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점자 선거공보 개선 권고 거부… 발달장애인 보조는 수용

인권위 “이행 불가 답변 적절하지 않아”… 지방선거 앞두고 공표

<사진=Unsplash>

국가인권위원회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장애인이 선거에서 불편 없이 투표할 수 있도록 마련한 권고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일부 따르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이를 공개했다.

인권위는 올해 1월 30일 두 기관에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권고를 전달했다. 참정권이란 선거에서 투표하고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권고를 전달받은 선관위는 3월 12일 회신에서 일부 권고에 대해 이행할 수 없다고 답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선거공보를 책자형과 동일한 내용으로 만들고, 점자형 공보의 페이지 수 제한을 없애도록 법을 고치라는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점자형 선거공보는 페이지 수에 제한이 있어 책자형보다 훨씬 적은 정보만 담기게 된다. 대신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선거 안내문 제작과 투표 보조인 지원에 대해서는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투표소를 1층이나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에 설치하라는 권고에 대해서는 이미 하고 있다고 답했다.

방미통위는 4월 17일 회신을 통해, 선거 방송에서 수어 통역사를 2명 이상 배치하고 이를 공영방송 전체로 확대하라는 권고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장애인 당사자와 방송사 등의 의견을 모아 토론 내용이 잘 전달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결국 인권위는 지난달 22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두 기관이 권고를 일부는 받아들이고 일부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내렸다.

우선 점자형 선거공보 문제와 관련해 인권위는 선관위의 이행 불가 답변이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미리 수령 희망자를 파악하면 제작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당장 법 개정이 어렵더라도 단계적으로 개선할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또 점자형 공보를 만들 때 내용을 줄여 요약하는 과정을 없애면 제작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헌법상 선관위가 국회에 선거 관련 의견을 제출할 권한이 있는 만큼,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이행할 수 없다고 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발달장애인 투표 보조 문제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선관위가 사실상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선관위는 대리투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을 때 기표하는 과정만 도움을 받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독일처럼 선거인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만 기술적인 도움을 주고, 부당한 영향을 미치거나 선거인의 뜻을 바꾸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대리투표 우려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아일랜드·포르투갈·대만 등도 이 같은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투표소 접근 문제와 관련해서도 인권위는 선관위의 답변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살펴본 결과,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투표소 입구에 도움을 주는 사무원이 없거나, 경사로 경사가 너무 가파르거나, 문턱이 있는 곳이 여전히 존재했다.

수어 통역 방송 확대 권고에 대해서는, 선관위가 공영방송사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힌 점을 고려해 일부 수용으로 결정했다. 방미통위도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한 점은 인정했지만, 발화자별로 어떻게 전달할지 더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장애인이 투표권을 실제로 행사할 수 있으려면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권리·돌봄 강화 눈길…이재명 정부 1주년 보건복지 성과 발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일자래 확대·최중증 돌봄 처우 개선 담아

이재명 정부 1주년 보건복지 주요성과 발표 <자료=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는 1일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보건복지 분야 주요 성과를 발표했다. 전국민 기본생활 안전망 구축, 지역·필수·공공의료 기반 구축, 돌봄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등 4대 핵심분야 추진 현황이 핵심이다. 이 중 장애인 고용·돌봄·권리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들이 포함됐다.

성과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지난달 2일에 제정된 ‘장애인권리보장법’이다.

이 법은 장애인을 ‘복지 수혜자’가 아닌 ‘권리 주체’로 명확히 자리매김하고, 존엄권과 생활안정을 받을 권리 등 장애인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 참여 지자체도 35개에서 10개 시도, 34개 시군구 등 총 44개로 확대됐다.

장애인 일자리 지원 대상은 전년 대비 2300명 확대된 3만5800명이었다. 장애 유형과 특성을 반영한 직무유형도 47종에서 50종으로 늘었다. 신규 직무유형으로는 읽기 쉬운 자료 감수, 홍보 지원 업무, 장애인 편의시설 모니터링 등이 추가됐다.

올해 1월에는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서비스 종사자에 대한 전문수당이 월 5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대폭 인상됐다. 서비스 단가도 주간활동서비스 단가의 150%에서 180%로 올랐다.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대상자는 1만4800명에서 1만6500명으로, 방과후 활동 대상자는 1만1000명에서 1만2000명으로 각각 확대됐다.

2월에는 ‘제1차 장애인 건강보건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해 장애친화 의료인프라 확충, 어린이 재활의료 지원 확대, 장애인 건강주치의 활성화 과제도 추진 중이다. 아울러 3월에는 중증 장애아동의 전동휠체어 등 이동 지원 보조기기에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신설됐다. 이전까지 본인이 전액 부담하던 비용이 10%로 낮아졌다.

장애인 분야 외에도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전국 시행에 들어가 하루 평균 717명이 신청하고 있으며, 1인당 평균 3.3건의 서비스가 연계되고 있다. 먹거리 안전망인 ‘그냥드림 코너’는 158개 시군구·280개소로 확대됐다.

의료 분야에서는 2027~2031년 5년간 총 3342명의 의대정원 증원이 확정됐고, ‘지역의사법’·’환자기본법’ 등 6대 필수 입법이 완수됐다.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는 제약·바이오 수출액이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하고, K-뷰티 수출액도 114억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년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망은 더 촘촘히 넓히고,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며, 국가 성장 동력 기반을 확충하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현장] 3D 프린터부터 AI 앱까지… 장애인 생활 바꾸는 기술들 선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21회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 개최… 60여 개 업체·200여 점 전시

29일 서울 aT센터 1층 제1전시장에서 열린 ‘제21회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체험 부스를 방문해 관람하고 있다.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장애인의 편리한 생활을 위한 최신 보조공학기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지난 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간 서울 aT센터 1층 제1전시장에서 ‘제21회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를 열었다. 장애인의 생활을 돕는 기술과 제품의 최신 동향을 소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작업용 보조공학기기 행사로, 올해에는 60여 개 업체가 참가해 200여 점의 기기와 신기술을 선보였다.

올해 박람회는 인공지능(AI)·로봇·웨어러블 등 첨단 기술이 장애인 고용과 직업생활에 가져올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주목할 만한 전시품으로는 주변 장애물과 주행로를 스스로 인식해 자율주행하는 자동주차로봇 ‘Parkie’, 경사로나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도 좌석 각도를 실시간으로 수평 조절하는 전동휠체어 ‘XSTO M4’, 안내견을 대신해 보행을 돕는 시각장애인 안내 로봇, 구글 AI 제미나이(Gemini)를 온디바이스 방식으로 탑재한 점자정보단말기 ‘한소네7’ 등이 있다.

전시장 한쪽에는 3D 프린터로 제작된 맞춤형 보조기기들이 눈길을 끌었다. 화려한 첨단 기기와는 다른 결이었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 장애인이 겪는 불편을 세심하게 짚어낸 것들이었다.

시각장애인용 키가드는 키보드 버튼을 잘못 누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버튼 하나하나를 구별해 누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를 위한 빵 커팅 틀도 눈에 띄었다. 크로아상 같은 빵을 일정한 깊이와 크기로 자르기 어려운 경우를 위해, 빵을 틀에 넣고 균일하게 자를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병에 라벨을 붙이는 작업을 돕는 틀도 있었다. 병이 굴러가지 않도록 잡아주는 구조로, 야외에서도 간편하게 라벨 부착 작업을 할 수 있다.

근육장애인을 위한 분리형 키보드도 전시됐다. 장시간 손을 사용할 때의 근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좌우로 나눠 쓸 수 있도록 제작됐다. 휠체어 조작 버튼은 기존 제품보다 크기를 키우고 기능별 구분을 직관적으로 바꿨다. 카메라 작업 시 기기가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주는 고정 틀도 함께 전시됐다. 전시 담당자는 “모두 실제 근무 환경에서 필요한 부분을 반영해 3D 프린터로 제작한 맞춤형 기기”라고 설명했다.

장애인의 편리한 생활을 위한 다양한 보조공학기기들을 살펴보는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폰 앱 ‘설리번 플러스’ 부스에는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2018년 출시 후 2019년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전 세계 50만 명 이상, 국내 5만 명이 사용 중인 앱이다.

글씨 인식, 색상 확인, 주변 상황 안내 등 다양한 기능을 담았다. 특히 한 번만 촬영하면 글씨·사람 얼굴·주변 상황 등 세 가지 정보를 자동으로 안내하는 ‘자동 이미지 묘사’ 기능이 주목을 받았다. 스마트폰 조작이 익숙하지 않은 시각장애인도 버튼 하나로 계속 주변 정보를 받아볼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PDF 파일 읽기 기능도 포함돼 있어 업무 현장에서도 활용이 가능하다.

무료 버전과 유료 버전으로 나뉘며, 무료 사용자가 자신의 남은 사용량을 다른 시각장애인에게 기부할 수 있는 ‘기부 기능’도 눈길을 끌었다. 전 세계 사용자 간 사용량을 나눠 쓰는 구조다.

설리번 플러스 개발사 투아트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의뢰로 직업을 가진 시각장애인의 업무를 돕는 문서 인식 앱도 별도 개발했다. 명함·영수증·문서 등을 카메라로 촬영하면 음성으로 읽어주는 OCR 기반 앱으로,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책과 삼단 리플렛 인식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투아트 관계자는 “코이카(KOICA)와 협약을 맺고 인도 뱅갈루루 지역 시각장애인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습 능력 개선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개발 단계의 AI 스마트 글래스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평소에는 일반 헤드폰처럼 착용하다가 필요할 때 렌즈를 앞으로 내리면 약 100인치 대화면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미러링할 수 있는 제품이다. 전면 카메라 2개를 탑재해 주변 상황을 촬영하고 음성으로 안내하는 기능과 함께, AI 프로그램을 연동한 수화 인식·통역 서비스도 탑재할 예정이다. 올해 말 출시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박람회장에서는 장애인 당사자 단체들도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양재동에 위치한 아이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들은 이날도 전시장 곳곳을 꼼꼼히 둘러봤다.

센터 관계자는 “매년 보조기기 박람회를 통해 센터 이용자와 회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며 “시각장애인에게 맞는 제품 정보를 알려드리거나, 실제로 제품과 연계해 드린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박람회에서 수집한 정보는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꼭 필요한 분들에게는 직접 연락해 연결까지 이어간다는 설명이다.

둘째 날인 29일에는 ‘AI·로봇 기술 발전과 장애인 일자리 전망’을 주제로 강연회가 열렸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웨어러블 로봇 ‘X-ble MEX’ 개발 과정과 실제 활용 사례, 한림대병원의 로봇 관제사 사례 등을 통해 첨단 기술 발전과 장애인 일자리 전망을 폭넓게 다뤘다.

이종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은 “보조공학기기가 장애 보완을 넘어 장애인의 직무 수행 가능성을 넓히고 새로운 고용 기회를 창출하는 핵심 동력”이라며 “AI와 로봇 기술의 발전이 장애인 직무 재설계와 고용 확대의 기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찾아오는 복지” 넘어 “찾아가는 의료”로… 중증장애인 의료 공백 줄이려는 지자체의 역할 커진다

청주 금천동 사례처럼 현장 방문 확대 필요
이동권·돌봄 공백 해소 위한 지역 중심 대응 요구

<사진=청주시 제공>

중증장애인들에게 병원은 단순한 의료기관이 아니다. 이동수단 확보부터 보호자 동행, 긴 대기시간까지 감당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병원 방문 자체가 하나의 ‘장벽’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다양한 보건복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의료 접근성의 한계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장애인의 미충족 의료 경험은 비장애인보다 높게 나타난다. 특히 뇌병변장애인 등 중증장애인의 경우 이동의 어려움과 동행자 부재 등으로 인해 병원 진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히 의료비 부담 문제가 아니라 “병원까지 가는 과정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의 ‘찾아가는 보건복지 상담’은 단순 행정서비스를 넘어 중증장애인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중요한 역할로 주목받고 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은 지난 28일 중증장애인 가구를 직접 방문해 혈압·혈당 측정과 복약지도 등을 포함한 보건복지 상담을 진행했다. 현장에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식이다. 규모가 크거나 화려한 사업은 아니지만, 스스로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에게는 실질적인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이러한 방문형 서비스는 단순 안부 확인을 넘어 건강 악화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작은 건강 이상도 장기 입원이나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정작 이동의 어려움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상당수 지자체의 관련 사업이 여전히 ‘복지 상담’ 중심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전화 상담이나 단순 행정 안내 수준을 넘어 실제 건강관리와 의료 연계까지 이어지는 체계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장 인력 부족과 예산 한계 역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장애인 복지정책이 단순 지원 확대를 넘어 ‘의료 접근권 보장’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방문간호와 복지상담을 통합 운영하고, 장애인 건강주치의와 연계한 지역 중심 건강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동지원 서비스와 활동지원 인력을 의료 이용 과정과 연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중증장애인의 의료 접근성 문제는 개인의 불편을 넘어 지역사회 돌봄 체계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다. 청주시 금천동 사례처럼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작은 실천들이 확대될 때, 비로소 ‘받을 수 있는 권리로서의 의료’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자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양천장애인유권자연대, 구청장 후보 초청 장애정책 대담회 개최

우형찬·이기재 후보, 이동권·일자리·AAC 등 장애 현안 공약 제시

지난 26일 한국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서 열린 양천구청장 후보자 초청 대담회 ‘당사자가 묻고, 후보자가 답하다’ <사진=양천장애인유권자연대 제공>

양천장애인유권자연대(유권자연대)는 지난 26일 한국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서 양천구청장 후보자 초청 대담회 ‘당사자가 묻고, 후보자가 답하다’를 개최했다.

이번 대담회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장애인 유권자의 정치참여 확대와 양천지역 장애정책 강화를 위해 마련됐다.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지역 주민 등 110여 명이 참석했다.

기존 정책간담회와 달리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질문하고 후보자가 답하는 참여형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장애인 자립생활, 장애인 일자리, AAC(보완대체의사소통), 장애친화도시 조성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OX 퀴즈, 밸런스 게임, 정책질의, 정책 키워드 협약 퍼포먼스 등 참여형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됐다.

기호 1번 우형찬 후보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장애인이 양천구 어디든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어야 진정한 지역사회 참여가 가능하다”고 밝히며 보행환경 개선과 장애인 화장실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장애정책 결정 구조에 당사자 참여를 제도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우 후보는 “장애인의 이야기가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양천구 각종 위원회와 정책 결정 구조 안에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를 제도화하겠다”고 말했다.

AAC와 관련해서는 “형식적인 인증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의 삶이 실제로 얼마나 나아졌는가”라며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변화를 체감하고 평가할 수 있는 양천구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우 후보는 자립정착금 지원, 보건소 내 장애인치과 진료 확대, 생활체육시설 확충, 평생교육 확대, 양천구청 및 출연기관 장애인 의무고용률 준수, 장애인 공공일자리 급여 확대를 위한 예산 확보, 공공 수어통역 확대 등 당사자 정책 제안을 수용하겠다며 정책협약식에 서명했다.

기호 2번 이기재 후보는 “장애인 정책 수준이 곧 도시의 수준을 보여준다”며 장애인 복지와 문화·체육·평생교육 분야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과 배리어 프리 환경 조성을 언급하며 “장애인이 보다 편리하게 문화와 체육 활동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배리어 프리는 건축물과 도로, 공원, 문화시설 등 도시 전반에 적용되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후보는 장애인 일자리와 관련해 “단순한 일자리 제공을 넘어 장애 역량 활용 일자리를 확충하기 위해 장애 유형에 맞는 다양한 일자리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 역시 자립정착금 예산 확보, 보건소 내 장애인치과 진료 확대, 평생교육 바우처 확대 및 평생학습센터 조성, 의사소통 권리 증진, 공공 수어통역 확대 등을 약속하며 정책협약식에 참여했다.

대담회 좌장을 맡은 이상희 사단법인 장애와사회 회장은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이어지고, 양천구의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대담회에서 장애인 일자리 문제는 두 후보 모두가 짚은 공통 의제였다. 우 후보는 양천구청과 출연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률 준수와 공공일자리 급여 확대를 위한 예산 확보를 약속했고, 이 후보는 장애 유형에 맞는 다양한 일자리 발굴과 민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애인 구직자 입장에서는 공공과 민간 양쪽에서 고용 기회를 넓히겠다는 방향이 제시된 셈이지만, 구체적인 목표 수치나 직종 개발 계획은 이날 대담에서 나오지 않았다.

장애인 노동자의 처우 문제도 수면 위로 올랐다. 공공일자리에 참여하는 장애인 노동자의 급여 수준이 낮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오래된 과제다. 우 후보가 급여 확대를 위한 예산 확보를 정책협약 항목으로 포함한 것은 이 같은 현실을 일정 부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협약 이행을 담보할 구체적인 기준이나 시한이 제시되지 않은 만큼, 당선 이후 실제 예산 편성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유권자연대는 이번 대담회에 이어 투표독려 캠페인, 투표소 모니터링, 정책제안 등 장애인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대담회 현장 영상도 별도 제작·배포했다.




장애인 서비스 어떻게 달라지나…정부, 사회보장 수정계획 발표

‘모두의 복지’ 비전 아래 장애인 돌봄·자립 지원 강화 포함

제3차 사회보장기본계획 수정계획 기대효과 <사진=보건복지부 제공>

정부가 제3차 사회보장기본계획 수정계획을 확정하고 장애인 맞춤형 서비스 확대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장애인 일자리에 특화된 내용은 사실상 빠져 있어 아쉬움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제3차 사회보장기본계획 수정계획(안)’을 보고했다. 앞서 12일 사회보장위원회 심의를 거쳤다. 계획 기간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다.

이번 수정계획은 2024년 수립된 제3차 기본계획을 전면 보완한 것이다. 기존 계획의 비전이 ‘약자부터 촘촘하게,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였다면 수정계획의 비전은 ‘모두의 복지, 함께 잘 사는 사회’로 바뀌었다. 목표도 ‘국민 삶의 질 향상, 사회통합 증진’에서 ‘넓게 보장하고 생애 전 과정을 함께 하는 모두의 복지 실현’으로 전환됐다.

정책 방향도 달라졌다. 기존 계획이 취약계층·사회적 약자 중심의 선별적 정책을 기반으로 했다면, 수정계획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성을 강화하고 기존 제도와 차별된 대안적 대책을 추구한다. 사회서비스 분야에서도 민간 주도·시장 중심 방식에서 국가 주도 지역기반 보편 서비스 확대로 방향이 바뀌었다. 사회보장체계 혁신 전략에서는 재정 지속가능성 중심의 중앙 관리 체계에서 AI·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중앙-지방 협력 방식으로 전환됐다.

세부과제 수는 기존 27개에서 26개로 한 개 줄었다. 3대 전략 9대 중점과제 체계는 유지됐다.

핵심 변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기존 계획이 ‘약자를 먼저 챙기는 선별복지’에 방점을 뒀다면 수정계획은 ‘모든 국민이 기본적 삶을 누리는 보편복지’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장애인 관련 내용은 ‘국가와 지역사회가 책임지는 돌봄서비스 지원’ 과제에 포함됐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맞춤형 돌봄을 확대하고,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을 넓혀간다.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도 추진해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일상을 보호하는 서비스 체계를 갖추겠다는 방침이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올해 3월 전국 시행에 들어간 만큼, 대상자와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노쇠 예방부터 재가임종까지 전 주기 지원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다.

그러나 장애인 고용과 일자리에 특화된 내용은 이번 수정계획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일자리 관련 전략은 청년 노동시장 진입 지원, 중소기업 중심 AI 직업훈련, 노인 일자리 확대에 집중됐다. 장애인 구직자를 위한 별도의 고용 진입 지원 방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5년 단위 국가 사회보장 로드맵에서 장애인 고용이 특화 과제로 다뤄지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장애인 맞춤형 직업훈련, 장애인 표준사업장 지원 강화, 중증장애인 지원고용 확대 등은 일반적인 고용 지원 체계만으로는 채우기 어려운 영역이다. ‘모든 국민을 위한 보편복지’를 강조할수록 구조적으로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 장애인은 정책의 틈새에 놓일 수 있다는 점에서, 보편복지와 장애인 특화 고용 정책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과제가 이번 계획에서도 해소되지 않았다.

이는 사회보장기본계획이 보건복지부 소관인 반면, 장애인 고용은 고용노동부 소관의 장애인고용촉진법 체계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주된 역할을 맡고 있는 구조적 분리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 고용과 복지는 분리되지 않는다. 두 부처 간 정책 연계가 강화되지 않는 한, 이 공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찾아가는 복지지원체계 구축’ 과제에서는 AI를 활용한 복지 접근성 강화를 담았다. 복지상담부터 신청까지 한 번에 연계되는 서비스를 구축하고, 별도 신청 없이 자동 지급하는 보편급여 체계로 단계적으로 전환한다. 제도를 몰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한 선제적 발굴 시스템도 고도화한다.

일자리 관련 과제에는 여성·중장년·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직업훈련과 재취업 서비스 제공이 포함됐다. 노인 일자리는 지속 확대하고, 지역 여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역고용활성화법」 제정도 추진한다.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선정기준의 단계적 완화, 의료급여 부양비 폐지도 계획에 담겼다.

수정계획의 3대 전략은 국민의 삶을 지키는 소득 보장,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기본서비스 강화, 미래를 대비하는 사회보장기반 혁신이다.

9대 중점과제로는 소득보장 강화, 일자리 창출·지원을 통한 소득 안정, 새로운 소득 및 지역협력 모델 추진, 국가와 지역사회가 책임지는 돌봄서비스 지원, 국민중심 의료·건강서비스 확립, 지역기반 생활밀착서비스 확대, 찾아가는 복지지원체계 구축, 지방분권시대 균형발전, 사회보장 지속가능성 확보가 포함됐다.

정은경 장관은 “AI 대전환과 인구구조 변화 등 새로운 시대적 전환 속에서 국민 삶의 불안을 줄이고, 누구나 기본적인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소득·돌봄·의료 등 삶의 핵심 영역에서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사회보장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연차별 시행계획을 마련해 과제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전략별 핵심 성과지표를 선정·관리할 방침이다.




AI 품은 재활로봇, 장애인 재활치료의 미래 바꾼다

국립재활원 ‘AI와 재활로봇 워크숍’ 개최
재활·로봇·표준 전문가들 한자리에

<사진=국립재활원 제공>

인공지능(AI) 기술이 의료와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가운데, 재활로봇 분야에서도 AI를 접목한 새로운 재활치료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장애인의 재활치료는 물론, 질병과 사고 등으로 장애가 예상되는 이들의 기능 회복과 사회 복귀까지 지원할 수 있는 기술적 전환점이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다.

국립재활원은 26일 서울 강북구 국립재활원 나래관에서 ‘AI와 재활로봇 워크숍’을 개최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재활로봇 발전 방향과 현장 적용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국립재활원 재활로봇중개연구사업단 주관으로 열렸으며,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을 재활로봇 연구와 접목하기 위한 산학연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특히 단순 보조기기를 넘어 사용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반응하는 ‘지능형 재활로봇’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행사는 ‘AI와 재활’, ‘로봇과 표준’ 등 두 개 세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포항공과대학교 박상현 교수가 멀티모달 생체신호 데이터를 활용한 최신 AI 기술 동향을 소개했고, 서울대학교 유영재 교수는 인간의 움직임과 상황을 이해하는 ‘물리적 상식 추론(Physical Commonsense Reasoning)’ 기술을 설명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전종홍 책임연구원이 AI 기반 의료기기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국제표준 ‘IEC 63521’을 소개하며 재활로봇 분야 적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한국AI·로봇산업협회 고경철 부회장은 Physical AI 기반 로봇 기술 발전 흐름과 산업 현황을 발표했다.

재활 분야에서 AI 기반 로봇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치료 효율 향상을 넘어 장애 발생 이후의 삶의 질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움직임과 신체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맞춤형 재활을 제공할 수 있고, 보행 회복과 일상생활 적응, 지역사회 조기 복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차전경 장애인정책국장은 “AI 기술이 의료·로봇 분야 전반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만큼 재활로봇 연구에서도 혁신적인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워크숍이 AI 기반 재활로봇 연구를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동아 국립재활원장도 “국립재활원은 그동안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재활로봇 연구와 보행치료 확산에 힘써왔다”며 “앞으로도 AI 기술을 활용한 연구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장애인 건강권 보장과 재활로봇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재활로봇에 AI 기술이 접목되기 시작하면서 장애인 재활치료 역시 단순한 기능 회복을 넘어 예측과 맞춤형 지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AI와 재활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개인별 장애 특성과 회복 속도에 맞춘 정밀 재활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애인도 유권자입니다”…지방선거 앞두고 커지는 참정권 보장 움직임

투표 접근성 개선·정보 제공 확대 이어져
양천장애인유권자연대, 시민 대상 투표독려 캠페인 진행

<사진=장애인일자리신문>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과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움직임이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장애인도 지역사회의 동등한 시민이자 유권자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장애계는 투표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해 온 접근성 문제를 지적해 왔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위한 이동 편의 부족,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및 음성 안내 미비,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정보 부족 등은 장애인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벽으로 꼽혀왔다. 실제로 장애인단체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투표권은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참여 환경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지방자치단체, 장애인단체들을 중심으로 장애인 유권자를 위한 다양한 활동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선거정보 제작, 수어 통역 확대, 장애인 접근 가능한 투표소 개선 요구, 이동지원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장애인 당사자들 역시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직접 정치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서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시민들을 만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활동에 나선다. 양천장애인유권자연대는 오는 28일 서울 목동역 오거리 일대에서 시민 대상 ‘투표 독려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캠페인에는 양천지역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와 중증장애인 당사자 등이 참여해 피켓팅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장애인도 유권자입니다”, “우리 모두 함께 투표해요” 등의 문구를 통해 시민들에게 투표의 중요성을 알리고, 장애인의 정치 참여 필요성을 직접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양천장애인유권자연대는 지방선거가 복지·교육·일자리·문화 등 시민들의 삶과 직결된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인 만큼 장애인의 참여 역시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애인 정책은 실제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때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장애인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활동은 장애인 참정권 논의가 단순히 ‘투표 편의 제공’ 수준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장애인 스스로가 유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하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정치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계 안팎에서는 “정치가 삶을 바꾸는 만큼 장애인도 더 이상 정치의 주변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장애인 정책은 지방정부의 역할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장애인 이동권, 활동지원, 평생교육, 문화예술, 체육, 일자리 정책 상당수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과 행정 방향에 따라 결정된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삶과 가장 가까운 선거라는 평가도 나온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지방선거가 장애인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투표율을 높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유권자들이 정책을 요구하고 후보를 검증하며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주체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양천장애인유권자연대 역시 앞으로도 장애인의 권리 보장과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활동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애아동 통합지원 거점센터, 울산 이어 대전도 문 열어

전국 두 번째 개소…발달지연 영유아부터 가족까지 원스톱 지원

지난 21일 한국장애인개발원 대전장애아동지원센터 개소기념 직원 단체사진 <사진=한국장애인개발원 제공>

장애아동과 그 가족을 위한 지역 통합지원 거점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대전광역시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지난 21일 대전 서구 센터 내에서 ‘대전광역시장애아동지원센터’ 개소식을 열고 본격 운영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울산에 이어 두 번째 개소다.

앞서 울산시는 지난 12일 남구 중앙로 소재 건물 내 420㎡ 규모로 ‘울산광역시 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개소식을 개최했다. 울산 센터는 기존에 분산돼 있던 장애아동 지원 사업과 발달장애인 지원 업무를 통합해 당사자와 가족 중심의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목적을 뒀다. 특히 장애아동의 발달 단계에 맞춘 골든타임 확보와 연속성 있는 지원에 역량을 집중해 기존에 파편화돼 있던 아동 지원 서비스를 체계화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번에 개소한 대전센터는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8조에 근거해 설립됐으며, 발달지연이 의심되는 영유아를 포함해 장애아동과 그 가족을 지원하는 지역 거점 기관으로 운영된다.

올해 3월 기준 대전지역 18세 이하 등록 장애아동은 3,001명이며, 이 중 발달장애아동은 2,321명으로 전체의 77.34%를 차지한다. 장애아동 4명 가운데 3명 이상이 발달장애인 셈이다.

센터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은 개인별지원계획 수립, 영유아 조기개입 서비스,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 보호자 교육 및 상담, 유아기에서 학령기로 이어지는 전환기 지원 등이다.

센터는 지역 내 보육·교육기관, 의료기관, 복지기관 등과 연계해 발달지연 의심 아동을 조기에 발견하고, 전문 상담과 종합평가를 통해 적절한 복지서비스로 이어지도록 돕는다. 보호자와 전문가가 함께하는 조기개입, 가정 중심 부모양육 코칭 등을 병행해 장애아동의 발달을 촉진하고 가족의 양육 역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지원 제도가 있어도 필요한 가족이 정보를 제때 얻기 어렵고 안내 창구가 분산돼 있어 진입 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달장애 아동 가족은 신체·정서·경제적 어려움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통합적 지원 체계 없이는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번 센터 개소는 이 같은 공백을 줄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전 개소식에는 한국장애인개발원, 보건복지부, 대전광역시, 지역 복지기관 관계자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이경혜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은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는 중앙과 지역을 잇는 핵심 거점으로, 장애아동과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통합지원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현장 중심의 지원과 전문성 강화를 통해 체계적인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대전센터를 위탁 운영하며, 기존 지역발달장애인지원센터와 연계한 통합형 운영 체계를 구축해 장애아동과 가족을 지원한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17개 시·도에 지역장애아동지원센터 설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울산·대전에 이어 경남·충북 등 나머지 지역에도 순차 개소한다는 방침이다.

서비스 이용 신청은 연중 상시 가능하며, 거주지 관할 주민센터 또는 지역 장애아동지원센터를 통해 상담 및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통해 장애인권리보장법 의결 환영…”장애는 사회적 과제, 법 제정은 출발점”

장애인권리보장법, 국무회의 의결…”시혜 아닌 권리 보장의 전환점”

2026년도 제22회 국무회의 겸 제9차 비상경제점검회의 <사진=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장애인권리보장법 국무회의 의결을 환영하며 “장애가 장벽이 되지 않는 대한민국을 꿈꾼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저녁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애가 장벽이 되지 않는 대한민국을 꿈꾸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그는 “참 오래 걸렸다”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활동가들이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국회 문턱 앞에서 번번이 좌절을 겪었던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오늘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번 법의 핵심은 장애인을 복지 제도의 수혜자가 아닌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는 데 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비롯한 국제적 흐름과 변화된 정책 환경을 반영해, 장애인 정책의 시각을 시혜에서 권리 보장으로 전환한 것이다.

특히 이 법은 장애를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문제로만 보지 않고, 사회적 장벽과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발생하는 상태로 규정했다. 장애인 당사자·가족·활동가들이 수십 년간 주장해온 ‘사회적 모델’의 관점이 법률에 명문화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개인적 경험도 꺼냈다. 그는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됐다”며 “그 작은 차이가 삶의 많은 영역에서 얼마나 높은 문턱이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하는 것이 비장애인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일상이지만 장애인에게는 큰 결심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법 제정으로 직업 선택과 문화·교육 향유, 사법 절차 참여 등 모든 일상 영역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한 삶이 보장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 또한 거주 시설의 소규모화·전문화를 통해 장애인이 삶의 방식을 스스로 결정하고, 가족·이웃과 함께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반도 단계적으로 갖춰나갈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법 제정은 마침표가 아니라 출발점”이라며 “장애인의 삶이 실질적으로 달라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시행 과정까지 세심하게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장애계 일각에서는 법 통과 자체를 환영하면서도 시행령·시행규칙 등 후속 입법과 예산 확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선언적 법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과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