 개정안 발의…“반복적 목표 미달 개선 필요”

지난 9월 9일 열린 중증장애인생산품박람회에 참가한 기업 부스 전경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올해 공공기관 1024곳 가운데 434곳이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의무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가운데, 국회에서 ‘우선구매의 날’을 지정하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개정안은 매년 9월 9일과 1주간의 ‘우선구매 주간’을 신설해 공공기관의 구매율 제고와 인식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예지 의원은 지난 8일 공공기관의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 활성화를 위해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기업 등 1천24개 공공기관이 매년 총구매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보건복지부 지정 중증장애인생산품으로 우선 구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정 의무구매 비율은 올해까지 1.0%, 2025년부터는 1.1%다.

그러나 2024년 기준 우선구매 대상 공공기관 1천24곳 중 434곳(42.4%)이 의무비율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08개 기관은 5년 연속 목표치를 충족하지 못해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돼 왔다.

올해 전체 공공기관 총 구매액은 72조1천696억원이며, 이 중 중증장애인생산품 구매액은 7천89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평균 우선구매 비율은 1.09%로 법정 기준을 소폭 웃돌았으나, 기관별 편차가 큰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무구매 미달성 기관 434곳에 시정요구서를 발송했으며, 2025년부터 미달성 기관을 대상으로 의무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다만 반복적인 목표 미달에도 불구하고 제재 수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개정안은 매년 9월 9일을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의 날’로 지정하고, 해당 날짜를 포함한 1주일을 ‘우선구매 주간’으로 운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기간 공공기관은 교육·홍보 캠페인을 집중 실시해 우선구매의 필요성을 알리고 구매 확대를 유도하게 된다.

김 의원은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는 장애인의 일자리와 소득을 보장하는 핵심 정책”이라며 “상당수 공공기관이 법적 의무를 지속적으로 이행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인식 제고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의무비율이 상향되는 만큼, 우선구매 주간 지정뿐 아니라 예산·교육·컨설팅 등 종합적인 지원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카드뉴스] 장애인 연계고용?




장애예술과 인공지능의 만남… 새롭게 부상하는 ‘장애인 AI 아티스트’

기술을 도구로 삼아 표현의 장벽을 넘는 장애인들의 창작 실험 확산

지난 11월 제주에서 열린 ‘AI와 함께하는 제주 에이블아트전 포스터’
<사진=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인공지능 기술이 예술 창작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에서도 신체적·인지적 제약을 지닌 예술인들이 AI를 활용해 작품을 제작하는 이른바 ‘장애인 AI 아티스트’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이 흐름은 단순한 보조 기술을 넘어, 표현 방식 자체를 넓히는 새로운 예술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최근 신기술 기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통해 장애예술인의 디지털 기반 창작 참여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음악 분야에서는 AI가 생성한 멜로디를 활용해 장애예술인이 직접 곡을 완성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돼 왔으며 이미지 생성 기술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실험도 진행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생성 이미지를 촉각 형태로 변환하는 시도 역시 이어지고 있으며, 점자와 촉각 콘텐츠를 활용한 감상 환경 연구가 공공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지난 11월 제주에서 열린 ‘AI와 함께하는 제주 에이블아트전’에서는 국내 ‘AI 기반 장애예술’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발달장애 예술가 4명은 감정을 언어 또는 이미지로 표현하고, 이를 생성형 AI가 시각화함으로써 작품을 완성했다. 관람객이 감정을 입력하면 AI가 즉시 디지털 조형물을 생성하는 체험형 콘텐츠도 함께 선보여 관람 환경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하게 했다.

공공 영역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장애예술인과 콘텐츠 산업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기관 간 협약이 추진되고 있으며, 향후 신기술 기반 장애예술 지원사업도 확대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AI가 기술적 보조를 넘어 예술가의 감각과 개성을 확장하는 도구가 되고 있으며, 장애로 인해 기존 방식의 창작에 어려움을 겪던 예술인에게 새로운 표현 통로가 열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기술 접근성의 격차, AI 개입 정도에 따른 창작 주체성 문제 등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AI 기술의 확산 속에서 장애예술인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예술 영역에 참여하고 창작 주체로 나서는 흐름은 앞으로도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미술 공모전”…제2회 SDAM 공모전 개최

총 상금 200만 원…내년 1월 23일까지 작품 공모
선정작 서울신라호텔서 전시 및 도록 제작 예정

제2회 SDAM 공모전 포스터 <사진=SDAM 제공>

장애인 예술가들의 일상을 담은 회화 작품을 발굴하는 ”제2회 SDAM 공모전’이 다음 달 23일까지 작품을 공모한다.

장애인 고용 플랫폼 기업 WE하다가 주최하고 장애 예술가 플랫폼 SDAM, 장애인일자리신문이 주관하는 이번 공모전은 ‘나의 하루’를 주제로 장애인 예술가들이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순간들을 자유롭게 표현한 작품들을 모집한다.

참가 자격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등록된 장애인이면 연령과 예술 경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가능하다. 단, 개인 참가만 허용되며 팀 참가는 불가하다.

출품 분야는 회화(유화, 아크릴, 수채화)로 제한되며, 캔버스 기준 10~25호 크기의 작품을 제출해야 한다. 기존에 제작된 작품도 출품 가능하지만, 타 공모전 입상작과 표절 작품은 제외된다.

접수는 2026년 1월 19일부터 23일까지이며 작품 이미지(JPG, PNG)와 참가신청서 장애인증명서를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1차 합격자는 2월 2일 발표되며, 발표 당일부터 7일까지 실물 작품을 제출해야 한다. 참가비는 3만원이다.

최종 수상작 발표는 내년 2월 넷째 주로 예정돼 있다. 공모전 총 상금규모는 200만원으로 대상 수상자 1명에게는 100만원이 주어지며, 최우수상 2명에 30만원, 우수상 4명에는 10만원이 각각 시상된다.

수상작 중 선정작은 내년 3월 20일부터 22일까지 서울신라호텔에서 전시될 예정이며 전시 도록도 제작할 계획이다.

SDAM 관계자는 “하루를 살아가는 과정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 일과 삶이 서로 스며드는 순간들을 작품으로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영국 장애인 직장인, 비장애인보다 15.5% 적게 번다

노동조합 “임금 차이 줄었지만 여전히 심각”…여성 장애인은 27.3% 더 적어

AI 생성 이미지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영국에서 장애가 있는 직장인들이 장애가 없는 직장인들보다 평균 15.5% 적은 월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 차이가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큰 차이가 있으며, 특히 여성 장애인의 경우 더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의 인사관리 전문지 피플매니지먼트에 따르면 영국노동조합총연맹(TUC)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장애인 직장인과 비장애인 직장인의 시간당 평균 월급 차이는 15.5%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보다 1.7%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이런 차이는 일주일에 35시간 일할 때 시간당 2.24파운드(약 3900원), 1년이면 4천파운드(약 700만원)의 월급 차이를 뜻한다. TUC는 장애인 직원들이 사실상 1년 중 이 시점부터는 월급을 못 받고 일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 장애인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이들은 남성 장애인보다 평균 27.3% 적은 월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두 번 차별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폴 노왁 TUC 사무총장은 “장애인 직장인들은 여전히 직장에서 공평한 월급과 대우를 기다리고 있다”며 “장애인을 가난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월급 차이 외에도 장애인이 일자리를 구하기 자체가 어려운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2024년 장애인 중 일하는 사람의 비율은 53.1%로, 비장애인의 81.6%에 비해 28.5%포인트 낮았다.

또한 장애인 직원의 4.3%가 일하는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불안정한 계약으로 일해 비장애인(3.3%)보다 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 것으로 조사됐다.

매체는 영국 정부가 현재 법을 만들고 있는 중이며, 이를 통해 부당한 계약을 금지하고 직원 250명 이상인 모든 회사에 장애인 월급 차이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 법은 올 가을 중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왁 사무총장은 이런 조치들이 “장애인의 직장 생활을 실제로 바꿀 것”이라고 환영했다.

산디 와스머 평등 전문 회사 온베로 대표는 “회사들은 장애인을 배려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되도록 실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젤라 매튜스 비즈니스장애포럼 연구 책임자는 “장애인 직원들이 회사에서 도움과 배려를 받기 위해 여전히 싸워야 한다면 월급 차이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와스머 CEO는 “회사가 직원들에게서 최고의 성과를 얻으려면 모든 직장인이 존중받는다고 느껴야 하며, 장애인에게 적은 월급을 주는 것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니버설디자인, 장애를 넘어 모두의 삶을 편리하게 하는 공공의 기준으로 확산

경기도 누림센터 모델 구축 계기로 본 국내 유니버설 디자인의 현주소

캐나다 밴쿠버 롭슨 광장의 계단<사진=robsonsquare.ubc.ca>

유니버설디자인은 장애 유무, 성별, 연령을 불문하고 누구나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지향하는 설계 개념으로, 최근 국내 공공시설 개선 정책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건축가 로널드 매이스가 1990년대에 주창한 이후 국제적 설계 철학으로 확립된 이 개념은 이용자의 차이를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별도 조정 없이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1997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연구진이 제시한 일곱 가지 원칙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공공시설 설계 지침의 표준으로 널리 인용되고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의 확산에는 장애인의 접근권을 시민권 차원에서 보장한 미국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 법은 공공건축물뿐 아니라 도로, 대중교통, 통신 등 일상적 공간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접근성 기준을 강화하며, 커브컷과 같은 구조적 변화가 모든 시민에게 이익을 주는 사례를 만들어 냈다.

유럽 주요 도시들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교통체계와 공공건축물 개선을 확대해 왔으며, 영국 런던은 저상버스 도입과 지하철 승하차 간극 최소화를 통해 다양한 이용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도시 모델을 구축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접근성 보장을 국제 기준으로 명문화하며 각국의 제도 개선을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도 공공건축물, 교통시설, 도시 공간 등 여러 분야에서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공공건축물 설계 단계에서부터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으며, 우수 사례를 발굴·확산하기 위한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다양한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사업을 추진하며 지역별 모델 개발을 강화하는 추세다.

최근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가 추진 중인 유니버설디자인 모델화 사업은 이러한 국내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센터는 주출입구, 장애인 주차장, 장애인 화장실, 경보·피난 설비, 유도·안내 설비 등 다섯 가지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실제 공공시설에 적용 가능한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센터는 지난해 조달청 공모를 통해 시공업체를 선정했으며, 오는 2026년 1월까지 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운영을 중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안전관리에 각별히 주력하고 있으며, 완성된 모델은 도내 시군과 공공기관에 공유해 공공시설 접근성을 높이는 표준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은 특정 집단만을 위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모두가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도시 환경의 기준이라는 점에서 그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국내 여러 지자체가 정책과 설계 과정에 이 개념을 적극 반영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특성에 맞는 현장 중심의 모델 구축이 확산된다면 공공시설의 접근성과 안전성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