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 확대…16개 시군구 추가 선정

전국 33개 기초지자체 참여, 장애인 자기결정권과 서비스 선택권 강화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에 참여할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추가로 선정해 사업 지역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모를 통해 16개 시군구가 새롭게 선정되면서 시범사업 시행 지역은 기존 17개에서 33개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전국 17개 모든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장애인 개인예산제는 공급자 중심의 기존 서비스 제공 방식에서 벗어나, 장애인 당사자가 주어진 예산 범위 안에서 자신의 욕구와 생활 여건에 맞는 서비스를 직접 선택하도록 한 제도다. 참여자는 장애인 활동지원,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청소년 발달장애인 방과후 활동, 발달재활 등 4개 바우처 급여의 20% 이내에서 개인예산을 활용할 수 있으며, 2026년 기준 1인당 월평균 약 42만 원 수준이다. 개인예산 이용계획을 수립한 뒤 장애 특성에 맞는 재화나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해 이용할 수 있으나, 주류나 담배 등 일부 항목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 17개 시군구에서 장애인 410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8개 시군구는 장애인 활동지원 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활동지원 기반 모델’을, 9개 시군구는 바우처 수급 자격을 확대 적용한 ‘바우처 확대 모델’을 운영했다. 올해는 사업 규모를 확대해 33개 시군구에서 장애인 960명을 대상으로 추진하며, 모든 지역에서 ‘바우처 확대 모델’을 공통 적용해 참여 대상을 넓힐 예정이다.

개인예산제를 활용하면 기존 바우처로는 이용이 어려웠던 보조기기 구입이나 학습, 예술·체육 활동 등 다양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발달장애가 있는 한 청소년은 지역 내 방과후 활동 기관에서 원하는 음악 프로그램을 찾지 못했으나, 개인예산을 활용해 인근 음악학원에서 바이올린 교습과 교구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또 뇌병변장애가 있는 참여자는 개인예산으로 모션베드와 직립보조기를 구입해 활동지원사 지원 이전에도 스스로 기상과 출퇴근 준비가 가능해지는 변화를 경험했다.

보건복지부는 추가 선정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사업 설명회와 기본 매뉴얼 교육을 진행한 뒤, 2월 중 참여자를 모집해 5월부터 6개월간 개인예산 급여를 운영할 계획이다. 차전경 장애인정책국장은 장애인 개인예산제를 통해 장애인이 자신의 특성과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선택함으로써 자기결정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기를 기대한다며, 현장 의견 수렴과 정보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제도의 안정적 운영에 지속적으로 힘쓰겠다고 밝혔다.




‘장벽’ 된 키오스크, ‘꼼수’ 부린 시행령에… 장애인 단체, 헌법재판소로

음성안내·접근공간 의무를 ‘호출벨’로 대체… “동등한 이용권 박탈”
기술적 개선 대신 ‘인력 지원’ 택일 구조… 정부의 행정 책임 회피 지적

무인정보단말기(테이블오더형)를 통해 주문을 하려는 시각장애인. 음성이 전혀 제공되지 않아 기기 위치나 주문시 메뉴 선택을 위한 터치를 할 수 없다. <사진=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제공>

디지털 전환의 상징인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가 장애인에게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되고 있다. 장애인 단체와 당사자들이 접근성을 후퇴시킨 정부의 시행령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6개 단체는 지난 13일, 무인정보단말기의 장애인 접근성 보장 기준을 대폭 축소·완화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과 ‘지능정보화기본법 시행령’에 대해 위헌 확인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2021년 법 개정으로 강화됐던 장애인 접근성 의무가 하위 법령인 시행령에 의해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판단에서다.

단체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5년 이후 개장한 50㎡(약 15평) 이상의 매장에서도 장애인들은 여전히 일상적인 주문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단말기 위치를 알 수 있는 유도 장치가 없고 주문 과정에서 음성 안내가 전혀 제공되지 않아 메뉴 선택을 위한 터치조차 할 수 없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 역시 ‘높은 벽’에 가로막혀 있다. 세워져 있는 단말기의 조작 위치가 120cm 이상의 높이에 있어 손이 닿지 않거나, 단말기 하단부에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이 없어 기기에 밀착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테이블 오더’ 방식의 기기 또한 한곳에 고정된 형태가 많아 휠체어 이용자가 조작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이번 헌법소원의 핵심 쟁점은 시행령이 접근성 보장 의무를 ‘택일 구조(or)’로 변질시켰다는 점이다. 2025년 3월 개정된 지능정보화기본법 시행령은 업체 규모와 무관하게 ‘보조인력 배치’나 ‘음성안내’ 중 하나만 선택하면 접근성 기준을 준수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2025년 12월 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은 휠체어 접근 공간 확보, 점자블록 설치 등 필수적인 환경적 조치 조항을 대거 삭제했다. 대신 소상공인과 테이블 오더형 단말기에 대해서는 호출벨 설치나 보조인력 배치만으로도 접근성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예외 조항을 신설했다.

이에 대해 장추련은 “물리적·기술적 접근성과 인적 지원은 상호 보완적이어야 함에도 정부가 이를 선택 사항으로 만들어 버렸다”며 “특히 무인점포의 비상주 인력이나 호출벨 방식은 비장애인과 동등한 이용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이러한 시행령 후퇴가 정부의 행정적 태만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을 시행령 개정의 이유로 들고 있지만, 정작 법 개정 이후 장애인 접근성이 보장된 단말기의 개발과 보급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소상공인이 기존 단말기를 접근성 보장 기기로 교체하는 데 필요한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지 않은 채, 기준 자체를 낮추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소송대리인단은 “정부의 조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명시한 ‘동등한 접근과 이용을 위한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무력화하는 위헌적 입법”이라며 “법률유보·과잉금지·최소보장 원칙을 위반한 정책을 즉각 재검토하고 기술적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예산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시대의 ‘편의’가 누군가에게는 ‘배제’가 되지 않도록, 기술과 법령이 장애인의 권리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숨통 트이는 장애아 양육”… 제주도, 연간 돌봄 1,200시간으로 확대

전년 대비 120시간 연장, 중위소득 120% 이하 무료 이용
‘독박 육아’ 부담 해소 기대

<사진=제주도청 전경>

제주특별자치도는 장애아동 양육 가정의 돌봄 공백을 해소하고 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부터 장애아가족 양육지원 사업의 서비스 이용 시간을 연간 1,080시간에서 1,200시간으로 120시간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은 장애 정도가 심한 만 18세 미만 아동과 함께 거주하는 가정을 대상으로 하며, 전문 역량을 갖춘 돌보미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아이를 돌보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단순히 돌봄 서비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모 교육과 가족 캠프, 자조 모임 등 다양한 휴식 지원 프로그램을 병행하여 장애아동 가족이 겪는 심리적 소진을 예방하고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서비스 이용 요금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데,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에 해당하는 가정은 전액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소득 기준을 초과하는 가정의 경우에는 정부 지원을 제외한 본인 부담금으로 시간당 5,120원만 지불하면 전문적인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였다. 현재 제주도 내에서는 약 230명의 돌보미가 활동하며 250여 가구가 혜택을 받고 있으며, 이번 시간 확대를 통해 돌봄의 질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가정은 주소지 관할 읍·면 사무소나 동 주민센터를 방문하거나 복지로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으로 연중 상시 신청할 수 있었다. 신청 후에는 소득 조사와 함께 장애인 활동 지원이나 일반 아이돌봄 서비스 등 유사한 지원 사업과의 중복 수혜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최종 대상자를 선정했다. 제주도는 이번 정책 개선이 장애아동 가정의 실질적인 양육 환경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하며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복지 행정을 이어갈 방침이다.




한국장총, 2026년 장애계 5대 과제 확정…’통합돌봄·디지털 격차 해소’ 주력

통합돌봄 안착·지방선거 공동대응 등 포함…건강권 확대·디지털 격차 해소 요구

<사진=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제공>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은 지난 8일 공동대표단 회의를 통해 돌봄통합지원법의 현장 안착과 지방선거 공동 대응 등을 골자로 한 ‘2026년 장애계 5대 정책 활동 과제’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2026년은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23~2027)’이 후반부에 진입하고 ‘돌봄통합지원법’ 등 주요 정책이 본격 시행되는 해다. 한국장총은 제도 설계를 넘어 현장 이행과 실효성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선정된 5대 과제는 ▲장애인 통합돌봄 실효성 강화 ▲건강보건관리 계획 및 예산 확대 ▲지방선거 연대 및 실효적 공약 요구 ▲장애인 가족 및 발달장애인 지원체계 강화 ▲디지털 접근·역량·활용 격차 해소 등이다.

먼저 한국장총은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에 맞춰 의료·요양·돌봄 연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한다. 지자체별 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장애인 개인예산제 연계 등 개별화된 지원 시스템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장애인 건강권 보장을 위해 관련 예산 확대와 건강주치의 제도 활성화도 요구한다. 특히 부처 간 분절을 줄이기 위한 장애포용적 보건의료 거버넌스 구축과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에 집중할 예정이다.

내후년 6월 예정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장애인 권리 기반의 공동요구안을 마련해 정당과 후보자에게 제안한다. 장애인 유권자의 참정권 보장과 당사자의 정치 참여 확대 활동도 병행한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가족 돌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법적 제도화와 함께, 부모 사후에도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공공후견·공공신탁·주거 지원이 연계된 장기 지원 기반 마련을 촉구하기로 했다.

급격한 디지털 전환에 따른 소외 방지를 위해 ‘디지털포용법’과 ‘AI기본법’ 이행 상황도 모니터링한다. 무인정보단말기와 가전제품의 접근성 기준을 강화하고, 발달장애인 등을 위한 인지·반응시간 지원 기준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다.

한국장총 관계자는 “선정된 정책 과제들이 장애인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언론과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과제는 지난달 말부터 진행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34개 회원단체와 함께 확정됐다.




“정치, 소외된 이 없이 읽혀야” 김예지, ‘이해하기 쉬운’ 의정보고서 발간

“어떻게 보여줄까 대신 어떻게 이해시킬까 고민” … “정보 포기하는 사회는 미완성”
발달장애인 위한 ‘쉬운 말’, 점자·수어·음성 QR까지 총망라 직접 목소리 입힌 낭독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025년 의정활동을 담은 ‘이해하기 쉬운 20205년 의정활동 보고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김예지 의원실 제공>

“누군가에게는 글자가, 누군가에게는 영상이, 누군가에게는 소리가, 또 누군가에게는 점자가 더 편할 수 있습니다. 그 차이 때문에 정보를 포기해야 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각장애인 당사자로서 장애인 인권과 정보 접근성 향상에 앞장서 온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2025년 의정활동을 담은 ‘배리어프리(Barrier-free·장벽 없는) 의정보고서’를 발간했다. 단순히 성과를 나열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발달장애인부터 고령층까지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고 의정 활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의정보고서의 핵심은 ‘이지리드(Easy Read)’ 형식의 도입이다. 이지리드란 발달장애인이나 학습 장애인, 고령자 등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어려운 전문 용어를 쉬운 단어로 풀고 그림이나 사진 설명을 곁들인 형태를 말한다.

김 의원은 보고서에서 ‘의정 활동’, ‘비례대표’, ‘개정안’ 등 정치를 접하며 마주하는 생소한 단어들을 일일이 정의했다. 예컨대 ‘발의’는 “국회의원이 의견을 내는 일”, ‘예산’은 “나라가 1년 동안 돈을 어디에 쓸지 세운 계획”으로 풀이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보여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분이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의 결과다.

이번 보고서는 ‘정보 접근성’의 교본에 가깝다. 일반 묵자(활자)본 외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출력본을 제작했으며, 보고서 곳곳에 QR코드를 배치했다. 이를 스캔하면 수어 통역 영상과 음성 낭독 서비스로 연결된다.

특히 음성 낭독은 김 의원이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타인의 목소리가 아닌, 책임지고 일한 정치인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하겠다는 의지다. 김 의원은 “누군가에게는 글자가, 누군가에게는 소리나 점자가 더 편할 수 있다”며 “그 차이 때문에 정보를 포기해야 하는 사회는 완성되지 않은 사회”라고 강조했다.

보고서에는 지난 1년간의 굵직한 의정 성과도 담겼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른바 ‘조이법(안내견 거부 방지법)’의 시행이다. 2025년 4월부터 시행된 이 법은 의료시설 등 특정 장소를 제외하고는 안내견의 출입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김 의원은 22대 국회에서 총 101건의 법안을 발의해 18건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법, 화장품법 개정안(점자·음성코드 표기) 등이 대표적이다. 예산 확보 측면에서도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서비스 등 약자를 위한 예산 총 6450억 원을 끌어냈다.

김 의원은 보고서 말미에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길을 누군가는 조금 다른 방법과 속도로, 그러나 같은 방향으로 걸을 수 있도록 그 길을 함께 만드는 정치를 하고 싶다”며 “이 의정보고서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로 가는 작은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애인 개인예산제, 2027년 전면 시행 향한 현장 실험 본격화

광주 남구 시범사업과 정부 평가 연구가 보여준 가능성과 과제

<사진=광주광역시 남구 제공>

정부가 2027년 전면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인 장애인 개인예산제가 현장 실험 단계를 거치며 제도 전환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기존 바우처 중심의 복지 체계를 넘어, 장애인 개인에게 예산을 배정하고 스스로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관리하도록 하는 이 제도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우선순위에 두는 정책 변화로 평가된다.

장애인 개인예산제는 국가나 지자체가 정해 놓은 서비스 목록에서 선택하도록 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장애인이 자신의 생활 방식과 욕구에 맞춰 예산을 활용하도록 설계된 제도다. 현재는 활동지원,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재활서비스 등 바우처 급여의 일정 비율을 개인예산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획일적인 서비스 제공에서 벗어나 개인 맞춤형 복지 구현을 추진하고 있으며, 여러 차례의 시범사업과 연구를 거쳐 2027년 본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남구는 이러한 정책 흐름 속에서 광주 지역 최초로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에 나섰다. 남구는 2026년도 보건복지부 공모에 선정돼, 활동지원과 발달장애인 서비스 등 4대 분야 바우처 수급 장애인 20명을 대상으로 개인예산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참여자는 기존 바우처 총액의 최대 20%를 개인예산으로 전환해 보조기기, 건강관리 물품, 맞춤형 서비스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남구는 이를 통해 이용자 중심의 복지 전달체계를 강화하고, 장애인의 선택권을 실제 생활 속에서 구현하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같은 시범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한 대표적 연구가 202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 모니터링 및 평가분석 연구’다. 연구에 따르면 개인예산제는 장애인이 자신의 욕구를 바탕으로 이용계획을 세우고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기결정권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 일부 참여자는 재활치료, 이동보조기기, 일상생활 지원 등 기존 바우처로는 이용하기 어려웠던 영역을 개인예산으로 활용하며 만족도를 나타냈다.

그러나 동시에 구조적 한계도 드러났다. 시범사업 참여자 가운데 상당수가 활동지원 시간이 줄어드는 문제로 중도에 참여를 포기했고, 이용계획 수립 과정이 복잡하고 정보 제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개인예산이 기존 급여에서 전환되는 방식이다 보니, 생활에 필수적인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제도의 취약점으로 확인된 것이다. 연구는 향후 본사업 전환을 위해 계획 수립 지원체계 강화, 정보 접근성 확대, 법적 기반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장애인 개인예산제는 아직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시행착오를 통해 다듬어지고 있는 정책 실험에 가깝다. 광주 남구를 포함한 각지의 시범사업과 중앙정부의 평가 연구는 제도의 가능성과 위험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2027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개인의 선택권을 넓히면서도 필수적 생활지원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 설계가 향후 정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장애인 단체 운영의 공정성과 신뢰 높인다

정부, 표준 운영지침 마련해 공정성과 신뢰 기반 강화
명하고 민주적인 단체 운영을 위한 지침 마련

<사진=보건복지부 전경>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단체의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단체운영 지침(안) 마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장애인 단체가 공공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행정적 기준을 정비하겠다는 취지다.

장애인 단체는 장애인의 권익 증진과 사회 참여 확대를 목표로 정책 제안, 인식 개선, 권리 옹호 등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단체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내부 의사결정 구조의 민주성, 재정 운영의 투명성, 임원 선출과 이해충돌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복지부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해 단체들이 실제 운영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표준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침에는 의사결정 구조의 민주성 강화, 예산 집행과 회계 관리의 투명성 확보, 임원의 이해충돌 방지와 책임성 제고와 같은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각 단체는 이를 바탕으로 정관과 내부 규정을 정비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고 안정적인 조직 운영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지침(안)은 관계부처와 외부 전문가 의견뿐 아니라 현장의 장애인 단체 의견을 함께 수렴해 확정·배포되며, 이후 운영 과정에서 드러나는 한계를 반영해 지속적으로 보완된다. 복지부는 이를 단발성 가이드가 아니라 장기적인 행정 기준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차전경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은 “단체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사회적 신뢰를 토대로 정부와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 체계를 통해 장애인 단체의 공적 역할이 더욱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애인활동지원 본인부담금 연말정산 간소화

국세청 간소화 서비스 연계로 의료비 세액공제 자동 반영

<사진=아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제공>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가 부담한 본인부담금이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와 연계돼 세액공제액으로 자동 반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의 연말정산 절차가 한층 간편해질 전망이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는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을 제공해 자립생활을 돕고 가족의 돌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다. 서비스 이용자는 소득 수준에 따라 본인부담금을 내며, 부담률은 최대 10%로 월 21만6,200원을 한도로 한다.

앞서 2024년 2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장애인 활동지원급여 가운데 실제로 지출한 본인부담금이 의료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그동안은 연말정산 시 활동지원기관에서 발급한 명세서를 별도로 제출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2025년 귀속 소득분부터는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의 전자바우처시스템과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가 자동으로 연계된다. 이에 따라 이용자는 별도의 증빙서류를 준비하지 않아도 홈택스 간소화 서비스를 통해 본인부담금에 대한 의료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관련 세부 일정은 1월 8일 문자서비스를 통해 안내될 예정이다.

차전경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은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의 행정적 부담을 줄이고 편의를 높이기 위해 연말정산 절차를 간소화했다”며 “앞으로도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신병원 강박 중 폭행 정황… 인권위, 병원장 징계·경찰 수사 권고

담요로 얼굴 덮고 주먹질·발길질까지… “치료 명분 넘어선 가혹행위”

<사진=Unsplash>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신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가해진 강박 과정이 법이 금지한 가혹행위에 해당한다며 병원과 지자체, 경찰에 각각 징계와 관리 감독, 수사를 권고했다. 치료와 보호를 명분으로 한 강박이 폭력으로 변질됐다는 판단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2월 13일 모 병원장에게 환자 강박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간호사에 대한 징계와 전 직원 대상 정기적인 인권교육 실시를 권고했다. 또 해당 구청장에게는 해당 병원에 대한 지도와 감독을 강화하라고 했으며 해당 경찰서장에게는 병원 보호사 3명의 강박 행위에 대해 폭행 혐의로 수사할 것을 요청했다.

이번 권고는 병원 보호사들이 환자의 얼굴에 담요를 덮은 채 강박하고 폭행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진정이 제기되면서 이뤄졌다. 보호사 측은 당시 환자의 저항이 심해 불가피한 조치였으며 과도한 강박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보호사들이 환자를 주먹으로 때리고 목을 잡아 보호실로 이동시킨 뒤 얼굴을 무릎으로 누르며 강박하고 발길질을 하거나 베개로 얼굴을 덮은 행위는 정신건강복지법이 금지한 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치료와 보호 목적의 격리 및 강박 지침이 요구하는 최소성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결론이다.

인권위 조사 결과 강박 시간도 병원 기록과 달리 24분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4포인트 강박을 지시했음에도 현장에서는 5포인트 강박이 시행되는 등 의료 지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에서의 격리와 강박은 의사의 전문적 판단 아래 최소 범위에서 이뤄져야 하며 간호사는 그 지시가 현장에서 엄격히 준수되도록 통제하고 정확히 기록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소홀히 한 간호사에 대해서는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불가피한 상황이 있었다 하더라도 폭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특히 “폐쇄적인 의료 환경에서는 절차 준수와 기록의 정확성, 책임 있는 관리체계가 환자 인권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결정을 계기로 정신의료기관 내 강박이 치료와 보호 목적에 엄격히 한정되고 폭력과 자의적 집행을 막기 위한 관리 감독과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빅데이터로 본 12월 미디어 속 장애인 보도] ‘사법 단죄’와 ‘사회적 지원’

장애통계데이터포털 빅데이터 분석…키워드 ‘혐의·선고·지원’ 상위, 11·18일 재판 보도 집중
크리스마스 앞둔 22일 지역지 중심 기업·금융권 사회공헌 보도 급증

<사진=Pixbay>

2025년 12월 한 달간 우리 미디어 지형에서 ‘장애인’ 관련 보도는 사법적 정의 구현과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애인 대상 범죄에 대한 엄중한 판결과 연말을 맞은 기업들의 지원 활동이 맞물리며 보도량이 급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장애인일자리신문이 장애통계데이터포털을 통해 12월 한 달간 전국일간지, 경제지, 지역지 등 주요 언론사의 뉴스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장애’ 관련 보도와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혐의’(453건), ‘피해자’(333건), ‘선고’(328건), ‘지원’(253건) 등으로 집계됐다.

데이터에 따르면 보도량이 첫 번째 정점을 찍은 시점은 12월 11일과 18일이다. 이 시기에는 주로 전국일간지와 경제일간지를 중심으로 장애인 대상 범죄 피의자 A씨에 대한 재판 소식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12월 11일에는 경제일간지에서만 21건의 관련 보도가 쏟아졌으며, 이어 18일에는 전국일간지가 21건의 기사를 내놓으며 바통을 이어받았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징역’(231건), ‘재판부’(216건), ‘기소’(167건) 등의 단어가 이 시기에 집중 배치됐다. 이는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대상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재판부가 엄중한 실형을 선고하며 법적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해 언론이 높은 사회적 경각심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법적 처벌에 대한 보도가 일단락된 12월 하순에는 ‘처벌’보다 ‘치유’와 ‘상생’에 무게추가 옮겨갔다. 특히 12월 22일은 지역일간지 보도가 30건으로 치솟으며 한 달 중 가장 많은 보도량을 기록했다.

이날 보도의 핵심 키워드는 ‘지원’(253건), ‘운영’(211건), ‘우리은행’(91건), ‘기부’(128건) 등이었다. 지역 언론들은 사건 발생 지역의 피해 장애인 보호 체계를 점검하고, 기업 및 금융권의 사회공헌 활동을 비중 있게 다뤘다. 특히 우리은행 등 민간 기업이 장애인 지원 사업에 참여해 성금을 전달하거나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미디어 속 장애인 담론은 ‘피해자 보호’와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됐다.

전체적인 키워드 흐름을 보면, 초순에는 범죄 혐의와 관련된 자극적인 단어들이 상위를 차지했으나, 중순 이후부터는 ‘확정’, ‘판단’, ‘계획’, ‘추진’ 등 제도적 보완과 관련된 단어들의 비중이 높아졌다.

장애인 관련 보도에서 ‘의원’(187건)과 ‘내년’(151건), ‘예정’(152건) 등의 키워드가 다수 등장한 점도 눈에 띈다. 이는 일회성 보도에 그치지 않고 내년도 장애인 예산 편성이나 관련 법안 입법 등 구조적인 대안 마련에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이 지속됐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