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증거 ‘제3자 녹음’ 허용 법안 놓고 갈등…”피해자 보호” vs “교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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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노인·중증장애인 학대 피해 입증 위해 발의…교총 “교실 감시 공간 변질 우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및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사진=김예지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학대 증거 수집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노인·중증장애인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해 제삼자 녹음 증거능력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교원의 교육활동과 일반 국민의 사생활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가 함께 제기되면서 입법을 둘러싼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아동학대처벌법,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핵심 내용은 학대가 실행 중이거나 의심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제3자가 확보한 녹음자료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김 의원은 현행 제도하에서 피해자가 직접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고, 제3자가 수집한 자료는 재판에서 배제돼 처벌이 무산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용인 장애아동 학대 사건의 항소심에서는 부모가 녹음한 파일의 증거능력이 부정돼 가해자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해외에서는 미국·영국·일본·독일 등이 학대 관련 녹음을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김 의원 측은 “현실에서 피해 사실을 숨기는 결과를 낳는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며 법안 통과 의지를 강조했다. 시민단체들도 동참해 UN 협약에 따른 국가의 보호 책임을 언급하며 입법을 촉구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교총은 “아동학대 방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교육현장을 무차별 녹음의 위험에 노출시키는 방식은 용인할 수 없다”며 학생과 교사 모두의 통신·사생활의 자유 침해를 경고했다. 특히 교실 수업 중 발언이 ‘학대 의심’으로 증거화될 경우 불신과 감시가 확산돼 학습권이 오히려 침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총은 또한 “몰래 녹음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 과정까지 왜곡해 신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악성 민원과 무고 증가, 교사의 방어적 수업, 특수·통합교육 위축 등을 우려했다. 대법원도 일관되게 제3자 녹음을 위법으로 판단해온 만큼, 입법이 사법체계의 예측 가능성을 흔들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번 법안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학대 피해자의 권리 구제와 헌법상 통신·사생활의 자유 중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 발의 측은 유엔 아동권리협약과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를 들어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교총은 헌법적 기본권 침해 우려를 제기했다.

둘째, 제3자 녹음의 악용 가능성이다. 발의 측은 “학대가 의심되는 상당한 사유”라는 요건을 두어 남용을 방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교총은 “몰래 녹음이 왜곡·짜깁기돼 악성 민원과 무고성 신고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셋째, 교육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교총은 “교원이 언제든 녹음될 수 있다는 불안 속에서 교육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기 어려워져 학생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며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통합학급 기피 현상이 심화돼 보호받아야 할 학생들이 오히려 배제되는 역설적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구조적 취약성을 이유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는 어떤 형태든 용인되어선 안 된다”며 “이번 법안이 반드시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주호 한국교총 회장은 “교실은 감시의 공간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가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과 배움을 만들어 가는 공간”이라며 “따라서 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반드시 반영되고, 모든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차원에서 법안 철회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