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스타벅스 ‘반쪽 이행계획’ 덜컥 승인… 2년 넘도록 현장 이행 전무
장추련 “인권위 무책임에 차별 고착화… 공식 사과와 시정조치 요구”

장애인 인권단체들이 스타벅스의 드라이브스루(DT) 장애인 차별 문제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의 무책임한 행정을 비판하며 강력한 항의에 나섰다. 차별 시정 재결이 내려진 지 2년이 지났음에도 스타벅스의 이행은 전무하며, 감독 기관인 인권위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에 따르면, 이들은 스타벅스 DT 서비스의 청각·언어장애인 접근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부터 5년째 법적 다툼과 단체 행동을 이어오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2021년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급증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타벅스 DT 시스템은 직원과 화상상담을 통해 말로 주문하는 방식 위주로 운영되어, 청각·언어장애인들은 사실상 서비스 이용에서 배제됐다. 이에 장추련은 2021년 4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당초 인권위는 스타벅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인권위는 “주차 후 매장 이용이나 스마트폰 앱 사전 주문 등의 대체 수단이 있다”며 그해 8월 진정을 기각했다. 하지만 장추련은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2023년 9월 행정심판위원회는 인권위의 기각 결정을 취소하는 재결을 내렸다.
당시 행정심판위는 “스마트폰 앱 주문 등은 DT 본래의 취지와 거리가 멀어 대체 수단으로 볼 수 없다”며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의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매출 1위 기업인 스타벅스가 화상 수어 서비스나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것이 경영상 과도한 부담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명시했다.
문제는 재결 이후의 과정에서 발생했다. 행심위 결정에 따라 스타벅스는 2024년 1월 이행계획서를 제출했으나, 장추련 확인 결과 해당 계획에는 언어장애인을 위한 키오스크 설치 등이 빠진 채 청각장애인용 화상 수어 서비스만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이 같은 ‘반쪽짜리’ 계획을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승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후 관리 부실에 대한 지적도 거세다. 이행계획 승인 후 2년이 경과한 2026년 1월 현재까지도 스타벅스 현장에서는 시정 권고 사항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추련 측은 “인권위가 권고 이행 과정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는 예규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며 “진정인에게 이행 계획에 대한 안내조차 하지 않는 등 철저히 장애인을 소외시켰다”고 주장했다.
장추련을 비롯한 장애인 권리옹호 단체들은 조만간 인권위를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이들은 인권위에 엉터리 이행계획 승인에 대한 공식 사과와 실질적인 시정조치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할 방침이다.
장추련 관계자는 “연 매출 수조 원을 기록하는 거대 기업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차일피일 미루고, 차별시정기구인 인권위가 이를 묵인하는 사이 장애인들의 기본권은 5년째 침해받고 있다”며 “국가 기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