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을 위한 디자인 직무 개발… 멋진월요일, ‘비주얼 그래픽 디자이너’ 양성과정 성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간한 ‘2024년 직무개발사업 우수사례집’은 장애 적합 직무 부족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의 성과를 담고 있다. 선도기업 전략직종 직무개발, 현장 중심 직무개발, 중증장애인 고용모델 개발·확산사업 등에서 발굴된 13건의 우수 사례와 164건의 아이디어 공모 성과는 변화하는 산업환경 속에서 장애인 고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본지는 해당 사례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지속 가능한 직무 개발을 위한 과제와 개선 방향을 연속 기획을 통해 심층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편집자주]
정신장애인의 직무 영역을 전문직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구체적 고용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기업 멋진월요일은 2024년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간 운영한 ‘비주얼 그래픽 디자이너’ 양성과정을 통해 교육생 13명 중 11명이 수료하고, 이 가운데 7명이 실제 디자인 직무로 취업했다고 밝혔다. 수료율은 84.6%, 취업률은 수료자 기준 63.6%다.
이번 사업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중증장애인 고용모델 개발·확산사업’ 지원을 받아 추진됐다. 고용공단은 중증장애인의 직무 다양화를 위해 매년 새로운 고용모델을 발굴하고 있으며, 단순 보조·노무 중심 직무에서 벗어나 전문 영역으로의 확장을 정책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의 고용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고용노동부와 고용공단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 전체 고용률은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나, 정신장애인은 직무 적응의 어려움과 증상 기복, 대인관계 부담 등으로 취업과 고용 유지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집단으로 분류된다. 특히 반복·단순 업무에 편중되는 경향이 강해 직무 선택 폭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멋진월요일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고려해 재택·비대면 업무가 가능하고, 개별 작업 집중도가 높은 디자인 분야에 주목했다. 디지털 콘텐츠 수요 증가와 함께 그래픽 디자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직무 선정 배경으로 작용했다. 교육과정은 기초 이론, 실습, 현장형 프로젝트의 3단계로 구성됐다. 초기에는 색채 조화, 레이아웃 구성, 타이포그래피 등 기본 개념을 소규모 그룹으로 반복 학습하도록 했고, 이후 포스터·리플렛·온라인 배너 등 실제 발주를 가정한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주 1회 현직 디자이너의 개별 피드백을 제공해 작업 완성도를 높였다.
훈련생 모집은 서울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유관기관을 통해 진행됐다. 참여자 선발에서는 디자인 경험보다 장기 훈련 참여 가능성과 기본적인 컴퓨터 활용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교육 과정 중 2명이 건강 악화와 개인 사정으로 중도 이탈했다. 운영진은 정신장애 특성상 초기 적응 단계에서의 지원 체계가 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취업에 성공한 7명은 온라인 콘텐츠 제작사, 사회적기업, 중소 광고대행사 등에 채용됐다. 고용 형태는 정규직과 계약직이 혼재돼 있으며, 일부는 재택근무를 병행하고 있다. 채용 기업 관계자는 “업무 숙련도는 개인차가 있지만, 반복 피드백 구조를 통해 충분히 직무 수행이 가능했다”며 “업무 분절화와 일정 조정이 병행되면 생산성 측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정신장애인 직무 다변화의 실험적 모델로 본다. 정신건강 분야 한 전문가는 “정신장애인의 경우 감각적 민감성과 집중력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분야가 존재한다”며 “획일적 직무 배치에서 벗어나 개인 특성 기반 직무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단기 취업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1년 이상 고용 유지율”이라며 사후 직무 코칭과 사업주 교육의 병행을 과제로 제시했다.
정책적 확장 가능성도 관심사다. 중증장애인 고용모델 사업은 매년 다수의 직무 실험을 진행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 안착하는 모델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디자인 직무가 전국 단위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업 수요 확보, 표준화된 교육 커리큘럼 마련, 훈련 이후 사후관리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멋진월요일은 향후 과정에서 적성 평가를 강화하고, 컴퓨터 활용이 어려운 참여자를 위한 기초 트랙을 별도로 운영할 계획이다. 동시에 채용 의사가 있는 기업을 사전에 발굴해 훈련과 채용을 연계하는 구조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는 단순히 7명의 취업 성과에 머물지 않는다. 정신장애인이 전문직 영역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직무 다양화가 일회성 사업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 기업 인식 개선, 장기 고용 유지 체계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 정신장애인 고용 정책이 ‘채용 인원’ 중심에서 ‘직무의 질’ 중심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