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잡은 핸들, 다시 뛰는 심장… 중장년 장애인의 택시 인생 2막
대왕기업 합류한 뇌병변장애인 최종옥 기사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

<사진=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제공>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고용과 사회 참여를 위한 노력은 시대를 관통하는 숙제이다. 본지는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25 취업사례집 일-원’에 소개된 사례를 바탕으로, 일터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는 장애인 취업자들의 이야기를 기획 시리즈로 전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넘어 실제로 일하며 성장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모습을 통해, 장애인 고용이 어떻게 개인의 삶과 조직, 사회를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인력난으로 신음하는 택시업계와 재취업의 벽 앞에서 고민하는 중장년 장애인이 ‘핸들’을 매개로 상생의 길을 찾고 있다.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가 운영하는 택시운전기사지원사업이 단순한 일자리 알선을 넘어, 장애인의 사회 복귀와 업계의 활력을 동시에 이끄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택시운전기사지원사업은 자격 취득 단계부터 취업 연계, 그리고 취업 초기 정착 지원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는 원스톱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이 사업을 통해 총 13명이 취업의 기쁨을 누렸다. 주목할 점은 취업자 중 지체장애인이 61.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50대와 60대 중장년층이 절반 이상을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신체적 제약이 있더라도 적절한 지원과 환경이 뒷받침된다면 택시 운전이 중장년 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제2의 직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성과는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는 기업들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법인택시 대왕기업은 2019년부터 센터와 손잡고 장애인 기사 채용을 지속해 왔다. 현재 6명 이상의 장애인 기사가 도로 위를 누비고 있으며, 회사는 복지수당 지급과 맞춤형 배차 등을 통해 이들이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오세철 대왕기업 전무는 “안전과 신뢰가 회사의 기본이며,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헌신”이라며 고용 철학을 밝혔다.
사업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은 최종옥 씨의 사례는 깊은 울림을 준다. 최 씨는 건축회사 대표로 30년간 현장을 누볐으나, 갑작스러운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뇌병변장애 판정을 받았다. 2년간의 고된 재활 끝에 사회 복귀를 꿈꾸던 그는 센터를 통해 택시 운전의 길을 알게 됐고, 단 한 번의 도전으로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현장에서 최 씨는 누구보다 세심한 기사로 통한다. 그는 외국인 승객을 처음 태웠던 날을 떠올리며 “불편한 점이 없는지 살피며 운행했는데 하차할 때 팁을 받아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취업은 그의 건강 상태도 바꿔놓았다. 규칙적인 근무 덕분에 생활 리듬이 안정되면서 신체 기능이 눈에 띄게 호전된 것이다. 여기에 초기 적응지원금은 수입이 일정치 않은 입사 초기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는 “다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준 센터와 곁에서 지켜준 가족에게 감사하다”며 “특히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최 씨에게 택시는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을 넘어,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서게 해준 소중한 공간이다.
대왕기업과 최종옥 씨의 동행은 장애인 고용이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이로운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오세철 전무는 “센터와 함께하면 채용과 적응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더 많은 기업이 장애인 고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기를 당부했다.
도로 위를 달리는 택시는 이제 중도장애인들에게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통로가 되고 있다. 제도적 뒷받침과 기업의 열린 태도가 맞물릴 때, 장애라는 문턱은 더 이상 사회 복귀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