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분석 결과, 남성 장애인 고용률은 하락·여성은 상승
정규직 감소와 저질 일자리 확대는 공통 과제로 지적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이슈앤포커스 제465호’는 코로나19 전후 장애인 노동시장의 변화를 성별 관점에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여성 장애인의 고용률이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상승했다는 점은 표면적으로는 긍정적 변화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공공 일자리와 시간제·비정규직 중심의 취업 확대라는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 반면 남성 장애인은 민간 노동시장과 자영업 의존도가 높아 코로나19 충격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의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 원자료를 활용해 2017년부터 2025년까지의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시기를 코로나19 이전(2017~2019년), 확산기(2020~2022년), 이후(2023~2025년)로 구분해 남녀 장애인의 고용 구조 변화를 비교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남녀 장애인의 고용률 변화 방향이 서로 달랐다는 점이다. 남성 장애인 고용률은 코로나19 이전 평균 45.5%에서 이후 43.1%로 하락했다. 반면 여성 장애인 고용률은 같은 기간 21.4%에서 23.2%로 상승했다. 다만 여성 장애인의 고용률 자체는 여전히 남성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진은 여성 장애인 고용 증가가 민간 노동시장 회복 때문이라기보다 정부 재정 지원 일자리 확대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실제 여성 장애인의 정부 재정 지원 일자리 비중은 코로나19 이전 평균 23.8%에서 이후 35.4%까지 증가했다. 공공근로, 복지일자리,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 등이 여성 장애인 고용 증가를 견인한 셈이다.
반면 일반 사업체 근무 비중은 남녀 모두 감소했다. 남성 장애인의 일반 사업체 종사 비율은 코로나19 이전 평균 80.8%에서 이후 71.9%로 낮아졌고, 여성도 59.6%에서 50.4%로 감소했다. 이는 장애인 노동시장이 민간 고용보다 공공 재정 일자리에 점차 의존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취업의 양적 확대와 달리 질적 측면에서는 악화 흐름이 뚜렷했다는 점도 핵심 분석 포인트다. 코로나19 이후 남녀 모두 임금근로자 비중은 증가했지만, 정규직 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여성 장애인의 경우 정규직 비중이 코로나19 이전 평균 24.2%에서 이후 18.9%로 떨어졌고, 남성 역시 46.3%에서 40.4%로 감소했다.
시간제 근로 확대 역시 두드러졌다. 여성 장애인의 시간제 근로 비중은 코로나19 이후 평균 66.1%까지 상승했다. 남성도 시간제 비율이 증가했지만 여성의 증가폭이 훨씬 컸다. 이는 여성 장애인의 고용 증가가 안정적 일자리 확대라기보다 단시간·불안정 노동 증가와 연결돼 있음을 시사한다.
임금 격차 역시 구조적 문제로 확인됐다. 2025년 6월 실질임금 기준 여성 장애인의 시간당 임금은 평균 1만2400원 수준으로 남성 장애인(1만7200원)의 약 72%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진은 장애와 성별이라는 이중 제약이 여성 장애인을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로 밀어내는 구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영업 부문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고용원 없는 1인 자영업’ 증가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 장애인은 고용원 없는 자영업 비중이 코로나19 이후 76.9%까지 증가했다. 이는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속에서 영세 자영업 중심 구조가 심화됐음을 보여준다. 여성 장애인 역시 무급가족종사자 비율이 여전히 30% 안팎으로 높게 유지됐다.
연구진은 앞으로의 장애인 노동시장 정책이 단순한 고용률 제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규직 전환 확대, 안정적 근로시간 보장, 민간기업 장애인 고용 인센티브 강화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 장애인의 경우 공공 일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민간 정규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브리지 일자리’ 개념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디지털·비대면 산업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장애인 일자리는 여전히 제조업·건설업 등에 편중돼 있다는 점도 과제로 제시됐다. 이에 따라 디지털 직무 교육 확대와 비대면 산업 중심의 맞춤형 일자리 개발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됐다.
이번 보고서는 코로나19가 장애인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단순한 경기 충격 차원이 아니라 성별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성 장애인의 고용률 상승이라는 숫자 이면에 공공 의존과 불안정 노동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장애인 고용 정책은 ‘얼마나 많이 고용했는가’보다 ‘어떤 일자리에 고용됐는가’를 중심으로 재설계돼야 한다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