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중심 공공일자리’ 폐지 2년, 복직 투쟁 이어가는 해고 노동자들
오세훈 시장 ‘약자와의 동행’ 비판하며 사과와 일자리 복원 촉구

세계 장애인의 날인 3일 오전 11시, 서울지하철 1호선 시청역 서울역 방면 승강장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과 연대 시민들로 가득 찼다. ‘권리중심노동자해복투’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주최한 ‘장애인권리약탈자 오세훈 서울시장 규탄 및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복원 쟁취 결의대회’에 참석한 이들은 2년 가까이 이어진 해고 사태를 해결하라며 서울시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집회의 배경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4년 전면 폐지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이 있다. 2020년 도입된 이 사업은 중증장애인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홍보하고 권익 옹호 활동을 하며 임금을 받는 일자리였으나, 서울시가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400여 명의 노동자가 2024년 1월 2일 자로 일자리를 잃었다. 주최 측은 오 시장이 이에 대한 사과나 설명 없이 사회복지 유관 기관들을 잇달아 폐지하며 약자 복지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해고 당사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2023년 말까지 문화예술 직무로 근무했던 권리중심노동자해복투 해고노동자 장효창 씨는 자신들이 수행한 업무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기반한 정당한 노동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2007년 비준한 국제 협약을 서울시가 저버리고 장애인의 노동권을 박탈했다”며 “약자와 동행하겠다는 오 시장은 최악의 상황에 놓인 해고 장애인들과의 동행부터 약속해야 한다”고 복직 의지를 다졌다.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가 장애인 당사자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 서울형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해고노동자 김홍기 씨는 “이 일자리는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갈 권리 그 자체였다”며 “아무런 이유 없이 400명을 해고한 것은 생계와 자존감을 송두리째 뺏어간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대 발언에 나선 노동계 인사들은 서울시의 행태를 ‘복지 퇴행’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세종호텔지부 허지희 사무장은 독일의 장애인 복지 시스템과 비교하며 “독일은 장애인의 이동·교육·주거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통합 환경을 조성하는 반면, 한국은 예산 논리로 장애인을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 시장이 복지를 위장해 줬다가 뺏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지부 오대희 지부장은 “서울시가 공공돌봄 전담 기관인 사회서비스원을 졸속 해산하면서 돌봄 노동자 400명도 거리로 내몰렸다”며 “장애인 노동자와 돌봄 노동자 총 1000여 명이 공공의 책임 회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와 탈시설 지원 조례 폐지 등 오세훈 시정의 복지 정책이 전방위적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해고된 발달장애인의 가족들은 일자리 폐지가 가져온 고통을 호소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우진아 씨는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는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루틴과 안정감을 주는 빛과 같은 존재였다”며 “갑작스러운 해고로 일상이 깨진 자녀들이 좌절감에 자해 행동까지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서울시에 수차례 대화를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며, 400명 전원 복직과 오 시장의 사과를 강력히 촉구했다.

최용기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 서울지부장은 닫는 발언에서 “전국적으로 2,000여 명의 중증장애인이 이 모델을 통해 노동하며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는데, 정작 제도를 처음 만든 서울시만 이를 없애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60평생 처음으로 자신의 노동으로 월급을 받으며 ‘나도 일할 수 있다’고 외쳤던 중증장애인들의 희망을 꺾은 오 시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시민 호소문을 통해 “해고는 살인이며, 장애인의 노동도 노동”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 시장을 ‘장애인 권리 약탈자’로 규정하며 시민들에게 혐오 정치를 멈추고 공공일자리 복원에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집회 도중 서울교통공사 측이 소란 행위 금지 방송을 내보내자, 주최 측은 “엘리베이터조차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현실에서 장애인이 왜 거리로 나왔는지부터 물어야 한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9호선 노량진역을 거쳐 국회의사당역으로 이동해 세계 장애인의 날 본 행사에 합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