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장애인으로 살아가기(1)] 장애를 얻은 이후, 삶은 어디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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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악화에서 고용 중단까지… 장애 발생 이후 삶의 연쇄 변화 추적

<사진=Pexels>

장애는 개인의 신체적 변화로 시작되지만 그 이후의 삶은 건강, 일자리, 소득, 사회관계 등 여러 영역에서 복합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장애인의 삶을 장기적인 데이터로 추적하며 구조적으로 분석한 보도는 많지 않았다. 본지는 장애인 삶 패널조사 연구 자료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장애 발생 이후 개인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제도와 현실 사이에 어떤 간극이 존재하는지를 살펴보는 연중기획 ‘장애인으로 살아가기’를 시작한다. 이 연재에서는 장애인의 건강, 고용, 소득, 사회참여 등 다양한 삶의 지표를 분석하고 정책적 과제를 짚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얻는 순간 삶은 단순히 신체적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건강 문제를 시작으로 고용, 소득, 사회참여까지 연쇄적인 변화가 이어진다. 장애인의 삶을 장기간 추적한 ‘장애인 삶 패널조사’는 이러한 변화가 일정한 경로를 따라 진행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조사는 2018년부터 6,121명의 장애인을 장기적으로 추적 조사한 국가승인통계로, 장애 이후 삶의 변화를 구조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대표적 자료다.

연구 결과 장애 발생 이후 가장 먼저 변화가 나타나는 영역은 건강 상태였다. 조사에서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나쁘다’ 또는 ‘매우 나쁘다’고 평가한 비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건강 위험도가 높은 집단으로 확인됐다. 특히 장애 이후 추가적인 질환을 동시에 앓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건강 부담이 장기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장애가 단순한 기능 손상이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수준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건강 악화는 곧 경제활동의 변화로 이어졌다. 장애인의 노동시장 참여 수준은 이미 통계적으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약 40% 수준으로, 비장애인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비경제활동 상태에 머무는 장애인의 비율은 절반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장애 발생 이후 직업 유지 자체가 쉽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직업을 유지하더라도 근로 조건은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장애 발생 이후 근로시간 감소나 직무 변경을 경험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일부는 기존 직장을 떠나 비정규직이나 단시간 노동으로 이동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취업 여부가 아니라 고용의 질 자체가 낮아지는 문제로 이어진다.

경제활동의 변화는 곧 소득 감소로 연결된다. 장애인 가구는 전체 가구에 비해 낮은 소득 구간에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기존 연구에서는 장애인 가구의 상당수가 중위소득의 절반 이하 수준에 머무는 비율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장애 이후 의료비와 돌봄 비용이 증가하면서 실질적인 가처분소득은 더 줄어드는 이중 부담이 발생한다.

의료비 부담 역시 장애 이후 삶을 압박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장애인은 일반 인구보다 의료 이용 빈도가 높고, 재활치료와 보조기기 사용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가계 지출 구조 자체가 의료 중심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의료비 증가와 소득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는 장애 이후 삶의 취약성을 더욱 키운다.

소득 감소는 다시 사회참여 축소로 이어진다. 조사에서는 장애인의 문화·여가 활동 참여 수준이 낮은 편에 속하며, 외부 모임 참여 역시 제한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동의 어려움과 경제적 부담, 사회적 편견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사회적 관계망이 점차 축소되는 것이다. 사회참여 감소는 단순한 활동 감소가 아니라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삶의 만족도 하락으로 연결된다. 선행 연구에서는 장애인의 삶에 대해 ‘현재 삶에 불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약 29.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건강과 사회관계 전반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 복합적인 문제임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각각 독립된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연쇄 구조라고 설명한다. 장애 발생 이후 건강 악화가 먼저 나타나고, 이어 노동시장 이탈과 소득 감소가 뒤따르며, 결국 사회참여 축소와 삶의 만족도 저하로 이어지는 흐름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는 것이다. 특히 장애 발생 초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이후 회복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장애는 개인의 삶에서 하나의 사건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연쇄적인 구조적 변화의 시작점이 된다. 건강 문제에서 시작된 변화가 일자리와 소득, 사회관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장애 정책 역시 생애 전반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 이후 삶이 무너지는 지점은 단 하나가 아니다. 건강, 일자리, 소득, 사회참여가 서로 연결된 구조 속에서 동시에 흔들리고 있으며, 문제는 장애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를 지탱할 사회적 안전망의 부족이라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