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인력 27% 감축·장애인 고용률 5년째 제자리…정부 “절차 단순화”에도 현장선 “구조적 병목 여전”

영국 고용센터(Jobcentre Plus)가 장애인과 장기 건강 문제를 가진 구직자의 취업 연계에서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 시간이 10분 남짓으로 줄고 상담사 한 명이 평균 95명을 담당하면서, 월간 취업 전환율은 7%대에 머물고 있다. 장애인 고용률 역시 지난 5년간 53%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와 정부 노동시장 통계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고용센터 등록 구직자의 월평균 취업 전환율은 7.6%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중반 10% 수준에서 꾸준히 하락한 수치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장에서는 상담의 ‘속도전’이 일상화됐다. 본인 확인 등 필수 절차를 제외하면 실제 상담 시간은 10분을 넘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상담사는 BBC 인터뷰에서 “한 팔을 뒤로 묶고 싸우는 느낌”이라며 “개별 사정을 반영한 조언이나 맞춤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인력 축소도 성과 부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1년 2만3천 명을 넘던 상담사 수는 2025년 8월 기준 1만6,640명으로 약 2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집중 구직’ 범주의 등록자는 160만 명에 달해 상담사 1인당 평균 담당 인원이 95명으로 집계됐다. 버밍엄·솔리헐 지역은 115명으로 가장 많았고, 남서부 웨일스는 79명으로 가장 적었다.
장애인 고용률 격차도 여전하다. 영국의 장애인 고용률은 53%로, 비장애인(82%)과의 격차는 29%포인트에 달한다. 2019년 이후 개선 흐름이 멈췄으며, 현장 상담사들은 “고용주의 수용 역량 부족이 핵심 문제”라고 지적한다. 유연근무나 보조공학 도입 등 ‘합리적 편의’ 제안을 해도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건강 문제 등으로 구직 의무가 면제된 복지 수급자는 2020년 70만 명 미만에서 2025년 8월 380만 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복지 지출이 급등하자 정부는 고용센터 개편과 복지 제도 조정을 추진했으나, 지난여름 50억 파운드 규모의 장애·건강 관련 예산 삭감안은 정치권 반발로 무산됐다.
영국 정부는 “형식 절차 중심의 문화를 바꾸고 맞춤형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저고용 지역을 중심으로 일자리·건강·기술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복잡한 행정 절차와 지원금 집행 지연, 고용주 대상 실질적 지원 부족이 여전히 주요 병목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상담 품질 회복이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장애나 건강 문제를 가진 구직자에 대해 최소 30분 이상 상담 시간을 확보하고, 상담사 1인당 담당 구직자 수를 60~70명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고용주 측에 대한 합리적 편의 비용 지원과 보조금 신속 집행이 병행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결국 영국의 장애인 고용 부진은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닌 ‘시간·인력·절차’의 문제로 요약된다. 현장 상담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정체된 취업 전환율(7.6%)과 장애인 고용률(53%)의 반등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