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은 지금, 가장 따뜻한 손길 하나를 떠나보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은 단지 한 종교 지도자의 죽음을 넘어, 이 시대가 간직하고 있던 양심의 등불 하나가 꺼졌음을 의미한다. 그는 말보다 행동으로, 구조보다 사람으로 세상을 향해 말을 걸었던 드문 인물이었다. 특히 장애인에 대한 그의 철학과 실천은, 그가 어떤 눈으로 인간을 바라봤는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장애인은 결핍된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인간의 존엄은 조건 없이 평등하다고 말했고, 장애를 ‘부족함’이 아닌 ‘다름’으로 받아들이길 요구했다. 교황은 말한다. 완전하지 않아도 인생의 가치는 결코 줄어들지 않으며, 오히려 그 불완전함 속에서 우리는 사랑의 본질을 배울 수 있다고. 그런 철학은 그의 일상 속에 녹아 있었다.
군중 속에서 휠체어를 탄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잡고 껴안던 모습, 자폐를 가진 아이가 다가왔을 때 경호원을 제지하고 아이를 맞이하던 장면, 세족식을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집전하며 그들의 발을 씻고 입맞춤을 하던 손길. 프란치스코 교황은 언제나 가장 연약한 자리에서 가장 강한 사랑을 보여주었다. 그는 결코 상징으로 장애인을 다루지 않았고, 실천으로 그들과 함께했다. 그 눈빛은 동정이 아니라 존중이었고, 그 침묵은 무관심이 아니라 경청이었다.
교황의 존재는 장애를 가진 이들뿐 아니라 그 가족, 더 나아가 이 사회의 수많은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등불이었다. 그는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사랑이 있고, 포옹 하나로 세상이 따뜻해질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우리는 그를 통해, 진정한 공동체란 누가 가장 빠르고 강한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누가 가장 느리고 약한 이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가로 판단되어야 함을 배웠다.
그가 떠난 지금, 세상은 잠시 조용해졌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우리를 향해 있다. 우리는 이제 그가 남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우리는 과연 약한 이들을 중심에 두고 있는가. 우리는 진심으로 존엄을 존중하고 있는가. 우리는 그처럼,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가.
그가 그토록 품고 사랑했던 이들을 향한 그 마음을 잊지 않겠다. 그 마음을 이어받아 우리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시선이 되고, 먼저 손 내미는 존재가 되겠다. 프란치스코 교황, 당신의 삶은 우리에게 사랑의 언어였고, 그 사랑은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평안히 쉬시길.
Very good https://shorturl.at/2bre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