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연재활원 집단폭행, 법원 “상습적 학대” 인정…탈시설 법제화 요구 확산

실형 선고에도 반복되는 시설 인권침해 논란…계류 중 탈시설지원법 처리 촉구

<사진=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제공>

법원 판결과 관련 보도에 따르면, 태연재활원 생활지도원들은 다수의 거주 장애인을 반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에서 5년 사이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 과정에서는 피해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이 증거로 제출됐고, 피해자 가족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수사 및 재판 기록을 통해 장기간에 걸친 상습 폭행이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는 “시설 내 폭행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현실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집단 수용 구조가 가진 통제와 권력 불균형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연대는 특히 일정 기간 동안 수백 건에 이르는 폭행 정황이 드러난 점을 들어, 거주시설 중심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시와 관계 기관은 사건 이후 해당 시설에 대한 행정처분과 개선명령을 내리고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장애인 단체들은 사후적 처벌과 지도·점검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현재 22대 국회에는 탈시설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으나, 상임위원회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편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은 지역사회 자립 지원 체계를 법률로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법안 명칭과 조문에서 ‘탈시설’이라는 표현이 제외되면서 정책 방향성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는 “탈시설은 시설 폐쇄 여부를 둘러싼 이념적 논쟁이 아니라, 장애인이 거주 장소와 삶의 방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을 다하느냐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들은 일부 종교단체 및 부모단체와의 공개적인 대화를 요청하며 정책 오해를 해소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시설 내 인권 침해 사건이 반복돼 온 점을 고려할 때, 거주시설 관리 강화와 함께 지역사회 기반 주거·돌봄·소득 지원 체계를 확충하는 중장기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단순한 형사 처벌을 넘어 예산과 인프라 재설계가 뒤따르지 않으면 유사 사건의 재발 가능성을 낮추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근로지원인 제도 개선 논의 본격화…국민디자인단 출범

장애인 고용 현장의 인력난과 서비스 질 논쟁 속 제도 개편 방향 모색

<사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4월 8일 경기 성남 본부에서 근로지원인 지원 제도 개선을 위한 ‘2025년 국민디자인단’ 발대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근로지원 제도 관련 전문가와 국민 대표 등 총 11명이 참여해 제도 운영 현황을 공유하고 향후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국민디자인단은 정책 수요자인 국민이 정책 설계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참여형 정책 모델이다. 정책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국민의 관점에서 진단하고 공공기관과 함께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공단은 정기적인 워크숍과 현장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근로지원인 제도는 중증장애인이 직장에서 업무를 수행할 때 필요한 부수적 지원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문서 정리, 자료 입력, 이동 지원, 장비 조작 보조 등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조 업무를 지원함으로써 장애인의 고용 유지와 직무 수행을 돕는 것이 목적이다.

이 제도는 장애인이 취업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정책으로 평가된다. 특히 사무직이나 전문직 분야에서 장애인의 업무 수행 환경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며 장애인 고용 유지율을 높이는 데 기여해 왔다.

실제 제도 이용 규모는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확대됐다. 장애인 고용 확대 정책과 함께 근로지원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원 인원과 예산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인력 확보 문제와 서비스 품질 논쟁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근로지원인 인력 부족이다. 지원 인력의 임금 수준이 낮고 직무 전문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안정적인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현장에서는 지원 인력 공백으로 인해 장애인 근로자가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지원 방식에 대한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제도 운영 과정에서 한 명의 근로지원인이 여러 명의 장애인을 동시에 지원하는 방식이 확대되면서 서비스 질 저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장애계에서는 즉각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업무 범위의 경계 문제 역시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쟁점이다. 제도상 근로지원인은 업무 관련 지원만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 직장 환경에서는 업무와 일상 지원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현장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현재 제도가 고용된 근로자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장애인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노동자 등 다양한 노동 형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제도 적용 범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국민디자인단은 이러한 현장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특히 올해 디자인단은 경력단절 여성을 예비 근로지원인으로 양성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정책 아이디어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는 근로지원인 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종성 이사장은 발대식에서 “국민의 아이디어와 공단의 실행력이 결합하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디자인단의 제안을 적극 반영해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근로지원인 제도는 장애인의 고용 유지와 노동권 보장을 위한 핵심 정책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지속적인 확대와 함께 인력 전문성 강화, 처우 개선, 지원 방식의 합리적 조정 등이 병행될 때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지원주택 ‘서비스필요도 조사’ 논란 확산

재계약 심사에 퇴거 기준 적용… 주거권 침해 여부 쟁점

<사진=서울지원주택입주민인권연대 제공>

서울지원주택입주민인권연대는 4월 8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원주택은 장애인의 탈시설과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핵심 기반인데, 서비스 필요도를 이유로 재계약을 제한하는 방식은 사실상 퇴거 가능성을 전제로 한 선별 기준이 될 수 있다”며 제도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단체는 특히 평가 결과가 낮을 경우 주거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서울시는 이번 조치가 지원주택 운영의 적정성을 점검하기 위한 관리 체계 강화라고 설명한다. 시는 지난 3월 감사담당관이 실시한 ‘취약계층 지원주택 공급 및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토대로 재계약 대상 입주자에 대한 서비스 필요도 조사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원주택이 필요한 대상에게 적절하게 제공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관리 장치”라며 “지원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재 내부 방침에 따르면 재계약 대상 입주자를 대상으로 건강 상태, 일상생활 수행 능력, 사회참여 수준 등을 평가하는 조사가 진행되며, 평가 점수가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재계약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기준 점수로 70점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입주민 단체를 중심으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원주택은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공공임대주택과 생활지원 서비스를 결합한 주거 모델이다. 서울시는 2018년 ‘서울특별시 장애인 지원주택 공급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제도를 도입했으며, 탈시설 정책의 핵심 인프라로 확대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실제 공급 속도는 정책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지원주택 623호 운영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2024년 7월 기준 실제 운영 규모는 275호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 인원 역시 264명 수준으로 계획 대비 절반 이하에 머물러 있다. 공급 확대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기존 입주자의 재계약 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정책 방향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주거복지 분야 연구자들은 지원주택의 정책 성격을 고려할 때 재계약 제한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주거정책 연구자는 “지원주택은 단기 보호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장기적 주거 모델”이라며 “입주자의 서비스 필요도만을 기준으로 재계약 여부를 판단할 경우 정책의 본래 목적과 충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적 쟁점도 제기된다.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 참여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행정절차법 역시 행정기관이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처분을 할 경우 사전에 의견 제출 기회를 보장하도록 규정한다. 전문가들은 재계약 거부가 사실상 퇴거로 이어질 경우 이러한 법적 절차가 충분히 보장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도 중요한 논의 지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살아갈 권리를 명시하고 있으며, 각 국 정부가 이를 보장할 정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역시 장애인의 지역사회 거주 지원 정책에서 서비스 필요도 평가는 당사자의 의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의료적 판단에 과도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해 왔다.

이번 논란은 장애인 주거 정책의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하나는 제한된 공공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려는 행정적 필요이며, 다른 하나는 장애인의 안정적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인권적 원칙이다. 정책 전문가들은 두 가치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향후 제도 설계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향후 세부 운영 지침을 보완해 인권 침해 소지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만 평가 기준의 합리성과 재계약 제한 절차의 투명성, 그리고 입주자의 이의 신청 절차가 어떻게 설계될 것인지는 추가적인 사회적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쟁은 장애인 탈시설 정책의 핵심 기반으로 평가받아 온 지원주택 제도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부산, ‘세계자폐인의 날’ 기념 넘어 과제로

기념식·블루라이트 점등 속 자폐 인식 개선과 지역 돌봄체계 점검

<사진= 부산광역시 제공>

세계자폐인의 날은 유엔 총회가 2007년 지정해 2008년부터 시행된 국제기념일이다. 자폐성 장애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당사자의 권리 보장과 사회참여 확대를 촉구하는 데 목적이 있다. 국제사회는 이날을 전후해 공공기관과 주요 건축물을 파란색으로 밝히는 ‘블루라이트 캠페인’을 통해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부산광역시 제공>

행사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 지역 사회의 과제를 환기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사)한국자폐인사랑협회 부산지부 권민정 지부장은 “자폐성 장애인은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안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폐 인식 개선이 단순한 캠페인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발달장애는 조기 발견과 조기 개입이 중요하며, 생애주기별 지원체계가 연속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학령기 이후 성인기 자립 지원, 직업훈련,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 확충은 전국적으로 공통된 과제로 꼽힌다.

부산시 정태기 사회복지국장은 “이번 행사가 자폐성 장애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교육·홍보는 물론, 지역사회 돌봄체계와 자립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계자폐인의 날은 기념식 하루로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자폐성 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 속 과제로 바라보는 계기다. 부산의 이번 행사는 상징 캠페인과 문화행사를 통해 시민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동시에 지역 차원의 실질적 지원 정책을 어떻게 확장해 나갈 것인지가 향후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