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중심 첫 예술 브랜드 론칭…굿즈·캐릭터·SNS 연계한 지속가능 구조 구축
기존 전시·공연 지원 넘어 창작·유통·수익환원까지 연결 시도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이 최근 공식 론칭한 발달장애 예술 브랜드 ‘아르피쉬(AREFISH)’가 기존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사업과는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단순 치료나 전시 지원을 넘어 브랜드와 콘텐츠 산업 구조를 접목해 발달장애 예술인의 경제적 자립까지 연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다.
서울시 어린이병원은 지난 12일 병원 발달센터에서 ‘AREFISH DAY’를 열고 의료 기반 발달장애 예술 브랜드 ‘아르피쉬’를 공식 출범했다. 병원 측은 2023년 국내 최초 의료 기반 ‘레인보우 예술심리센터’를 신설한 이후 축적된 예술치료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번 브랜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아르피쉬’는 예술(Art)과 감정(Emotion), 물고기(Fish)를 결합한 이름으로, 발달장애 아동·청소년이 예술을 통해 사회와 연결되고 성장해 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브랜드는 단순 작품 전시에 머무르지 않고 캐릭터, 애니메이션, 굿즈, SNS 콘텐츠를 결합한 IP 기반 사업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실제 행사장에서는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작품을 활용한 티셔츠, 휴대전화 케이스, 컵, 키링 등의 상품이 공개됐으며, 향후 상시 쇼룸 운영과 온라인 홍보를 통해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판매 수익 일부는 참여 예술가들에게 환원된다.
이 같은 방식은 지금까지의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사업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사업들은 대체로 창작 활동이나 공연·전시 기회 제공 중심이었다면, 아르피쉬는 창작 이후 상품화와 유통, 브랜딩까지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흐름은 존재해왔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장애예술인 창작지원 사업을 통해 전시·공연·레지던시 등을 지원해왔고, 키뮤스튜디오는 발달장애 작가의 작품을 기업 디자인과 굿즈 사업으로 연결해왔다. 하트-하트재단 역시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 운영을 통해 직업 예술 활동 기반을 마련해 왔다.
그러나 공공병원이 직접 중심이 되어 치료·교육·브랜딩·사회참여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은 사례는 드물다는 평가다. 특히 병원이 민간기업과 협력해 굿즈 제작과 콘텐츠 유통 구조를 구축했다는 점도 기존 복지사업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굿즈 제작 플랫폼 기업과 콘텐츠 기획 기업이 참여했으며, 던킨과 매일유업 등 여러 기업들도 후원에 동참했다. 병원 측은 단순 기부를 넘어 민간기업이 유통과 제작의 파트너로 참여하는 구조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장애예술 정책의 방향 전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보고 있다. 최근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이 단순 복지 차원을 넘어 산업·콘텐츠 영역으로 확장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업이 일회성 행사나 전시 지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아르피쉬는 발달장애인의 예술 활동을 하나의 브랜드와 성장 서사로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모델로 평가된다. 다만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 굿즈 판매를 넘어 라이선싱과 기업 협업, 콘텐츠 확장 등 안정적 수익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민 서울시 어린이병원장은 “이번 아르피쉬 론칭은 발달장애 어린이들이 치료 이후에도 사회와 단절되지 않고 예술가로서 당당히 자립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첫걸음”이라며, “의료기관이 중심이 되어 예술적 재능을 경제적 자산으로 연결하는 혁신적인 모델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