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접근권이 헌법상 기본권임을 확인한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정부의 실질적인 개선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장애인단체와 법조계, 학계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법·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력히 촉구했다.
(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사)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지난 4월 11일 서울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헌법상 기본권으로 확인된 장애인 접근 권리, 그 완전 보장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장애인의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법과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22대 국회의원 김예지, 서미화 의원을 비롯해 학계, 정부,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장애인 차별금지와 권리 보장을 위한 심도 깊은 논의를 이어갔다. 발제를 맡은 공익법단체 두루의 한상원 변호사는 “정부가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은 채 방치해온 결과, 대법원은 국가에 배상책임이 있다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며 전면적인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론자들은 특히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의 ‘설치의무 대상시설 면적 기준’ 폐지 ▲준공연도 예외 조항 개선 ▲2층 이상 승강기 설치 의무화 ▲도로점용 허가·국유재산 대부 등 구체적인 입법 조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쟁점은 2025년부터 시행될 ‘제6차 편의증진 국가종합 5개년 계획’ 안에조차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밝혀지며 참석자들의 큰 실망을 자아냈다.
토론회에 앞서 열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의 집회에서는 “정부는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반성이나 사과는커녕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며 “제6차 편의증진 국가계획에 차별 조항 개선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장애인단체들은 향후 정부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 집단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김산하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국회의원, 학계, 건축전문가, 공무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방청석 질의응답을 통해 정부 계획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와 구체적인 개선 요구가 쏟아졌다.
장애인 권리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고 김순석 열사의 희생으로부터 41년이 지난 지금,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더는 미뤄선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다. 장애인단체들은 “이제는 말이 아니라 실천이 필요한 때”라며 향후에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차별 철폐를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