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의 장애인 지원주택 재계약 심사 과정에서 시행되는 ‘서비스필요도 조사’에 대해 입주민 인권 단체가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지원주택입주민인권연대(공동대표 최은진, 문석영, 이하 서지민)는 2025년 4월 8일(화) 오전 11시,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장애인지원주택 재계약 대상자에 대한 ‘서비스필요도 조사’ 폐지를 촉구했다. 서지민은 장애인의 지역사회 주거권 보장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단체로, 지원주택 입주민과 시민사회 구성원들이 연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7일, 서울시 장애인복지과는 서울시 감사담당관의 특정 감사 결과(감사담당관-5512호 및 장애인복지과-4000호)에 따라, 장애인 지원주택 입주민 중 재계약 대상자에게 ‘서비스필요도 조사’를 시행하고, 조사 결과가 기준점수(70점) 미만일 경우 퇴거를 추진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조사는 입주민의 건강상태, 사회참여, 자기관리 능력 등을 기준으로 평가하며, 점수에 따라 주거 지속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서지민은 이 조사표가 “서비스 제공을 위한 목적이 아닌, 입주자의 능력을 평가해 강제 퇴거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서지민은 특히 이의 신청 절차가 미비하다고 지적한다. 조사 결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 보호자나 조력자가 신청할 수 있으나, 입주민의 의사결정권 보장을 위한 명확한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원주택 제도는 기존의 시설 수용 방식과 달리,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주택과 함께 맞춤형 주거 유지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 주거 모델이다. 서울시는 2018년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2024년까지 장애인지원주택 302호를 공급했으며, 2025년까지 총 623호를 운영할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실적은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2024년 7월 기준, 서울시는 9개 자치구에서 275호를 운영하며 총 264명을 지원해 목표의 약 33%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2025년 예산안에도 302호, 296명에 대한 예산만 반영된 상황이다.
2024년 감사위원회의 ‘취약계층 지원주택 공급 및 운영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지원주택 관련 문제로 총 13건의 처분 요구가 있었으며, 이 중 다수가 공급 부족 및 서비스 제공 기관의 부적정 운영과 관련된 사항이었다. 감사는 또한 ‘서비스필요도 조사’의 투명성과 기준 미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한편,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탈시설 정책 가이드라인을 통해 “욕구평가 도구는 의료 기준에 과도하게 의존해서는 안 되며, 장애인의 의사결정보다 전문가의 판단이 우선시되어서는 안 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는 장애 당사자의 주체적인 참여와 지역사회 내 생활 보장을 강조하는 국제적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서지민은 “서울시가 입주민들과 아무런 논의 없이 퇴거를 전제로 한 조사를 시행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며 “이는 입주민과 서비스 제공기관 간의 신뢰를 해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앞으로도 입주민의 인권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