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권리는 ‘비용·효율’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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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병원 응급실의 침대가 비어 있다고 해서 줄이지 않는 것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낭비로 보는 시각 여전해

<사진=장애인일자리 신문>

경남 창원시에서 불거진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축소 조례안 논란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행정편의주의와 경제성 중심 개발 논리가 장애인의 삶을 어떻게 뒷전으로 밀어내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해당 조례안을 발의했다가 철회한 김영록 창원시의원을 두고 지역 장애인단체가 공식 사과를 요구한 배경에는 장애인 권리를 바라보는 행정의 인식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깔려 있다.

창원장애인권리확보단은 기자회견에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일반 주차구역으로 전환해도 만성적인 주차난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주차 문제는 도시계획과 교통정책 전반의 문제이지,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축소해 몇 면의 주차 공간을 늘린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특히 비어 있는 장애인 주차면은 자원의 낭비가 아니라 언제든 이용이 가능하도록 확보돼 있어야 하는 공공 인프라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국 각지에서 장애인 편의시설과 서비스는 여전히 ‘이용률’과 ‘비용 대비 효과’라는 기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나 편의시설이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된다는 이유로 위치를 외곽으로 옮기거나 최소 기준만 유지하려는 시도가 반복돼 왔다. 이러한 판단은 장애인의 이동 특성과 일상적 제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수치와 효율만을 앞세운 결과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대중교통 정책에서도 유사한 양상은 이어지고 있다. 저상버스 도입과 지하철 역사 내 엘리베이터 설치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핵심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역에서 재정 부담과 경제성을 이유로 도입이 지연되거나 제한적으로 시행돼 왔다.

도시 재개발과 재건축 과정에서도 장애인의 처지는 후순위로 밀리기 쉽다. 미관 개선과 사업성 확보가 우선되면서 경사로, 점자블록, 접근 가능한 보행 동선이 형식적으로 설치되거나 오히려 이전보다 이용이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개발의 성과는 수치로 평가되지만, 그 과정에서 배제된 장애인의 불편과 권리 침해는 통계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창원시는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 가운데 장애인 인구 비율이 높고, 고령 인구 비율도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도시다. 장애인과 이동 약자의 비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용 주차구역 축소 논의가 제기됐다는 점은 복지 행정의 방향성을 다시 묻게 한다.

이번 논란은 장애인 정책이 여전히 ‘비용’과 ‘효율’의 언어로 설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장애인 편의시설과 제도는 즉각적인 활용도보다 필요할 때 접근 가능해야 한다는 공공성에 본질이 있다. 응급 상황을 대비해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하는 응급실 병상처럼, 장애인 권리 역시 평상시에는 드러나지 않더라도 항상 보장돼야 할 기본 조건이다.

창원 사례는 행정편의주의와 경제성 위주의 개발 논리가 지속될 경우, 장애인의 처우 개선이 얼마나 쉽게 후순위로 밀려나는지를 다시 한번 환기시킨다. 지방자치와 개발 정책이 진정한 포용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비용과 효율의 계산을 넘어,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정책 판단의 출발점에 두는 인식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