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25 취업사례집 일-원’을 통해 본 장애인 고용 사례와 취업 당사자들의 모습(1) 식품안전정보원, 연구직 장애인 고용으로 포용적 인재 정책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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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전문성과 공공성을 결합한 영역에서 가능성 확인

<사진=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제공>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과 사회 참여를 위한 노력은 시대를 관통하는 숙제이다. 본지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25 취업사례집 일-원’에 소개된 사례를 바탕으로,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는 장애인 취업자들의 이야기를 기획 시리즈로 전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넘어 실제로 일하며 성장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 고용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조직,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장애인 고용 통계를 보면 단순노무직 비중은 30.2%로 다른 직종에 비해 여전히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품안전정보원이 장애인을 연구직으로 채용한 사례는 의미가 있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장애 여부보다 개인의 역량과 전문성에 초점을 맞추고, 장애인 고용을 조직 운영의 한 요소로 반영한다.

식품안전정보원에는 현재 시각장애와 뇌병변장애를 가진 연구원이 근무한다. 권재호 푸드QR시스템부 연구원은 선천성 시각장애를 지닌 인재로, 식품 QR코드를 통해 제공되는 영양정보와 조리법이 정확하게 연계돼 있는지를 검수하고, 이를 점자와 수어 영상으로 제공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그는 화면 확대 기능과 단축키 등 보조기기를 활용해 업무를 수행하며, 개인의 작업 방식에 맞게 업무 환경을 조정해 나간다.

권 연구원의 채용 과정에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의 연계가 있었다. 센터는 단순 사무보조가 아닌 연구직 채용을 제안했고, 현재 권 연구원은 시각장애인 점자·QR 표시제도와 ESG 연계 식품포장 정책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국내 정책 개선에 참고가 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변존 연구기획부연구원은 뇌병변장애를 지닌 인재로, 해외 대학 강의 경험과 국제 봉사활동, 음악 활동 등의 이력을 바탕으로 정책 연구 및 행정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두 연구원은 소속 부서는 다르지만, 정보취약계층의 식품 안전 정보 접근성을 높인다는 공통의 목표 아래 의견을 공유하며 업무를 수행한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장애인 채용 시 우대 가점 부여, 필기시험 면제, 제한경쟁제도 등을 통해 채용 절차의 부담을 낮춘다. 채용 이후에는 유연근무제 운영, 이동 동선을 고려한 좌석 배치, 회의와 협업 과정에서의 접근성 보완 등 근무환경 개선을 병행한다. 이러한 조치는 장애인 직원의 안정적인 근무와 장기근속으로 이어진다.

이재용 원장은 장애인 고용을 기관의 의무가 아닌 경쟁력으로 인식한다. 그는 “성과와 역량 중심의 채용을 기본으로 하되, 사회적 형평성과 다양성을 함께 고려해야 조직의 역량이 강화된다”고 말한다. 또한 “센터와의 협력을 통해 서류와 면접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지원자의 실제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식품안전정보원은 점자 식품안전 자료 발간과 수어 영상 제공 등 정보취약계층을 위한 접근성 강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식품안전정보포털 ‘식품안전나라’는 공공서비스 부문에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식품안전정보원의 사례는 장애인 고용이 특정 직무에 한정되지 않고, 전문성과 공공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개인의 역량을 기준으로 한 채용과 조직 차원의 지원이 결합될 때, 장애인 고용은 제도적 요구를 넘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