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은 비용 아닌 성장”…정부 의지가 바꾸는 일자리 정책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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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협약·기업 공개편지·현장 행보까지
장애인 일자리 정책, ‘권고’에서 ‘산업 변화’ 단계로

<사진=고용노동부 전경>

장애인 일자리 정책을 둘러싼 최근 정부의 움직임이 이전과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산업별 직무 발굴과 민관 협력 체계 구축, 기업 문화 변화까지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특히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금융권과 공공기관,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연쇄적인 장애인 고용 확대 행보를 이어가면서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서 정부 의지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금융권 협회들은 ‘금융권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이후 은행권, 금융투자업계, 보험업계를 대상으로 한 후속 간담회가 잇따라 열렸다. 단발성 캠페인이 아니라 업권별로 장애인 고용 모델을 확산하려는 구조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간담회에서는 금융업 특성에 맞춘 직무 사례들이 공유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청년 장애인을 디자인과 사무직으로 채용해 모바일 UI와 배너 제작 업무 등에 참여시키고 있으며, 한화투자증권은 화상영어 교육 운영 보조 직무를 도입했다. KB증권은 역사 내 네일케어 서비스 사업을 통해 중증 여성장애인 일자리를 운영 중이며, 유진투자증권은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디자인·예술 관련 직무를 확대하고 있다.

보험업계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화생명은 보험업계 최초로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달성한 사례를 공유하며 포용적 고용문화 확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장애인 고용이 단순 의무 이행에서 그치지 않고 포용적 가치 실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취임 이후 강화된 현장 중심 정책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장관은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중증·발달장애인 고용 모델을 점검하고, 금융권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장애인 일자리 확대 협력을 주문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에 보내는 공개 편지’를 통해 장애인 고용을 단순 부담이 아닌 사회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기 위한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기업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하기도 했다.

과거 장애인 고용 정책이 의무고용률 관리와 부담금 중심으로 운영됐다면 최근에는 산업별 맞춤 직무 발굴과 지속가능한 고용환경 조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점도 달라진 부분이다. 단순 보조업무를 넘어 디지털 디자인, 콘텐츠 제작, 서비스 운영, 문화예술 분야 등으로 장애인 직무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점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일자리 확대에서 정부 정책의 방향성과 지속적인 메시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처럼 감독기관의 영향력이 큰 산업일수록 정부의 정책 기조가 실제 고용문화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금융권의 움직임 역시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우수사례를 공유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아직까지는 일부 프로젝트가 제한적 규모에 머물고 있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장애인 고용이 특정 지원직무에만 집중되거나 단기 사업 형태로 운영될 경우 지속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단순 채용 숫자를 넘어 정규직 확대와 경력개발 체계 구축, 핵심 직무 참여 확대 등이 앞으로의 과제로 꼽힌다.

그럼에도 최근 정부의 움직임은 장애인 고용 정책이 단순 복지 영역을 넘어 노동시장 구조와 산업 문화 변화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직접 기업과 산업계에 메시지를 보내고 협업 구조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장애인 일자리 정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