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장애인 학대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 소속 조사관이 장애인 지원자를 성폭행한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장애인 인권 단체와 시민사회는 정부를 향해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28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는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 성폭력 사건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은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장애여성공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전국여성장애인폭력피해지원상담소및보호시설협의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등 여러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날 발언자들은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운영법인인 제주장애인권포럼이 사건 발생 이후 조사관의 개인 일탈로 사건을 축소하며 조직적 책임을 외면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피해자는 원가족과 주변인의 지원을 받기 어려운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었으며, 사건은 옹호기관 상담실이라는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에서 발생했다”며 “이는 단순한 개인 범죄로 볼 수 없는 조직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보건복지부가 제주의 옹호기관을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한 직후 성폭력 사건이 터졌다”며 정부의 관리·감독 부실도 강하게 질타했다. 단순히 위탁기관 변경으로 문제를 덮을 수 없으며, 권익옹호기관의 운영 전반에 대한 점검과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2인 상담 체계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현장을 방치하고, 운영과 예산 문제, 위탁운영 구조의 한계로 인해 장애인 지원 시스템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운영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인권 중심의 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권익옹호기관의 구조적 한계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의 젠더폭력 피해자 지원 체계 축소와도 연결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자회견에서는 “여성가족부가 피해자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구조적 차별과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방치해 피해자 지원 환경을 악화시켰다”며 여성가족부의 책임도 함께 물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보건복지부에 공식 면담을 요청하며, 피해자 권리 증대와 제도적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운영 방식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