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중학교 청각장애 학생에 통역 제공 의무 외면… 자녀가 대신 통역 나서

국가인권위원회는 모 학교(피진정학교)가 청각장애 학생에게 수어 통역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해당 학교장과 관할 교육청에 편의 제공 및 예산 지원을 권고했다고 2월 6일 밝혔다.
진정은 수어통역사가 대리인 자격으로 제기했다. 농인인 피해자는 피진정학교 입학 전부터 학교 측과 교육청에 수어 통역 지원을 요청했지만,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학교 측은 통역사를 당사자가 직접 구해 데려오라고 안내했다.
출석 수업은 격주 일요일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6교시로 진행된다. 원격수업과 출석수업을 합산해 전체 수업일의 3분의 2 이상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한 구조로, 수어 통역 없이는 수업 참여 자체가 불가능했다. 피해자는 결국 수어를 할 수 있는 자녀를 매번 데리고 출석 수업에 참석했고, 같은 학년에 재학 중이던 또 다른 청각장애 학생 역시 지인이 통역을 대신했다.
인권위는 이 같은 학교 측의 대응이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피진정학교는 초중등교육법상 교육기관으로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라 청각장애 학생에 대한 편의를 적극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예산을 미리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법률로 규정된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합리적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명시했다.
해당 학교가 속한 교육청도 수어 통역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교육감에게도 감독기관으로서 정당한 편의 제공 예산을 편성하여 지원할 것을 권고했다.
비용 문제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다.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의 수어통역 교육비 수당 기준표에 따르면 중학교 수어 통역 비용은 1교시당 4만5천원이다. 출석 수업이 학기당 20일 이상, 매회 6교시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학생 1인당 학기당 최소 540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권위는 타 학교 사례를 들어 예산 문제가 해결 불가능한 장벽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결정문은 농아복지관과 협의해 수어통역사를 봉사자로 위촉해 편의를 제공한 다른 학교의 사례를 언급하며 “학교가 교육청과 예산 마련을 위해 적극 협의하고 관련 기관과의 협력 방안을 찾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4조는 교육기관이 청각장애 학생에게 한국수어 통역, 문자통역(속기) 등 수단을 적극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이 의무가 반복적으로 외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