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애인인데 복지예산은 최대 4.5배…‘사는 곳’ 따라 달라지는 장애인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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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지자체 장애인 1인당 예산 지역별 편차 확인
재정여건·인구 규모 등 영향 함께 살펴봐야

전국 기초자치단체가 편성한 장애인 1인당 예산이 지역에 따라 최대 4.5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장애인이라도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지방정부가 투입하는 장애인 관련 재정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가 최근 발표한 ‘2026년 기초자치단체 장애인예산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기초지자체별 장애인 1인당 예산에서 상당한 지역 편차가 확인됐다. 특히 예산 규모가 큰 지역과 작은 지역의 격차는 최대 4.5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결과는 장애인 복지정책이 중앙정부 사업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활동지원 추가지원과 이동지원, 장애인일자리, 자립생활 지원 등 장애인의 일상과 밀접한 사업 가운데 상당수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과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지원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장애인예산 비중도 전체 국가예산과 비교하면 크지 않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가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중앙정부 19부·6처·18청·6위원회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2026년 장애인예산은 약 8조5,249억원으로 전체 중앙정부 예산 727조9,000억원의 1.17%로 집계됐다.

전년도 전체 예산에서 장애인예산이 차지했던 비중 1.19%와 비교하면 0.02%포인트 낮아졌다. 장애인예산 가운데 보건복지부 소관은 약 6조3,506억원으로 전체의 74.5%를 차지했다. 복지부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5개 부처에 전체 장애인예산의 99.4%가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정부의 장애인 정책이 일부 부처에 집중된 상황에서 지방정부의 자체사업 규모까지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면서 장애인이 실제 체감하는 서비스에도 지역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앙정부가 전국 공통으로 시행하는 사업과 달리 지방자치단체 자체사업은 지역의 재정 상황과 정책 판단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장애인 1인당 예산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지역의 장애인 복지 수준이 높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지역별 인구와 등록장애인 수, 시설 설치 여부, 국·시도비 보조사업 규모,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 등에 따라 1인당 예산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구와 등록장애인이 적은 지역에 장애인복지관이나 체육시설 등 대규모 시설을 설치하면 해당 연도의 장애인 1인당 예산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 반대로 등록장애인이 많은 대도시는 전체 장애인예산 규모가 크더라도 1인당 예산으로 환산하면 상대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지역 간 장애인 정책 수준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체 예산이나 1인당 예산뿐 아니라 실제 장애인이 이용하는 서비스별 재정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장애인 활동지원 지방비 추가지원, 특별교통수단 운영, 장애인일자리, 자립생활주택, 최중증 장애인 지원 등 주요 사업의 대상자와 이용 규모를 함께 비교해야 지역 격차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지방재정 구조도 고려해야 한다. 행정안전부의 ‘2026년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에 따라 지방정부는 국고보조사업과 시·도 보조사업, 자체사업 등을 각각 편성한다. 이에 따라 같은 장애인 사업이라도 중앙정부와 광역·기초지자체가 부담하는 재원 비율이 다르고 지방정부 자체사업의 규모 역시 지역별로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정부가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와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확대 등을 추진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제도를 확대하더라도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의 인력과 시설, 지방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역에 따른 이용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모니터링에서 확인된 최대 4.5배의 예산 격차는 지역별 장애인 정책을 단순한 총액이 아닌 실제 서비스 수준까지 비교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장애인이 어느 지역에 거주하더라도 기본적인 활동지원과 이동, 일자리, 자립생활 서비스를 일정 수준 이상 이용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정분담과 지역별 최소 서비스 기준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