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20곳 중 절반, 자회사형 표준 사업장·연계 고용 모두 미참여

장애인 고용 의무를 부담금으로 대체하는 대기업의 관행이 여전히 고착화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 창출의 실질적 역할을 외면한 채 부담금만 납부하는 방식이 이어지면서,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납부한 상위 20개 민간기업 중 10곳이 자회사형 표준 사업장 설립은 물론 연계 고용에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는 95억 원을 납부해 부담금 2위를 기록했으나, 연계 고용이나 자회사형 표준 사업장 설립 실적은 없었다. 대한항공(61억 원), 우리은행(47억 원), 현대모비스(41억 원), 삼성디스플레이(40억 원), NH농협은행(38억 원) 등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10개 기업이 납부한 부담금만 460억 원에 이른다.
장애인 의무 고용 사업주는 직접 고용이 어렵더라도, 장애인 표준 사업장이나 직업재활시설과 계약을 맺어 고용 실적으로 인정받는 ‘연계 고용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또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별도 자회사를 설립해 모회사 고용으로 인정받는 ‘자회사형 표준 사업장’ 제도도 존재한다.
이 의원은 “직접 고용이 어렵다면 연계 고용이나 자회사형 표준 사업장을 통해 장애인 고용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기업의 최소한의 책무”라며 “상당수 기업이 가장 손쉬운 부담금 납부만으로 의무를 면하면서 일자리 창출에는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직접 고용도, 간접 고용도 하지 않는 기업을 방치한다면 고용부담금 제도는 단순한 ‘벌금형 제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고용노동부와 장애인고용공단은 부담금 징수에 그치지 말고, 연계 고용과 자회사형 표준 사업장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