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자립생활 실태조사 결과, 건강 악화·사회적 고립 심화
자립 희망 높지만 소득 취약…돌봄 공백 해소 위한 공적 체계 요구

최근 발표된 ‘2025 경기도 장애인 자립생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정에서 생활하는 중증장애인 상당수가 가족 돌봄에 의존한 채 건강 악화와 사회적 고립, 경제적 불안을 동시에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가족 중심 돌봄 구조의 한계다. 재가 장애인의 주 보호자는 대부분 가족 구성원이었고, 이들의 평균 연령은 59세로 집계됐다. 보호자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돌봄 지속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으며, 부모 사후 돌봄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가족 의존형 돌봄 체계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한다.
상당수 응답자가 자신의 건강 상태를 나쁘다고 평가했으며,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증장애인이 일상적으로 겪는 신체적 어려움이 단순한 장애 특성에 그치지 않고 만성질환과 복합적으로 얽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의료와 복지 서비스 간 연계는 여전히 미흡해 재가 장애인이 적절한 건강관리를 받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가족 외에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고, 온라인 소통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는 재가 생활이 곧 사회적 참여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 집에서 생활하고 있어도 실질적으로는 지역사회와 단절된 상태로 살아가는 중증장애인이 많다는 의미다.
조사에서 재가 장애인의 자립 희망률은 비교적 높게 나타났지만, 실제로 자립을 망설이는 이유로는 경제적 부담과 돌봄 공백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많이 꼽혔다. 특히 취업자 중 월소득 100만 원 미만 비율이 54.6%에 달해, 자립의 전제가 되는 안정적인 경제 기반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응답자들은 노후에 대한 가장 큰 걱정으로 돌봐줄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과 건강 악화, 경제적 문제를 동시에 지적했다. 이는 현재의 돌봄 구조가 지속되지 않을 경우 재가 장애인의 노후가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재가 중증장애인 정책이 단순히 서비스 일부를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가족에게 집중된 돌봄 부담을 지역사회가 함께 나누는 구조로 전환하고, 방문의료와 활동지원서비스 확대, 긴급돌봄 체계 구축, 안정적인 소득보장 정책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가 생활을 곧 자립으로 동일시해 온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립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안정적인 돌봄과 소득, 의료 지원, 사회적 관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질적인 자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재가 중증장애인의 어려움이 개인과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돌봄과 고립, 빈곤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보다 촘촘한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제는 재가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안전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을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