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 ‘채용’에서 ‘직무 설계’로…금융권까지 확산되는 새 일자리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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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직무 인큐베이팅 도입, 산업 연계형 고용이 지속가능성 높인다

<사진=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공>

국내 기업들의 장애인 고용 방식이 단순 채용 중심에서 직무와 사업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업의 본업과 연계된 직무를 개발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모델이 확산되면서 장애인 일자리의 안정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삼성화재해상보험이 공동 추진하는 ‘직무 인큐베이팅 모델’이 금융권의 새로운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양 기관은 4월 9일 서울 서초구 삼성화재 본사에서 장애인 고용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보험업과 연계한 직무 기반 일자리 모델 구축에 나섰다.

이번 모델은 공단의 맞춤형 직무훈련과 기업의 현장 실습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것이 핵심이다. 입사 전 기초 역량 교육부터 입사 후 실무 적응까지 전 과정을 단계적으로 지원해 연내 다수의 장애인을 실제 채용으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금융업의 전문 직무와 직접 연계된 고용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금융권 장애인 고용이 단순 행정 보조 업무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과 달리,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직무 설계형 모델이 도입됐다는 점에서 한 단계 발전된 시도로 평가된다.

이종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은 협약식에서 “삼성화재가 보험업 본업과 연계된 고용모델을 직접 설계하고 실천에 나선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장애인 노동자가 금융권에서 필요한 역량을 쌓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맞춤훈련부터 실무 적응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이러한 변화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에서 이미 시작된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일부 기업들은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통해 제과 생산이나 카페 운영 등 자체 수익 구조를 갖춘 사업형 일자리를 운영하며 장애인 고용을 기업의 사업 영역 속에 편입시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사업 연계형 고용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일자리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본업과 연결된 직무는 일시적인 지원사업에 의존하지 않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 장애인 근로자의 장기적인 고용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직무의 질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산업 특성과 연계된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이 축적되며, 이는 장애인 근로자가 단순 업무 수행자를 넘어 직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이번 협약은 앞서 금융당국과 관련 기관이 참여해 체결한 금융권 장애인 고용 확대 협약이 실제 현장에서 구체적인 일자리 모델로 구현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제도적 논의를 넘어 실질적인 채용으로 이어지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다른 금융기관으로의 확산 가능성도 주목된다.

장애인 고용이 단순한 채용 숫자 확대를 넘어 산업과 직무를 설계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은 노동시장 전반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기업이 직접 직무를 만들고 그 안에서 장애인이 핵심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구조가 자리 잡는다면 장애인 고용은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