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권리는 ‘비용·효율’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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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병원 응급실의 침대가 비어 있다고 해서 줄이지 않는 것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낭비로 보는 시각 여전해

<사진=장애인일자리 신문>

경남 창원시의회에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비율을 낮추는 조례 개정안이 발의됐다가 장애인단체의 강한 반발과 창원시의 반대 의견 속에 결국 철회됐다. 주차난 해소라는 행정 논리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라는 권리 원칙이 정면으로 맞부딪힌 이번 사건은 지방 행정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충돌의 단면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창원시의회 김영록 의원은 지난 1월 9일 부설주차장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비율을 현행 4%에서 3% 이상으로 낮추는 조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 이유로는 만성적인 주차난 해소와 이용률 저조 문제가 제시됐다. 김 의원은 창원시 장애인 차량 등록 대수가 약 1만1000대인 데 비해 전용 주차구역은 2만2000면 이상으로 과다하게 공급돼 있으며 이용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율을 1%포인트 낮추면 약 5300면을 확보할 수 있고, 이는 2300억 원 상당의 주차 공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같은 취지의 조례안이 2023년 9월에도 발의됐다가 시의회 위원회에서 부결된 전례가 있다. 당시에는 비율을 4%에서 2%로 절반 가까이 낮추는 더 급격한 안이었다. 이번 개정안은 그보다 완화된 수준이었지만 장애인단체의 반응은 달라지지 않았다.

창원장애인권리확보단을 비롯한 장애인단체들은 1월 15일과 20일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안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조례안이 장애인 이동권과 접근권을 침해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다고 비판했다. “주차난 해소를 장애인의 권리를 줄여서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들의 핵심 주장이었다. 비어 있는 장애인 전용 주차면은 이용률이 낮은 비효율적 공간이 아니라 언제든 이용할 수 있도록 확보돼 있어야 하는 공공 인프라라는 점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진형익 의원 등 의회 내 반대 목소리도 더해졌다.

창원시도 조례안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창원시는 인구 100만 명 이상 특례시 가운데 장애인 비율이 5.05%로 가장 높다는 점을 근거로 전용 주차구역 축소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령 인구 비율도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창원의 인구 구조를 감안하면 이동 약자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었다.

결국 조례안은 1월 20일 예정된 심의 전 철회됐다. 하지만 장애인단체들은 철회로 사태가 마무리됐다고 보지 않았다. 이들은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조례안 발의 자체가 장애인을 정책 결정에서 배제하는 인식의 산물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주차 몇 면을 늘리기 위해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먼저 건드리는 발상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창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등록 장애인은 263만1356명으로 전체 인구의 5.1%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심한 장애인은 96만6428명으로 전체 등록 장애인의 36.7%를 차지한다. 전국 각지에서 이들이 의존하는 장애인 편의시설은 이용률과 비용 대비 효과라는 기준으로 반복적으로 평가받아 왔다. 저상버스 도입률은 2024년 기준 전국 평균 44.4%에 머물러 있으며, 서울 71%인 데 반해 울산은 18.7%, 제주는 22.5%에 그치는 등 지역 간 격차도 크다. 지하철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 역시 많은 지역에서 재정 부담을 이유로 도입이 지연됐고,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경사로나 점자블록이 형식적으로 설치되거나 오히려 접근이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불법 주차 민원 역시 국민권익위원회 집계 기준 2022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공간을 줄이는 것보다 단속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선행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불법 주차 과태료는 10만 원이다.

장애인단체들은 편의시설의 본질은 즉각적인 활용도가 아니라 필요할 때 접근 가능해야 한다는 공공성에 있다고 강조한다. 응급실 병상이 항상 가득 차 있지 않더라도 언제든 비워져 있어야 하는 것처럼,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도 평상시 이용률과 무관하게 보장돼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일부 지자체와 의회 관계자들은 제한된 행정 자원 안에서 다수 시민의 불편도 외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창원 사례가 반복해서 환기하는 것은 결국 하나다. 지방 행정이 비용과 효율의 언어로 정책을 설계할 때 사회적 약자의 권리는 가장 먼저 협상 테이블에 오른다는 것이다. 장애인 권리를 정책 판단의 출발점이 아닌 조정 대상으로 여기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번과 같은 충돌은 다른 지역, 다른 사안에서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