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날 특집]장애는 불가능이 아닌 불편함… 여전한 편견, 바뀌는가
장애는 불편함일 뿐인가… 통계와 현장이 보여준 ‘보이지 않는 차별’

“면접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선이 달랐어요. ‘이 사람이 정말 업무를 할 수 있을까’라는 눈빛이 느껴졌죠.”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고 4년째 취업 준비 중인 김모 씨(31·서울)는 지난해 공공기관 채용 면접에서 겪은 경험을 이렇게 전했다. 필기시험에서 상위 10% 안에 들었지만 면접에서 ‘미흡’ 판정을 받아 탈락했다. 면접관 중 누구도 그의 이동 편의를 묻지 않았고, 보조기구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도 없었다.
김 씨의 경험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4년 발간한 ‘2023년 장애인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34.8%가 일상에서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79.9%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존재한다고 인식했다. 장애인 당사자와 비장애인 모두 차별의 실재를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 분야의 차별 인식은 특히 두드러진다. 보육·초등교육 단계에서의 배제 경험이 반복적으로 언급됐으며, 통합교육이 법적으로 보장된 상황에서도 현장의 실행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 현장의 구조적 차별은 더욱 심각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3년 실시한 구인광고 실태조사 결과, 온라인 채용 공고를 낸 455개 기업 중 93.8%가 장애인을 실질적으로 배제하는 요소를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 제한(93.8%)·학력 제한(87.8%)은 물론, 면접·시험 과정에서 장애인을 위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가 98.9%에 달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팀 이모 조사관은 “명시적 차별보다 구조적 장벽이 더 문제”라며 “채용 단계에서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음에도 대부분 기업이 이를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 인천광역시교육청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서는 필기 고득점 중증장애인 응시자가 면접에서 ‘미흡’ 등급을 받아 탈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면접위원단에 장애 이해 교육이 사전에 제공되지 않았고, 해당 응시자의 장애 특성에 맞는 편의 제공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사건은 법적 소송으로 이어졌다. 수원지방법원은 2024년 1월 원고 청구를 기각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면접 과정의 구조적 문제가 공론화됐다. 인천시교육청은 소송 이후 편의 제공 대상 응시자 식별 방식을 개선하고, ‘미흡’ 평가자에 대한 추가 면접 기준을 신설했다. 해당 응시자는 2024년 재응시 끝에 최종 합격했다.
인천시교육청 인사담당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면접위원 사전 교육과 편의 제공 절차를 전면 재검토했다”며 “향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채용·교육·이동 영역에서 구조적 차별이 반복되고 있다”며 “법적 의무 이행 점검을 강화하는 동시에 비장애인의 인식 전환을 위한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전후로 장애 관련 보도가 집중되는 현상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관계자는 “일 년에 한 번 주목받고 사라지는 구조로는 실질적 변화를 만들 수 없다”며 “장애인 일자리 창출, 편의시설 확충, 인식개선 교육이 연중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5년 기준 장애인 경제활동 참가율은 37.3%로 비장애인(63.3%)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의무고용제도와 직업재활 지원이 확대되고 있지만, 고용의 질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장애는 불편함일 뿐, 불가능은 아니다’라는 말이 구호를 넘어 현실이 되려면 제도와 인식, 두 축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장애인의 날은 그 출발점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