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도구로 삼아 표현의 장벽을 넘는 장애인들의 창작 실험 확산

<사진=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인공지능 기술이 예술 창작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에서도 신체적·인지적 제약을 지닌 예술인들이 AI를 활용해 작품을 제작하는 이른바 ‘장애인 AI 아티스트’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이 흐름은 단순한 보조 기술을 넘어, 표현 방식 자체를 넓히는 새로운 예술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최근 신기술 기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통해 장애예술인의 디지털 기반 창작 참여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음악 분야에서는 AI가 생성한 멜로디를 활용해 장애예술인이 직접 곡을 완성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돼 왔으며 이미지 생성 기술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실험도 진행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생성 이미지를 촉각 형태로 변환하는 시도 역시 이어지고 있으며, 점자와 촉각 콘텐츠를 활용한 감상 환경 연구가 공공부문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지난 11월 제주에서 열린 ‘AI와 함께하는 제주 에이블아트전’에서는 국내 ‘AI 기반 장애예술’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발달장애 예술가 4명은 감정을 언어 또는 이미지로 표현하고, 이를 생성형 AI가 시각화함으로써 작품을 완성했다. 관람객이 감정을 입력하면 AI가 즉시 디지털 조형물을 생성하는 체험형 콘텐츠도 함께 선보여 관람 환경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하게 했다.
공공 영역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장애예술인과 콘텐츠 산업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기관 간 협약이 추진되고 있으며, 향후 신기술 기반 장애예술 지원사업도 확대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AI가 기술적 보조를 넘어 예술가의 감각과 개성을 확장하는 도구가 되고 있으며, 장애로 인해 기존 방식의 창작에 어려움을 겪던 예술인에게 새로운 표현 통로가 열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기술 접근성의 격차, AI 개입 정도에 따른 창작 주체성 문제 등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AI 기술의 확산 속에서 장애예술인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예술 영역에 참여하고 창작 주체로 나서는 흐름은 앞으로도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