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총 정책리포트, 입시·학업·취업 3단계 구조적 단절 진단하고 5대 과제 제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장애학생의 진로탐색 전 과정에 걸친 구조적 장벽을 진단하고 정책 과제를 제시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국장총은 지난 20일 발간한 장애인정책리포트 465호 ‘꿈을 향한 여정: 장애학생 진로탐색 안내서’에서 장애학생이 입시·학업·취업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비장애학생과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2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과 2024년 장애인 고등교육 지원센터 설립 등 제도적 변화가 이어지고 있으나, 현장에서 권리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 지적이다.
리포트에 따르면 장애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20.0%로 비장애학생 72.6%와 52.6%p 격차를 보인다. 대졸 장애인 취업률은 비장애인 대비 21.2%p 낮고,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전공 일치 취업 비율에서 22.0%p 차이가 유지된다. 진학·학업·취업률·전공 일치 취업 비율 등 주요 지표에서 20%p 안팎의 격차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구조다.
리포트는 이 격차를 세 단계의 구조적 단절로 설명했다.
첫째, 진입 단계의 단절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장애학생을 위한 편의제공이 여전히 최소한의 조치에 머물러 있다. 시각장애 학생은 시험 시간 연장과 점자 문제지 등 기초적 지원에 치중되고, 개인이 평소 사용하던 디지털 보조기기 활용은 보안을 이유로 제한된다. 지체장애 학생이 배치되는 시험장의 배리어프리 수준은 시도 교육청별 편차가 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3년 수능 편의제공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장애 유형별 맞춤형 진로 정보가 부재한 탓에 학생들이 하고 싶은 공부가 아닌 ‘지원 가능한 대학·학과’를 우선 선택하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둘째, 학업 유지 단계의 단절이다. 대학 진학 후 마주하는 가장 큰 장벽은 학습 자료의 접근성 부족으로 인한 ‘교재 절벽’ 현상이다. 신학기가 시작되어도 전공 서적의 텍스트 파일이나 점자 변환 자료가 제때 제공되지 않아 장애학생이 학기 초반 수업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리포트는 이를 기술의 문제가 아닌 출판사의 저작권 보안 이슈와 제도적 의지의 문제로 진단했다. 수어 통역·속기 서비스의 예산 부족, 이공계 실험실 등 특수 시설의 배리어프리 미비, 장애학생지원센터의 형식적 운영도 지적됐다. 교육부의 2020년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 실태평가 결과 ‘개선요망’ 대학 비율이 27.0%에 달했고, ‘보통’ 이하 합산은 68.8%였다.
셋째, 졸업·취업 연계 단계의 단절이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간 데이터 연계가 미비해 졸업 시점에서 지원이 끊긴다. 의무고용제는 직무 적합성이 담보되지 않은 채 수치 충족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33조에 따라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업주가 부담금 납부로 의무를 대체할 수 있는데, 부담금 납부가 입법 취지상 제재 수단임에도 사실상의 고용 회피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 리포트의 분석이다.
직업상담 현장의 문제도 지적됐다. 직업흥미유형, 적성, 직업가치관 등 개인특성 기반 상담 대신 ‘장애인 특별채용 가능 여부’만을 기준으로 안내하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안마사, 청각장애인은 IT·디자인, 지체장애인은 사무직이라는 고정 경로가 개인의 직업 흥미와 적성을 제약하고 있으며, 리포트는 이를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9조가 금지하는 고용상 차별이자 헌법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구조라고 규정했다.
대기업 계열사에서 AI 데이터 품질 검수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지체장애 직장인은 “상담심리 전공을 살려 바로 취업했는데, 휠체어를 타고 주 5일 출근하다 보니 예상보다 신체적 부담이 훨씬 컸다”며 “이후 AI 분야에 도전해 유연근무 환경에서 일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취업 포털에 엘리베이터 유무, 장애인 화장실 위치, 문턱 여부 같은 편의시설 정보가 기본으로 표시되어야 한다”며 “지원한 모든 곳에 전화로 확인해야 했고, 이 과정 자체가 에너지 소모”라고 전했다.
시각장애를 가진 또 다른 직장인은 “사회가 시각장애인이라는 프레임을 씌웠는데,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몰랐다”며 “복지관의 선배와의 만남에서는 주로 교사나 공무원이 오는데, 덜 화려해 보여도 더 다양한 직업들을 보여줬다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들도 공통적으로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제도가 나에게 닿지 않아서’ 불편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지원 제도나 장학금이 존재해도 정보를 제때 알기 어려워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리포트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5대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디지털 학습권 법제화다. 출판사가 전공 서적 디지털 원본을 학기 시작 2주 전까지 대학 장애학생지원센터에 의무 기탁하도록 ‘저작권법’ 및 ‘특수교육법’에 강제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범부처 통합 장애학생 커리어 지원 체계 구축이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데이터를 통합한 개인별 이력 관리 체계를 만들고, 고등학교에서 대학, 고용시장으로 이어지는 맞춤형 경로 설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셋째, 의무고용 질적 강화다. 현행 의무고용제에 ‘직무 적합성 지표’를 추가해 장애인 채용 시 전공·개인특성과의 일치 여부를 고용계획서에 명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다.
넷째, 고숙련 직무 인턴십 쿼터 신설이다. IT·전문연구·문화예술 분야 장애인 인턴십 및 채용 쿼터를 강화하고, 대학 입학 시점부터 고용 전문 상담사가 배치되는 ‘장애학생 전환지원 통합 서비스’를 구축하자는 내용이다.
다섯째, 수능·대학 접근성 표준 강화다. 수능 시험장 배리어프리 수준을 전국 단일 기준으로 표준화하고, 대학 평가 항목 내 장애학생 지원 지표를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리포트는 OECD가 2024년 발표한 분석을 인용해 장애인의 노동시장 배제가 GDP 손실과 장기 재정 비용으로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이 원하는 직업을 갖고 근로소득세를 내는 시민으로 살아갈 때 복지 급여 의존도가 낮아지고, 장애인의 학습 및 노동환경 권리 보장은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함께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과 장애인 고용 확대 등 권리 기반 장애정책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리포트는 이러한 정책 방향이 현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학 진학 단계에서부터 취업 현장에 이르기까지 장애학생이 마주하는 구조적 장벽을 해소하는 구체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