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단 앞둔 장애인고용부담금 소송…제도의 취지와 고용 책임 다시 묻는 계기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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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비용 논쟁 넘어 장애인 고용 확대라는 제도 본래 목적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

<사진=AI Gemini 생성 이미지>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를 둘러싼 법적 논쟁이 오는 12일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해야 하는 기업이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납부하는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법인세 계산에서 비용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단순한 세법 해석 문제처럼 보이지만 판결 결과에 따라 장애인 고용 정책의 방향과 기업의 고용 책임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한 기업이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법인세 계산에서 손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세금 환급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장애인 의무고용을 이행하지 않은 데 따른 부담금은 제재적 성격이 강하므로 일반적인 기업 비용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반면 기업 측은 부담금이 처벌이나 과태료와 같은 제재금이 아니라 정책적 부담금에 해당하므로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기업 측 주장을 받아들였고, 사건은 최종적으로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의 실효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고용 정책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게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부담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민간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현재 3.1%이며 공공기관은 3.8% 수준이다.

실제 기업들이 납부하는 부담금 규모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기업들이 신고한 장애인고용부담금은 총 4조2503억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부담금을 신고한 기업은 연평균 약 8500곳이며, 연간 부담금 규모도 2020년 7807억 원에서 2024년 9179억 원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장애인 고용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기업 비율 역시 적지 않다. 국회 자료에 따르면 민간기업의 약 58.6%가 법정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 절반 이상이 직접 고용 대신 부담금 납부 방식에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부담금 제도의 구조도 장애인 고용을 유도하기 위해 설계돼 있다. 기업이 의무고용 인원을 채우지 못할 경우 미달 인원 1명당 매달 약 120만 원에서 최대 215만 원 수준의 부담금이 부과된다. 부담금 단가는 고용률이 낮을수록 높아지는 구조로, 장애인을 전혀 고용하지 않은 경우 가장 높은 금액이 적용된다.

장애인 고용 정책 전문가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이 기업의 고용 책임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한국장애인고용정책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장애인고용부담금은 단순한 벌금이 아니라 장애인 고용을 사회 전체가 공동 책임으로 나누기 위해 설계된 제도”라며 “만약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 부담금의 실질 부담이 줄어들면서 직접 고용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정책 분야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의 한 교수는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는 기업을 처벌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노동시장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 장치”라며 “부담금을 단순한 기업 비용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면 제도의 정책적 의미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고용 현장에서는 이미 부담금 납부 방식이 고용을 대체하는 사례가 나타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수억 원 규모의 부담금을 매년 납부하면서도 장애인 고용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조사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세법 해석 문제를 넘어 장애인 고용 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는 기업의 부담을 조정하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라는 점에서, 정책 취지를 고려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은 법률적 결론으로 귀결되겠지만 그 영향은 장애인 고용 정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장애인 고용을 비용 논쟁의 관점이 아니라 노동시장 참여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