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접근성 한계에 막히지만 해외는 장비 의무화·코디네이터 제도로 대응
국내는 의원급 진료부터 접근 막혀, 해외는 시스템·보상·전담인력으로 해결

장애여성의 산부인과 이용률이 비장애여성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에서 접근성 장비를 의무로 못 박고 ‘장애 코디네이터’를 두는 등 문턱을 낮추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서미화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3년 동안 장애여성과 비장애여성의 산부인과 이용 경험률 격차가 의원·병원급을 중심으로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장애여성의 의원급 산부인과 경험률은 3년 평균 17.1%였으나, 장애여성은 평균 8.3%에 불과했다. 특히 중증장애 여성의 경우 평균 6.6%로, 비장애여성 대비 약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병원급에서도 비장애여성은 평균 6.6%였지만 장애여성은 3.5%에 그쳤으며, 중증장애 여성은 3.0%로 비장애여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서도 격차는 이어졌다. 종합병원 산부인과 이용률은 비장애여성 3.5%, 장애여성 2.8%였고, 상급종합병원은 각각 2.0%, 1.6%로 조사됐다.
현행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국 10개 의료기관이 장애친화 산부인과로 지정돼 운영 중이지만, 상급종합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1차 의료기관에서 발급하는 요양급여의뢰서가 필요하다. 그러나 다수의 장애여성이 휠체어 진입로 부족 등 물리적 제약으로 1차 의료기관 방문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로 인해 상급종합병원 장애친화 산부인과 접근마저 제한되는 실정이다.
해외의 경우 장애 친화적인 산부인과를 위한 노력을 제도화했다.
영국의 경우, NHS(국민보건서비스)는 환자별로 필요한 지원을 전자의무기록에 표시해 예약 단계부터 장비와 동선을 미리 맞춘다. 휠체어 리프트가 필요한지, 더 긴 진료 시간이 필요한지 같은 정보를 시스템에 ‘플래그’로 남겨 현장에서 허둥대지 않게 한다. 우리에겐 의뢰서의 디지털 전환과 이 플래그 방식을 결합하는 방안이 대안이다. 동네 병원 방문이 어려운 환자라도, 상급병원이 사전 준비를 끝내고 바로 진료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접근성 장비를 “있으면 좋은” 권고가 아니라 “반드시 갖춰야 할” 의무로 못 박았다. 높낮이 조절 진찰대, 환자리프트 같은 기본 장비를 조달 단계에서부터 표준화하고, 장애 환자 진료에 더 걸리는 시간을 수가로 보상한다. 장비와 보상이 함께 작동하니 병원 입장에서도 손해볼 게 없다는 입장이다.
호주와 캐나다는 ‘장애 코디네이터’로 문턱을 낮췄다. 예약, 이동수단, 통역, 장비 준비를 한 사람이 끝까지 조정해 산전부터 분만, 산후까지 이어준다. 의뢰서는 이리페럴(eReferral)로 온라인 전송해 불필요한 재내원을 줄인다. 병원은 ‘리프트 보유’, ‘진찰대 높낮이 조절 가능’ 같은 접근성 정보를 공개해 환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이렇듯 영국은 ‘사전 조정’, 미국은 ‘의무와 보상’, 호주·캐나다는 ‘전담 조정자와 전자 의뢰’로 장벽을 낮췄다.
서 의원은 지난 6월 ‘장애인 건강권법’ 개정안을 발의해, 이동에 중대한 제약이 있는 장애여성이 상급종합병원의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직접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법 체계의 통일성을 고려할 때 개별법에 별도 근거 조항을 마련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수치가 보여주듯 장애여성은 임신·출산과 관련한 진료 과정에서 구조적인 의료 접근 제한을 겪고 있다”며 “국회의 조속한 논의를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