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장애인 근로자 지원 급감…“정부, 업무 접근성 보조금 조용히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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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전문 매체 DNS “액세스 투 워크 승인 10% 이상 줄어”…단체들 “고용 유지 위협받아”

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pixabay>

영국의 장애인 전문 매체 ‘디서빌리티 뉴스 서비스(Disability News Service, DNS)’는 영국 정부가 장애인 근로자 지원 제도인 ‘액세스 투 워크(Access to Work, AtW)’의 보조금을 비밀리에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17일 보도했다. DNS는 정부 공식 통계를 인용해 2025년 3월까지 AtW 승인 건수가 1년 새 10% 이상 줄었으며, 정신건강 관련 지원 승인도 7% 감소했다고 전했다.

DNS가 인용한 영국 노동연금부(DWP)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AtW 조항이 승인된 장애인 근로자 수는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했다. 특히 장비 및 출장 지원 승인 건수는 각각 16%, 14% 줄었다.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이들에 대한 지원 승인도 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관들과 정치권이 최근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충분히 일하지 않는다”고 비판해온 상황에서 나온 통계로, 실질적 지원이 줄어든 데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장애인 단체 ‘장애인행동(Action on Disability, AoD)’은 최근 2년 반 사이 장애인의 평균 AtW 지원 시간이 22.5시간에서 4시간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AoD는 “지원 축소가 장애인의 고용 유지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AtW는 장애인이 직장에서 필요한 장비, 통역, 교통수단, 인력 등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부 제도로, 영국 내 장애인 근로 지원의 핵심 축이다. 하지만 최근 승인 절차가 강화되고 지원이 제한되면서 장애인들이 출퇴근이나 업무 수행에 필수적인 지원을 잃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장애인 고용 컨설턴트 앨리스 해스티는 DNS와의 인터뷰에서 “현장에서는 훨씬 더 심각한 삭감이 일어나고 있다”며 “기존 수혜자에 대한 3년 단위 보조금이 통계에 포함돼 실제 감축 규모가 가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원이 갑자기 중단되거나 신규 신청이 거부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는 장애인의 근로 지속 능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AoD의 데이비드 벅스턴 대표도 DNS에 “이번 수치는 많은 청각장애인과 고용주들이 이미 체감하고 있던 현실을 뒷받침한다”며 “직장 접근성이 조용히 압박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단체 ‘인클루전 바넷(Inclusion Barnet)’의 캐롤라인 콜리어는 “장애인에게 일자리 접근성은 삶의 기회를 여는 중요한 지원”이라며 “이를 배급제처럼 운영하는 것은 비뚤어진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스티븐 팀스 사회보장 및 장애부 장관은 AtW 지침을 보다 “신중하게 적용하라”는 명령에 서명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DWP는 “제도에 구조적 변경은 없으며, 전체 지출은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해명했다.

DWP는 성명을 통해 “지난해 AtW 지출은 3억2,070만 파운드로 전년보다 17% 늘었으며, 수천 명의 장애인이 직장을 유지하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장애인이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DNS는 “통계상 지출 증가는 이전에 승인된 장기 보조금 지급이 반영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며 “현장에서는 이미 필수적 지원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고 전했다.

장애인 단체들은 “정부가 지원 확대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장애인 고용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평가 절차 간소화와 실질적 예산 확대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