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상임공동대표 권달주, 이하 전장연)는 장애인의 차별 없는 삶과 기본 권리 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전국 규모의 연대체다. 이 연대체는 장애인 당사자를 포함해 시민사회, 노동, 인권, 문화예술 단체 등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하고 있다.
최근 전장연은 조선동 씨의 사례를 중심으로 ‘조선(동)독립투쟁단’을 결성하고, 활동지원서비스의 사각지대를 알리는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조 씨는 2002년 노들장애인야학을 통해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시작했지만, 2008년 장애가 악화된 이후 제한된 활동지원 시간으로 인해 결국 대규모 거주시설에 입소하게 됐다.
이후 2022년 탈시설에 성공해 김포시 체험홈에 입주하고 자립생활을 준비했으나, 체험홈 거주 기간 만료로 퇴거하게 되면서 자신이 원했던 서울 종로구로의 이주를 결정했다. 그러나 서울시로 전입한 뒤, 이전에 받던 24시간 지원이 줄어들며 최소 월 120시간 이상의 활동지원 공백이 발생했고, 거주할 수 있는 지원주택도 충분히 제공되지 않아 다시 큰 벽에 부딪혔다.
이에 조 씨는 3월 7일 서울시청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정부서울청사 앞과 광화문에서의 노숙농성을 통해 현행 ‘장애인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자립생활과 탈시설 권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조 씨가 현재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 배경에는, 장애등급제가 폐지됐음에도 사실상 등급제의 기준을 계승한 ‘종합조사표’가 있다는 것이 전장연의 주장이다. 이 제도는 활동지원 시간을 정할 때 개인의 권리보다는 예산 중심의 판단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실질적인 권리 보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UN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는 장애인이 어디서, 누구와 살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조 씨의 사례는 이러한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전장연은 “조선동 씨의 문제는 개인의 일이 아니라, 전국의 장애인 모두에게 해당하는 공동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현재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많은 장애인들이 조사표에 따라 제한된 시간을 받고 있으며, 중증장애인의 경우 필요한 수준의 지원을 받지 못해 지역사회에서의 독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조 씨 역시 정신장애가 없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정한 최대 지원 시간인 월 480시간조차 받을 수 없었다. 현재 중증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해 필요한 시간은 월 900시간 수준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그러나 480시간 이상의 지원은 지자체 몫으로 넘어가고 있어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전장연은 이번 조선(동)독립투쟁을 통해 활동지원 24시간 보장과 진정한 의미의 장애등급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면담도 정식 요청했다. 전장연은 “정부가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설 때까지 국민연금공단 앞에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전장연의 외침은 단순한 요구가 아닌,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평등한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절실한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