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 (7)] B2B 스페셜 디자이너, 발달장애인 디자인 직무의 새 지평을 열다

기획과 제작의 분리 협업 모델… 고용의 질과 지속 가능성 시험대에

<사진=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간한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집’은 장애 적합 직무 부족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의 성과를 담고 있다. 선도기업 전략직종 직무개발, 현장 중심 직무개발, 중증장애인 고용모델 개발·확산사업 등에서 발굴된 13건의 우수 사례와 164건의 아이디어 공모 성과는 변화하는 산업환경 속에서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지는 해당 사례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지속 가능한 직무 개발을 위한 과제와 개선 방향을 연속 기획을 통해 심층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이 사업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중증장애인 고용모델 개발·확산사업’의 지원을 받아 추진됐다. 기존 중증장애인 일자리가 단순 반복 업무나 보호고용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 속에서, 직무 고도화를 통한 민간시장 진입 가능성을 시험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B2B 스페셜 디자이너 모델의 핵심은 협업 구조다. 발달장애인 디자이너가 기업의 브랜드 콘셉트와 주제에 맞는 원화를 제작하면, 비장애인 기획 디자이너가 이를 선별·재구성해 채색과 배치 작업을 더한다. 완성된 결과물은 기업 아트워크, 굿즈, 디지털 콘텐츠 등 상업적 활용이 가능한 형태로 재탄생한다. 단순 보조가 아닌 ‘창작의 출발점’을 맡는 구조다.

키뮤는 총 15명의 발달장애인 디자이너를 선발해 8개월간 단계별 교육을 진행했다. 포트폴리오 심사, 직무 적합도 평가, 개별 면담을 거쳐 선발된 훈련생 전원이 수료했다. 교육은 기초 드로잉과 색채 이해부터 기업 협업 프로젝트 실습까지 이어졌다. 특히 실제 기업 과제를 바탕으로 결과물을 제작하는 방식이 도입돼 현장 적응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성과도 일부 나타났다. 수료생 중 6명이 디자인 직군으로 취업에 성공했다. 이들은 기업의 콘텐츠 디자인 보조, 굿즈 제작 참여, 원화 제작 등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다만 고용 형태는 계약직과 프로젝트 단위 참여가 혼재돼 있으며, 임금 수준 역시 기업별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규직 전환 여부와 장기 고용 유지가 향후 과제로 남는다.

취업에 성공한 한 디자이너는 “처음에는 그림이 직업이 될 수 있을지 몰랐지만, 기업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작업의 목적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기업 관계자 역시 “단순 사회공헌 차원을 넘어 실제 상품 경쟁력을 고려해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직무가 단순 체험형이 아니라 시장성과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 모델이 갖는 의미를 ‘직무 재설계’에서 찾는다. 장애인 고용이 직무 적합성보다 보호 중심으로 설계돼 온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실제로 발달장애인의 고용은 제조·단순 서비스직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며, 문화·예술 기반 직무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디자인 분야는 감각적 표현과 반복 훈련을 통한 숙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나 지속 가능성은 별도의 문제다. 해당 사업은 공단 지원을 기반으로 운영됐다. 향후 공공 재정 지원이 축소되거나 종료될 경우 기업 협업 수요가 독자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또한 15명 중 9명은 아직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로, 추가 매칭과 직무 다변화 전략이 요구된다.

키뮤는 교육 과정에서 제작한 직무교육 영상을 활용해 온라인 기반 확산 모델을 준비 중이다. 디자인 직무 이해,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 직무 에티켓 등을 포함한 콘텐츠를 통해 지역적 한계를 넘어 교육 접근성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기업 대상 B2B 아트 협업 프로젝트를 늘려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 “포용 기술” 내세웠지만, 장애인 삶 바꿀 실증이 관건

산업통상자원부, 서울대서 40여 개 기관 참여 출범식 개최… 돌봄·자립 지원 가능성 주목 속 예산·윤리·현장 적용성 검증 필요

<사진=겟티 이미지뱅크>

산업통상자원부는 4월 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식을 열고 국내 로봇 산업 협력 체계를 본격 가동했다고 밝혔다. 연합에는 서울대와 KAIST, 부산대학교 등 주요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 등 약 40여 곳이 참여한다.

정부가 제시한 핵심 과제는 다섯 가지다.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고성능 구동기와 센서 등 핵심 하드웨어 확보, AI 반도체와 배터리 기술 고도화, 전문 인력과 스타트업 육성, 수요·공급 기업 간 협력 생태계 구축이다. 산업부는 이러한 기술 기반을 통해 한국이 차세대 로봇 산업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과 유사한 형태와 동작을 갖춘 로봇으로, 제조업 자동화뿐 아니라 돌봄·서비스 산업에서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에서는 돌봄 인력 부족 문제를 보완할 대안 기술로 거론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5년 약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돌봄 인력 부족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이용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활동지원사 인력 수급은 지역별로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러한 사회 구조 변화를 로봇 산업 정책과 연결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령화와 돌봄 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휴머노이드 기술을 단계적으로 실증할 계획”이라며 “장애인 생활 지원 분야도 주요 검토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 경쟁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Tesla는 공장 자동화를 목표로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 개발을 추진 중이며, 독일 자동차 기업 BMW는 일부 생산 공정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활용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일본 역시 고령화 대응을 위해 돌봄 로봇 개발과 실증 사업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해 왔다.

시장 전망은 비교적 낙관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향후 10년 동안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로봇이 제조업을 넘어 물류, 서비스, 돌봄 산업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시장 성장 전망이 곧바로 사회적 활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로봇 산업 연구자는 “복지 영역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하려면 공공 재정과 제도 설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며 “기술 가능성뿐 아니라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정책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 현장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수도권의 한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관계자는 “돌봄 인력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조 로봇이 일부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기기 가격과 유지관리 비용이 높으면 실제 현장 도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제도적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향후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 등을 통해 로봇 기업과 수요 기관 간 협력 과제를 지원할 계획이다. 복지기관이 실증 파트너로 참여할 경우 실제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구체적인 예산 규모와 단계별 일정은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

인재 양성 전략도 이번 연합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청년 연구자와 스타트업 지원을 확대하고 다양한 배경의 인재가 로봇 기술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장애인을 단순한 기술 수혜자가 아니라 개발 과정의 참여 주체로 포함시키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합이 선언적 협력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증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술의 한계와 위험 요소까지 함께 논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기술 낙관론만으로는 복지 현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 (6)] AI 기반 ‘DB구축정보검색사’ 모델 주목… 경기DPI, 중증장애인 10명 ICT 직무 취업 성과

단순노무 중심 구조 넘어 정보검색·데이터 가공 직무로 확장… 재택근무 기반 미래형 고용모델 가능성 제시

<사진=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간한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집’은 장애 적합 직무 부족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의 성과를 담고 있다. 선도기업 전략직종 직무개발, 현장 중심 직무개발, 중증장애인 고용모델 개발·확산사업 등에서 발굴된 13건의 우수 사례와 164건의 아이디어 공모 성과는 변화하는 산업환경 속에서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지는 해당 사례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지속 가능한 직무 개발을 위한 과제와 개선 방향을 연속 기획을 통해 심층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한국 장애인 고용 정책은 오랜 기간 양적 확대와 질적 전환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증장애인의 취업 기회는 여전히 제한적이며 직무 또한 단순노무 중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 속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직무 모델이 현장에서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장애인 고용 현장에서 주목받는 사례는 ‘DB구축정보검색사’ 직무 모델이다. 이 직무는 데이터 검색과 정보 정리 업무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직무로, 중증장애인이 수행할 수 있도록 직무를 세분화하고 AI 도구를 활용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이 모델은 경기 지역 장애인 단체인 경기DPI가 추진한 직무개발 사업을 통해 실제 고용 성과로 이어졌다. 사업 관계자에 따르면 직무 훈련을 이수한 10명의 중증장애인이 정보통신 분야 기업에 취업하며 디지털 직무 기반 고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경기DPI 관계자는 “기존 장애인 일자리는 단순 반복 업무가 대부분이었지만, 데이터 검색과 정리 업무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장애인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AI 도구를 활용하면 정보 정리나 문서 구조화 작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직무 수행 장벽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DB구축정보검색사’는 기업이나 기관이 필요로 하는 기초 정보를 검색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구축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공공조달 플랫폼이나 온라인 자료를 검색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류·요약해 데이터로 정리하는 과정이 핵심 업무다. 최근에는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해 정보 분류와 문서 구조화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직무 개발 과정에서는 참여자의 기본 역량을 고려한 선발과 장기간의 직무 훈련이 진행됐다. 경기DPI는 장애인 단체와 협력해 훈련 참여자를 모집한 뒤 컴퓨터 활용 능력과 기본 문해력을 중심으로 직무 적합성을 검증했다. 이후 약 6개월 동안 정보 검색 방법, 데이터 정제 과정, AI 활용 방법 등을 교육하는 직무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을 마친 참여자들은 정보통신 전문 기업에 채용돼 실제 데이터 구축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기업 측은 장애인 인력이 데이터 정리 업무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데이터 검색과 정리 업무는 집중력과 반복적인 정확성이 중요한데, 훈련을 받은 장애인 직원들이 업무 수행에서 높은 안정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여러 측면에서 장애인 고용 정책에 시사점을 던진다. 무엇보다 중증장애인을 디지털 직무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장애인 고용은 여전히 제조업이나 단순 서비스 직군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ICT 기반 직무 개발은 이러한 직무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통계청과 고용 관련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고용은 여전히 제조업과 단순 서비스 분야에 집중되어 있으며 정보통신 직군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나타난다. 장애인 고용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반 직무가 확대될 경우 장애인 고용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장애인 고용 정책을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AI와 디지털 기술은 장애인의 업무 수행 방식을 크게 바꿀 수 있는 도구”라며 “특히 데이터 관리나 정보 검색 같은 직무는 공간 제약이 적고 재택근무가 가능해 이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 가능성 역시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이동 자체가 취업의 큰 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 검색과 정보 구축 업무는 원격 환경에서도 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근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확산된 원격근무 환경 역시 이러한 직무 모델의 확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직무 모델의 확산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현재 ‘DB구축정보검색사’ 모델은 특정 기업 취업 성과를 중심으로 형성된 초기 단계 사례에 가깝다. 직무 표준화와 산업 전반으로의 확산 체계는 아직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직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장기 고용 유지 여부와 임금 수준, 숙련도 향상 경로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AI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지속적인 교육과 직무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DPI 측은 향후 직무 모델을 고도화하고 추가 고용 연계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데이터 기반 산업이 확대되는 만큼 정보 검색과 데이터 정리 직무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직무 훈련 체계를 보완해 더 많은 중증장애인이 디지털 직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 (5)] 정신장애인, 디자인 전문직으로 첫발… ‘비주얼 그래픽 디자이너’ 모델 확산 가능성은

정신장애인을 위한 디자인 직무 개발… 멋진월요일, ‘비주얼 그래픽 디자이너’ 양성과정 성과

<사진=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간한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집’은 장애 적합 직무 부족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의 성과를 담고 있다. 선도기업 전략직종 직무개발, 현장 중심 직무개발, 중증장애인 고용모델 개발·확산사업 등에서 발굴된 13건의 우수 사례와 164건의 아이디어 공모 성과는 변화하는 산업환경 속에서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지는 해당 사례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지속 가능한 직무 개발을 위한 과제와 개선 방향을 연속 기획을 통해 심층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이번 사업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중증장애인 고용모델 개발·확산사업’ 지원을 받아 추진됐다. 고용공단은 중증장애인의 직무 다양화를 위해 매년 새로운 고용모델을 발굴하고 있으며, 단순 보조·노무 중심 직무에서 벗어나 전문 영역으로의 확장을 정책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의 고용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고용노동부와 고용공단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 전체 고용률은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나, 정신장애인은 직무 적응의 어려움과 증상 기복, 대인관계 부담 등으로 취업과 고용 유지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집단으로 분류된다. 특히 반복·단순 업무에 편중되는 경향이 강해 직무 선택 폭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멋진월요일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고려해 재택·비대면 업무가 가능하고, 개별 작업 집중도가 높은 디자인 분야에 주목했다. 디지털 콘텐츠 수요 증가와 함께 그래픽 디자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직무 선정 배경으로 작용했다. 교육과정은 기초 이론, 실습, 현장형 프로젝트의 3단계로 구성됐다. 초기에는 색채 조화, 레이아웃 구성, 타이포그래피 등 기본 개념을 소규모 그룹으로 반복 학습하도록 했고, 이후 포스터·리플렛·온라인 배너 등 실제 발주를 가정한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주 1회 현직 디자이너의 개별 피드백을 제공해 작업 완성도를 높였다.

훈련생 모집은 서울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유관기관을 통해 진행됐다. 참여자 선발에서는 디자인 경험보다 장기 훈련 참여 가능성과 기본적인 컴퓨터 활용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교육 과정 중 2명이 건강 악화와 개인 사정으로 중도 이탈했다. 운영진은 정신장애 특성상 초기 적응 단계에서의 지원 체계가 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취업에 성공한 7명은 온라인 콘텐츠 제작사, 사회적기업, 중소 광고대행사 등에 채용됐다. 고용 형태는 정규직과 계약직이 혼재돼 있으며, 일부는 재택근무를 병행하고 있다. 채용 기업 관계자는 “업무 숙련도는 개인차가 있지만, 반복 피드백 구조를 통해 충분히 직무 수행이 가능했다”며 “업무 분절화와 일정 조정이 병행되면 생산성 측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정신장애인 직무 다변화의 실험적 모델로 본다. 정신건강 분야 한 전문가는 “정신장애인의 경우 감각적 민감성과 집중력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분야가 존재한다”며 “획일적 직무 배치에서 벗어나 개인 특성 기반 직무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단기 취업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1년 이상 고용 유지율”이라며 사후 직무 코칭과 사업주 교육의 병행을 과제로 제시했다.

정책적 확장 가능성도 관심사다. 중증장애인 고용모델 사업은 매년 다수의 직무 실험을 진행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 안착하는 모델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디자인 직무가 전국 단위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업 수요 확보, 표준화된 교육 커리큘럼 마련, 훈련 이후 사후관리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멋진월요일은 향후 과정에서 적성 평가를 강화하고, 컴퓨터 활용이 어려운 참여자를 위한 기초 트랙을 별도로 운영할 계획이다. 동시에 채용 의사가 있는 기업을 사전에 발굴해 훈련과 채용을 연계하는 구조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획] 장애인 의무고용, 독일은 왜 5%에 근접했나… 수치 너머의 제도 설계

부담금은 한국이 더 높지만 고용 성과는 독일이 앞서
통계·전문가 분석 통해 본 ‘사후 지원 중심 구조’의 차이

작업장에서 근무중인 독일인 장애 근로자의 모습. gemin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 AI Gemini 생성 이미지>

독일은 「사회법전 제9권(Sozialgesetzbuch IX)」에 따라 상시근로자 20인 이상 사업장에 전체 인원의 5% 이상을 중증장애인으로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무고용을 충족하지 못한 사업장은 미달 인원에 대해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부담금은 고용률 수준에 따라 차등 부과되며 장애인을 전혀 고용하지 않은 경우 월 최대 360유로가 부과된다. 반면 일부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지만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더 낮은 수준의 부담금이 적용된다.

한국의 경우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 의무고용률이 적용된다. 2024년 기준 민간기업 의무고용률은 3.1%이며 이를 이행하지 못한 사업장에는 미달 인원 1명당 월 100만 원대 후반에서 200만 원을 넘는 부담금이 부과된다. 명목상 부담금만 비교하면 한국이 독일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실제 고용 성과는 다른 모습이다. 독일 연방고용청 통계에 따르면 독일 기업의 중증장애인 고용률은 최근 수년간 4%대 중후반 수준을 유지하며 법정 기준 5%에 근접해 있다. 공공부문에서는 이미 6% 안팎의 고용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중증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50%를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반면 한국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장애인 고용 통계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3% 안팎 수준에 머물고 있다. 등록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도 약 40% 수준으로 조사된다. 법정 기준과 실제 고용 성과 사이에 일정한 격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이 같은 차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제도의 핵심이 ‘부담금 수준’이 아니라 ‘지원 구조’에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노동연구원 노동시장정책 연구자는 “독일은 부담금을 단순한 제재 수단으로 두지 않고 다시 장애인 고용 지원 재원으로 환류시키는 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장애인을 채용할 때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지원 장치가 매우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에서는 의무고용을 이행하지 못한 기업이 납부한 부담금이 장애인 고용 지원 재원으로 활용된다. 이 재원은 각 주(州)에 설치된 통합사무소(Integrationsamt)를 통해 기업과 근로자 지원에 사용된다. 기업이 장애인을 채용할 경우 임금 보조금이 제공되고 직무 적응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도 지원된다. 장애인의 업무 수행을 돕기 위한 보조공학기기 구입 비용이나 작업환경 개선 비용 역시 지원 대상이다.

직무 배치 과정에서도 직업재활 시스템이 작동한다. 독일은 직업재활센터와 고용서비스 기관이 연계돼 장애인의 직무 적합성을 평가하고 기업과 연결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채용 이후의 지원뿐 아니라 채용 이전 단계부터 직무 설계를 함께 진행하는 구조다.

기업 인식 역시 제도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독일은 장애인 고용을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노동시장 통합 정책의 일부로 오랜 기간 다뤄왔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장애인 고용을 사회적 책임과 인적 자원 전략의 한 요소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 역시 다양한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장려금 제도, 근로지원인 서비스, 직무지도원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도 활용 과정에서 체감도가 낮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중견기업 인사담당자는 “장애인을 채용한 이후 직무 적응 지원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행정 절차가 복잡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며 “부담금 제도는 명확하지만 실제 지원 제도는 기업이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고용 정책을 연구하는 한 대학 노동경제학 교수 역시 비슷한 분석을 내놓는다. 그는 “의무고용제도의 핵심은 기업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채용했을 때 기업이 실제로 경험하는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라며 “독일은 부담금으로 조성된 재원을 다시 기업 지원과 직업재활 체계에 투입하는 구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장애인 고용 정책도 단순한 비율 관리에서 벗어나 고용 유지와 직무 확장까지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장애인을 채용하는 기업이 실제로 경험하는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직무 설계 단계부터 기업과 함께하는 시스템이 마련될 때 고용 확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사례는 의무고용률이 높다는 사실보다 그 제도를 운영하는 방식에서 시사점을 제공한다. 부담금 수준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고용이 확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장애인을 채용했을 때 기업이 경험하는 지원 체계와 직무 적응 환경이 충분히 뒷받침될 때 제도는 실제 고용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장애인 고용 확대의 열쇠는 숫자가 아니라 제도의 설계와 운영 방식에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주의 위기 넘긴 대한민국, 선진국의 기준은 사회적 약자에 있다

계엄 해제와 평화적 정권 교체로 제도적 복원력 입증… 이동권·탈시설·복지 지출 수준은 여전히 과제

<사진=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대한민국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경제적 선진국으로 분류된다.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 이는 1964년 UNCTAD 창설 이후 처음 있는 사례였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10위권 안팎을 유지하고 있으며,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주력 산업의 수출 경쟁력도 공고하다.

문화적 영향력 역시 확대됐다. 2020년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음악 그룹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1위를 기록하며 세계 대중음악 시장의 중심에 섰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한국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가 상위권을 차지하는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경제와 문화 영역에서 한국의 위상은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니다.

그러나 선진국의 기준은 성장률이나 수출 실적에만 있지 않다. 사회적 약자를 얼마나 두텁게 보호하느냐는 또 다른 척도다. 이 지점에서 한국 사회는 여전히 구조적 과제를 안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대표적 사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수년째 지하철 역사와 도심 곳곳에서 저상버스 확대,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특별교통수단 확충 등을 요구해 왔다. 국토교통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계획에 따라 저상버스 도입을 확대하고 있지만, 지역 간 격차는 여전하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저상버스 도입률은 30%대를 넘어섰으나 일부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여전히 절반에 못 미친다.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시위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이러한 체감 격차가 자리하고 있다.

탈시설 정책도 사회적 논쟁이 이어지는 분야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단계적 탈시설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지역사회 주거 지원과 활동지원 서비스를 확대해 시설 중심 보호 체계에서 벗어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일부 시설 운영자와 보호자 단체는 지역사회 인프라와 의료·돌봄 체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급격한 전환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탈시설은 권리 보장이라는 가치와 안전 확보라는 현실 과제가 맞물린 정책 영역이다.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 문제도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정부는 발달장애인 지원 종합대책을 통해 주간활동 서비스와 긴급돌봄 체계를 확대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과 낮은 서비스 단가를 구조적 한계로 지적한다. 일부 복지기관은 예산 부담으로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관 운영 문제가 아니라 국가 재정 우선순위와 직결된 사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공공사회복지 지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은 여전히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점을 감안하면 향후 복지 수요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재정 건전성과 복지 확충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선택할 것인지는 중장기 정책 방향을 가르는 핵심 변수다.

2024년과 2025년을 거치며 확인된 것은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이다. 헌법적 절차에 따른 권력 통제와 시민의 참여는 국제사회에서도 주목받았다. 그러나 정치적 위기 대응 능력이 곧바로 사회적 약자의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동권, 탈시설, 돌봄 체계, 복지 재정과 같은 문제는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구조적 과제다.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 (3)] 클린룸 문턱 낮춘 ‘반도체 라인 파트너’… DB하이텍 사례로 본 첨단 산업 장애인 고용의 확장 가능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협업해 생산공정 직무 재설계, 중증장애인 11명 채용
직무 구조화와 현장 적응 지원이 성패 가른다

<사진=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과거 반도체 대기업의 고용 지표는 이러한 현실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2016년 기준 삼성전자는 상시근로자 9만3566명 가운데 장애인 의무고용 인원이 2526명이었으나 실제 고용은 1562명에 그쳤다. 에스케이하이닉스 역시 상시근로자 2만1491명 중 156명만 채용해 의무고용 인원 580명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첨단 제조업 특유의 높은 진입 장벽과 엄격한 안전 규정으로 인해 의무 미이행이 두드러졌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 생산 공정의 세분화와 직무 재설계가 이루어지면서 첨단 산업에서도 장애인 고용의 돌파구가 마련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간한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집을 보면 이러한 질적 변화의 흐름이 뚜렷하게 감지된다.

공단은 산업 현장에서 장애인이 수행할 수 있는 적합 직무를 올해 총 36건 새롭게 개발했다. 직무개발사업 규모는 2023년 30건에서 올해 36건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40건을 목표로 하는 등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 발굴된 직무 가운데 13건은 실질적인 고용 확대로 이어진 우수 사례로 꼽히며 164건의 직무 아이디어 공모 결과도 함께 수록됐다.

이 가운데 디비하이텍 사례는 첨단 제조업 현장에서 장애인 직무를 성공적으로 설계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는다. 이 회사는 기업과 공단이 긴밀히 협력해 생산공정 내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했다. 그 결과 중증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 11명이 새롭게 만들어진 반도체 라인 파트너 직무로 채용돼 현장에 투입됐다.

직무 개발 과정에는 기업 인사 담당자와 현업 부서, 직무 컨설팅 기관, 공단 관계자가 모두 참여했다. 직무디자인팀은 생산라인 전반을 꼼꼼히 분석해 장애인이 수행할 수 있는 직무 후보군 9개를 먼저 도출했다. 이후 공정 안전성과 작업 난이도, 현장 수용성, 생산 기여도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반도체 라인 파트너라는 최종 직무를 완성했다.

반도체 라인 파트너는 먼지가 통제되는 클린룸 환경에서 생산라인의 청정도를 유지하는 장비 관리와 물류 이동을 전담한다. 주요 업무는 쉘프와 스미프 등 주요 공정 장비의 청결 상태를 관리하고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이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반도체 공정은 미세한 오염이나 먼지에도 생산 수율이 직격탄을 맞기 때문에 철저한 청정 관리와 정확한 물류 흐름은 공정 안정성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기업 내부에서도 초기에는 클린룸 환경 내 장애인 고용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이뤄졌다. 작업 동선과 장비 접근 방식, 안전 규정이 매우 엄격하게 관리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 전체를 분석하고 직무를 잘게 쪼개는 방식으로 접근해 기존 인력 운영 체계 안에서 새로운 역할을 충분히 설계할 수 있었다. 공단은 시각화된 작업 매뉴얼과 단순화된 동선 등 맞춤형 단계별 직무 로드맵을 제공해 현장 안착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이러한 개별 기업의 끈질긴 노력과 공단의 지원이 맞물리면서 거시적인 장애인 고용 지표도 개선되는 추세다. 전체 장애인 고용률은 2023년 3.17퍼센트에서 2024년 3.21퍼센트로 소폭 상승했다. 공공부문이 3.9퍼센트, 민간부문이 3.03퍼센트를 기록했다. 특히 고용저조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컨설팅을 통해 498개소에서 총 2873명이 신규 채용되는 가시적인 성과도 거두었다.




탈시설 논쟁 20년, 인권과 돌봄 사이에서 길을 묻다

지역사회 인프라 확충과 개인별 지원체계 정교화 병행해야 실질적 선택권 보장

<사진= AI Gemini 생성 이미지>

탈시설의 근거는 분명하다. 2008년 발효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살아갈 권리를 명시하고, 특정한 거주시설에서의 분리·격리를 강요받지 않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협약 제19조는 국가가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와 개인별 지원을 확충할 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한다. 이러한 국제 기준에 비춰볼 때, 대규모 수용시설 중심의 정책은 장기적으로 재검토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시설에서는 인권침해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 왔다.

그러나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는 여전히 수만 명의 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발달장애나 중증 중복장애가 있는 경우 24시간 지원이 필수적인 사례도 적지 않다.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설을 일괄적으로 축소하거나 폐쇄할 경우, 당사자와 가족에게 돌봄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활동지원 인력 부족, 주거공간 확보 난항, 의료·행정 서비스 연계 미흡 등의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해외 사례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스웨덴은 1990년대 초 ‘정상화’ 이념에 따라 대규모 수용시설을 단계적으로 폐쇄했지만, 동시에 소규모 그룹홈과 개인별 지원예산 제도를 확충했다. 독일 역시 연방 차원의 장애인참여법을 통해 개인예산제와 지역사회 통합 서비스를 확대하며 시설 의존도를 낮춰왔다. 공통점은 시설 폐쇄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가능하게 하는 지원체계를 선행·병행했다는 점이다. 충분한 재정 투입과 전문 인력 양성, 주거·고용·의료 정책의 연계가 뒤따르지 않으면 탈시설은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이다.

국내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있다. 일부 지자체는 자립지원주택을 도입하고, 개인별 서비스 계획을 수립하는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간 격차가 크고, 지원 수준이 당사자의 실제 욕구를 충족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도전적 행동에 대응할 전문 인력과 위기지원 체계가 미비해 지역사회 전환이 지연되는 사례가 보고된다.

결국 쟁점은 ‘탈시설이냐 유지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선택권을 어떻게 실질화할 것인가에 있다. 선택권이란 단순히 형식적 거주지 선택을 의미하지 않는다. 충분한 활동지원 시간, 안정적 주거, 접근 가능한 의료, 소득 보장과 고용 기회가 종합적으로 갖춰질 때 비로소 현실적 선택이 가능해진다. 시설 거주를 당분간 선택하는 경우에도 인권 기준과 서비스 질을 강화해 지역사회와의 단절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책적 해법은 단계적 전환과 기반 확충의 병행에 있다. 첫째, 지역사회 서비스 확충을 국가 책임으로 명확히 하고 중장기 재정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과정에 당사자와 가족, 현장 전문가의 참여를 제도화해 형식적 절차에 머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시설 역시 폐쇄 여부를 넘어 소규모화·개방화·전문화 등 구조 개편을 통해 지역사회와 연계된 지원 거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 (2)] 기술이 허문 장애의 벽, 건설 현장 ‘안전 관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고용 부담금 대신 직무 혁신 택한 DL E&C의 실험과 산재 예방의 상관관계 분석

<사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건설업의 장애인 고용은 그간 ‘불가능에 대한 도전’에 가까웠다. 2023년 민간 부문 산업별 장애인 고용 현황에 따르면 건설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1.98%로, 전체 20개 산업 중 17위에 머물러 있다. 이는 현장의 험준한 지형과 육체노동 중심의 공정 특성상 장애인이 활약할 공간이 좁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DL E&C는 시각적 관찰과 판단이 핵심인 ‘안전 모니터링’에 주목했다. 실시간 CCTV 피드를 통해 안전모 미착용이나 중장비 작업 반경 내 보행자 진입을 감시하는 업무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지만, 물리적 이동성은 필수 조건이 아니다. 이를 통해 중증장애인이 재택근무로 현장의 안전을 지키는 역설적이지만 효율적인 구조가 완성되었다.

전지혜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존의 장애인 고용이 기업의 시혜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단순 반복 업무였다면, 이번 모델은 기업의 핵심 리스크인 ‘산업재해’를 관리하는 중추적 역할을 맡겼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특히 현장 경험이 있는 산재 장애인을 관제 요원으로 투입한 것은 그들이 가진 ‘현장의 감각’을 안전 데이터로 치환한 영리한 설계”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채용된 인원 중 상당수는 과거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이들로, 누구보다 위험 요소를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도 긍정적이다. DL E&C의 한 안전관리 담당자는 “본사 관제실에서 파악하지 못하는 세밀한 현장의 움직임을 재택 관제 요원들이 실시간으로 잡아내 무전으로 전파할 때 그 효과를 체감한다”며 “초기에는 관제 정확도에 의구심이 있었으나 현재 유효 관제율이 90%를 상회하면서 현장 소장들 사이에서도 추가 인력 배치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이는 장애인 고용이 비용 지출이 아닌, 사고 예방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Cost-Saving)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참여 근로자들의 삶의 질 변화 역시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중증장애인 A씨는 “신체적 제약으로 대기업 취업은 꿈도 꾸지 못했고, 특히 지방 거주 장애인은 기회조차 적었다”며 “기술의 도움으로 현장의 안전을 지킨다는 자부심과 함께 안정적인 소득원을 얻게 되어 삶의 활력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는 장애인 고용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단순히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매개로 거주지와 신체 조건의 제약을 없애는 ‘직무 최적화’에 있음을 증명한다.

서울지역본부는 이번 DL E&C의 성공 사례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작해 국내 주요 건설사 및 대규모 플랜트 산업군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단순한 고용 부담금 납부로 의무를 회피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기술과 인간의 협업을 통해 산업 현장의 안전망을 촘촘히 하는 이 모델은 ESG 경영의 실천적 대안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결국 ‘건설 현장 안전 사각지대 지킴이’의 확산은 장애인에게는 장벽 없는 일자리를, 기업에게는 사고 없는 작업 환경을 제공하는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축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부산, ‘세계자폐인의 날’ 기념 넘어 과제로

기념식·블루라이트 점등 속 자폐 인식 개선과 지역 돌봄체계 점검

<사진= 부산광역시 제공>

세계자폐인의 날은 유엔 총회가 2007년 지정해 2008년부터 시행된 국제기념일이다. 자폐성 장애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당사자의 권리 보장과 사회참여 확대를 촉구하는 데 목적이 있다. 국제사회는 이날을 전후해 공공기관과 주요 건축물을 파란색으로 밝히는 ‘블루라이트 캠페인’을 통해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부산광역시 제공>

행사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 지역 사회의 과제를 환기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사)한국자폐인사랑협회 부산지부 권민정 지부장은 “자폐성 장애인은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안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폐 인식 개선이 단순한 캠페인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발달장애는 조기 발견과 조기 개입이 중요하며, 생애주기별 지원체계가 연속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학령기 이후 성인기 자립 지원, 직업훈련,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 확충은 전국적으로 공통된 과제로 꼽힌다.

부산시 정태기 사회복지국장은 “이번 행사가 자폐성 장애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교육·홍보는 물론, 지역사회 돌봄체계와 자립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계자폐인의 날은 기념식 하루로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자폐성 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 속 과제로 바라보는 계기다. 부산의 이번 행사는 상징 캠페인과 문화행사를 통해 시민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동시에 지역 차원의 실질적 지원 정책을 어떻게 확장해 나갈 것인지가 향후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