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편하고 안전하게 갈 수 있는 나라!-

이동은 단순한 편의를 넘어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 권리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의 이동은 여전히 ‘특별한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수 시간 전부터 예약해야 하는 콜택시, 턱이 가로막는 인도, 지하철 승강기 앞에서 돌아서야 하는 현실은 오늘날 한국의 장애인들이 겪는 일상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이 바로 ‘장애인 이동권 강화’다.
이재명 대통령은 21대 대선 당시 장애인 관련 5대 공약 중 두 번째로 ‘어디든 편하고 안전하게 갈 수 있는 나라’를 약속했다.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한 특별교통수단 확대와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 확대는 분명히 반가운 방향이다. 하지만 이동권은 단순한 시설 확충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 의지와 제도적 혁신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과제다. 이 공약의 실천 여부는 곧 이재명 정부의 포용성과 성과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우선 특별교통수단의 실질적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법령은 등록 중증장애인 150명당 1대의 콜택시를 운영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는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법정 비율을 대폭 상향하고, 지자체별 콜택시 증차를 위한 국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이용 시간과 지역 제한 없이 24시간 통합 호출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도 병행되어야 한다.
대중교통 접근성도 대폭 개선되어야 한다. 저상버스의 전국적 확대는 물론, 지하철 역사 내 엘리베이터와 무장애 동선 확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지방과 농촌의 교통 취약 지역에 대해서는 맞춤형 대책이 절실하다. 수도권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모든 지역에서 평등한 이동권을 보장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동권은 또한 시설 외적 문제이기도 하다. 장애인 단체들은 오랫동안 이동권 침해를 ‘기본권 침해’로 규정해왔다. 이재명 정부는 이를 제도적으로 천명하고, ‘이동권 기본법’ 제정 또는 기존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의 실효성 강화를 통해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장애인의 목소리가 정책의 기획과 집행 과정에 반영되도록 제도적 참여 구조를 강화하는 일도 시급하다.
유니버설 디자인 역시 이동권 보장을 넘어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공공건물, 도로, 상업시설의 접근성을 진단하고 이를 의무 기준화하는 한편, 이를 위반할 경우 실질적인 제재가 가해지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곧 생존권이며, 노동권과 교육권, 문화권으로 이어지는 삶의 권리이다. 이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다른 어떤 복지정책도 온전한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가 실천을 통해 진정성을 증명할 분야가 바로 여기다. 보여주기식 공약이 아닌, 당사자의 일상이 바뀌는 구조적 개혁. 그것이 바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의 본질이다.
이제 약속은 준비되었다. 필요한 것은 실행뿐이다. 이 정부가 진정으로 약자의 편에 선 정부라면, 장애인이 어디든 편하고 안전하게 갈 수 있는 그 길을 먼저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