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장애인 권리예산 요구안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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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없이 권리 없다”…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530억·최중증 일자리 1,136억 국비 편성 촉구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4일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게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장애인권리예산 요구안’과 면담요청서를 전달했다.

이번 전달식은 청문회를 앞둔 후보자에게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장연은 그간 지방자치단체 사무라는 이유로 중앙정부가 외면해온 장애인 이동권 및 자립 지원 예산에 대해 국비 편성을 강력히 촉구하는 자리였다.

박홍근 후보자는 출근길에 전장연 박경석 대표와 만나 요구안을 직접 수령하며 “다각도로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그는 “예산 구조상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이 나뉜 지점이 있지만, 면밀히 검토하여 실질적인 접점을 찾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요구안에서 가장 핵심은 국토교통부 소관의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증액이다. 현재 전국 특별교통수단은 차량 1대당 운전원이 평균 1.11명에 불과하다. 24시간 운행을 위해서는 차량 1대당 최소 2인 이상의 운전원이 필요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이미 확보된 차량마저 차고지에 방치되고 있다. 이에 전장연은 차량 1대당 운전원 인건비 2,000만 원을 포함한 운영비 530억 원 증액을 요구했다.

특별교통수단 운영비는 2022년까지 전액 지방비로만 충당됐다. 전장연의 지속적인 투쟁 끝에 2023년 처음으로 국비 238억 원이 예산에 반영됐지만, 이는 지자체 요구액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운영비의 국비 비중이 낮을수록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일수록 이동권 격차가 심화되는 구조적 문제도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소관 예산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전장연은 최중증장애인 5,000명을 대상으로 한 권리중심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의 신규 편성 1,136억 원과 복지일자리 근로시간의 주 15시간 상향을 요구했다. 2023년 기준 중증장애인 경제활동 참가율은 전체 인구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최중증 장애인은 사실상 고용 시장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는 실정이다.

권리중심 맞춤형 공공일자리는 단순 생산 노동이 아닌 장애인 권리 옹호 활동, 문화예술 활동, 인식 개선 교육 등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는 형태의 일자리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400여 명의 장애인 노동자를 해고한 사례에서 드러났듯, 지자체의 재정 여건이나 정책 방향에 따라 해당 일자리가 언제든 소멸할 수 있다는 불안정성이 상존한다. 전장연이 국비 편성을 강하게 요구하는 핵심 이유다.

전장연은 “예산 없이 권리 없다”고 강조하며, 기획예산처가 이동권과 노동권을 헌법적 기본권으로 인식하고 국고 보조 사업으로 전환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후보자의 검토 약속이 구체적인 예산 반영으로 이어지길 촉구하며, 차기 정부 예산안에 장애인 권리 예산이 핵심 과제로 자리잡을 때까지 투쟁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