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인 지원 기준 구체화·전문기관 역할 확대…“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 강화”

중증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통합돌봄 제도가 법적 틀을 갖추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의 시행령·시행규칙을 공포하며, 장애인을 통합돌봄의 핵심 대상에 명시하고 지원체계를 대폭 확장했다고 9일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하위법령에서 통합돌봄 지원 대상을 65세 이상 고령자와 함께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규정했다. 단순히 질병이나 노화가 아니라 장애 특성에 따른 장기적·일상적 돌봄 필요성을 국가가 제도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특히 복지부 장관이 별도로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중증 장애인이 지자체장의 판단을 통해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신청 경로 역시 장애인 특성을 고려해 넓혔다. 본인이나 가족뿐 아니라 장애인복지관, 재가장애인서비스 제공기관 등 장애인이 실제로 생활하고 드나드는 시설에서도 동의가 있을 경우 통합돌봄 신청을 대리할 수 있다. 의사소통 어려움이나 이동 제약 때문에 행정 절차를 밟기 어려운 장애인의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경제적 위기나 긴급 상황에 놓여 스스로 신청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담당 공무원이 직권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또한 장애인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조사 업무는 국민연금공단과 건보공단이 맡는다. 연금공단은 오랫동안 장애심사·장애특성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해온 기관으로, 이번 제도에서 장애 분야 종합판정 조사 지원을 전담하게 됐다. 장애인의 보건의료·주거·일상생활 지원을 통합적으로 계획하는 데 필요한 전문성 확보 장치로 평가된다.
개인별 지원계획을 심의하는 ‘통합지원회의’ 구성도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해 확대됐다. 지자체와 보건소 인력뿐 아니라 장애인복지 전문가, 지역사회 기반 장애지원기관 실무자가 참여해 복지·의료·주거·돌봄을 하나의 계획으로 묶는다. 이는 기존에 의료 중심으로 흘러가기 쉬웠던 논의를 장애인의 생활 전반으로 확장시키는 효과가 있다.
전문기관 지정에서도 장애인 지원의 비중이 강화됐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공식 전문기관으로 포함되면서 장애특성 기반 지원 모델 개발과 정책 자문 등 장애인 통합돌봄의 중추 역할을 맡게 됐다. 중앙·시도 사회서비스원 역시 지역 기반 장애돌봄 서비스 확충을 위한 핵심 기관으로 참여한다.
이번 제정안에는 기본계획·지역계획 수립 방식, 서비스 제공 현황의 전산관리 체계 등 세부 운영 절차도 담겼다.
임을기 노인정책관은 “이번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을 통해 통합돌봄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그간 시범사업으로 추진되어 온 의료·돌봄 통합지원 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통합돌봄을 전국에서 시행하기 위한 기틀이 갖춰졌다”라고 자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